공작왕 2 -아수라전기 (Saga Of The Phoenix, 1990) 2020년 전격 Z급 영화




1990년에 남내재, 유사유 감독이 만든 공작왕 실사 영화판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원제는 아수라. 국내명은 ‘공작왕 2 ~아수라전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본, 홍콩 합작으로 토호에서 배급했다.

내용은 지옥성녀인 아수라가 인간 세상에서 마법을 사용하고 본의 아니게 악귀들을 불러들이게 되어 자공 대사에 의해 와불의 어둠 속에 봉인당할 뻔하다가, 7일간의 자유 시간을 허락 받아 인간 세상에서 놀던 중 마녀의 위협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전작과 이어지지만 뭔가 하나도 정리가 안 된 느낌을 주는데다가, 설정에 빈틈이 너무 많다.

우선 공작과 길상(행운과일), 자공 대사, 아수라 등이 전작에 이어 본작에서도 등장하는데.. 길상(일본판에서는 공작)의 배우가 미카미 히로시에서 아베 히로시, 자공 대사 역의 배우가 고웅에서 카츠 신타로로 바뀌었다.

전작에 이어 본작에도 그대로 출현한 배우는 공작(일본판에서는 콘) 배역을 맡은 원표와 아수라 배역을 맡은 ‘글로리아 입’이다.

시작부터 설정이 흔들리는데 우선 아수라가 악귀를 불러들이는 어그로 능력이 있어 밀종파(밀교)에서 그걸 우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수라가 개과천선했으니 와불에 들어가 참회하라고 했지만.. 아수라는 어둠 속에 있기 싫고 태양 아래 있고 싶다며 거부하고 억지로 봉인하려고 해도 그게 강제로 안 돼서 자유 시간을 준 것으로 나온다. 근데 이게 무슨 자공 대사의 자비로 그런 것처럼 묘사하고 있으니 시작 부분부터 이해가 안 간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그 다음 전개인데 영화 시작한 지 약 30분에 시꾸이라는 아수라의 팻 개념 가까운 요괴를 구하기 위해 공작이 마궁에 떨어졌다가 얼음 속에 갇히는데.. 그 뒤 약 50여분 뒤, 영화 끝나기 10분 전에 구출된다.

그래도 전작에서는 투탑 주인공 중 한 명이었는데 본작에서는 너무 빨리 퇴장했다가 너무 늦게 복귀해서 주인공은커녕 조연조차 안 되는 단역 비중으로 나온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작의 비중이 대폭 축소된 건 둘째치고, 공작이 시꾸이를 구한 뒤 자신은 얼음 속에 갇히는데.. 아수라랑 길상은 공작이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은 채 시꾸이 데리고 노는데 정신이 없다는 거다.

영화 끝나기 약 20여분 전에 시꾸이가 ‘공작이 마궁에서 얼음 속에 갇혀 있어!’라는 말을 한 뒤에야, ‘어, 공작 구하러 가야돼!’이러고 앉았으니 진짜 정신줄 놓고 각본을 쓴 것 같다.

혹시 전작은 공작의 비중이 컸으니 이번 작에서는 길상의 비중을 키우기 위해 그런 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정작 본편을 보면 길상의 비중이 커진 건 또 아니다.

길상이 나와서 하는 건 싸움 몇 번과 탠의 여동생과 러브 라인을 만든 것 밖에 없다.

게다가 길상 역을 맡은 아베 히로시가 이 작품 찍을 당시에는 데뷔한 지 3년 밖에 안 된 신인 배우라서 배우 경력을 원표와 비교할 수 없어서, 그 당시 본작의 포스터를 보면 아베 히로시는 아예 없거나 있어도 단역처럼 나오는데 비해 원표 혼자 단독 주인공처럼 나오는지만 실제로 영화 본편에서는 그게 낚시에 불과하니 뒤통수를 제대로 후린다.

탠은 괴짜 발명가로 시꾸이랑 티격태격하면서 초음속 전송기를 통해 아수라와 길상을 마궁으로 보내 공작을 구출하게끔 해준다.

문제는 이게 후반부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설정인 데다가, 이 마궁이란 것도 시꾸이는 화장실 변기 속에 들어가 물 내리니 마궁으로 뚝 떨어진 반면, 인간들은 초음속 전송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니 뭔가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진다.

애초에 이 작품은 공작왕 시리즈로 봐야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 특유의 오컬트적인 느낌이 없다. 전작은 그래도 지옥사자 라가나 지옥왕 같은 요마가 나름대로 인상적으로 나오는데 본작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이 듣보잡 마녀와 시커먼 분장의 인간형 요괴들만 나온다. (인간형 요괴란 것도 말이 좋아 요괴지, 얼굴에 검은칠하고 양손에 철조 끼고 싸우는 자코들이며 복색이 다 똑같다. 전대물의 악당 전투 요원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게 사실 아수라도, 길상도 아니고 시꾸이라는 펫 요괴라서 요괴판 E.T 내지는 그렘린 같은 작은 괴물 이야기 느낌을 주며, 타이틀은 아수라고, 아수라 때문에 소동이 일어난 것에 비해서 정작 아수라 본인이 작중에서 하는 일이 징징 짜는 것 밖에 없다.

그놈의 태양 드립도 짜증난다. 난 어둠 속에 갇혀 있었어요. 어두운 건 싫어. 태양 아래 있을래여 라고 계속 징징 짜는데 벌건 대낮에 쳐 노는 것만 잔뜩 나와서 태양 아래 있고 싶다던가, 인간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해도 거기서 간절함이 전혀 안 느껴진다.

아수라의 화염 조정 능력은 처음에만 잠깐 나올 뿐이고, 그 이후로는 하트 무늬 수인을 맺으며 쏘는 되도 않는 마법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 발동하는 악귀 소환 능력은 그 어디가 위협적인 건지 의문이 든다. 악귀 소환도 초반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지, 그 능력을 통해 만나게 된 소악마 시꾸이의 등장 이후로는 세계의 운명이고, 위기고 간에 그냥 쳐 놀기 바쁘다.

베트남에서 촬영한 듯 해외 관광하고 노는 것만 줄창 나오고 스토리 진행은 일절 하지 않다가 갑자기 시꾸이가 마녀의 부하가 되어 흑화되더니 위기가 생기고, 러닝 타임 1시간 가까이 방치된 공작 구하러 가는 내용으로 급전개되어 클라이막스로 향하니 답이 안 나온다.

마녀와의 최종 대결에서는, 마녀가 괴수 파츠를 꺼내서 전대 특촬물 스타일의 괴수로 변신해 괴수 머리 위에 얼굴을 박은 인형탈을 쓰고 날아다니는데.. 이 괴수 사이즈가 전작의 요마왕은커녕 지옥사자 라가보다도 작은 사이즈인 데다가 그에 맞선 공작 일행의 대응이 너무 유치해서 손발이 오그라들게 한다.

그 대응이라는 게 공작, 아수라, 길상이 뜬금없이 공작법을 펼치자고 하더니 임병투자개진열을 외워서 공작새의 모습을 한 공작명왕으로 변신하여 입에서 브레스를 내뿜고 파이어볼로 변해 마녀를 퇴치하는 것이다. (이게 딱 전대물 수준이다)

그런 다음 자공 대사가 무슨 공작명왕이 아수라의 마음에 감동해서 너님은 이제 봉인될 필요 없음. 이렇게 됐다고 설명하며 메데타시메데타시 해피엔딩으로 끝내 버리니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어이가 없다.

코미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그 센스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니, 한심하기 이전에 이해가 안 된다.

탠의 여동생과 아수라가 월남 음식 잔뜩 주문해 처묵처묵하다가, 노점상 할머니가 베트남 경찰에 쫓겨겨 카트 끌고 달아나는 걸 보고 ‘도와주자!’ 이러면서 할머니를 카트 위에 앉히고 대신 끌어주고 음식점 어린 딸은 ‘어, 돈도 안 내고 먹튀한다!’ 뒤에서 외치고 있는데 그 사이 경찰을 따돌리고는 할머니한테 감사 인사를 들으며 후 밝게 미소짓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못해 정신이 안드로메다 성운 저편으로 날아가는 것만 같다.

결론은 비추천. 전작은 원작과 비교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원작을 떠나서 별개의 요마물로 보면 호러 판타지물로 적당히 볼만했던 반면, 이번 작은 별개로 쳐도 재미가 없고 완성도가 바닥을 기며 아동용 특촬물 이하의 물건이 되어 버려 나와서는 안 됐을 망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유일한 존재 의의는 아베 히로시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밖에 없다.

아베 히로시는 지금은 연기파 배우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본래 패션모델 출신으로 영화배우로 전업했을 때 초반에는 잘생긴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아베 히로시가 1987년에 하이카라씨가 간다 실사 영화판으로 스크린 데뷔한 후 1989년에 YAWARA! 실사 영화판을 찍은 뒤 그 다음에 세 번째로 찍은 영화라서 정말 초창기 시절의 작품이다.

하이카라씨가 간다 실사 영화판, YAWARA! 실사 영화판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작품이라 본작 공작왕 2 -아수라전기가 국내에 소개된 아베 히로시 출현 첫 작품이 됐다. (공교롭게도 영화배우 데뷔 후 연속으로 찍은 작품이 다 만화 원작의 실사 영화들이다)

아베 히로시는 1992년에 재일 한국인 극작가 김봉웅이 연출한 연극 '아타미 살인사건(한국명: 열해살인사건)'에 형사 역으로 출현해 연기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불우한 시절을 겪어서 일거리가 너무 없어 빠칭코로 생계를 이을 정도였는데 그 시절을 연 게 이 작품이다.

1990년에 이 작품을 찍은 이후 TV 드라마에 조연, 단역으로 나오다가 영화판으로 다시 돌아온 건 3년 후인 1993년이다.

덧붙여 자공 대사는 본작의 출현씬이 극히 짧은 것에 비해 포스터에 공작(아베 히로시)조차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콘(원표), 아수라(글로리아 입)와 함께 나란히 등장해 비중 있게 보이는데 그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본작에서 자공 대사 역을 맡은 배우는 100편 이상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겸 제작자 겸 감독으로 일본 영화사에서 맹인 검객 자토이치 역으로 유명한 카츠 신타로이기 때문이다.



덧글

  • JOSH 2014/05/02 11:35 # 답글

    >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유일한 존재 의의는 아베 히로시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밖에 없다.

    정말 정말 임... =_=;
    당시 봤을 때도 뭐 저리 동양인 같지 않은 일본배우? 했는데
    요즘은 로마인이라니....
  • 듀얼콜렉터 2014/05/03 10:35 # 답글

    1편은 그나마 어릴때 봐서 그런가 재밌게 봤는데 2편은 처음 보고 '이게 뭥미!?'하는 아스트랄함을 느낄수 있었죠 헐, 정말 망작이었습니다.
  • 잠뿌리 2014/05/09 18:10 # 답글

    JOSH/ 저때의 아베 히로시는 풋풋했지요.

    듀얼콜렉터/ 이 작품은 나오지 말았어야 할 망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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