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왕 퇴마성전 (孔雀王退魔聖伝.1990) 2019년 일본 만화




1990년에 오기노 마코토가 주간 영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해 1992년에 단행본 전 11권으로 완결된 퇴마 만화. 공작왕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전작으로부터 2년 후, 공작이 다시 퇴마행에 나서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본래 1부 엔딩에서 공작이 돌아온 뒤 모든 법력을 잃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2부는 그런 설정이 리셋되고 다시 법문을 사용하는 퇴마사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공작의 장비도 약간 변했다. 공작왕 1부에서는 금강저(독고저)를 사용하며 부동명왕술, 공작명왕술을 사용한 반면 2부에서는 항마검을 들고 마리지천의 술법을 사용한다.

그 이외에 리셋된 설정이라면 1부에서 공작왕과 사탄은 전생에 동료였던 설정이고 현세에서는 스자쿠가 사탄의 환생으로 나와서 서로 구면인데 비해서 2부에서는 서로 처음 보는 사이로 나오고 스자쿠의 존재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거기다 본래 공작은 공작왕의 환생인데 2부에서는 뜬금없이 스사노오의 환생으로 나와서 1부와의 연관성이라고는 공작의 스승인 자공 대사가 한쪽 팔을 잃은 모습으로 나온다는 것 밖에 없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건 스토리인데 1부가 퇴마물로 시작했다가 판타지 영웅 서사시로 변한 반면, 2부는 퇴마물로 시작해 호러 판타지로 변하면서 고어성이 높아졌다.

방주편에서는 아예 공작이 전기톱을 들고 싸우는 씬까지 있을 정도고, 흡혈귀편에서는 흡혈귀가 피를 빨아먹는 게 아니라 사람의 껍질 가죽을 뒤집어쓴다.

때문에 1부는 다소 잔인한 표현이 나와도 본질 자체는 소년 점프식 열혈 만화인데 비해서, 2부는 성인 지향 만화로 탈바꿈한 것이다.

폭력성, 선전성이 한층 커졌지만 이게 오기노 마코토의 스타일로 정착해서 공작왕 이후에 나온 다른 만화도 다 이런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권총신이나 명계 수호자 등등)

그런데 그렇게 변한 게 무조건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2부의 호러 판타지 스타일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종교 오컬트보다는 서양 호러 영화 같은 느낌이 더 강해졌지만 말이다.

또 초반부 에피소드는 오히려 1부보다 더 밀도가 높고 폭풍 감동을 주는 것도 있었다. 특히 천수관음편의 무사시보 벤케이 에피소드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읽었었다.

2부의 신 캐릭터인 챠크람 쓰는 여자 퇴마사 렌카는 아슈라, 츠쿠요미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와일드한 미녀로 히로인 대열에 합류했다.

츠쿠요미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거친 성격에 반항적 기질도 강해 비협력적이고 때로는 뒤통수도 치지만 전투 능력이 뛰어나고 노력파에 정의로운 마음도 숨기고 있어 입체감이 있다.

남자 쪽은 바티칸의 성기사 마르코가 추가됐는데 주금도의 오니마루와 선술을 쓰는 코우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엑소시즘 액션을 선보여서 인상적이다.

세계관은 흡혈귀편까지는 드라큘라 백작의 원형인 루마니아의 블러드 체페쉬, 영국의 엘리자베스 바토리, 프랑스의 질 드레/잔다르크를 아즈텍 신화의 테스카틀리포카/케찰코아틀과 엮으면서 전작의 종교 신화 믹스레이드와는 또 다른 서양 전설 믹스레이드의 재미가 있었다. (1부가 동양편이라면 2부는 세계편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눈의 악마편부터 일본 고대 신화를 등장시키면서 급속도로 망가지기 시작한다.

일본 고대 신화의 천진신 VS 국진신 대결 구도로 가면서 밀교/불교 기반의 공작왕 세계관을 아예 리셋해 버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공작의 스사노오 환생 설정도 그렇고, 등장인물이 천신이나 악마의 환생으로 나오던 기존의 설정과 달리 여기에 와서는 아예 신족 그 자체로 나와서 무슨 데빌맨이나 요괴인간 같은 느낌을 주는 괴수물이 된다.

사실 본래 밀도 높은 오컬트 퇴마물로 시작해서 스토리의 궤도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 판타지 영웅물로 바뀌어 사실상 퇴마술의 의미가 없어지는 게 이 시리즈의 특성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악마의 눈 편부터는 너무 엇나간다.

그리고 본래 공작왕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 신화, 전설, 역사의 믹스레이드가 딱 흡혈귀편까지만 그렇게 나오고 눈의 악마편부터는 오로지 일본 고대 신화 하나만 나와서 세계관의 매력도 급락한다.

이전까지는 세계의 운명을 걸고서 선신과 악신이 대결을 벌였는데, 그게 나라의 지배권을 두고 천진신과 국진신의 대결로 다운그레이드되니 거기서 찾아오는 이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적어도 흡혈귀편까지는 공작이 중심을 이루진 못해도 주인공으로서 스토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갔는데 눈의 악마편부터는 그것도 아니다. 천진신과 국진신이 박터지게 싸우는데 공작이 휘말린 느낌을 줘서 그렇다.

공작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너는 공작왕의 화신이다!’ 이게 ‘너는 스사노오의 환생이다!’라고 레퍼토리 자체가 완전 바뀌어 버렸으니, 과연 이 시점부터 본작을 공작왕이라고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문이 들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결말 자체도 깔끔하게 난 게 아니라 중간에 뚝 잘린 것처럼 끝난다. (이제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라는 느낌으로 말이다)

이때 이야기가 너무 갑작스럽게 끝나 버리는 바람에 인기가 떨어져 연재 중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이후 '원령 사무라이'라는 작품으로 돌아왔을 때 작가의 코멘트로 2부는 그걸로 끝난 게 아니라고 했고, 그래서 결국 2006년에 3부인 공작왕 곡신기편으로 돌아왔다. (3부도 2부 같이 연재 중단처럼 끝나 버린다는 게 함정 카드다)

결론은 평작. 2부의 초중반부까지는 판타지 영웅 서사시에서 호러 판타지로 변모하면서 동양편에 이어 세계편을 보여줘서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그 뒤에 이어진 에피소드부터 설정이 리셋되어 새롭게 재구축되면서 일본 고대 신화 하나에만 집중해 본작 특유의 개성과 장점을 상실해 재미가 떨어진데다가, 결말도 제대로 내지 못해서 용두사미로 끝난 작품이다.

1부가 워낙 명작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2부가 부족해 보이고, 전작이 워낙 히트를 치는 바람에 오히려 그게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버려서 작가의 발목을 잡은 격이 되어 그 부분은 애석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명색이 공작왕이란 타이틀을 걸고 나온 후속작인데 악마의 눈편부터 내용, 설정, 캐릭터가 너무 많이 바뀌어서 본가 시리즈가 아닌 리부트판에 가깝게 변한 것에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1부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컨텐츠로 나온 반면 2부인 본작은 관련 컨텐츠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덧글

  • 암흑요정 2014/04/29 22:17 # 답글

    이 작품 때부터였을 겁니다.
    명작이 추락하는 날.
  • 역사관심 2014/04/29 22:33 # 답글

    복장부터 공작기사네요... ㅠㅜ
  • 잠뿌리 2014/05/02 11:08 # 답글

    암흑요정/ 중반부까지는 그나마 나았습니다. 일본 고대 신화가 나오는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급격히 몰락했지요.

    역사관심/ 공작이 본래 작중에서 전투 갑옷을 입고 싸우긴 하지만 파란 승복이 디폴트 복장으로 잘 알려졌지요.
  • 이게끝이었어? 2017/10/27 05:43 # 삭제 답글

    그럼 2부에서 수잔느(?) 의 열쇠를 찾으러 떠나는것으로 마무리 인가요? 이후 소소한 에피소드식으로 몇편나오고 급마무리?
  • 잠뿌리 2017/10/27 21:18 #

    2부는 그걸로 끝나고. 3부 공작왕 곡신기에서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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