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패션왕 (2011) 2019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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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기안84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총 95화로 완결한 작품. 기안 84 작가의 단편인 기안 84단편선에 실렸던 ‘인류의 미래’를 모티브로 해서 장편으로 바꾼 것이다.

내용은 공부만 할 줄 아는 평범한 고등학생 우기명이 같은 반 여학생 박혜진을 짝사랑하면서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 패션에 관심을 갖고 패션왕을 꿈꾸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한국 웹툰계에 병맛 개그가 유행하면서 귀귀, 이말년과 더불어 병맛 웹툰 작가 삼대장으로 손꼽히며 연재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런 인기와 반비례하여 작품의 완성도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작화가 만화체도, 실사체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을 주는데 인물이 됐든 배경이 됐든 간에 그림 자체에 공을 들인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실제 사진을 트레이싱한 경우가 잦아서 좀 무성의한 느낌도 있다. (중국집 사장은 아저씨의 원빈, 중국집 알바 민식이는 코빅에서 김코뚜레로 나왔던 안영미, 곽은진의 언니 관윤주는 모델 장윤주)

이토 준지 그림에도 영향을 받은 듯, 어떤 부분은 좀 노골적으로 가져다 쓴 부분이 있다.

이 작품이 연재를 시작한 게 2011년이고 완결을 했을 때는 2013년으로 2년 동안 연재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화가 아무런 발전도, 변화도 없다. 어떤 만화든 간에 연재 기간이 이 정도면 작화가 됐든, 연출이 됐든 예전보다 나아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전혀 없다.

텍스트적으로 맞춤법을 많이 틀린 건 문제가 있지만, 옴므나 간지의 부적절하고 남발된 표현 같은 건 병맛 개그물로 이해를 할 수 있긴 하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그림도, 텍스트도 아닌 스토리 그 자체에 있다.

주인공 우기명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잘보이고 싶어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고자 하고, 패션왕을 꿈꾸고 있다.

패션 배틀을 벌이면서 무수한 도전자를 물리치고 패션왕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여기까지가 일단 본작의 메인 설정인데 발상은 아주 좋았다. 패션 배틀이라는 게 아주 참신했고, 그 배틀을 이타가키 케이스케의 그래플러 바키식으로 관전자 내지는 나레이션으로 설명해주면서 병맛을 증대시키니 이 작품만 가진 고유한 무언가가 있었다.

15화 체육 옴므까지는 딱 좋았다.

하지만 16화부터 우기명의 잉여로운 학교생활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어딘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패션왕의 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우기명의 어려운 집안 사정과 철없는 학교생활에 포커스를 맞춰서 작품 노선이 완전 바뀐다.

유희왕을 예로 들어 보면 초반에 미스테리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카드 배틀물로 바뀌어서 장편 만화의 노선 변경의 사례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작품은 그 갭이 너무 크다.

병맛 배틀 만화로 시작했다가 모범생이 일진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진 만화가 됐기 때문이다.

일진 만화가 되면서 우기명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될 테야’, ‘패션왕이 되겠어’라는 초기의 목적을 상실한다.

30화 넘어가기 전부터 작가가 후기에 아예 스토리 짜기 힘들다고 토로하는데 그때부터 진짜 생각 안 나는 걸 무리하게 짜내기 시작하는 게 눈에 보인다.

돌아온 야상 오빠 같은 에피소드가 특히 그렇고, 우기명이 자퇴하고 중국집에 취직해 배달을 하러 다니는 내용도 그렇다.

그러다가 본편에서 당시 인기였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 스타 K의 패러디 느낌 나는 패션왕 대회가 벌어지면서 패션 배틀물로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예선전까지는 재미있었는데 64강에서 우기명이 늑대 인간으로 변신하면서 한국 웹툰 역사상 최악의 장면 1을 만들고, 32강에서는 닭으로 변신하면서 한국 웹툰 역사상 최악의 장면 2를 만들었다.

병맛 배틀물로 시작했다가 약 20여화 가까이 일진 만화로 진행하다 다시 병맛 배틀물로 돌아왔는데 적절한 순간 브레이크를 밟아 멈춘 게 아니라 오히려 엑셀을 밟아서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 거다.

싸우자 귀신아 시즌2의 ‘망했다’편처럼 작가가 정신줄 놓고 막 그리고, 편집부에서 점검 안 하고 무작정 실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주는 선례에 해당한다. (아, 그래도 싸귀2의 ‘망했다’편에 비교하면 기안 84 작가한테 실례다. 싸귀 2의 그 에피소드는 프로 의식 결여의 정점에 서 있어서 아무도 깨지 못할 웹툰 흑역사의 왕이다)

이것은 사실 장편 만화를 많이 그려본 적이 없는 신인 작가가 자주 겪는 문제로 스토리에 대한 부담이 크고 능력적으로 어떻게 이끌어나갈 수가 없어서 일단 뭔가 저질러 버린 건데 그게 최악의 한 수인 것이다.

패션왕 대회의 64강, 32강 결과는 분명 둘 다 괴물이나 동물로 변신해서 무승부로 끝났어야 할 텐데 아무 설명 없이 우기명이 계속 이겨서 올라간 것처럼 나와 16강에 진출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 뒤에는 결승은커녕 16강전 조차 열리지 않은 채 끝난다.

이건 아무리 봐도 벌린 일은 있는데 수습할 능력이 안 돼서 어영부영 끝내버린 것이라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실드를 칠 수가 없다.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날지 정해놓지도 않고 무작정 시작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리면서 봉착한 난관의 끝이라서 어째서 창작을 할 때 스토리 콘티를 정리해야하는지 알게 해준다.

인생의 목표, 목적을 상실한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다가 올리는 없다.

거기다 작중 우기명은 패션 관련 이벤트로 한번 주목 받고 나면 그 다음에는 연예인병에 도지거나 혹은 안하무인이 돼서 건들거리며 망가지며 스스로 고생을 자처했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정신 좀 차리나 싶으면 또 바닥을 뒹군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고생을 많이 해서 인격적으로 성장한 것도 아니고 계속 제자리걸음이며 지지리 궁상만 떨고 있으니 정말 매력이 없는 주인공상이다.

인간 우기명으로서 보면 일진 고교생의 성장 드라마로서 현대의 10대 독자들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

허나, 이 작품의 타이틀과 메인 소재가 패션왕이란 걸 생각해 보면 결코 좋게 볼 수가 없다.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라 스토리 감당이 안 되니 노선을 변경한 것이라 그렇다. 그렇다고 바뀐 노선에 충실한 것도 아니고 병맛 배틀로 회귀하려다가 망해서 또 드라마로 빠지는 거 보면 작가가 독자 여론에 휘둘리기까지 한 것 같다. (그러다 자폭 스위치를 누른 결과가 늑대 변신, 닭 변신이다)

성장 드라마로서도 완성되지 못한 건 우기명의 정신적 성장 과정도, 결과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채 급하게 끝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 성장 드라마로서도 우기명 이야기만 나오면 늘어지거나 분위기가 급다운되서 보기 껄끄러워진다. 앞서 말했듯 정줄 잡고, 정줄 놓고를 반복해서 매력 없는 주인공이라 그런 것도 있는데 자꾸 우기명이 가정 형편 어렵고 불쌍한데 지지리 궁상에 불효자, 민폐 덩어리 캐릭터만을 강조해서 그렇다.

차라리 김창주, 김두치, 곽은진 같은 조연 캐릭터의 이야기가 훨씬 공감이 가고 몰입이 잘 된다. 이 작품의 일상 파트에서 재미를 주는 건 그 셋의 이야기 밖에 없다.

그런데 이건 문자 그대로 주객전도라서 주인공이 스토리를 이끌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매 화마다 마감에 쫓기면서 안 되는 걸, 그리기 싫은 걸 어떻게든 쥐어 짜내 억지로 계속 그려내는 그런 느낌마저 들어서 작품의 완성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다.

인간 우기명은 있는데 패션왕은 없다. 만화를 그리다 안 되니 다큐멘터리 인간 극장을 만들었다.

결론은 비추천. 신의 한 수와 같은 발상을 가지고 시작했으나, 스토리를 끌고 갈 역량이 안 되는데 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열의도, 작품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도, 책임감도 없이 안이하게 억지로 그리다가 끝내서 용두사미조차 되지 못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주는 교훈은 아무 것도 준비를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시작해 마감에 쫓기면서 안 되는 걸,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주는 반면교사의 사례다.

여담이지만 옴므의 잘못된 사용으로 까이기도 했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제목에 옴므 들어간 에피소드는 다 재미있었다. (체육 옴므, 불교 옴므, 밀리터리 옴므 등등)

덧붙여 이 작품은 실사 드라마화가 예정됐다가 지금 현재는 실사 영화화 이야기가 나오고 배우 캐스팅도 발표됐다.



덧글

  • 눈물의여뫙 2014/03/24 19:21 # 답글

    오히려 전 우기명 수왕기 드립이 초반부의 병맛 패션배틀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왕기 장면이 최악이라고 까이는 건 아무래도 작품 자체가 워낙 노선이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다보니 오히려 중후반부의 전체 노선에 초반부의 병맛 패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 장면이 불협화음이 된 게 아닌가 싶네요. 옷 이상하게 입는거나 아예 동물로 변신하는 장면이나 거기서 거기지.

    뭐 닭 변신 에피소드는 그래도 이미 수왕기에서 써먹은 패턴을 한번 더 우려쳐먹어서 무리라고는 생각하지만요.(수왕기에서 병맛패션의 패턴을 끝냈으면 유종의 미로 남았으리라 생각. 그래요 옷 입는 거 하나로 막장 개그배틀을 하겠다는데 이왕 하는 거 산으로 가야 최종전으로 적절하지 않겠습니까?)
  • 먹통XKim 2014/03/27 22:28 # 답글

    공감.보다가 저도 때려쳤죠
  • 잠뿌리 2014/03/30 09:23 # 답글

    눈물의여뫙/ 수왕기 드립은 병맛 배틀 연장노선이라고 생각해도 내용 전개가 너무 뜬금없어서 최악이었습니다. 울프컷했다고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건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가서; 닭 변신은 더 최악이었지요. 변신 전까지는 그런데로 괜찮았는데 마지막에 가서 그렇게 다 망쳐 버리고는 결말도 제대로 내지 않고 대결을 마무리 지어서 더 안 좋았지요.

    먹통XKim/ 이 작품은 보다가 못 견디고 때려친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 오행흠타 2015/02/22 00:57 # 답글

    패션왕도 그렇고 신작 복학왕도 내용전개가 너무 산만한거 같아서 당최 집중이 안되는거 같아요.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와 개그신은 많은거 같은데 억지로 우겨넣거나 너무 마구 남발해서 역효과나는 것 같습니다.
  • 잠뿌리 2015/02/23 20:00 #

    어떻게 설계를 하기 보단,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서 개그를 하다 보면 그런 문제에 봉착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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