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프로토코스 ~신들의 예언서~ (1995)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팀 AMOS에서 DOS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

내용은 벨슨그의 아들 카만이 아버지로부터 반지를 받은 뒤 아버지가 검은 망토의 남자와 함께 사라져 그 행방을 쫓아가면서 출생의 비밀을 알고, 19년 전에 아이톨로스의 예언서에 나온 4용사에게 패배한 뒤 12 신관들에게 봉인 당했다가 다시 부활한 악의 근원 넬피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게임 디자인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느낌을 준다. 게임상에 캐릭터의 움직임과 마을, 맵 디자인도 그렇고 여러 모로 벤처 마킹한 것 같다.

하지만 전투 시스템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ATB(액티브 타임 배틀)을 차용하고 있다. 타임 게이지가 실시간으로 차오르고 그게 행동 순서를 결정하며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적이 먼저 행동한다.

전투 때 커맨드는 상하좌우 방향키를 다 사용한다. 해당 방향으로 움직여 메뉴를 여는 것으로 ‘상: 공격’, ‘좌: 아이템’, ‘우: 인법/마법/신법’, ‘하: 도망’이다.

레벨업을 할 때마다 ‘잠재’라는 수치를 올려서 인법(마법)을 배울 수 있다. 아무리 레벨이 올라도 인법은 인법 가게에서 돈을 주고 사서 배워야 한다. 파이널판타지 초기 시리즈에서 흑마술, 백마술 상점에 가서 마법을 구입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돈과 잠재 수치 둘 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실 모든 캐릭터가 마법을 다 배울 수 있어서 스펠 유저의 개성은 없다.
신법은 12신의 구슬을 손에 넣어 캐릭터에게 장착시켜 해당 구슬의 기술을 자주 사용하면 위력이 상승한다. 파이널판타지 6의 마석을 생각하면 된다. 약간 다른 점은 각 캐릭터에 맞는 구슬을 장비시켜야 하고, MP 소모가 없는 대신 자주 사용하면 구슬이 깨지는데 여관에서 복구시킬 수 있다.

번거로운 건 파이날판타지 6의 마석은 그냥 장착만 한 상태에서 전투를 하다 보면 자연히 퍼센테이지가 올라가면서 마법을 익히는데 이 작품의 신법은 전투 때 자주 써줘야 오른다.

인법, 신법 이외에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같은 소환술이 등장하는데 게임상에 이벤트를 통해 소환수를 얻어서 불러낼 수 있다. 약간 다른 점은 소환수에게도 레벨이 있어서 총 5레벨까지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만, 소환수의 데미지는 고정되어 있어서 나중에 가면 데미지가 워낙 낮아서 별 쓸모가 없다. 유일한 위안 거리가 소환수 공격은 100% 명중이란 것 정도지만 소환수 쓸 바에야 일반 공격이나 인법을 쓰는 게 더 낫다.

소환수의 종류로는 빙룡 메딜, 늑대 인간 바쟈크, 버파의 아키라, 고대 유적의 기계전사, 칼리토, 화룡, 키키라 등 총 7마리가 나온다.

모르고 플레이하면 참신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알고서 플레이하면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이 나와 데자뷰 현상마저 일어난다. 조금씩 차이점을 주기는 했으나, 독창성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그나마 파이널판타지와 차이점이 있는 건 레벨이 상승하면 기본 공격 모션이 바뀐다는 거다. 정확히는, 초기 레벨 때는 한 방씩 때리던 게 만랩에 가까워지면 3~4 연속 공격을 한다는 거다.

파이널 판타지에서 쌍수로 무기를 차면 연속 공격이 가능하지만 본작에서는 공격 모션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건 나름대로 신선했다.

레벨 한계 수치는 26인데 경험치를 올릴수록 최대 HP가 올라간다. 근데 이 게임의 경험치는 정방향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여신전생처럼 역방향으로 떨어진다. (역방향으로 떨어져 0이 되어야 레벨업을 한다)

본편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주인공이 실종된 아버지 찾아서 모험하다가 출생의 비밀을 알고 부활한 악신을 물리치는 내용으로 축약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한 스토리에 플레이 내내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검은 망토 봤냐고 그거 찾는 내용만 잔뜩 나온다. 스토리가 탄탄한 게 아니라 단순하다.

캐릭터 개인에 포커스를 전혀 맞추지 않고 ‘검은 망토 찾아 삼만리’로 진행되다 보니 굉장히 평면적으로 다가와 입체적인 느낌이 안 든다.

하지만 숨겨진 요소와 이벤트가 많아서 소소한 재미가 있다. 소환수 이벤트, 마을 주민 퀘스트, 대장간 재료 조달(화룡의 어금니, 미스릴, 아틀라스의 힘줄 등등), 비밀 상점(갈랩 항구)의 존재 등인데 소환수 이벤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중 자렘 마을의 오락실에서 이 게임 스텝들이 NPC로 나와서 각자 알파벳 하나씩 말하는데 AKIRA의 순서로 대화를 하면 소환수 아키라를 얻을 수 있다.

이 아키라는 버추어 파이터에 나오는 아키라다.

왜 뜬금없이 아키라가 등장하냐? 라고 의문을 가질 유저도 있을 텐데 사실 이 당시 한국 게임에는 그런 패러디 캐릭터가 많이 나왔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서는 히가시죠가 뱃사공, 다크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테리 보가드, 아키라가 특수 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창세기전2에서는 김갑환. 포가튼 사가에서는 쿄 패러디 캐릭터가 등장한 바 있다.

갈랩 항구의 비밀 상점에서는 게임 내에 나오는 모든 아이템을 살 수 있어서 마지막 마을의 숨은 요소다. 본편 스토리의 이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무기도 다 나온다.

NPC들 중에 손에 꼽을 만한 캐릭터는 셋 정도로 겁쟁이지만 칠전팔기의 근성 드워프 포보스, 게임 팁을 알려주는 메뉴웰, 모든 마을의 여관에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반전을 보여주는 왕다마 할아버지 등으로 주인공 파티보다 더 개성적이다. (거기에 기계 마을 쟈렘의 자치대 건물 지하 감옥에는 노통, 전통이 갇혀 있는 게 기억에 남는다)

적은 최종보스인 넬피보다는 오히려 그의 심복으로 본편 스토리 내내 주인공 파티 앞에 나타나 싸움을 걸며 괴롭혀 온 버팔론 3인방이 인상적이다.

버팔론, 스피란디스, 네메코 등 3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형적인 3인조 악당이라 디자인이나 설정에 개성은 없지만 출현씬이 많고 비중도 높아서 넬피보다 오히려 이쪽이 주인공 파티의 숙명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게임 외적인 부분으로 EMS 메모리를 제거해야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EMS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으면 실행은커녕 인스톨도 안 된다.

95년 당시 기준으로 보면 EMS 메모리를 사용하지 않는 게임은 불편했다. 대부분 다 도스로 부팅할 때 EMS 메모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는 일시 정지의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보통, 기존의 RPG 게임에서는 상태창 혹은 환경창을 열면 일시 정지 상태가 되서 엔카운터가 발생하지 않고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할 수 있는데 이 게임은 본래 그렇게 만든 건지, 아니면 버그인지 몰라도 창을 열어 게임을 일시 정지시킨 상태에서도 엔카운터 확률이 계속 올라가고 그게 심하면 창을 닫자마자 바로 전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작중에 아이템 중에 부름의 방울, 재움의 방울이라고 엔카운터 확률을 높이거나 낮추는 소비형 아이템이 나오는데 가격이 비싼 것 치고 후자의 재움의 방울은 아무런 효과도 없다.

그걸 사용 하나 안 하나 똑같다. 왜냐하면 창을 연 시점은 물론이고 아이템을 사용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엔카운터 확률은 계속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지독한 엔카운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개 준비되어 있다. 전 능력치 강화 인술인 슈퍼 업스와 능력치를 전투 중에 일시적 상승, 비전투 때는 영구적으로 상승시켜주는 아이템들이 있다. 심지어 경험치를 1만씩 올려주는 아이템도 상점에서 살 수 있다.

능력치 영구 상승 아이템은 행운의 씨앗, 오무젤의 기름으로 각각 일격(명중률)과 회피를 올려주는데 이게 존재하는 이유는 레벨업을 할 때 다른 능력치는 올라도 일격, 회피는 오르지 않아서 그렇다.

파이널 판타지처럼 스토리 진행 중에 사망하는 캐릭터가 있고 그 빈 자리를 새로운 동료가 메워주는데, 이때 새 동료는 전 동료의 레벨을 이어 받는 게 아니라 미리 정해진 레벨로 나오기 때문에 아이템으로 커버 가능해 레벨 노가다의 수고를 덜어준다.

또 보스전의 경우 해당 속성의 대응 방어구를 차면 쉽게 이길 수 있다.

다만, 마지막 전투가 상당히 길어서 좀 피곤한데 최종 보스 아넬리만(넬피)와 싸움에 앞서 12 원로의 축사를 받고 12주신과 12번 연속 전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구간이 넓어서, 정식 시스템은 아니지만 약간의 무역 개념을 도입해서 마을마다 매매하는 아이템의 가격 차이가 있어 시세 차이를 생각하고 대량 구매하여 대량 매입하면 큰돈을 벌 수 있기도 하다.

세이브는 마을 밖에서는 필드, 마을 안에서는 여관(여관 주인에게 대화를 걸어 세이브), 신전 안에서 밖에 할 수 없다. 던전 안에서 세이브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게 좀 어렵다.

결론은 추천작. 메인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고 디자인적으로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벤처 마킹하면서 전투 시스템은 파이날판타지에 많은 영향을 받아서 독창성은 좀 떨어지지만.. 약간의 차이점을 갖고 있어 모방이라기보다는 응용에 가깝고 당시 한국 게임 기준으로 그래픽, 사운드가 좋은 편에 속하며 다양한 이벤트와 숨겨진 요소 등 서브 스토리를 파고드는 재미가 있어서 국산 RPG 게임 중에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다.

포인세티아 같은 망작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후속작이 아니라, 이 작품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후속작으로 나왔으면 시리즈의 역사에 누를 끼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스토리 진행 도중 마법사 동료인 그랏샤와 재합류할 때, 그랏샤와 셀라무스 둘 중 한 명을 골라 동료로 영입할 수 있는데 누구를 고르던 결과는 똑같다.

덧붙여 이 작품의 후속작으로 프로토코스 외전 ~다라시아편~이 나왔는데 본편과 연관이 없는데다가, 게임 자체도 횡 스크롤 액션 RPG 게임으로 나와서 망했다.

추가로 이 게임에서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소비형 회복 아이템 중 하나인 떡볶이. 일격(명중률)을 상승시켜주는 장비인 MC 스퀘어다. 포인세티아에 나온 양념치킨이 생각난다. 그 이외에 해독 효과를 지닌 아이템으로 ‘독초’가 나온다. (해독초가 아니라 독초라니. 이독제독인가)

마지막으로 이 게임에서 엔카운터가 발생해 전투로 돌입할 때 연출이 좀 강렬하다. 주인공의 처참한 비명 소리와 함께 검은 화면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장면이 나와서 그렇다.



덧글

  • 루아™ 2014/03/23 16:27 # 답글

    마을간 무역하던 기억이 납니다..
  • 블랙하트 2014/03/23 16:49 # 답글

    꽤 치밀했던 초반에 비해서 후반으로 갈수록 좀 대충만듯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마을 디자인도 성의 없어지고... (마지막 마을은 정말이지 구성을 너무 대충으로 해놓았더군요.)

    캐릭터 디자인은 광고나 패키지 그림에 나온 모습과 실제 게임에서의 모습이 많이 차이 나던데 뭔가 중간에 갈아 엎어 버리고 다시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일 바뀐게 없었던건 넬피와 칸. 캐릭터 중에 로파니는 디자인이 완전 딴판이더군요. 도중에 허무하게 퇴장해 버리는건 대체 뭔가 싶었습니다. (광고에 나온 대사를 보면 버팔론과 결판을 낼것 같더니 그런것도 없고)

    시그널은 지금보니 게임에서의 모습은 로도스도 전기의 '아슈람'을 파랗게 칠해놓은 모습이네요...-_-; (광고, 패키지 그림의 파란 투구쓴 모습이 더 독창적이었는데)
  • 먹통XKim 2014/03/23 19:50 # 답글

    이것도 정품으로 가지고 있죠.그땐 참재미있게 했는데 ㅜ ㅜ..추억이란..아니 세월이란
    도스박스로 실행이 되더군요
  • Halkrine 2014/03/24 09:27 # 답글

    은근히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중간에 버근지 뭔지 갑자기 이동속도가 빨라져서 이속 빨라지는 로브를 입을 필요가 없었죠(버그픽싱하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다만 렙업노가다가 짜증나서 PC통신에서 경험치 패치 파일을 받아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을 무역도 은근히 쏠쏠했고요. 그래서 후에 나온 프로토코스 외전을 꽤나 기대했는데 왜 그모양이었는지..

    이거하고 신검의전설2가 XMS 전용이라 알지도 못하는 메모리관리 하느라 몇 번이고 컴퓨터가 먹통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 먹통XKim 2014/03/27 22:28 # 답글

    외전 생각하니 하다가 때려쳤던 괴작이었죠..
  • 잠뿌리 2014/03/30 09:17 # 답글

    루아™ / 정식 무역 기능은 아니지만 아이템 매매 가격 차이를 두어서 무역의 여지를 둔 건 괜찮았지요.

    블랙하트/ 동료들 사망 루트도 좀 급조된 느낌이 듭니다. 시그널은 확실히 광고 때의 투구 쓴 모습이 투구 벗은 모습보다는 더 나았지요. 뭔가 광고에서는 작중 캐릭터 대사들을 명대사처럼 늘어놓는데 정작 본편에서는 적용이 안 되서 안습이었습니다.

    먹통XKim/ 네. 본래 처음에는 도스박스에서 구현이 안 됐는데 나중에 버전업되면서 가능해졌지요.

    Halkrine/ 그 당시 한국 게임 중에는 유난히 EMS 없애야 구동이 가능한 게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소프트 맥스의 슈팅 게임 스카이&리카도 그렇고 XMS 전용이라 불편했지요.

    먹통Xkim/ 외전은 진짜 안 나온 것만 못한 작품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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