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 (2011) 2019년 전격 Z급 영화




2011년에 김지훈 감독이 만든 SF 괴수 영화.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해운대로 유명한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고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등이 주조연으로 나온다.

내용은 1985년에 7광구에서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에서 석유 채굴에 실패한 뒤 탐사가 중단되었다가, 2011년에 재개되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철수하려던 중, 1985년 때 석유 채굴을 했던 안정만 선장이 파견되어 그의 주선으로 철수를 미루고 탐사를 계속 하다가 괴물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레비아탄, 딥 라이징, 에일리언 등 과거 유명한 SF 괴수 영화를 이것저것 짜깁기해서 보다 보면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이 많이 나와 데자뷰 현상까지 느껴지는데 그런 것 치고는 정통 괴수물이라고 보기 좀 어려운 구석이 있다.

초반 40분가량은 괴물의 모습을 감추고 승무원이 하나 둘씩 살해당하면서 사건의 진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몰아세우며 ‘진짜 범인은 누구?’라는 의문을 던지는 스릴러로 진행되다가, 40분 이후부터 괴물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SF 괴수물로 바뀐다.

스릴러 파트에서는 괴수의 모습을 숨기다 못해 없는 거 취급하고 인간들이 저희들끼리 아웅다웅하면서 누구도 이게 괴수의 짓인지 의심하지 않으니 답답하다.

이런 저런 떡밥은 던지는데 영화 끝까지 회수가 안 된다. 여자 연구원의 시체에 묻은 정액과 비슷한 물질의 정체나, 석유 괴물의 새끼에게 상처 입은 것도 무슨 전염성이 있는 것처럼 예상하게 만들더니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걸로 나온다.

애초에 석유시추선에서 어째서 생물 배양실이 있고, 해저 생태 연구원이 스태프로 참여하는지 당최 이유를 모르겠다.

작중의 괴물은 석유를 먹고 휘발성 신체를 가진 괴물인데.. 어떤 습성을 가졌고, 무엇 때문에 사람을 해치는지 전혀 안 나온다. 그냥 세포 배양액을 주입해 금붕어만한 석유 생물을 크게 키웠더니 괴수가 돼서 사람을 해친다는 것 정도만 나온다.

인간에게 복수한다는 것도 자세히 나오지 않고, 새끼를 보호하는 것도 아니다. 내용 이해에 필요한 최소한의 부연 설명도 나오지 않고 그냥 괴물이 인간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한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설정 구멍까지 있어서 분명 작중에 괴수의 몸이 휘발성이 강해 한 번 불이 붙으면 24시간 탄다며, 괴수 성체는 불이 붙어도 금방 꺼지고 죽기는커녕 큰 피해도 안 입는데 작중 인물들은 화염으로 대적하려 하니 뭔가 말이 좀 안 된다.

이건 그냥 어지간한 SF 괴수물에서 화염 방사기 만들어 쓰니까 어거지로 넣은 느낌이다. 사실 이런 게 이 부분만 아노는 게 아니라 석유시추선에 달린 자폭 장치도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

보통, SF 괴수물의 우주선 내지는 우주 기지에 자주 나오는 자폭 장치가 석유시추선에 달려 있다니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석유시추선에 자폭 장치 달고 화염 방사기 쏘며 싸우는 영화라니 정신이 아득히 먼 우주의 저편으로 날아가는 느낌이다.

몇 번을 봐도 정말 안이하게, 괴수 그까이꺼 대충. 이런 자세로 만든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괴수 영화를 찍는데 괴수에 대한 애정이나 열의 같은 게 전혀 없어 보인다.

이 작품의 초고는 스릴러물이었고 본래 처음에 괴물의 등장씬이 별로 없었는데 나중에 노선을 완전 변경해 괴물을 적극적으로 등장시킨 것이라고 하니 장르의 발상 단계부터 단추를 잘못 낀 거다.

실제로 김지훈 감독은 언론 시사회에서 본인은 괴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는데, 과연 그래서 그런지 영혼 없는 괴수물을 만든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반부 이후로는 괴수가 나오는 컷이 많은데 영혼 없는 액션을 펼치는 괴수에 비중을 몰아줘서 상대적으로 인간들의 캐릭터성이 돋보이지 않는다.

드라마와 휴먼으로 풀겠다는 드립을 쳤지만 감동도, 인간도 보이지 않는다.

괴수의 CG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한국 영화의 영상 기술을 생각하면 평타는 치는 것 같지만 블록버스터 영화로선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작품의 제작 기간이 5년이나 걸렸는데 영상 기술이 5년 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의 개봉 시기인 2011년에서 딱 5년 전에 나온 봉준호 감독의 괴물 수준에서 제자리에 멈춰서 있다.

굳이 2011년 작품을 예로 들 것도 없이 그 이전에 트랜스포머, 아바타 같은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나왔다는 걸 생각해 보면 진짜 초라하다.

단순히 비주얼만 놓고 보면 심형래의 디 워가 더 낫다. 물론 디 워의 제작비가 300억이라 이 작품의 3배가 넘어가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디 워가 수작이란 말은 절대 아니다. 이건 그저 쌈마이 키재기일 뿐이다)

캐릭터로 넘어가면 일단 하지원이 연기한 여주인공 차해준이 매력이 너무 떨어진다. 터프한 여자지만 상하관계 개념이 없어서 상관한테 대들고 밑도 끝도 없이 석유 찾아내겠다며 7광구에 집착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개폼 잡는데 도무지 몰입이 안 됐다.

해준과 석유 괴물의 대결도 겉멋만 잔뜩 들었지 비장미는 없다. 괴수를 상대로 혼자 싸우면서도 계속 혼자 폼 잡으며 눈빛 연기하는 거 보면 여전사 카리스마 작렬이라고 실드 치기도 민망할 정도다.

특히 시추선 위에서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게 많이 나오는데 이건 윤제균 감독이 각본에 참여한 ‘퀵’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 정말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무슨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철쇄연환계로 엮은 함선 위에서 말 타고 달리는 것도 아니고)

그 누가 상상했을까? 영화배우로서의 하지원이 이렇게 망가질지는 아무도 몰랐을 거다. 오글거리는 똥폼 연기도 문제지만 배우의 연기력 이전에 각본의 문제가 크다.

각본의 문제란 걸 입증하는 게 여주인공뿐만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매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등등 분명 배우들 자체는 잘 알려져 있고 연기도 안정적일 텐데.. 본작에서 맡은 캐릭터는 너나 할 것 없이 밋밋하기 짝이 없고 배우 본인의 경력이나 명성을 생각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개그 담당 캐릭터인 도상구 역의 박철민, 고종윤 역의 송새벽은 초중반까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개그를 하다가 후반부에 가서는 너무 과장된 리액션을 선보이다 리타이어하고, 남자 주인공 김동수 역의 오지호는 과연 연인 관계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시한 러브 라인을 보여주다가 끝장난다.

웃음도 사랑도 죄다 기대 이하로 시시하기 짝이 없다. 특히 유머를 추가했다는 제작자 인터뷰의 말이 무색하게 상황에 맞지 않은 개그 애드립인 박스/박수는 그 전에 일상 파트 때 나온 상처 무용담 애드립에 버금갈 정도로 재미없는 개그였다.

국민 배우 안성기가 배역을 맡은 이정만 선장은 흑막으로서의 느낌이 전혀 살아있지 않은데다가, 그 마지막도 아마 각본에는 ‘비장한 최후’라고 적혀 있겠지만 연출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개죽음을 당한다.

그런 상황에서 맨 마지막에 홀로 살아남은 여주인공이 석유 파이프에 새겨진 동료들의 메시지를 보고 눈물짓는 건 하나도 공감이 안 되고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정신마저 멍하게 만든다.

되도 않는 휴머니즘으로 포장할 수준이 아닌데 기어이 저질러 버린 듯한 느낌이다. 아무리 한국 영화가 개그물이든, 진지물이든 마지막에 가서 싸구려 신파극으로 끝나는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니다. 최소한의 기승전결도 다 갖추지 않고 기-괴수한테 떼몰살-결 밖에 없는데 대체 어디에 감정 이입을 해서 눈물을 글썽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애초에 이 작품은 테마도 이해가 안 간다.

엔딩 때 7광구가 제주도에서 발견된 곳으로 석유 존나 많은데 한일 협정해서 개발하던 중 일본이 손을 떼 현재까지 개발 중단 상태에 빠졌고 2028년까지 개발을 재개하지 않으면 국제영토 분쟁 구역이 된다. 라는 글귀가 나오는데.. 설마 석유 괴물한테 사람 몰살당하는 영화보고 ‘7광구에 관심 좀 가져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나온 금강경과 디 워에 나온 아리랑과 함께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장면으로 꼽고 싶다.

스토리, 괴수, 캐릭터, 테마 전부 다 망했으니 답이 안 나온다. 스태프와 배우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이게 다 완성도 떨어지는 각본이 초래한 비극이다.

각본이 폭망 수준이라서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걸 빨아 들여 어둠의 저편으로 날려 버린다. 이건 흥행 감독도, 국민 배우도 못 살린다. 이런 시나리오에 100억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각본은 정줄 놓고 쓴 듯 보통 사람의 이해 범주를 벗어났으니 우주 저편의 위대한 의지 혹은 전능하신 하느님만이 이해 가능한 내용이라고 컬트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는 반면, 이 작품의 각본은 그냥 못 썼다로 심플하게 요약 가능한 것이 유일무이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비추천. 10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과 호화로운 캐스팅까지 갖추었지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된 3D 기술과 유명 괴수 영화를 짜깁기해서 독창성도 없는 데다가 바닥을 기다 못해 나락까지 떨어진 저질 각본 때문에 비주얼과 스토리. 무엇하나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못 만들고 재미없는 망작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작품이다.

거기다 괴수물에 대한 애정도, 열의도 느껴지지 않으니 실로 재앙 수준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한국 영화에 재앙을 초래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맞먹는 망작을 넘어선 흉작이다. 오죽하면 디 워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까지 했으니 말 다한 셈이다.

산 위에 구름이 있고, 구름 위에 하늘이 있다는 말을 뒤집어 땅 밑에 지하가 있고 지하 밑에 지옥이 있다는 걸 알려 주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하지원의 영화배우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로 남을 만 했다. 2014년인 올해, 조선 미녀 삼총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덧붙여 이 작품은 국내 최초의 IMAX 3D 영화였다.

추가로 개봉 당시 900여개의 상영관을 잡았지만 전국 관객 수는 240만 여명 정도로 마감되어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덧글

  • LONG10 2014/03/20 00:22 # 답글

    막장인간들만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만화 은혼의 테마, "밑에는 언제나 밑이 있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영화였죠.

    그럼 이만......
  • 먹통XKim 2014/03/22 12:14 # 답글

    네이버 괴수매니아 사이트에선 그나마 호평하지만 여긴 괴수물이란 점에서 그런 것뿐 ㅡ ㅡ....


    죽도 밥도 아닌 영화였죠

    본문에 무척 공감하는 보면서 지겨워서 감독에게 욕이나 처먹이고픈 영화였습니다.
    미국 B급 괴수 호러영화가 더 재미있었으니
  • 잠뿌리 2014/03/23 14:18 # 답글

    LONG10/ 한국 영화사에 이보다 밑인 영화는 정말 몇 개 없을 정도지요.

    먹통XKim/ 이 영화 만드는데 든 비용 100억으로 미국 B급 괴수 호러 영화 100편 만드는 게 훨씬 생산적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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