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더 자이언트 킬러 (Jack the Giant Slayer, 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3년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만든 판타지 영화. 원제는 잭 더 자이언트 슬레이어. 국내 개봉명은 잭 더 자이언트 킬러다.

내용은 알비온에서 먼 옛날 성직자들이 천국에 닿기 위해 마법의 콩으로 줄기를 만들어 하늘로 자라게 하여 그걸 타고 올라갔지만 땅과 하늘 사이에 있는 간투아에는 거인들이 살고 있어서 그들이 콩나무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들을 해치자, 클로이스트 왕국의 에릭 왕이 거인의 심장을 사용해 만든 왕관의 힘으로 그들을 지배하여 본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고 줄기를 베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가운데.. 거인과 콩나무 전설을 듣고 자란 잭과 이사벨 공주가 사건에 휘말려 옛 전설이 현실화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영국의 대표적인 민화인 잭과 콩나무를 베이스로 해서 판타지 영화로 만든 것이다. 유쥬얼 서스펙트,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에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감독의 명성을 생각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우선 등장인물의 매력이 떨어지다 못해 밑바닥을 기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주인공 잭 역은 웜바디스에서 R역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 조연은 가디언(로열 가드) 단장 엘몬트 역에 이완 맥그리거, 히로인 이사벨 공주 역에 엘리너 톰린슨 등등 메인 캐릭터들이 선남선녀지만 외모만 그렇지 캐릭터로선 어그로를 유발하고 있다.

정확히는, 어그로의 결정체가 이사벨 공주로 잭처럼 거인과 콩나무 전설을 듣고 자라 호기심이 왕성하고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자기보다 나이 많고 사랑하지도 않은 남자 로데릭과의 결혼을 거부하면서 사람들 몰래 왕궁을 빠져 나가서 멋대로 돌아다니며 초대형 사고를 친다.

작중에 거인의 힘을 이용해 왕국을 정복하려는 악당의 간악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설정이 밑밥으로 깔려 있긴 한데..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마법의 콩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된다면서 탈취한 수도사 아벨부터 시작해 어리버리하게 있다가 콩나무가 자라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잭, 모험 드립치며 가출했다가 소동을 일으킨 이사벨, 왕관 되찾으려다가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든 엘몬트 등등 주조연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인물이 작중에 벌어진 소동을 크게 키우는데 한몫 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공주에게 자유를 주지 않고 과잉보호하면서 키운 왕이 잘못이다!’라고 하기에는 사고뭉치 공주 때문에 벌어진 인명 피해, 재산 피해를 생각하면 진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혁명을 일으켜 공주 모가지를 자르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주변 상황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최악으로 치닫는데 이사벨과 잭은 공주와 농부라는 신분의 차이를 넘어선 연애질하느라 바쁘니 몰입이 잘 안 된다.

문제는 작중에 공주의 무책임한 행동을 모험심으로 포장하면서 자꾸 변호하려고 하니 진짜 보는 내내 공주 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었다.

안 그래도 스토리가 특별할 게 없고 정말 전형적인 모험담을 담고 있는데 캐릭터들까지 그렇게 나오니 총체적 난국이다.

거기다 설정까지 허술한 부분이 많다.

거인을 조종하는 절대왕관 같은 경우 그걸 쓰고 있으면 거인들이 복종하기는 하는데.. 모든 말에 다 복종하는 건 아닌지, 왕관을 소유한 사건의 흑막이 죽어갈 때 거인들이 방조하는 것도 그렇고 최초에 마법의 콩을 훔쳐간 수도사에 관련된 설정은 어느새 사라져 그가 언급한 수도원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전염병으로 부친을 잃은 잭을 10년 동안 먹여 살려온 삼촌은 콩나무 때문에 집이 날아가고 알거지가 됐는데 중간에 한 번 나온 뒤 끝까지 다시 나오지 않는다.

스토리를 떠나서 비주얼만 놓고 봐도 기대 이하다.

CG 기술만 놓고 보자면 간투아의 환경 묘사와 하늘로 치솟은 초대형 콩나무의 압도적인 스케일. 그리고 아바타에서 사용된 시물캠 시스템으로 제작되어 움직임이 한층 자연스럽고 얼굴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정 묘사도 풍부한 간투아의 거인들은 과연 블록버스터 영화라 할 만큼 잘 만들긴 했는데 문제는 연출이다.

타이틀이 잭 더 자이언트 슬레이어라서, 잭이 거인을 상대로 무쌍난무라도 펼치는 게 예상됐는데.. 실제로 작중에 거인은 엄청 많이 나오지만 그중에 사망자는 단 세 명이다.

그 셋의 죽음에 잭이 관여하고 있긴 하나, 정면 대결을 한 것도 아니고 요행으로 죽여서 거인들판 위기탈출 넘버원을 보는 것만 같았다.

잭이 주인공이고 자이언트 슬레이어라며 액션 다운 액션을 보여주지 못한 게 비주얼 부분의 치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프로 레슬링으로 비유하자면 자이언트 슬레이어라고 해서 작은 선수가 거인 선수를 쓰러트리는 ‘언더독’ 파이팅을 기대했는데 선수가 아닌 단장이 돼서 무형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 상황이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볼만한 부분은 영화 끝나기 30분 전부터 나오는 농선전이다. 거인 VS 인간의 전쟁 구도로 진행되는데 성문을 사수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게 인상적이다.

중세판 연노도 나오고, 해자에 펄펄 끊는 기름을 부어 타르 묻힌 불화살을 쏴서 불바다를 만들어 농성하는 인간 진영의 대응도 흥미롭지만 불타는 나무를 뿌리째 뽑아 던지거나, 망치, 종 따위를 집어던지며 거인의 공성을 보여주는 거인 진영의 공세도 박력이 넘쳐서 좋았다.

근데 사실 작중에 거인은 달랑 셋 명 죽을 정도로 인간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들이다 보니, 결국 인간의 힘으로 뭘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절대왕관의 힘에 의지해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가 나와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 못한다.

결론은 평작. 영상 기술은 발달되어 있지만 연출이 따라가지 못하고 스토리는 폭망 수준이라 가족 영화도, 성인 영화도 아닌 어중간한 작품으로 감독의 명성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아무리 니콜라스 홀트, 이완 맥그리거가 나와도 안 된다. 영화에서 중요한 건 배우의 미모가 캐릭터의 매력이란 걸 새삼스레 깨닫게 해준다.

잭과 이사벨의 민폐 활극 같은 건 집어치우고 인간 VS 거인의 본격 전쟁물로 만들었다면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이 나왔을 때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 표절설이 잠시 나왔었는데 실제로 본편 내용은 전혀 상관없다. 작중에 나오는 거인은 사실 거인 사이즈의 오크에 가까워서 갑옷 차림으로 나와서 무기도 사용한다.



덧글

  • 블랙하트 2014/03/11 19:05 # 답글

    성에서 싸울때 공성무기 맞은 거인들도 좀 죽지 않았었나요?

    우리나라에서야 '잭과 콩나무'(Jack and the Beanstalk)가 압도적으로 유명하지만 '거인 사냥꾼 잭'(Jack the Giant Killer)이라는 민화의 내용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국내 개봉명이 오히려 더 어울리는 제목일지도... 그리고 원래는 '잭 더 자이언트 킬러'로 제작되다가 중간에 제목이 바뀐겁니다.)

    http://en.wikipedia.org/wiki/Jack_the_Giant_Killer

    http://en.wikipedia.org/wiki/Jack_the_Giant_Slayer
    Jack the Giant Slayer (previously titled Jack the Giant Killer) is a 2013 American fantasy adventure film based on the English fairy tales "Jack the Giant Killer" and "Jack and the Beanstalk".
  • 눈물의여뫙 2014/03/11 19:05 # 답글

    마지막의 거인들 공성전 부분은 설명으로만 들으면 왠지 진격의 거인 짝퉁판일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유일하게 가치있는 부분이란 점에서 더 말할 필요가 없네요.
  • 어벙 2014/03/11 21:05 # 답글

    전 뮤지컬만 넣었다면 민폐캐릭들의 디즈니 영화가 될 것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전투씬은 거인이 물건 집어던지는 모습에서 전율을 받았지만 악당도 쉽게 죽고 공주는 삽질 잘하는등 말이죠.
    초반에는 반지의 제왕급인줄 알고 봤더니 그저그런 영화였습니다.
  • 먹통XKim 2014/03/14 08:11 # 답글

    미국에서도 괜히 망했을까요! 2억 달러나 되는 제작비도 엄청났지만 전세계 흥행 합쳐도 제작비조차 못 벌었죠
  • 잠뿌리 2014/03/23 14:03 # 답글

    블랙하트/ 확실히 쓰러지긴 했는데 죽은 건지는 좀 애매했습니다. 간츄아에서 인간의 무기는 별 데미지를 못 입히는 걸로 나와서요. 사실 잭이 거인 킬마크 찍은 것도 거인의 식칼이었으니까요 ㅎㅎ; 거인 사냥군 잭 만화가 있는 건 처음 알았네요.

    눈물의여뫙/ 공성전만 유일하게 볼만했습니다. 나머지는 영 아니었지요.

    어벙/ 공주의 존재가 진짜 이 작품의 암 덩어리 같았습니다.

    먹통XKim/ 브라이언 싱어가 이렇게 재미없게 만들 줄은 몰랐지요. 망해도 싼 영화입니다.
  • 블랙하트 2014/03/24 23:19 #

    아..... 만화(Comic book)가 아니라 민화(Fairy Tal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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