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Robocop.2014) 2014년 개봉 영화




1987년에 폴 버호벤 감독이 만든 영화를, 2014년에 호세 파딜라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

내용은 2028년 미국 디트로이트 시티에서 실력 있는 형사 알렉스 머피가 범죄 조직 보스 발론의 사주를 받은 히트맨이 자동차에 설치한 폭탄에 테러를 당해 재기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었는데.. 최첨단 로봇 테크놀로지 기술을 가진 다국적 기업 옴니코프사에서 로봇 경찰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인간의 감정을 가진 로봇을 구현하기 위하여 머피를 개조해 로보캅으로 재탄생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과의 차이점은 꽤 많은데 로보캅 탄생 경위부터 좀 다르다.

본래 원작에서는 경찰인 머피가 악당들과 싸우다 큰 부상을 당해 뇌사 상태에 이르자, 그의 본 소속인 OCP에서 새로운 경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로보캅 계획을 채택하여 전신에 티타늄을 두르고 최신 설비로 무장한 사이보그 경찰로 탄생한다.

반면 본작의 머피는 형사 출신에 뇌사 상태가 아니라 전신 화상에 몸의 일부가 날아가, 머리, 장기, 손 등 신체 일부만 남긴 채 사이보그로 개조되었고 아머 디자인도 은색의 번쩍이는 티타늄이 아닌 검은색에 철갑보다는 고무 재질 느낌 나는 아머로 바뀌었다.

같은 의미지만 느낌은 좀 다른, 로보캅 같은 사이보그가 아닌 가면 라이더 같은 개조인간 같은 느낌이랄까. 이동 기체가 자동차에서 오토바이로 바뀐 것도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준다.

로보캅이 갖는 고뇌도 다른데 원작의 머피가 처음에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기억을 되찾고 인간성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지만, 본작의 머피는 처음부터 기억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성을 되찾기보다는 가족애를 중시하고 있다.

본래 원작에서 히로인 포지션을 맡고 있던 로보캅의 동료 앤 루이스가 본작에서는 잭 루이스라는 흑형으로 나오고, 작중 머피의 아내 클라라가 히로인이 된다.

원작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적지 않게 나와 성인 등급 영화였으나, 본작은 시청 대상 연령층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로보캅이 가족애를 중시하는 것도 가족 영화 느낌을 강하게 주지만, 그 이외에 액션적인 부분의 설정과 연출을 봐도 수위가 많이 낮아진 편이다.

로보캅하면 흔히 떠오르는 주무기는 허벅지에서 꺼내 든 베레타인데.. 여기서는 한 손에 권총. 다른 손에 서브 머신건을 들고 수평으로 든 채 쌍권총 쏘듯 사용하며, 그나마 둘 다 테이저건에 가까워 실탄이 아닌 전기 충격탄이라서 아무리 쏘아 맞춰도 피 한 방울 안 나온다.

거기다 보통은 ‘이잉-치킹. 이잉-치킹’하는 입소리로 친숙한 느릿하고 무게감 넘치는 로보캅이, 달리다 못해 이리 몸을 날리고, 저리 몸을 날리며 총을 쏘니 옛날 로보캅과 달라도 너무 달라져 적응하기 좀 힘들다.

슈퍼 로봇대전으로 비유하면 슈퍼 로봇에서 리얼 로봇으로 바뀐 것이다. 기동성을 얻는 대신 장갑이 크게 약화됐는데 원작에서는 방탄 효과가 뛰어난 철벽의 아머를 자랑했지만 본작에서는 50구경 이상의 무기를 맞으면 위험에 처할 정도로 방어력이 하락했다.

근데 사실 그런 것 치고는 본작에서 큰 위기 상황은 몇 번 안 나온다. 가족애에 치중하느라 액션의 비중이 원작보다도 한참 떨어져서 그렇다. 실제로 총질 액션씬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나온다.

배경 역시 원작은 자본주의가 지배해 경찰 기관마저 민영화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구축해 블랙 유머와 풍자, 사회 비판이 가능했는데 이번 작은 그런 부분이 오히려 더 약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로보캅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할 정도로 치안이 엉망인 범죄 도시 디트로이트가 리메이크작에서는 로보캅의 존재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의 보통 도시가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로보캅의 존재 당위성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라스트씬인데 원작에서 정말 최고의 장면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만한 그 씬과 비교하면 너무 임펙트가 약하다.

가족 영화로서는 해피엔딩이겠지만, 나는 로보캅을 보러 온 거지 가족 영화를 보러 온 게 아니라는 마음의 소리가 계속 울렸다.

만약 이 작품이 로보캅이 아닌 다른 작품이라면 문제가 될 게 없을 텐데, 로보캅이니까 원작과 비교할 수밖에 없고 거기서 차이가 크게 날수록 괴리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원작과 다른 것 중 본작이 더 나은 점도 몇 가지 있기는 하다.

우선 근미래 기술력이 충분히 느껴지는 설정이다. 로보캅이 자신에게 기록된 범죄자 신상을 실시간으로 조회해 도시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누가 어디 있는지 한눈에 파악해 움직이는데 꽤 박진감이 넘친다.

사실 로보캅이 직접 싸우는 것보다 그런 탐문, 수색, 추적 등이 더 볼만 했을 정도다.

또 로보캅이 본작에서는 처음부터 인간일 때의 기억과 감정을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가 개조당해 로봇이 되었다는 걸 자각한 순간의 리액션이나 비주얼적인 표현이 원작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 이외에 사뮤엘 잭슨이 배역을 맡은 방송 진행자 팻 노박이 본작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프로파간다 일장연설이 기억에 남는다.

결론은 평작. 로보캅 원작을 생각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데 원작과 별개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그냥저냥 볼 만한 SF 사이보그 영화다. 그런데 이게 로보캅 리메이크니까 극장에 보러 간 거지, 로보캅 리메이크가 아니었으면 굳이 볼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이 작품의 딜레마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사실 로보캅보다는 오히려 배트맨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실제로 등장 배우들이 배트맨 영화판에 출현한 배우들이다.

옴니코프사 사장 셀러스 역을 맡은 배우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에서 배트맨 브루스 웨인을 연기한 마이클 키턴, 로보캅을 만든 노튼 박사를 연기한 배우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에서 고든 서장 역을 맡았던 개리 올드먼이다.



덧글

  • 먹통XKim 2014/03/04 23:53 # 답글

    그때문인지 흥행은 별로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전국 100만 겨우 넘기고 막내리는 분위기..

    미국에서도 개봉 3주가 넘은 현재 제작비 절반 겨우 벌어들인 걸 보면 흥행은 글렀더군요
  • 블랙하트 2014/03/05 07:33 # 답글

    원작과 비교하면 등장인물의 역할도 많이 바뀌었더군요. 일부러 의도한건가 싶을 정도로 원작과 정반대인 부분이 많던데... (인종이나 성별 바뀐건 기본이고 악당과 아군의 역할도)
  • 남채화 2014/03/05 09:07 # 답글

    감상글 읽어보니 로보캅의 존재에 대한 당위성도 좀 없나보네요.
    원작은 막장으로 치닫는 치안+거대기업의 횡포+좀더 강력하지만 휘두르기 쉬운 경찰인력 요 세가의 합이 로보캅이었는데...

    게다가 아직 안봤지만...로보캅에서 로보가 빠졌다는 느낌이 드네요.
    원작의 로보캅은 확실히 로봇이라고 부를 법한 메카닉이었던 반면 이번 로보캅은 거의 사이보그고.
    영화의 엑션성을 위해 그런 설정을 한거겠지만 아쉽네요.
  • 잠뿌리 2014/03/10 09:51 # 답글

    먹통XKim/ 최근 이 작품의 월드 와이드 흥행이 2억달러를 돌파했다고 하는데 북미 흥행은 시원치 않지만 해외 흥행이 잘된 모양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많이 봤다고 하네요.

    블랙하트/ 원작에서 선했던 디트로이트 경찰서장이 본작에선 악하게 나오죠. 그 외에 루이스가 백인 여경에서 흑형으로 바뀐 것도 큰 변화고요.

    남채화/ 오리지날 로보캅을 생각하면 아쉬움만 남습니다. 너무 가족 오락 영화로 바뀌어서 그렇지요.
  • 뷰너맨 2014/03/25 11:59 # 답글

    정말... 이 영화를 볼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걸 생각은 했는 것 같은데 방향을 정말 잘못 잡은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론 로보캅 답게 기계적인 모습과 기능. 능력이 강조되어 그걸 발판으로 박터지게 싸우는 모습도 로보캅의 볼거리라고 생각 합니다. 디자인 자체는 개별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지만, 로보캅으로선...? 원작 디자인이 몇배는 멋진 녀석으로 느낄 정돈데... 샤프한 모습 보단 로보캅이라면 육중한 방탄능력이 기본이어야 한다는 기대는 그냥 사라졌고(...현실적이긴 하지만, 애초에 로보캅에 현실성을 기대한 건 아니잖습니까.)

    어째 영화가 당초 계획이나 최초의 시나리와는 다르게 어쩐지 애매하게 도중에 방향이 바뀌어서 변한 것 같은 모습으로 느껴집니다.
  • 잠뿌리 2014/03/30 09:24 # 답글

    뷰너맨/ 사람들이 기억하는 철갑 로보캅 이미지가 고무 로보캅으로 변한 게 매우 아쉬웠지요.
  • 궁디팡팡 2014/05/14 01:02 # 답글

    속편 생각하고 이번것은 떡밥뿌리기 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흥행이 망이면 속편따위는 이미..
  • 잠뿌리 2014/05/17 13:09 # 답글

    궁디팡팡/ 후속작이 나오면 또 얼마나 원작과 달라질지 그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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