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승룡 삼국지 (1995)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일본의 론에서 PC용으로 만든 삼국지 시뮬레이션 게임.

내용은 중국 후한말 동탁의 난부터 시작해 적벽대전 종료 직후까지의 삼국지 이야기다.

일본제 삼국지 게임이지만 그쪽에서 유명한 코에이의 삼국지와 다른 점이 많다.

일단 시나리오의 수 자체는 달랑 4개뿐이라 상당히 적은 편이다.

황건적의 난, 동탁의 난, 군웅할거, 적벽대전까지만 나온다. 정확히는 적벽대전이 벌어질 때가 아니라 종료된 직후로 유비가 형주를 취하고 형주 남부(영릉, 계양, 무릉, 장사)등을 치기 직전의 시기다.

그런 관계로 게임 내 등장 장수의 수 자체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편이다. 동탁의 난 때 유언, 군웅할거 때의 공손찬 같은 경우 본인을 포함해 자기 세력 장수가 2명밖에 없다.

고증적인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점이 있다. 예를 들어 동탁의 난 시나리오에서 계, 북평을 점거한 군주가 본래 성도에 있어야 할 유언이라거나, 장막이 군주로 분류되어 있는 걸 손에 꼽을 수 있다. (근데 장막 이름이 조막으로 번역된 건 함정)

게임 조작은 오로지 마우스 하나로만 다 가능하며 게임 진행은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며 화면 우측 하단에 시간이 타임워치마냥 빠르게 지나간다. 상대적으로 턴제 시뮬레이션처럼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없다.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만큼 커맨드 입력 방식도 턴제 시뮬레이션과 완전 다르다. 커맨드를 선택하면 바로 실행되는 게 아니라, 지정의 형태로 위임시켜놓으면 그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커맨드로는 궁중, 무한당, 내정부, 무후사, 병기창, 군부, 참모부, 외교부, 기능 등이 있는데 이 커맨드의 특성은 플레이어 세력에 소속된 장수에게 관직을 주면서 내정,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관직이 중요한 시스템이라서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역사 그대로의 관직으로 진행하는지, 다 리셋하고 가상의 관직으로 진행하는지도 고를 수 있다.

궁중은 임관, 수도 이동, 후계자 결정, 영토봉록 등을 고를 수 있는데 여기서 궁중은 군주 소재지만 가능한 커맨드로 승상 관직을 부여할 수 있다.

수도이동은 군주의 소재지를 변경하는 것인데 게임 내 모든 명령은 수도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다.

오직 수도에서만 병력을 충원하고 재편성, 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길이 하나로 통하는 교차로이면서 동시에 인구가 많은 곳을 수도로 삼아야 한다.

후계자 결정은 만약 군주가 사망했을 때 차기 군주를 고를 수 있는 거다. 이게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주가 사망하면 장수들의 충성도와 치안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충성도와 치안이 하락하면 반란이 일어날 확률이 늘어난다.

그리고 이 게임은 생각보다 장수 사망률이 엄청나게 높다.

시작한 지 몇 분 안 되서 전염병이 발생해 장수가 치료도 못해보고 죽어 버리는 일도 발생할 정도다. 수명이 다한 것도, 싸우다 죽은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죽어 버린 것이다.

병사 이외에 말에서 떨어져 낙사 당하거나, 원한을 사서 독살 당하는가 하면 전투에서 끌려가 참수 당하는 등등 장수의 사망 플레그가 너무 많아서 본의 아니게 참신한 점이 되고 말았다. (이건 무슨 삼국지 게임계의 데스노트여 아주)

그래서 아예 무후사라고 해서 사망 장수 정보창까지 따로 있다.

무한당은 관직을 받지 못한 대기 장수 정보창이다. 소속 장수 수가 많아서 모두 관직에 다 임명하면, 관직을 받지 못한 장수는 다 잉여 신세가 되지만 장수 사망률이 워낙 높은 관계로 곧 대체 인력이 된다.

장수 등용은 커맨드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전투에서 사로잡은 적장을 설득하거나 재야 장수가 알아서 임관을 청해오길 기다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아군 소속 장수의 자식들이 나이가 차면 자동으로 아군에 편입되기는 하지만 본작 게임 시나리오가 삼국정립은커녕 입촉까지도 가지 않은 관계로 크게 도움이 되는 요소는 아니다. 아니, 그 전에 자식 세대 장수들이 나올 때쯤 부모 세대 장수들이 각종 재난으로 사망해 있을 걸 생각해 보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다.

장수의 능력치는 전투, 군사, 외교, 내정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수치는 별로 표시된다. 최고는 검은 별 3개. 최하는 하얀 별 1개다.

능력치가 시간의 영향을 받아 관직에 임명해 일을 오래 한 장수가 새로 임명된 장수보다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관계로 능력보다는 경력이 중요하다. (본격 삼국지계의 공무원 철밥통인가)

장수 초상은 진짜 완전 잡게임 느낌 나게 무성의하게 그려졌다. 특히 여포 초상이 역대 삼국지 게임 중에 최악이라고 할 만한 게 진짜 듣보잡 장수 느낌 난다.

그나마 네임드 장수들은 얼굴 초상이라도 있지, 거의 대부분의 장수들이 얼굴 초상 하나 없이 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본작에 부여할 수 있는 관직은,

내정부는 ‘사공>종정>대사농>소부>호부상서=식료총감.’
병기창은 ‘집금오>무고령>고공령>사금도위.’
참모부는 ‘녹상서사>상서령>상서>군사>부군사>광록대부.’
외교부는 ‘사도>대홍로>시종>태복>정위>사무감찰찰관>감찰관.’
군부는 ‘대장군>태위>태상>광록훈>위위>표기장군>거기장군>좌장군>우장군>아문장군>장군>편장군>중랑장>교위.’

이렇게 종류가 엄청 많다. 본래 있어야 할 내정 커맨드가 관직 임명으로 바뀐 만큼,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다.

치안, 식량 보급, 무기 개발과 생산 등 전부 다 다 관직 임명을 해서 발동하고 유지해야 하니, 상대적으로 휘하 장수 수가 적은 군주의 게임 플레이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군비(금)나 상업, 농업 등의 내정 발전 개념이 따로 없어서 장수가 적으면 불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못한 채 망하는 수준은 아니란 거다.

관직 임명 이외에 사용 가능한 커맨드는 외교 커맨드 정도 밖에 없다. 동맹, 항복권고, 성설득, 공격의뢰, 원군의뢰 등을 고를 수 있다. 공격의뢰, 원군의뢰는 동맹 상태에서만 실행 가능한 커맨드다.

여기서 특이한 건 ‘성설득’인데 이건 아무도 차지 않은 빈 성을 대상으로 해서 외교부를 파견해 해당 성을 설득해 편입시키는 것이다.

보통, 기존의 전략 게임에서 빈 땅에 쳐들어가 점거하는 것과 다르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땅을 얻는 것이라 특이했다.

성설득이나 전투를 통해 타국의 성을 점령하면 성 인구의 1/10이 아군 병사가 된다.

모든 건 수도에서 결정을 내려 자동으로 진행되니 관리, 감독이 따로 필요한 게 아니며 장수 자동 임관 시스템과 성 병력 추가를 생각해 보면 성은 무조건 많은 게 유리하다.

반대로 타국과 전쟁을 할 때는 공략할 성이 많아도 수도만 노리고 주위로부터 고립시키면 된다.

군단 편성은 도독, 참군, 부도독x2 선봉, 군단장수x5 등 최대 10명까지 편성이 가능하다. 이것도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지정해 놓아야 한다.

전투는 전장과 성이 한눈에 보이는 코에이의 삼국지 3 화면과 같지만 진행 방식은 전혀 다르다. 전투 역시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며 부대의 커맨드를 선택하면 알아서 움직인다. 즉, 부대의 행동 방침만 고를 수 있지 직접 컨트롤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도독은 전투에서 본진 지휘, 부도독은 퇴각 및 본진 전멸 시 남은 군사 지휘, 참군은 군사 역할, 선봉은 CPU가 조종하는 것으로 앞장 서 나가서 길을 열고 그 아래 군단장들만이 장수 출진으로 행동 방침을 정할 수 있다.

본진 지휘를 할 때는 본진공격, 본진방어, 장수 출진, 참군위임, 총퇴각, 전투개시 등의 부대 전체의 방침을 한 번에 고를 수 있다. 총방어부터 총퇴각까지가 선택 커맨드고 전투개시는 실행 커맨드다.

군단장을 대상으로 한 장수출신의 하위 커맨드로는 추격, 귀환, 수비, 적진돌격, 유격, 참군위임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전투가 벌어지면 적군, 아군이 공격이 됐든 방어가 됐든 성 밖에 본진을 설치한 다음, 출진 장수에게 병력을 배분해준 다음 행동 방침을 정하고 전투 개시를 클릭해서 진행한다.

총 10개의 군단 편성이 가능하다고는 해도 하나의 성에는 2개의 군단이 주둔 가능하고, 최종 결정은 수도에 주둔한 군단의 본진에서 내린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의 성에 주둔한 군단이나 행동 방침에 따라 움직이는 군단에게 전령을 보내 새로운/수정된 방침을 전할 수 있는데 이것도 리얼타임이다 보니 전령이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걸린다.

군단 최대 병력 수는 18만이며 군단 내 지위에 따라서 배분되는 병력 수에 차이가 있다. 도독은 기본적으로 총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별 부대로서의 최대 병력은 50000. 부도독은 30000, 선봉은 20000. 군단장들은 최대 10000까지 배분 받을 수 있다.

뭔가 시스템 설정은 거창하지만 솔직히 전투의 재미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병기창이 무기 개발, 생산은 가능하지만 이건 단순히 군단의 무장도 개념에 가까워서 병과 개념이 아니다.

계략, 일기토 같은 것도 하나 없이 오로지 공격, 수비만 할 수 있어서 그렇다. 그것도 플레이어가 직접 방침을 정할 수 있는 건 야전과 공성전 때뿐이고, 농성전을 하면 방침조차 정할 수 없이 자동으로 전투가 진행된다.

결론은 평작. 내정, 전투 커맨드를 관직 임명으로 대체한 게임 플레이가 매우 참신해서 아이디어 자체는 좋은데.. 리얼타임 방식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오히려 게임 플레이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바람에 재미가 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코에이의 본가 삼국지 시리즈에서 관직은 벼슬 이름 밖의 의미가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게임은 그걸 메인 시스템으로 사용해 특색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 역대 삼국지 게임 시리즈 중 가장 군주 관점에 집중한 게임으로 남게 했다.

군사 중심의 삼국지 게임인 와룡전과 더불어 인상적인 삼국지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후속작인 용왕 삼국지도 한글화되어 정식 발매됐다.



덧글

  • Halkrine 2014/02/19 19:15 # 답글

    어렸을 때 접했는데, 용왕이나 이거나 코에이 삼국지랑 달라서 시스템 적응에 실패해 바로 접어버렸던 기억아 납니다.

    뭐가 밖으로 나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당최 알 수 없었던 그 때..
  • 잠뿌리 2014/02/20 14:25 # 답글

    Halkrine/ 이 게임은 진짜 코에이 삼국지랑 너무 다른 시스템이라 적응하기 좀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메뉴얼을 보지 않으면 당최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지요.
  • 시즈마루 2019/05/30 02:38 # 삭제 답글

    이 게임 갑자기 생각나서 검색해봤는데 잠뿌리님이 알고 계시는군요~ 의외로 리얼리틱한 면도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예를들어서 조조가 절반먹고 시작하는 시나리오에서 약소국인 유비를 선택하고 휘하장수를 대장군 등의 어처구니 없는 관직에 앉히면 조조가 즉각 공격해 오는등으로요~ 관직 관리가 재밌었던 게임입니다. 게임의 버그로 전투를 일으키고 아무것도 안하고 10-20일 정도 그냥 보내고 성벽등 공격에 내보내면 아군은 아무도 안죽는 버그가 있었죠 ㅋ 재밌게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 잠뿌리 2019/05/31 13:34 #

    버그 이용을 잘하면 게임 플레이가 한층 쉽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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