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녀삼총사 (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박제현 감독이 만든 코미디 영화. 하지원, 강예원, 가인이 주연을 맡았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헐리웃 영화 미녀 삼총사를 차용한 영화다.

내용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무명 선생의 지휘 아래 있는 현상금 사냥꾼 진옥, 홍단, 가인이 십자경을 이용해 청나라와 결탁해 조선 왕조를 전복하려는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2012년 개봉 예정작이었던 게 2014년인 올해가 돼서야 개봉됐다.

진옥은 무기 발명을 하고 가끔 푼수짓을 하는 허당녀(내지는 도짓코), 홍단은 머리는 나쁜데 정은 깊고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전형적인 힘캐. 가인은 쿨시크하고 노련한 전투 기술로 동료를 서포트하는 보조캐. 이렇게 삼총사 멤버들은 각자의 개성과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게 겉으로만 그럴 듯하게 보인다는 거다.

우선 이 삼총사 설정이 뭐 하나 새로운 것 없이 흔해 빠진, 진부한 설정인 데다가 홍단과 가인은 초반에 잠깐 개그 기반의 단독 스토리가 나오는데 그게 고부간의 갈등, 송새벽과의 열애 등이라 아주 짧게 끝난 반면.. 진옥의 원수, 첫사랑,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본편 전체의 메인 스토리로 급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홍단과 가인이 쩌리 취급된다.

오로지 진옥에, 진옥을 위한, 진옥을 위해서 존재하는 스토리로 보일 만큼 진혹 혼자 포커스를 몰아서 받는데 나머지 둘은 조연 이하 단역 밖에 안 되니 삼총사란 말에 어폐가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진옥 스토리가 진짜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거다. 다른 멤버들 나올 때는 다 개그 치는데 진옥 스토리만 나오면 혼자 정색하고 진지 빨고 있으니 온도차가 너무 크다.

아버지의 원수이자 어린 시절 사랑하던 이가 기억 상실에 걸려 적으로 나와서 첫 번째 만남에 헉하고 놀라며 정줄 놓아 임무 실패. 두 번째 만남도 헉하고 놀라며 방심하다 당해 사경을 헤매고 세 번째 만남에 가서야 진실을 알게 되니 전개가 늘어져도 너무 늘어져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이것 때문에 이 작품은 순수 개그 영화라고 할 수 없고 삼총사의 균형이 깨져서 무늬만 삼총사가 됐다. 하지원 하나 믿고 거기에 올인한 것 같은데 그게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 것 같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미녀 삼총사를 표방한 건지 모르겠다.

진옥은 분명 주인공이지만 그 존재 자체가 이 작품 본편에 독으로 작용한 캐릭터로서 안 좋은 의미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홍단, 가비가 쩌리라고 해도 진옥보다는 훨씬 나은데 그래도 애네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 캐릭터 역할을 충실히 지켜서 그렇다.

근데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개그 파트마저도 재미가 없다는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그가 너무 구식이다. 가슴 만져 보고 ‘어 너 남자네?’라는 빈유 드립부터 시작해서 중세 시대 잠수복 입고 화살 다 튕기며 ‘헤헤 얼마든지 쏴 봐’ 이러다가 머리 일점사 당해 쓰러지는가 하면, 싸움 잘하는 척 하다가 얻어터지고 폭발물인지 모르고 만졌다가 터진다거나 실시간으로 방어벽을 쳐서 안에 갇혔는데 나가는 방법을 모르는 것 등등 진짜 무슨 21세기가 아니라 20세기 개그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어서 세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아무리 퓨전 사극이라도 해도 브레이크 없이 막 나가는 고증이다. 배경은 조선 시대로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국가전복을 노리는 역적의 무리가 나오는데 하이라이트 무대는 벽란도(고려 시대의 국제 무역항)다. 미녀 삼총사의 디폴트 복장은 일본의 쿠노이치 복장 같은데 개봉 1년 전 포스터가 공개됐을 때부터 왜색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작중 진옥은 요요 두 개로 무쌍난무를 펼치고, 홍단은 킥보드를 타며 박치기로 기왓장을 격파하고 빨간 플라스틱 검도 스틱을 철편처럼 휘두르는가 하면, 가인은 조선 시대인데 혼자 눈에 아이 라인 그리고 나온다.

극후반부에 가서는 미녀 삼총사 셋이 아라비아 무희로 변장을 해서 밸리 댄스를 추니 진짜 보는 내내 정신이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날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아예 정줄 놓고 퓨전 사극에 완전 올인해서 온갖 신식 물품을 다 동원해 초전개를 보여줬다면 ㅂㅅ같지만 멋져!라고 탄성을 지를 텐데.. 사실 그것도 그냥 초중반에 한 두 번씩 잠깐 보여주는 것으로만 그친다. 진옥의 요요 무쌍을 제외하면 나머지 삼총사 무기는 잘 나오지도 않아서 기억에서 사라진다. (아, 근데 확실히 정색한 얼굴로 요요 휘두를 때마다 악당들이 서너명씩 우르르 쳐 날려지는 거 보고 있으면 뭔가 내 상식 내성을 굴려서 태클을 걸어야 할지 말지 의지력을 시험 받는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스토리 자체가 좀 허술해서 이게 줄거리상 말로만 조선의 위기지, 본편 내용을 보면 그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작중에 나오는 십자경은 청나라에 대한 반역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청나라 지도가 담겨 있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증인이 따로 있는 상황이라서 증거품, 증인 둘 다 청나라로 넘어가면 조선이 뒤집어진다는 게 주된 배경 설정인데.. 여기서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악당들이 너무 수동적이란 점에 있다.

악당들이 뭔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너무 여유를 부려가서 주인공 측의 잠입, 반격의 기회를 너무 많이 주는 관계로 십자경을 둘러 싼 첨예한 대립, 갈등 같은 건 안 나온다.

그냥 재미없고 지루한 진옥의 단독 스토리 진행하면서 십자경을 ‘이것 때문에 애들이 엮인다.’ 정도의 효과로서 거두는 보조 장치일 뿐. 조선의 위기도 단지 배경 설명 한 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건 무명 선생 배역을 맡은 고창석과 포도청에서 파견된 송 포졸을 연기한 송새벽이다. 이 둘이 나오는 씬은 그나마 괜찮았다. 각본 자체의 재미라기보다는 배우들의 개성과 개그 연기로 제 몫을 했다.

결론은 비추천. 캐릭터, 고증, 스토리 등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전부 최악 중에 최악으로 재미와 완성도.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치다 못한 재난급 작품으로 2014년 올해 나온 영화중에 일단 최흉의 영화로 손꼽을 만하다.

신은 하지원한테 드라마복은 주셨지만 영화복은 주지 않으신 것 같다. 이정도되면 진짜 하지원이란 이름 석자가 흥행부도 수표다. 7광구 찍을 때만 해도 하지원의 필모그래피 사상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밑이 나왔으니 진짜 세상일은 속단할 수 없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전국 관객 47만명을 끝으로 단 2주만에 상영관이 다 내려가 VOD 서비스를 개시했다.



덧글

  • 애쉬 2014/02/16 12:40 # 답글

    인트로까지는 재미나고 볼만했다는게 더 무서웠어요 ㅎㅎㅎ
    연출과 극본이 구리면 아무리 설정과 연기 좋아봐야 이 모양이구나 싶은 교과서적인 작품

    영화 사무라이 픽션 닮은 그림들이 몇군데 나오더군요...
  • 잠뿌리 2014/02/17 09:10 # 답글

    애쉬/ 인트로까지만 딱 볼만했습니다. 인트로대로 본편을 만들었으면 이렇게 최악의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ㅎㅎ
  • 김전일 2014/02/19 22:16 # 답글

    한줄평들이 재밌더군요. 클레멘타인처럼...
    이걸 극장에서 보셨다면 애도를 표합니다.
  • 잠뿌리 2014/02/20 14:26 # 답글

    김전일/ 국내 관객 47만명 중의 1인이 됐지요. 넛잡하고 이거하고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 어느 쪽이 더 돈 아까웠는지 살짝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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