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영웅의 부활 (The Last Supper.2012) 2013년 개봉 영화




2012년에 루 추안 감독이 만든 초한지 영화. 원제는 왕의성연. 한국에서는 2013년에 초한지 영웅의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내용은 한나라 초대 황제 유방 말년의 이야기다.

유방의 독백과 한신의 목을 받아보는 부분에서 시작되는데 전반부는 유방이 과거 항우와 싸우던 이야기, 후반부는 현재 한신을 처형시키는 게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중 오프닝에 나오는 유방의 독백이 생전에 자신이 무서워한 두 사람이 있는데 한 명은 항우고 다른 한 명은 한신이라고 해서 기존의 초한지 소재 영화와는 다르게 한신 토사구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사실 항우는 본작에서 그렇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작중 배경이 이미 유방이 천하를 평정해 초대 한 황제가 된 뒤 고령의 나이에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치매까지 와서 오늘 내일 하는 사이 여치가 암암리에 공신들 숙청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보니 그렇다.

이런 내용이기 때문에 오히려 초한지 막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한신의 토사구팽이 부각되는 것이다.

항우와 관련된 에피소드 중에서 중요하게 나오는 건 홍문연의 연회 정도인데 사실 이것도 그렇고, 항우에 대한 인물 평가도 한신을 거들 뿐으로 나온다.

홍문연에서 유방을 지킨 게 장백, 장량, 번쾌가 아니라 실은 한신이며, 한신은 유방을 진심으로 따랐지만 유방의 묵인 하에 여치에 의해 숙청당한다.

한신 숙청의 이유가 항우가 몇 번이나 항우와 여치를 죽일 기회가 있었는데 놓아주었다가 패자가 됐으니, 그런 일을 반복할 수 없다는 것으로 나온다.

작중에 일찍이 유방이 입에 담은 말이고, 이후에 한신이 장량의 집에서 지낼 때 입에 담아 숙청의 계기가 된 말로 ‘왕후장상영유종호’가 나오는데.. 사실 이게 본래는 진승이 난을 일으켜 장초를 세우고 ’세상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라고 한 말이다.

미장센이 인상적인 부분은 홍문연에서 유방의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항장의 검무에 목숨을 위협 받는 부분이 완전 무슨 호러 스릴러처럼 나온다.

여치의 공신 숙청이 주된 내용이니 만큼 유방이 기거하는 장락궁의 분위기도 굉장히 어둡고 음침하다. 장락궁 배경 묘사도 그렇고 환관들 묘사에 특히 신경 많이 썼다. 기본자세와 걸음걸이, 복식 등등 고증에 맞춰 디테일하게 나온다.

과거 회상 속의 항우는 날카로운 인상에 호리호리한 미남으로 나오는데 다른 건 둘째치고 사용하는 무기가 칼자루가 창처럼 긴데 칼날은 왜검 대태도 같은 걸 쓰고, 최후에 남은 부하들 진용이 영화 300의 검방 정예 부대를 연상시켜서 기억에 남는다.

난폭하고 거칠기보다 귀족 출신에 고상하고 관대한 군주로 나와서 욕망으로 가득한 유방과 정반대다. (외모만 놓고 보면 선덕여왕에서 비담을 연기했던 김남길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본작의 항우는 피 비린내 나는 전투와 좀 안 어울리는 느낌을 주며 애초에 본작에서 전쟁, 전투 자체가 거의 안 나온다.

작중 전쟁씬은 다 합쳐도 홍문연에서 벌어진 검무보다도 짧다. 그냥 돌격 앞으로! 이런 대사만 나오고 실제로 싸우는 건 거의 안 보여주는 수준이다.

그 때문에 항우의 결사대나, 항우 자신의 마지막 싸움도 유방군에게 발리다 처참하게 죽는 장면만 묘사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포스터의 ‘대서사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완전 낚시 멘트로 그거 보고 서초패왕 항우의 무쌍난무를 기대하고 보는 사람은 뒤통수 맞은 심정을 느낄 것 같다.

본작은 액션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한 사극이다.

과거 회상 속 항우편이 끝나 현대 한신편으로 넘어가면 어째서 유방이 정줄을 놓고 한신을 의심했고, 한신은 또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그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한신의 죽음에 관련된 미장센은 오로지 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한신이 생전에 남긴 말인 토사구팽은 나오지 않는다.

본래 소하와 여치에 의해 유인 당해 죽은 것도 본편에서는 유인이라고 할 것도 없이 형장을 향해 가는 것처럼 나오고, 한신 숙청의 방법을 알려준 게 장량으로 나온다.

여치에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 나오고, 소하, 장량, 한신 등 셋이 개국공신으로서 나름대로 서로를 생각하기 때문에 한신의 최후 때 보인 소하, 장량의 리액션이 비장함을 더해주고 있다.

한신이 유방을 생각하는 마음과 주마등의 기억이 워낙 인상적이라 상대적으로 유방이 말년에 정줄 놓고 죽는 씬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명색이 주인공이라 유방의 죽음과 함께 본작이 끝나지만 감정 이입이 안 된다. 어떻게 포장하고 미화를 해도 역시 토사구팽은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등장인물 중에 한나라 진영에서 주연은 유방, 여치, 장량, 소하, 한신 등이고 번쾌, 하후영은 단역이고 진평, 조참, 주발, 관영 등은 나오지도 않는다.

의외라고 할 만한 건 본래 항우 휘하에 있다가 유방 쪽에 붙은 항백이 원작 초한지보다 더 비중이 올라간 점이다. 본작에서 홍문연이 유방 생애 가장 어두운 일로 묘사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원작 초한지에 나온 홍문연에서의 활약은 물론이고, 여후의 숙청 대상이 되어 유씨 성을 하사 받으러 가던 도중 환관에게 암살당하는 오리지날 스토리까지 나온다.

다만, 원작 초한지에서는 장량과의 우정이 돋보이는 의리 남아였지만 초나라 출신에 항씨 일족이 나라 배신하고 한나라 개국공신이 된 것에 괘씸죄를 적용시킨 건지 제물이 눈이 어두운 자로 나온다.

결론은 평작. 유방 말년을 배경으로 해서 여치의 공신 숙청이 이루어지고 한신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만큼 어둡고 허무한 이야기가 나와서 항우와 우미인의 사랑과 비극적인 최후를 다룬 기존의 초한지물과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근데 본편 내용이 유방의 말년을 다루고 있고 공신 숙청으로 한신이 죽는 게 메인 스토리인데.. 왜 한국판 제목이 초한지 영웅의 부활인지 모르겠다. 영웅이 부활하기는커녕 죽는 걸로 끝나는데 말이다.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이 역사대로 유방, 항우, 한신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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