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잡: 땅콩 도둑들 (The Nut Job.2014) 2014년 개봉 영화




2014년에 한국, 캐나다, 미국 합작으로 피터 레페니오티스 감독이 만든 3D 애니메이션.

내용은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도심 속 공원에 동물들이 모여 사는데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단독 행동을 하는 사고뭉치에 이기적인 다람쥐 설리가 친구 버디와 함께 땅콩 카트를 털려다가 실수로 공원 동물들의 먹이 저장소를 날려 버리는 원인을 제공해 무리에서 추방당한 뒤, 머레이의 땅콩 가게를 발견하고 거기서 땅콩을 털어 내려는 계획을 세우는데.. 실은 그곳이 은행털이범이 땅콩 가게로 위장한 곳이고 설상가상으로 공원 동물들의 우두머리인 라쿤이 설리를 방해하려고 하면서 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한국 토종 애니로 북미에서 흥행 돌파했다고 국뽕 한 사발 들이키고 설레발치지만, 실제로는 한국 토종 애니라고 할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 캐나다, 미국 합작이며 감독부터 시작해 각본, 애니메이터, 성우(북미쪽) 및 주요 스텝이 전부 미국 사람이고 한국계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건 작품 다 끝나고 스텝롤 올라올 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배경부터가 50년대 미국이고 내용이나 분위기도 딱 북미 스타일이라 한국적인 정서와는 좀 거리가 멀다. 아마 외국 사람이 이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를 모른 채 관람했다면 십중팔구 북미 애니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한국적인 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들어갔다는 것 정도다. 중반부에 머레이의 땅콩 가게를 발견했을 때 강남 스타일 가사 없는 경음악이 흐르고, 엔딩 스텝롤이 올라갈 때 3D로 디자인된 싸이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강남 스타일 노래를 부르며 마지막에 가서는 작중에 나온 주조연 모두 총 출연해 강남 스타일 춤을 춘다.

이건 정말 뜬금없는 장면으로 최악의 한 수였다. 배경은 1950년대인데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나오니 시대 배경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을 뿐더러, 본작 분위기나 내용하고도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디 워 스텝롤 때 아리랑이 흘러나온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다.

월드와이드 지원군이라는 홍보가 무색한데 누가 기획한 건지 모르겠지만 본작의 완성도를 극도로 떨어트렸다.

말도 안 되는 토종 애니 드립과 국뽕을 떠나서 작품 자체만 놓고 보자면 내용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캐릭터도 전혀 참신하지 않고 개성적인 것도,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주인공 설리는 배드 에스 기믹으로 불량스럽고 사고뭉치로 무리와 화합하지 못하고 단독 행동을 한다. 정확히는, 유일한 친구 한 명만 데리고 활동하며 다른 친구들과 협력하는 것도 팀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라 결국 혼자서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신뢰 받고 인기 많은 친구에게 공을 넘겨주어 영웅으로 만들고 자신은 그늘 속에 숨는 등등 진짜 쌍팔년도 미국 히어로다.

명색이 주인공인데 정감이 가는 것도,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근데 주변 인물은 그보다 더 안 좋다.

정확히는, 라따뚜이의 레미 닮은 벙어리 쥐 버디하고 불독인 쭈글이 이외에 나머지인 공원 출신 동물들은 다 잉여 전력이다. 무슨 활약을 하기는 고사하고 리액션이 재미있는 것도, 귀여운 것도 아니라서 캐릭터들 매력이 평균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스토리 진행이 박진감 넘치는 것도, 모험이 기상천외한 것도 아니다. 인간이 은행을 터는 것과 설리 일행이 땅콩 자루를 터는 게 절묘하게 크로스 오버되는 것도 아니다.

왜 굳이 그 두 가지 스토리 진행을 하나로 섞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한 구성 때문에 영 몰입이 안 된다.

사실 내용 자체는 되게 단순하다. 먹고 살기 위해 땅콩을 털어라! 이건데 그게 잘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이리 꼬고 저리 꼬아 놨다.

인간은 땅콩 가게로 위장해 굴을 파 은행을 털려고 하고, 설리는 땅콩을 털러 땅콩 가게 지하로 통하는 굴을 파고, 라쿤은 설리가 땅콩을 털지 못하게 방해하려고 해서 진짜 난잡하다.

스토리가 좀 지나치게 진지하고 가볍게 웃으며 볼만한 구석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문제다. 그것도 그럴 게 주인공 자체가 무리에서 추방당한 사고뭉치고, 작중 동물들의 제 1 목표는 겨울나기를 위해 필요한 식량을 구하는 것인데 여기에 은행털이범의 땅콩 가게가 배경으로 나와서 그렇다.

테마도 언뜻 보면 친구와의 우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좀 애매하다. 버디, 쭈글이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히로인 앤디까지 포함해 막판에 가서 모든 게 라쿤의 음모였다는 걸 알기 전까지 설리를 의심하거나 배척하기 때문에 주위의 변화에 공감이 안 간다.

이건 사실 설리와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설리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갖은 고생 다하다가 ‘실은 진짜 나쁜 놈은 따로 있땅께.’ 이런 전개라서 우정물이라고 하기 민망하다.

진짜 나쁜 놈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설리 뒤통수 칠 궁리나 하고 앉았고 ‘이게 다 설리 때문이다!’란 식으로 선동질해서 은따 시키는데 이 어디에서 우정을 찾으란 건지 모르겠다. (거기다 엔딩 나올 때까지 설리의 생사를 걱정하는 건 그 많은 공원 동물 중에 단 셋 밖에 안 된다)

주위로부터 배척 받고 외로운 늑대가 되어 홀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게 실로 배드 에스 스타일답긴 하지만 말이다.

이 작품이 딱 한 가지 좋은 점은 한글 더빙을 전문 성우를 기용했다는 점이다. 전문 성우를 기용한 만큼 더빙 퀄리티는 좋은 편이다. 연예인 성우를 쓰지 않은 건 칭찬할 만한 일이다.

결론은 비추천. 배경과 스토리, 캐릭터 전부 다 쌍팔년도 스타일로 정말 끝장나게 재미없는 작품이지만, 한국에서의 언론 플레이가 심해서 국뽕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 기술력을 동원해 한국 스텝들이 만든 순수 한국 애니메이션 많은데 그 제작 환경과 지원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 스텝과 외국 기술에 한국 자본 일부를 부어 만든 이런 작품을 한국 토종 애니메이션이라 드립치면서 국뽕 나발 부는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국내에서 개봉관이 적다고 한숨을 토로하는데.. 북미에서는 개봉관이 3427개였다는 걸 생각하면 거기서 넛잡에 밀려 개봉관이 적게 잡힌 영화가 있었을 테니 별로 동정이 안 간다.

좋은 작품인데 상영관이 적은 게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다. 오늘 이 작품을 보러 갔는데 아무리 평일 점심시간(12시 타임)이라곤 해도 100여석이 넘는 상영관 안에 나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무슨 전세 낸 것 마냥 스크린을 보고 있자니 이 작품이 얼마나 안 나가는지 실감이 났다. 영화 끝나고 상영관 나가면서 다른 관에서 겨울 왕국 소리 들리던데 이 작품 볼 돈으로 차라리 겨울 왕국을 한 번 더 볼 걸 그랬다.

덧붙여 이 작품은 북미에서 혹평일색으로 국내에서도 평가가 안 좋은데, 그에 비해서 북미 현지 상영관이 3000개가 넘어가 흥행 자체는 손익분기점을 넘을 정도는 됐다고 해서 2016년에 속편이 개봉한다고 벌써부터 발표됐지만 과연 뒷내용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덧글

  • 어벙 2014/02/10 18:44 # 답글

    뉴스에서 이 작품 가지고 흥행돌파라면서 미국 어느 극장에 모인 줄서는 부모와 꼬꼬마로 맞춰놓고 뽕 팔고 있는데 실체를 알고나니 겨울 왕국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사실 겨울왕국도 엄청 지겹게 봤지만 이건 더 지겹다 못해 잠들것 같네요.
  • 눈물의여뫙 2014/02/10 21:53 # 답글

    KIAAAAAAAAAAAAAAAAAAAAAAAA~~~~~~~~~~!!!!!!!!!!!!!!!!!!! 취한다! 주모! 여기 국뽕 하나 더!

    아주 국뽕이 얼근하게 취하네요. 꺼억~(국뽕으로 흥한 작품에선 역시 주모드립이 나와야 제맛이죠!)
  • 먹통XKim 2014/02/12 23:45 # 답글

    동아일보에선 박근혜가 이거 보았다고 홍보해주더군요. 그리고 근혜는 독립 영화라고 개소릴 하시는데 이거 제작비 4천만 달러가 설국열차 제작비 뺨친다고 거 알고나 그런 소릴 하는지
  • 잠뿌리 2014/02/14 01:37 # 답글

    어벙/ 국내 흥행이 겨울왕국은 벌써 8백만을 돌파했는데 넛잡은 50만도 안 된 걸 보면 딱 답이 나오지요.

    눈물의여뫙/ 요 근래 손에 꼽을 국뽕 작품입니다.

    먹통XKim/ 그 홍보가 사실 어폐가 많죠. 이 작품의 해외 홍보비는 2천만 달러 넘게 들어서 제작비 4천만 달러에 더해 총 6200만달러가 들어 실제로는 450억 이상되는 돈이 소요됐는데, 가카께서 보고 나신 후 독립 영화 운운하시는 게 이질감이 컸습니다.
  • 김전일 2014/02/22 20:16 # 답글

    심형래도 자기 영화(디 워)를 인디영화라고 했던 적이있는데 딱 그 수준
  • 잠뿌리 2014/02/24 12:32 # 답글

    김전일/ 이 작품은 디 워의 북미 흥행 성적을 넘어섰다고 자화자찬하던데 도토리 키재기로 보였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5401028
11049
9399865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