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모비딕(2010: Moby dick.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0년에 어사일럼에서 트레이 스톡스 감독이 허먼 멜빌 해양 소설 모비딕을 각색해서 만든 괴수 영화. 원제는 2010: 모비딕. 한국명은 퍼시픽 모비딕이다.

내용은 1969년에 잠수함 USS 아쿠쉬넷이 군사 작전을 수행하던 도중 모비딕에게 반파되고 한쪽 다리가 잘린 채 생존한 에이햅이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뒤 핵잠수함 피콰드호의 선장이 되어 모비딕 사냥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경은 현대고 잠수함을 타고 고래와 싸우고 있지만 초대형 고래 모비딕, 에이햅 선장, 스타벅 중위, 피콰드 호 등등 인명과 배의 명칭은 원작과 같다.

작중에 나오는 피콰드호는 200억짜리 핵잠수함으로 핵어뢰를 탑재하고 있는데 에이햅이 그걸 또 개조해서 모비딕 사냥을 하려고 하니 군부에서 그걸 위협으로 느껴 견제하려고 하면서 상황이 꼬인다.

에이햅 선장은 모비딕에 대한 복수에 불타오르며 막 나가는 인물이라서 군부가 위협을 느껴 그를 쫓는데 그 과정에서 모비딕의 습격을 받아 초전박살나고선 피콰드호에 공격당한 건줄 알고 갈등이 증폭된다.

스타벅 중위나 고래 박사 미셀, 아쿠쉬넷 참사 때 함께 살아남은 부머 선장 등등 주변 인물들이 에이햅 선장의 광기에 대해 경고하는 것 등을 보면 등장 인물들 사이의 갈등 관계는 그럴 듯하게 짰다.

본작의 모비딕은 소설에 나온 모비딕보다 훨씬 과장되어 있는데 약 500피트에 달하는 초대형 고래로 약 80피트짜리 고래를 한 입에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며, 심심하면 수면 위로 뛰어 오르고 심지어는 섬의 육지 위로 올라와 언덕을 기어올라 뒤치기까지 감행하는 무지막지한 괴수다.

수중 음파 탐지기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초음파를 발산하고 자신을 향해 날아온 어뢰를 피한 뒤, 그걸 쏜 잠수함으로 어뢰를 유도해 맞출 정도로 영리하고 기민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과학적 오류투성이지만 괴수물로서의 설정으로는 나름 괜찮아 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표현한 비주얼의 수준이다.

잠수함과 모비딕, 헬기 등 작중에 나오는 대부분의 것들이 다 CG로 이루어져 있는데 CG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비주얼이 너무나 허접하게 보인다.

극적 연출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장면도 잔뜩 나오는데 그중 압권은 모비딕의 공격으로 침몰한 USS 잠수함 SESEX의 선원 시체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상태로 물속에 둥둥 떠다니는 씬이다.

CG 쓸 돈도 아까운 건지 무슨 종이 인형 같은 걸 띄워 놓은 것처럼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작중에서 에이햅이 그걸 보고 그들의 원수를 갚자 괴수를 물리치자! 이런 식으로 독려하자 승무원들이 함성을 지르는 장면이 나와서 손발이 오글거린다.

잠수함과 모비딕을 전부 CG로 집어넣었다 보니 각각 따로 나오는 씬이 대다수고, 잠수함 내부. 그것도 조종실만 계속 보여주니 아무리 각 잡고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해도 그렇게 허접해 보일 수가 없다.

거기다 피콰드호와 군부의 갈등이 필요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내용이 지루하다. 극후반부에나 가서야 대 모비딕전을 몰아서 보여주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의지, 인내 내성을 시험하고 있다.

문제는 대 모비딕전이 볼만하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점이다.

500피트짜리 초대형 고래와 핵잠수함의 대결 구도는 설정만 거창하지 실제로는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못해보고 승무원들이 잠수함에서 나와 보트타고 섬에 가서 모비딕과 싸우기 때문에 전투 스케일이 한없이 작다.

잠수함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니 선조들의 방식으로 싸워야 한답시고 권총, 샷건, 기관총 등 총화기에 조딕아이란 작살총 들고 고무보트 타고 섬에 가서 초대형 고래와 싸우려고 드니 실소가 절로 나온다.

작중 모비딕은 80피트짜리 고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걸 따라 뛰어 올라 루어 미끼 물듯 한 입에 덥석 삼키는 것부터 시작해, 헬리곱터나 잠수함을 앙 물어 추락, 반파시키는 무지막지한 초대형 괴수인데.. 그런 괴수를 상대로 개인 화기와 작살총으로 덤비니 보는 내내 의식이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떠나는 걸 느꼈다.

결말은 원작 소설과 동일한 떼몰살 및 모비딕의 승리라서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은근히 바디 카운트가 높고 작품 내내 그렇게 삽질을 많이 하고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했는데 그 결과가 저거라니 이쯤되면 오락 영화가 아니라 괴수 아포칼립스물이다.

결론은 비추천. 소설 모비딕을 21세기 현대를 배경으로 하여 잠수함 VS 모비딕, 에이햅 선장과 군부의 갈등 등 그럴 듯하게 각색했지만.. 비주얼과 스토리의 퀼리티가 바닥을 기는 B급 이하 Z급 영화다. 원작자 허먼 멜빌이 지하에서 뒷목 잡고 쓰러질 것 같다.

여담이지만 어사일럼은 당대 블록버스터 영화를 의도적으로 따라한 모큐버스터 영화를 자주 만들었는데 이 작품은 소설 모비딕의 짭 버전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작품이 나온지 무려 3년 후인 2013년에야 정식으로 나왔고 당시 퍼시픽 림이 개봉해서 화제가 된 상태라 제목도 퍼시픽 모비딕으로 개명됐다. 퍼시픽 림을 의식한 제목이라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낚았다.

덧붙여 모비딕보다는 오히려 에이햅 선장의 의족 패션 변천사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강철 다리를 의족으로 차고 나왔다가 극후반부에 최종결전 직전에 잃어버리자 무덤에 꽂힌 나무 십자가를 의족 대신 차고 싸운다.



덧글

  • 눈물의여뫙 2014/01/01 18:36 # 답글

    마지막에 살아남은 이스마엘도 나오나요?

    차라리 원작을 너무 잘 재현하지 말고 옆동네 소설(해저 2만리)하고 크로스오버하는 게... 모비딕을 잡으려면 최소한 노틸러스 정도는 가지고 와야지!(네모 선장과 에이햅 선장의 갈등구조가 새로운 드라마가 되겠군요.)

    캬~ 바다의 고지라 모비딕 VS 인류 역사 최강의 슈퍼 잠수함 노틸러스. 이놈들의 결전이야말로 해양 모험물 최고의 크로스오버 조합인데 말입니다. 에이햅마저 전사하는 치열한 사투 끝에 모비딕을 격침시키는데 성공하지만 노틸러스도 대파되어 네모 선장과 운명을 같이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스마엘이 이 장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로...(원작을 전부 읽어본 사람 입장에선 뭔가 이야기는 안드로메다가 되어버렸지만. 바다판 고지라?)
  • 잠뿌리 2014/01/02 13:49 # 답글

    눈물의여뫙/ 이스마엘은 안 나옵니다. 다만, 유일한 생존자 포지션으로 미셀이라는 해양 생물 학자가 나오는데 별로 비중은 없습니다. 작중에 에이햅 선장이 워낙 독선적인 인물이라 미셀이 고래 전문 학자 포지션으로 뭔말을 해도 다 무시하거든요 ㅎㅎ
  • 순수한 가마우지 2016/02/20 21:45 # 답글

    제가 만약 영화감독이라면 갈등 신을 줄이고,대 모비딕전을 핵잠수함,f-11전투기,b-2폭격기,탱크,지뢰,어뢰,핵무기까지 다 투입해서 오락물답게 만들고,결말도 모비딕의 승리가 아닌 애매하게 해서 여운을 남겼을 것 같아요
  • 잠뿌리 2016/02/21 23:03 #

    이게 저예산 모큐버스터의 한계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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