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3년에 임순례 감독이 만든 코미디 영화. 오쿠다 히데오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두 번째로 영화로 만든 것이다. (첫번째 영화는 일본에서 2007년에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이 만들었고 국내 개봉도 했다)

내용은 최해갑이 조상이 물려준 고향섬의 땅이 재개발에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섬의 청년 회장을 맡고 있던 만득이 검거되자, 가족들을 데리고 홀연히 남쪽의 고향섬으로 떠나 만득이 살던 집에 들어가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최해갑이란 캐릭터를 원 탑 주인공 체재로 적극 밀어주고 있다.

확실히 최해갑은 독특한 캐릭터로 나오긴 한다.

운동권 출신이자 무정부주의자로 ‘최게바라’라고 불리는데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정부에게 민간인 사찰을 당한다. 국가의 국민을 거부하고 주민등록증을 잘라 버린 채 국민연금, TV 수신료, 세금 납부를 모조리 거절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면서도 가족과 친구를 아끼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인간미 넘치는 남자다.

근데 사실 이 작품 내용을 소개할 때 국가의 말도 안 되는 간섭을 피해 남쪽 섬으로 떠났다고 하는데, 실은 법적으로는 말이 되는 간섭이고 오히려 주인공 가족이 말도 안 되는 저항으로 떠난 것이다. 국민연금 납부, TV 수신료, 세금 고지서 같은 건 내가 내고 싶지 않다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문제의 것이 아니다.

국가와 권력에 대한 저항이 일상인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큼 그 내용도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 교육, 개발 문제 등을 과감히 비판하고 또 개봉 당시 벌어진 사회적 이슈가 영화 속 상황과 오버랩되기 때문에 정치색이 짙은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용산 참사, 강정 마을 해군기지, KBS 수신료 인상, 국민연금 관리공단 문제 등등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색을 떠나서 내용 자체가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설정은 개그 같지만 작중에 나오는 내용은 별로 코믹하지 않고 마냥 심각하기 때문이다.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섬 주민 대표, 청년회장 등이 국회의원을 후빨해주면서 섬을 팔아먹은 나쁜 놈들로 나오고 권력의 개가 된 경찰과 깡패 용역이 날뛰어 해갑이 그들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장르는 코미디 요소인데 캐릭터 설정만 코믹하고 본편 스토리는 코믹하지 않으니 애매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오로지 최해갑이라는 강렬한 캐릭터 하나만 밑도 끝도 없이 밀고 나가고 다른 캐릭터는 다 꿔다 놓은 빗자루처럼 나와서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니 캐릭터 운용이 좋지 않다.

해갑이 가족들은 잘 대하고 아내 안봉희 역시 운동권 출신이라 남편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설정이다 보니 가족물로 포장해서 가족 드라마적 요소를 어필하려고 하는데 그게 가슴에 전혀 와 닿지 않는다.

사실 해갑, 봉희 부부는 둘째치고 두 사람의 아이들은 그런 저항과 전혀 관계가 없고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니다가 엄마 아빠가 갑자기 남쪽 섬으로 가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따라간 것뿐이다. 그래서 작중에 해갑이 활약을 해도 다른 가족들은 그냥 붕 떠버린다.

소설 원작에서는 아들의 비중이 큰데 한국판에서는 그걸 대폭 축소하고 모든 비중을 아버지에게 몰아줬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듯싶다. 가족에 무게를 두지 않고 가족의 가장이 벌이는 투쟁에만 집중을 하고 있어서 가족 영화라고 보기 어렵다.

작중 최해갑 가족이 도착한 파라다이스, 섬에 있는 만덕의 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이 작품이 만약 섬고향으로 귀향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그게 맞지만.. 섬고향 재개발을 막기 위한 투쟁이 본편 스토리다 보니 그것도 그냥 배경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부분 스틸샷만 보면 본격 귀농 치유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본편 내용을 보면 그건 완전 페인트다. 섬마을 집은 해갑 일가가 도달한 파라다이스지만, 나쁜 놈들이 섬알 팔아먹고 그 집을 허물기 위해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되어 저항의 신호탄 역할을 해서 그렇다.

그런 관계로 집이 배경으로 나오는 건 중반부까지고 후반부부터는 학교로 배경이 바뀐다.

영화 본편에서 그렇게 저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말에 이르러서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도 큰 단점이다. 극후반부에서 엔딩 직전까지의 전개가 가장 맥이 풀릴 정도다.

세상에 저항하는데 정작 그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으니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를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이게 정치색이 짙고 극단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그것만의 재미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쾌변을 해서 속 시원한 게 아니라, 응가 하다가 뚝 끊겨 더는 나오지 않는 그런 느낌이라서 본편 엔딩이 열린 결말이라고 해도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결론은 평작. 김윤석은 열연을 보여 주었고 그가 맡은 최해갑 캐릭터는 강렬한 인상을 주긴 하는데, 오직 그것만이 남는 영화다.

한 명의 주인공 캐릭터 이외에 다른 캐릭터가 다 붕 떠 버려서 정치색을 논하기 이전에 작품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제작 과정에 생긴 문제로 임순례 감독의 현장 이탈,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관련씬 삭제 압박, KBS의 보이콧 등 연이은 악재에 시달렸다.



덧글

  • nenga 2013/12/24 13:00 # 답글

    영화는 보지 못해서 모르겠는데

    원작 소설의 주인공은 정치적인 입장이 중립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우측은 수꼴, 좌측은 입진보 이런 정도의 입장이었는데
    영화에서는 많이 달라졌나보네요
  • 잠뿌리 2013/12/30 18:07 # 답글

    nenga/ 영화에서는 입진보가 됐습니다.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그냥 말만 늘어놓지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57761
5243
9468532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