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레이 (The Grey.2012) 2012년 개봉 영화




2012년에 미국, 캐나다 합작으로 '블레이드', '에일리언', '프로메테우스'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을 맡고 'A-특공대 리메이크판'의 카나한 감독이 감독을 맡아서 만든 서바이벌 영화. '테이큰'으로 잘 알려진 리암 니슨이 주인공 존 오트웨이로 나온다.

내용은 알래스카에서 석유 추출을 하는 작업자들을 외부의 위협과 야생 동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띤 경호원 오트웨이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사고가 발생해 비행기가 알래스카 설원 한 복판에 추락하면서 오트웨이를 비롯한 소수의 사람들만 간신히 살아남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생존자들이 영하 30도의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설원을 탈출하는 게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완전 낚시성 광고 방식 때문에 본의 아니게 페이크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일단, 한국에서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면 작중 리암 니슨이 배역을 맡은 주인공 오트웨이가 무에타이의 ‘대마’처럼 맨손에 유리병을 깨 부셔 유리 조각을 주먹째로 쥔 채로 늑대 우두머리랑 일 대 일 맞짱을 뜨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만 보면 딱 인간 VS 늑대로 과연 리암 니슨이 여기선 어떻게 사냥무쌍을 선보일지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도키도키 스루요가 되지만 바로 그게 낚시의 정점이다.

그 장면은 이야기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며, 이 작품은 인간 VS 늑대가 아니라 인간 VS 자연인 데다가 말이 좋아 서바이벌이지 실제로는 거의 재난물에 가까운 구성을 띠고 있다.

본작에서 늑대는 단지 재난의 일부로 나올 뿐이고, 주인공 일행을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위협하고 공격해 오긴 하지만 그게 메인 스토리는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반지 원정대 1부나 호빗 1부에 나오는 오크 추격대 수준 밖에 안 된다. 두어 차례 조명을 받긴 하지만 결국 주인공 일행의 목적은 반지를 찾으러 떠나거나, 외로운 산으로 향하는 여정인 만큼 이 작품 역시 그렇다.

이 작품은 살기 위해 설원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현직 경호원인 오트웨이가 생존자 무리를 이끌고 가서 서바이벌판 반지 원정대 같은 느낌도 준다.

다만, 반지의 제왕 같은 모험물 분위기가 나는 게 아니라 재난물 분위기로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시궁창 같은 전개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정말 다양하게 사망한다. 실제로 늑대한테 직접 습격당해 죽는 사람은 두 어명 정도고 나머지 인물의 직접적인 사인은 동사, 추락사, 익사다.

숲을 향해 가는 도중에 다 그렇게 죽어 나가서 안 그래도 분위기가 우울한데, 죽음의 순간에 초점을 맞춰서 진짜 어둠의 딥다크가 따로 없다.

죽어가는 사람이 죽음의 순간에 가족을 생각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오트웨이 역시 아내를 잃은 슬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살 기도를 할 정도로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데다가 아내와 한 이불을 덮고 있는 꿈을 꿔서 감성을 자극한다.

꿈속에서 죽은 아내와 이불 속에서 마주보며 짧은 행복을 누리지만 그게 몇 초 안 돼 꿈에서 깨어나 지독한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연출을 자주 넣어서 오히려 그 감성 자극을 공포로 연결시킨다.

죽은 사람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망자의 지갑을 회수해서 가지고 다니는 설정도 그걸 뒷받침 해준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은 생존물이라기 보다 재난물에 가까운 것이고 호러 영화 같은 구성을 띄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간 VS 늑대가 아니라서, 그 인류와 야생의 사움을 기대한 사람은 뒤통수 맞은 심정을 느낄 것이다. 이 작품의 홍보 문구 중 하나인 ‘그 남자의 반격이 시작된다!’ 이것도 완전 낚시 멘트의 절정인데 작중 오트웨이는 생존자 그룹의 리더처럼 나오지만 반격을 시작하기는커녕 그 자신도 고생은 있는 데로 다하다가 생존에 대한 노력을 보상 받지 못한 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직접적인 사망씬이 나오진 않아서 열린 결말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상황적으로 볼 때 살아나는 게 이상한 결말이다)

리암 니슨이 기존에 출현한 액션 영화에 주연으로 나올 때마다 주연 보정 받아온 걸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그가 맡은 역대 주인공 중에 가장 약하다.

예고편에 나온 늑대와의 맨손 격투는 낚시고, 차라리 중간에 한 밤 중에 숲에서 늑대 한 마리가 기습해 왔을 때 작중 별칭 뱅 스틱으로 한 방 먹인 게 그나마 선전한 거다. (이 뱅 스틱은 좀 특이했다. 나뭇가지 끝에 총알을 박아놓고 이걸로 콱 찔렀다 빼는 순간 격발 원리를 이용해 폭발을 일으키는 무기였다)

엔딩도 정말 지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암울한 배드 엔딩이다. 등장인물의 몰살이야 기정사실이라고는 해도 결말의 그 부분은 참..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각본이다. 요 근래 나온 영화중에 배드 엔딩 랭크를 메기면 분명 상위권에 속할 것 같은 현시창 결말이다.

결론은 미묘. 인간 VS 늑대는 페이크고 실은 인간 VS 자연인 재난물로 꿈도 희망도 없는 비극적인 전개가 오히려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은 액션물로 페이크 마케팅을 해서 기대를 배신한 거지 재난물로서는 그럭저럭 잘 만든 편이다.

다만,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우울한 내용에 화룡정점을 찍는 배드 엔딩이 더해져 있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근래 나온 재난물 중에 드물게도 단 1%의 희망조차 주지 않고 순도 100%의 어둠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 정말 감독이 각 잡고 재난물을 찍고 있다.

자연 재해 앞에서 인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결국 모두 다 죽는다는 게 본작의 교훈 아닌 교훈이다. (만약 김기덕 감독이 재난물을 찍는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상대적으로 인간이 재난에 맞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극적 재미와 반대 노선을 걷는다는 점에 있어서 이 작품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차라리 맨 오브 스틸의 극후반부 전투 때의 매트로폴리스 시민이 되는 게 더 생존 확률이 높을지도 모른다.

리암 니슨이 주연을 맡은 것 치고는 액션적인 활약이 전혀 안 나와서 예고편만 보고 이 작품을 보러 온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쳐 페이크 마케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내가 바란 건 리암 니슨 아저씨가 어떻게 맨주먹으로 늑대들을 조지는지 보고 싶은 거지, 자연 재해 앞에 몰살 루트 타는 재난물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고! 라고 절규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을 것 같다.

이 작품 국내판 홍보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기획한 사람은 진짜 좋지 못한 사람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 한국판 페이크 마케팅과 동급이다.



덧글

  • reaper 2013/12/22 14:42 # 답글

    덧붙여서는 판의 미로와 이터널선샤인 급이죠(...)
    그나저나 김기덕 분이 만들면 죽더라도 구원의 테마는 있기에 라스 폰 트리에 분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카키코지로 2013/12/22 16:28 # 답글

    리암 니슨이 아니라 베어형이었다면 정말로 인간 대 자연의 배틀물이 됐을텐데.....
  • 눈물의여뫙 2013/12/22 17:06 #

    곰 아저씨: 복날에 어울리는 사나운 이리떼입니다. 하지만 제겐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들이죠.
  • 잠뿌리 2013/12/30 18:06 # 답글

    reaper/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살아있는 게 죽은 것만 못한 삶이 많아서 장르는 호러물이 아닌데 어지간한 호러 영화보다 더 무섭지요.

    사카키코지로/ 생존자를 데리고 살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 하니 베어 그릴스가 있었다고 해도 베어 혼자 살아남았을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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