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할멈(高速ばぁば.2013) 요괴/요정 영화




2012년에 넥스트 미디어 애니메이션에서 나이토 에이스케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일본 도시 괴담 ‘터보 할멈’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신인 감독부터 베테랑 감독까지 3명의 감독이 각각 3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기획인 넥스트 호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운동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컨셉을 가진 3인조 아이돌 그룹 져지걸의 멤버 아야네, 나나미, 마유코가 공포 체험 라이브 방송 프로그램 기획에 따라서 폐허가 된 양로원을 방문했는데 건물 안에서 터보 할멈과 조우한 뒤 저주를 받아 오른쪽 뺨의 상처가 낫지 않아 점점 더 심해지고.. 팀 멤버와 스텝 등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저주가 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호러 영화 역사상 최초로 터보 할멈을 소재로 삼았는데 그런 것 치고는 원작 괴담을 재현하지 않고 오리지날로 밀고 나갔다.

일단 원작 괴담은 터보 할멈이 뭔고 하니 달리는 자동차보다 더 빨리 달려서 옆을 쌩하고 지나가는 할머니 요괴인데 이 작품에서는 터보 할멈이란 이름과 빠르게 달린다는 설정을 빼면 원작 괴담과 같은 게 전혀 없다.

오히려 이 작품에 나오는 터보 할멈은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가야코 열화 버전에 가까워서 저주의 연쇄로 표적 주변 사람을 주살시키고 종극에 이르러 표적이 된 사람 자체가 또 다른 터보 할멈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스토리 진행의 속도감은 생각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애초에 자동차보다 빨리 달리는 터보 할멈한테 쫓긴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터보 할멈에 의한 저주가 주위에 연쇄적으로 퍼지면서 하나 둘씩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이라 그렇다.

터보 할멈 자체보다는 저주로 인해 희생자가 늘어나고 등장인물들이 점점 미쳐 가는 전개가 주요 공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터보 할멈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의 공포 포인트는 다른데 있다. 사실 요괴물보다는 저주, 바이러스물에 가깝다.

저주에 의해 상처가 나면 치유되지 않고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미치거나 죽어 버리는 전개가 이어진다.

미키 호노카, 키타야마 시오리, 고토 카오루 등 오디션으로 선발된 실존 아이돌 배우가 작중에 나와서 저주에 걸려 망가져서 연기력은 둘째치고 촬영에 고생했다.

다른 배우들도 그건 마찬가지인데 CG에 의존하지 않고 특수 분장을 시켜서 그렇다. 이게 또 무슨 인형탈 같은 걸 씌운 게 아니라 저주병에 걸린 얼굴 내지는 팔 같은 곳을 벅벅 긁어 살점, 껍질, 각질 등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는데 이 부분에서 혐오감과 함께 공포를 안겨 준다.

원귀 혹은 주술에 의한 저주와 주살을 다룬 J호러에서 보통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또는 뜯어지고 돌아가고 꺾여서 죽는 연출이 정석으로 나오는 반면 이 작품은 전염병처럼 묘사를 하니 나름대로 신선하다.

저주의 연쇄, 공포로 미치는 전개가 주를 이루는 초중반부는 나름 오싹하긴 한데.. 후반부에 가서는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그럴 게 사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절반 넘게 죽고 고작 두어 명 살아남았는데 그 시점에 가서야 겨우 터보 할멈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양로원에서 병원 관계자들한테 학대당하다가 죽임을 당한 노인들의 원혼이 모인 귀신이란 그럴 듯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것 치고는, 작중에 표현되고 묘사된 것은 좀 허접하다.

하얀 백발에 날카로운 손톱을 아래로 늘어트리고 빨간 옷을 휘날리며 종종 걸음으로 달려오는 터보 할멈는, 괴담을 듣고 상상한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데다가.. 그전까지 저주물로 진행되다 요괴물로 노선을 변경하니 좀 이질적인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이름은 터보 할멈인데 작중에 나오는 이동 속도는 터보가 아니다. 비디오를 2배속으로 재생한 것 정도 밖에 안 된다.

무엇보다 달리는 폼이 전력 질주 폼이 아니라 종종걸음이라 좀.. 아무리 달리는 소리 효과음을 그럴 듯 하게 집어넣었다고 해도 그 폼은 좀 아니다.

그리고 사실 이 작품에 나온 터보 할멈 분장은 일본 민담에 나오는 요괴 ‘오니 바바’에 가깝다. 한역하자면 귀신 할멈으로 산속에 사는 요괴이며 관련 민담 중에는 여행자가 노파 혼자 사는 오두막에 하룻밤 묵다가 침실 혹은 주방에서 요괴의 실체를 보고 도망치는데 노파가 요괴의 본색을 드러내 덮치거나 쫓아오는 이야기다.

또 본작에서 터보 할멈은 달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하얀 머리카락을 이용한 요력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터보 할멈 원작 괴담을 모르면 관련 작품인지 전혀 알아차릴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작중에 터보 할멈이 실체를 드러내고 달려오거나 덮치는 장면보다는, 오히려 그전에 이불보 안에 둘둘 말려 갇힌 상태가 더 오싹하다.

그게 터보 할멈이 생겨난 원인, 학대당하다가 죽은 노인들을 상징하는 것이라서 그렇다. 요괴가 직접 안 나와도 그 둘둘 말린 이불이 스르륵 일어서거나 바닥에 쿵 떨어져 꾸물꾸물 기어오는 걸 보면 나름 무섭다.

결론은 평작. 호러 영화 역사상 최초의 터보 할멈 영화라서 희귀성이 있지만 오히려 원작 괴담은 거의 재현하지 않고 바이러스물 느낌 나는 저주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데케데케, 나고야 살인사건(입 찢어진 여자) 등 기존의 현대 괴담을 소재로 한 영화를 생각하고 보면 기대를 배신당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넥스트 호러 시리즈의 세 작품은 ‘컬트’, ‘터보 할멈, ’토크 오브 더 데드‘다.



덧글

  • nenga 2013/11/27 07:57 # 답글

    이거 개그 소재로도 가끔 나오지 않나요
  • 힘세고강한왈도 2013/11/27 10:10 #

    제목 부터가 개그
  • 블랙 2013/11/27 10:47 # 답글

    터보 할멈은 이름이나 차 보다 빨리달린다는 특성 때문인지 만화등에서는 호러 보다는 개그의 소재로 나오는 경우가 많더군요. 어떤 캐릭터가 엄청 빨리 달려갔는데 그 때문에 터보 할멈으로 오인 된다든가 하는...
  • reaper 2013/11/27 19:03 # 답글

    약간 가누쉬같군요 ㅋ 헐리웃 리메이크 되면, 로나 레이버분이 터보할멈역, 샘레이미분이 연출하심 왠지 그럴싸한게 나올것 같앜ㅋㅋㅋ
  • 잠뿌리 2013/12/04 14:57 # 답글

    nenga/ 네. 개그 소재로도 사용되지요. 그래서 부메랑 할멈이라는 변종 괴담도 있습니다. 그건 노파 요괴가 부메랑처럼 날아갔다 돌아오는 이야기지요.

    블랙/ 네. 호러 개그로 쓰기 적절한 괴담이지요.

    reaper/ 샘 레이미가 연출하면 믿고 볼만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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