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혹자 - 가두지왕(The King of the Streets.2012) 2013년 개봉 영화




2012년에 중국에서 유송 감독이 만든 액션 영화. 유송 감독이 제작, 각본, 연출, 무술 감독, 주연을 다 맡았고 한국에서는 2013년에 개봉했다.

홍콩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1995년에 유위강 감독이 영화화해서 수많은 작품이 이어서 나온 고혹자 시리즈에 속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고혹자란 이름만 따온 별개의 작품이다. (사실 원조 고혹자 시리즈는 격투 액션물이 아니라 갱스터물로 본편은 1995년에서 2001년까지 총 6개의 작품이 나왔다)

내용은 16살에 거리를 평정한 전설의 싸움꾼으로 ‘가두지왕’이란 별칭을 가진 펑이 일 대 다수의 싸움을 하다가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여서 감옥에 갔다가 8년 후에 만기 출소한 후 주먹을 거두고서 새 삶을 살려고 하지만, 직장 동료나 고아원 원장, 고아원 봉사자 등 주변의 약자들을 그냥 두고 지나치지 못해 다시 싸움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설의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설정을 갖고 있고 일 대 다수의 싸움이 오프닝에 나오면서 격투 액션물로 기대를 갖게 하는데 사실 그건 페이크다.

이 작품은 본격 격투 액션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휴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주제는 10년 전 한 주먹하던 주인공이 출소후 새 삶을 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는 일이 없어 고생하는 이야기다.

10대 때 감옥에 들어가 20대가 되어 출소한 펑이 마주한 현실은 차갑고 어둡다. 8년만에 찾아간 친구 카이는 마누라의 바가지에 못 이겨 도움을 주지 못해 폐건물에서 지푸라기를 덮고 자고, 취직을 하려고 해도 전과가 있어서 번번히 떨어진다. 택시 기사인 아버지는 그런 펑을 보고도 못본 척 지나치니 친구, 가족 전부 외면하고 있다.

주인공 펑이 처한 현실이 너무 지지리 궁상맞기 짝이 없어서 나레이션이 깔렸다면 한 편의 인간 극장을 찍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리조트 개발 건으로 용역 깡패에 시달리는 고아원을 보고선 돕기 위해 주먹을 쓰며 다시 가두지왕으로서 활약하는 거지만 그런 것 치고는 액션씬의 비중이 너무 작다.

이 작품의 싸움은 크게 초중반으로 나뉜다. 펑의 과거에 벌인 일 대 다수의 초반 싸움. 악당 그룹 회장 아들의 제안에 따라 강자들과 일 대 일 맞짱을 뜨는 중반 싸움. 그룹 회장 아들 부하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덤비는 일 대 다수의 후반 싸움이다. (주차장에서 마스크 쓰고 나타난 히트맨들과의 싸움은 분량이 너무 짧아 제외했다)

이 세 파트 이외에 나머지 부분을 액션이 아닌 궁상 맞은 드라마로 꽉 채우니 스토리는 대책 없이 늘어지고 지루해진다.

감독이 제작, 각본, 연출, 무술 감독 전부 다 맡았는데 전문 배우 출신이 아니다 보니 발연기를 자랑한다. 어쩐지 좀 졸린 듯한 얼굴을 하고서 맥없이 돌아다니며 대사를 할 때는 국어책 읽듯이 무미건조하게 해서 감정이 전혀 실려 있지 않다.

그런데 본래 주먹계에서 은퇴하려고 했다가 약자를 돕기 위해 다시 싸운다는 협객 컨셉을 가지고 있으니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 작품 개봉 당시 기사를 보면 유송이 이 영화로 이소룡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건 실은 이 작품 속 악당 똘마니가 작중 펑(유송)한테 대판 깨지고 돌아와 모시는 형님인 아롱한테 변명하면서 하는 말이다.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자)

이 작품은 은근히 이소룡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는데 그게 이소룡빠라기 보다는 이소룡까고 자기가 이소룡보다 낫다는 자뻑의 원동력으로 쓰고 있다.

이소룡은 일 대 다수의 싸움을 하면 10명이 한계고 영화속에서나 그렇게 싸우는데, 가두지왕인 펑은 20 대 1로 싸웠고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존나게 잘 싸운다고 이소룡, 마이크 타이슨은 상대도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액션씬 같은 경우는 싸우기 직전의 BGM도 적절한 타이밍에 깔아 놓고, 타격 시의 효과음이 찰진 게 음향 효과도 잘 썼다. 연출 부분은 괜찮은데 격투 액션 자체만 놓고 보면 좀 애매해서 고개가 기울어진다.

액션 씬이 적은 건 둘째치고 액션 구성 자체가 좀 단조롭다. 일 대 일 싸움보다는 일 대 다수의 싸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그 방식이 엄청 단순하다.

일단은 주주추(Jujutsu)라는 일본 전통 무술을 쓴다는 설정이다. 그렇지만 사실 액션씬을 딱보면 그게 전통 무술을 쓰기보다는 그냥 길거리 막싸움을 하는 것 같다.

사방에서 적이 달려드니 발차기를 주로 쓰고 특히 앞차기를 지겹게 사용한다. 밀어내기 효과의 앞차기를 연발하다가, 가끔 날라차기도 좀 써주고 적이 다가와 붙으려고 하면 백 바디 드롭을 시전하거나 옷깃 잡아 냅다 던지기를 사용한다. 관절기는 가뭄에 콩나듯 사용하는데 순수 관절기는 아니고 팔꿈치로 찍거나 발로 내려찍는 타격기를 추가한다.

오프닝 때 보면 나름 간지나는데 후반부에 똑같은 걸 또 보니 조금 식상하다. 게다가 나쁜 놈들이 대부분 쇠파이프나 몽둥이 들고 덤비는데 그 구도를 놓고 보면 완전 무슨 80년대 액션 게임 같다.

파이널 파이트나 더블 드래곤 수준이 아니라 그보다 더 옛날에 나온, ‘스파르탄X’를 보는 것 같다. 스파르탄 X의 액션 스타일을 생각해 보면 이 작품과 매치가 잘 된다. (좌우에서 개떼처럼 몰려드는 적, 앞차기 한 방에 우르르 무너져 내리고 단검, 몽둥이 가진 적도 나온다. 인공지능이 딸려서 머릿수가 많은데 공격다운 공격도 못하는 것은 덤)

쇠파이프 들고 싸우다가 다들 무기를 떨어트린 것도 아닌데 난데 없이 아무거나 들고 싸워!라는 명령에 따라서 주변에 널린 벽돌, 널빤지, 타이어 같은 걸 들고 덤비는 걸 보고 있으면 아날로그 액션이 아니라, 아날로그 액션 게임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최종 배틀 때는 악당 중간 보스가 뜬금없이 일본도 들고 나오고, 주인공 펑도 중간 보스 직속 똘마니가 남긴 일본도를 들어 검술 대결을 펼치는데 이 부분이 사실 가장 이질적이었다.

주주츠만이 사실 검술도 사용하기 때문에 일본도 대결이 괜히 들어간 것은 아니다. 보통 주주츠만은 비무장 전투, 유술, 무기 없이 싸우는 동양무술로 한역되는데 실제로는 검을 비롯한 무기술도 가르친다고 한다.

다만, 중국 격투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일본 전통 무술인 주주츠만을 사용하다니 참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작중 주인공이 주주츠만을 쓴다고 홍보하는 것도 서양 영화라면 또 모를까, 중국 영화로선 이질감이 커서 득보다는 실이 더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뒤에 작중 끝판 대장인 리조트 개발 사업의 그룹 회장 아들과 대치되는데 클라이막스를 장식해야 할 그 부분이,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시시하게 끝난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의식을 잃은 펑이 보는 꿈속에서 8년 전에 자신이 죽인 상대가 그를 용서하는 장면이 나와서 기가 차게 만든다.

펑이 죽인 상대가 착한 놈도 아니고 부하들 잔뜩 끌고 와서 몽둥이 들고 펑을 죽일 듯 공구리 치다가 나중에 반격 당해 죽은 건데 꿈속에 나타나 용서 드립을 치고, 더욱 가관인 건 그 뒤로 한달의 시간이 지난 뒤 펑이 맞이한 비극적인 최후다.

이 작품 포스터 홍보 문구를 보면 무슨 주인공의 복수극처럼 이야기하는데 본편은 전혀 그렇지 않고 결말은 오히려 그 반대인 것이다. 애초에 펑이 출소 후 8년 전에 자신이 죽인 남자의 할머니를 찾아가 사죄의 마음을 갖고 돕는다거나, 엔딩 전에 나오는 꿈에서 죽은 남자에게 용서를 받는 내용이 나오니.. 용서를 구하는 게 핵심 내용인데 뜬금없이 복수 드립치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독수리가 되고 싶다는 말과 연인 이이에게서 받은 독수리 펜던트, 그리고 엔딩씬에 나오는 독수리의 삶은 분명 다 하나로 연결되어 비극의 결말을 장식하긴 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절정 부분은 시시하고 결말은 허무하니 총체적인 난국이다. 거기다 작중에 던진 떡밥 회수도 다 안 됐다. 아하이, 카이 등 절친들과의 관계는 갈등만 생기지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됐다.

특히 아하이는 과거 회상 때 언젠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지나가는 투로 말한 게 현재에 현실화되는 상황까지 이끌어 냈는데도 싸울 듯 말 듯 분위기만 잡다가 결국 안 싸우고 끝내 놓고는 스토리 자체에서 이탈시켜 버리니 주인공 이외에 다른 인물이 나오는 의미가 없어진다.

결론은 비추천. 설정, 줄거리만 보면 완전 액션물인데 그 실상은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 아니라 기대를 배신하는 작품이다.

그보다 더 문제인 건 감독, 각본, 제작, 무술 감독, 주연을 전부 한 사람이 다 맡으니, 그 한 사람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되면서 동시에 궁극의 자뻑이 되어 본인은 간지나고 폼나게 보일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보는 관객들은 공감을 하지 못하니 제작 의도와 관객 감상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 이것은 감독이 주연을 동시에 맡은 액션 영화들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다.

중국판 복수혈전 내지는 중국판 클레멘타인이라고나 할까?

여담이지만 본작의 주인공 펑 역을 맡은 유송은 외모랑 분위기를 보면 고행석 작가의 만화 고정 주인공 캐릭터인 ‘구영탄’이 연상된다. 구영탄을 실사화하면 이런 느낌이 될 것 같다.

덧붙여 고혹자 시리즈의 진짜 최신작은 2013년에 왕정 감독이 만든 ‘고혹자 강호신질서’다. 하지만 시리즈 6탄으로부터 무려 12년 후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출현 배우들이 싹 바뀌어 시리즈 전통의 주인공인 정이건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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