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슬로터 (Slaughter Of The Innocents, 1993) 사이코/스릴러 영화




1993년에 제임스 길켄호스 감독이 스릴러 영화. 한국명은 지옥의 슬로터. 원제는 ‘슬래셔 오브 더 이노센트’다.

원제의 뜻은 영아 살해로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귀도 레니의 그림 ‘베들레헴의 영아 살해’의 제목과 같다. 베들레헴의 영아 살해는 신약 성서에서 유대의 왕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헤롯왕이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2살 이하의 아이들을 모두 죽이라 명했던 학살 사건이다.

내용은 미국 유타주에 있는 도시 모압에서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용의자인 마텔이 사형 판결을 받았는데, FBI 요원 스티븐의 아들인 제시가 마텔은 범인이 아니라고 아버지에게 항의하고 스티븐 역시 아들의 말에 공감을 느껴 마텔을 구하려고 하지만 관료들의 비협조로 인해 마텔이 사형당한 뒤에 무죄가 입증된 상황에서 또 다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자.. 제시가 사건의 진범을 잡아 마텔의 원한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아버지를 도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아빠와 아들의 협력 수사물 같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비율로 따지면 2:8 정도인데 보통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8의 활약이 아버지. 2의 활약이 아들일 텐데 본 작품은 그 반대다.

어른들이 개삽질하면서 사건의 진범이 아닌 다른 사람을 족치고 있을 때, 천재 소년 하나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하다가 사건 해결 직전에 단 한 번의 실수로 위험에 처했을 때 현직 FBI인 아버지가 나타나 숟가락 얹듯 도와주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스릴러로서의 몰입감이나 긴장감이 조금 떨어지는 이유는, 주인공 스티븐을 비롯한 주변 인물도 사건의 진범한테 위협을 당하거나, 위험에 노출당한 것도 아니라서 그렇다. 어른들이 너무 삽질을 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 그 시점으로 보면 정말 몰입이 안 된다.

오히려 천재 소년 제시의 시점으로 봐야 몰입이 잘 된다. 나이는 어리지만 컴퓨터 및 전자 기기 사용에 능숙하고 머리가 매우 좋아서 어른 뺨치는 분석, 탐문, 조사 능력을 선보인다. 혼자 비행기 표까지 끊고 바이크 렌탈까지 싸움 빼고 못 하는 게 없는 먼치킨 캐릭터다.

천재 소년이란 컨셉 이상의 대활약을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현실감이 없긴 하다. 현실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애초에 영화는 픽션이니까 이런 가공의 설정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작중에 나오는 악당 설정도 약간 특이하다. 사이비 종교의 신자로 이름은 ‘모데카이’인데 계곡 위에 있는 우라늄 광산의 갱도 안에서 살며, 노아의 방주랍시고 배를 만들어 갱도의 철도 라인에 얹어놓고선 갖가지 동물과 인간의 시체를 암수 한쌍으로 모아서 철도를 따라 절벽으로 떨어져 천국에 간다는 계획을 세운 미치광이 범죄자다.

술집 주인을 집어 던져서 사슴 박제의 뿔에 찔려 죽게 한 것 이외에는 사실 작중에서 누군가를 직접 죽이는 씬은 안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본작에서는 어른들이 삽질하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그렇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릴러판 ‘나홀로 집에’라고나 할까? 사실 본작이 집에서 농성하는 게 아니다 보니 나홀로 집에 1탄과는 좀 다르지만, 집을 나와 뉴욕을 해메는 2탄하고는 좀 비슷할 수도 있다. 본작의 천재 소년 제시도 집 나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발 소년이란 외향적 이미지도 비슷하다. 기본 디폴트 메이크업은 둘째치고 엔딩 직전에 올빽 머리를 하고 나온 것을 보면 확실히 나홀로 집에 1의 캐빈을 연상시킨다. (정확히는, 캐빈이 거울 앞에서 올빽 머리하고 얼굴에 아빠 스킨 발랐다고 비명지르던 룩)

몇 가지 인상적인 씬이 있는데 첫째는 작중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 당한 마티의 약물 사형 집행을 리얼 타임으로 보여주는 것. 둘째는 모데카이의 악몽에 나타나 그에게 펄펄 끊는 주전자 물을 붓는 대머리에 뾰족귀를 가진 신부. 셋째는 경찰들이 범인 일가 잡을 때 물고기 낚듯이 그물을 사용하는 장면이다.

결론은 평작. 작중 어른들이 너무 삽질을 하며 주인공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아서 스릴러로서의 몰입도,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어른과 아이의 활약상이 역전된 것은 나름 신선했던 작품이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에서 유명한 배우는 스콧 글렌이라서 표지만 보면 어른 주인공 원탑 영화처럼 보인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진 주인공인 천재 소년 제시 배역을 맡은 배우는 제시 카메론 길켄호스다. ‘길켄호스’란 성을 보면 바로 알겠지만 본작의 감독 제임스 길켄호스의 아들이다. 어쩌면 본작에서 제시의 활약이 너무 대단한 것은 감독의 아들 사랑으로 인한 편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실제로 제시 카메론 길켄호스의 영화 출현작은 전부 3편인데 작품별로 성만 다르지 이름은 전부 다 똑같은 ‘제시’로 나온다. 물론 세 영화 다 제임스 길켄호스 감독이 각본도 맡은 작품이다.

제시 카메론 길켄호스의 영화 데뷔작은 성룡 주연의 1985년작 더 프로텍터인데 거기서는 제시 알렉산더로 나왔다.

덧붙여 제임스 길켄호스 감독은 이 작품의 차기작으로 1995년에 타임 마스터를 만들었는데 그 작품에도 역시 아들인 제시 카메론 길켄호스가 주연으로 출현한다. (그 뿐만 아니라 제시의 여동생이자 감독의 딸인 베로니카 카메론 길켄호스까지 나온다. 즉, 남매 동반 주연!)

그런데 그 작품이 SF 괴작이라 부자가 나란히 그 작품을 끝으로 영화판에서 사라지는데.. 그로부터 약 13년 후인 2008년에 영화 배드 바이올로지에서 제임스 길켄호스 감독만 배우로 딱 한 번 출현한다.



덧글

  • 먹통XKim 2013/11/12 22:12 #

    길켄호스는 영화 일을 취미로 했죠... ㅡ ㅡ 왜 그런가하면 집이 엄청난 부자랍니다.
    어느 정도냐면 페라리를 수십대 그것도 본사에 개인 주문하여 오로지 자신에게만 1대뿐인 특별 주문을 하는 조만장자 때부자입니다. 2013년에는 페라리 신형 차량을 새롭게 주문하여 소유하고 있는데 전세계 최고의 페라리 수집가로도 알아주죠. 이러다보니 영화 제작도 거리낌없이 제작비 걱정은 없었지만.
  • 먹통XKim 2013/11/12 22:13 #

    뭐 솔져나 엑스 터미네이터같이 저예산 액션물치곤 꽤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있지만요
  • 잠뿌리 2013/11/13 00:59 #

    먹통XKim/ 더 프로텍터도 괜찮은 영화였지요. 그 뒤로는 이 작품하고 타임 마스터까지 딱 두 작품 내고 감독 은퇴를 했는데 과연 집이 부자라서 그랬군요. 왜 아들을 영화에 출현시키고 먼치킨 캐릭터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 먹통XKim 2013/11/17 18:28 #

    다만 프로텍터 미국판은 개판이었죠,성룡이 보고 뭐 이따위냐고 ㅡ ㅡ..할 정도였습니다
    홍콩판을 보면 국내에 비디오로 나온 미국판과 확 다르죠..홍콩판이 훨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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