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전승자(風の伝承者.1998) 2019년 일본 만화




1998년에 와카쿠와 카즈토 글, 야마모토 사토시 그림으로 주간 소년 선데이에 연재를 시작해 2000년에 단행본 전 10권으로 완결된 격투 만화.

내용은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 후가 이페이가 실은 전국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고류 격투기로 후가류 6예의 계승자인데, 각각 무술, 격투의 고수인 누나, 여동생 도합 네 명의 자매들에게 치어 살며 타류 격투가들과 싸우면서 후가류 6예의 정통 전승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싸움도 못하고 기가 약해서 도무지 고무술 집안의 계승자로 보이지 않는 이페이가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 나가며 성장하는 게 주된 내용으로 격투 성장물의 왕도적인 전개를 걷고 있다.

격투 성장물에 가족, 친구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설정은 언뜻 보면 참신한 맛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다른 격투 만화와 비교해 보면 그게 또 의외로 다가온다.

보통, 격투 만화에서 주인공이 자주 가지는 테마는 ‘강해지고 싶어!’, ‘보다 강한 놈과 싸우고 싶어!’ 이 정도라서 열에 아홉은 격투 바보인데 본작의 주인공 이페이는 그런 것 없이 가족과 친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또 강해진다.

류파의 간판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가족, 친구를 우선하는데 평소 잡일을 하며 자매들에게 치여 살지만 그게 실은 나름대로 육체를 단련하는 것이고 전승자로서의 재능이 뛰어나 빠른 속도로 레벨업을 한다.

D&D로 치면 가치관이 로우풀 굿이라고나 할까? 파이터보다 팔라딘에 어울리는 캐릭터다. 누이들에게 치여 살면서 독립을 꿈꾸지만 그 가족이 위험에 처하면 단숨에 달려가 구해주니 츤데레 기사가 따로 없다.

그래서 사실 오글거리는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가족애와 우정이 메인 테마다 보니 그렇다. 거기다 이페이와 한 번 싸운 상대는 개심하고 친구가 되는 내용이 반복되다 보니 좀 식상하다. 왕도적 전개를 따라가는 만큼 단순화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다른 격투물과 차이점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주인공 이페이가 속한 집안이 딸부잣집이라 이페이 외에 나머지 전부 여성진이란 점이다.

가족 사랑이 메인 테마라서 그런지 몰라도 히로인이 딱히 없기 때문에, 후가의 여성진들이 개그와 서비스씬을 전담하고 있다.

1권부터 5권까지는 작품 전체로 볼 때 전반부에 해당하며 학교 생활과 가족 이야기가 중심으로 이루고 있어서 적당히 볼 만하다. 싸움만 계속 나오는 게 아니고 개그, 서비스씬, 가족 드라마 등이 적절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본작의 작화가 야마모토 사토시는 섹시한 여성을 그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고 하는데 그래서 본작에도 서비스씬이 적지 않는다. 그 비율과 분위기만 놓고 보면 히로인만 없이 러브 코미디로 볼 수도 있다.

6권부터 10권까지는 작품 전체로 볼 때 후반부에 해당하는데 후가류 6예와 같은 고무술인 타이도류의 도전자가 찾아와 새로운 싸움에 휘말리면서 진지 모드로 바뀐다.

이 싸움이 류파의 운명을 건 진지한 승부다 보니 전반부에 나온 것들이 대부분 묻혀 사라진다. 학교생활이 나오지 않으니 학교 친구들은 단역이 되고, 가족 드라마에서 벗어나 전승자의 싸움이 되다 보니 자매 중 일부 캐릭터는 엑스트라화된다.

대표적으로 복서인 차녀 나츠미와 철포술을 쓰는 막내 고후유인데 그 둘은 본래 조연 포지션이 그렇다 쳐도, 문제는 삼녀이자 이페이의 쌍둥이 누이인 치아키의 비중에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이페이의 쌍둥이 누이인 후가 치아키로 사실 이 작품 단행본을 처음 샀을 때 내용이 뭔지 모르고 1권 표지의 치아키가 므훗해서 단숨에 구입했다.

그런 사감을 떠나서 볼 때 작중에 치아키는 이페이와의 갈등부터 시작해 본인의 액션, 서비스씬, 개그 등 후가류 여성진 중 가장 비중이 높아서 거의 본작의 히로인급으로 나왔지만, 후반부의 도입부에서 어떤 사건을 계기로 팍 기가 죽어서 병풍 신세가 되어 버린다.

그 때문에 안 그래도 히로인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없는데 그에 준하는 캐릭터마저 리타이어 아닌 리타이어를 해 버리니 격투물에 러브 코미디, 가족 드라마 요소를 도입해 진행하던 전반부의 개성이 함께 사라졌다.

유일하게 검과 고무술의 달인인 장녀 하루카만이 전후반부에 걸쳐 조연으로서의 비중을 유지하며 활약한다.

그게 아마도 후반부에 벌어지는 싸움은 전반부보다 난이도가 높고 상대 류파가 고무술이다 보니, 싸움 중계를 해도 고무술에 조예가 깊은 캐릭터가 필요해서 그런 것 같다. 정확히는, 격투 만화에 빠질 수 없는 기술 중계 캐릭터만 남긴 거라고나 할까.

이페이의 류파는 후가류 6예라는 가상의 고무술로 전국 시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군사 타케나가 한베에를 시조로 삼은 것인데 유술, 마술, 창술, 궁술, 검술, 철포술 등 여섯 가지 무예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사실 본작의 격투 만화다 보니 적이 무기를 써도 주인공이 무기를 쓰는 경우는 없어서 여섯 무예 설정이 있어도 실제로는 유술과 타격기로 싸운다.

무술명을 외치며 기술을 시전하며 싸우는데 그나마 전반부에는 유술+타격으로 타류 무술(유도, 검도, 복싱, 스모, 프로 레슬링)과 맞붙으며 기술을 변화시키고 응용해 투지와 기지를 발휘해 싸우지만.. 후반부에는 이페이가 급성장해 거의 만랩 수준에 이르러 같은 고무술끼리 슈퍼 파워를 쓰듯 번쩍번쩍 쾅쾅거리며 싸우니 거기서 약간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페이의 적들은 몸통에 구멍을 뚫는 지권에, 투기를 뿜고 최면술과 환술까지 쓰니 이쯤 되면 격투물이 아니라 능력자 배틀물이다.

그래도 후가류와 타이도류의 싸움은 나름대로 사연이 있고 인물간의 갈등 관계가 해소되서 깔끔하게 끝났는데 그 뒤에 이어진 공동의 적 쿠토류 에피소드는 단 한권만 다루기 때문에 너무 서둘러 끝낸 느낌마저 준다.

전국 시대 닌자를 시조로 한 쿠토류가 후가류, 타이도류의 진정한 적으로 본래 그들에 맞서 두 류파가 싸움을 벌인 것이란 설정인데 스토리의 아귀는 맞지만 진행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이페이는 만랩을 달성한 듯 혼자서 모든 적을 쓰러트리고, 한 때 적이었던 상대마저 싸움이 끝나기도 전에 같은 편으로 만든다.

거기다 심지어 최후의 사투 때도 혼자 싸웠고 타이도류의 도전 에피소드에 나온 후타이류의 비기 ‘봉황’ 떡밥도 회수하지 못한 채 아주 끝장을 내버리기 때문에 완전 소드 마스터 야마토 수준이다.

대전 게임 용호의 권으로 비유를 하자면,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패왕상후권을 익혔는데.. 막상 라스트 보스와의 싸움에서 최후의 일격을 가할 때 기본기로 마무리를 지은 거다.

결론은 미묘. 전반부는 러브 코미디+격투+가족 드라마를 버무려서 나름대로 재미있지만, 후반부는 너무 진지하고 전개도 빨라서 오히려 평범한 격투 만화가 되어 버렸다.

이게 90년대 말에 나와서 그렇지 요즘 시대에 나왔다면 후가류 여성진들이 주역으로 나오는 스핀 오프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그림을 맡은 야마모토 사토시는 포켓 몬스터의 코믹스판인 포켓 몬스터 Special로 잘 알려져 있다. 정확히는, 1~10권까지는 마사토가 맡았지만 질병으로 휴재를 해서 10권 이후부터 야마모토 사토시로 그림 작가가 교체되어 지금 현재까지 40권 넘게 계속 그리고 있다.

덧붙여 본작의 글을 맡았던 와카쿠와 카즈토는 현재 키무라 나오미 그림에 글을 맡아 ‘댄더라이온’이란 만화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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