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 (Sakebi, 2006) 귀신/괴담/저주 영화




2006년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만든 미스터리 호러 영화. 2006년에 세계 각국의 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2007년에 일본에서 개봉했다.

내용은 도쿄의 매립 지역에서 구정물에 머리를 박고 익사한 빨간 옷을 입은 젊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됐는데 그 뒤에 비슷한 수법의 살인 사건이 계속 벌어지는 가운데, 사건을 수사하던 베테랑 형사 요시오카 노보루가 첫 번째 사건 직후부터 빨간 옷을 입은 여자 귀신에 시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귀신이 나오지만 메인 장르는 귀신물보다는 미스테리물에 가깝다. 주인공 요시오카가 귀신의 환영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귀신에 대한 공포 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되기 보다는 작중에 벌어진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디선가 바닷물을 퍼와 거기다 사람의 머리를 처박아 익사시키는 수법의 살인 사건이 계속 벌어지는 상황에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품들이 요시오카 본인과 관련된 것들이라 주인공 자체도 사건의 용의자 선상에 올려놓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게 미스테리물이지, 추리물이나 형사물과는 좀 거리가 먼 것이 작중에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은 첫 번째 사건을 제외하면 누가 범인인지 이미 다 보여주기 때문에 그렇다.

첫 번째 사건의 범인 검거도 사실 뭔가 추리를 하거나 탐사를 해서 성공한 것도 아니다.

요시오카는 현직 형사로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지만 사실 그 사건과는 별개의 부분에서 단독으로 탐사를 진행한다.

자기 눈앞에 수시로 나타나는 빨간 옷의 귀신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사건 수사는 내팽겨 쳐두고 혼자서 뻘뻘거리며 돌아다닌다.

빨간 옷의 귀신은 작중에 묘사되는 게 생긴 건 멀쩡하다. 귀신 특유의 파란 조명 스프라이트를 받는 것도 아니고 외모가 흉물스럽지도 않다.

그냥 멀쩡한 사람처럼 나오지만 공중부유에 비행 능력을 갖추고 타이틀 그대로 절규하며 나타난다.

개인적으로는 붉은 옷의 귀신이 절규와 함께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나름대로 깜짝 놀랐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는 전혀 무섭지 않다는 거다. 사실 귀신이 비행하는 시점에서 무서움이 한층 반감된다. (이게 무슨 꼬마 유령 캐스퍼나 고스트버스터즈의 먹깨비도 아니고..)

난간 밖으로 몸을 던져 도시를 향해 부웅 날아가며 빨간 옷을 펄럭이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슈퍼맨의 빨간 망토 날아가는 모습 같다.

작중에 벌어진 사건이 사실 귀신의 수작질로 연쇄 주살이라 할 수 있어서 ‘주온’을 생각나게 한다. 사실 본작에서 귀신이 사람을 해치는 동기도 비슷하다.

명대사까지는 아니지만 인상적인 대사가 맨 마지막에 나오는 귀신의 나레이션으로 ‘내가 죽었으니 남들도 다 죽어야 되요.’라는 게 있는데 그게 본작에 나오는 빨간 옷의 귀신을 함축하는 한 마디 말이다. 다만, 요시오카를 비롯해 살인 사건의 가해자들이 귀신과 연관된 계기는 좀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

정신병원 근처를 배 타고 지나가다가 그 먼 거리에서 눈 마주쳤다고 원한이 생긴 것이라니 좀 이해가 안 간다. (아무리 감성에 호소한다고 해도 이해가 되야 공감을 하지 이건 좀..)

공포 보다 미스테리 느낌이 강한 만큼 작중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음울하다. 주로 밤보다 낮 시간이 배경으로 많이 나오지만 벌건 대낮이 아니라 구름이 낀 어두운 날이라 밤보다 한층 서늘하게 느껴진다. 그런 분위기에 몰입이 잘 되는 사람이라면 조금 공포를 느낄지도 모른다.

요시오카가 사는 집부터 시작해 경찰서나 귀신의 비밀이 숨겨진 폐 정신병원 등 작중에 나오는 건물이 전부 낡았고 건물 밖의 장면에서는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는데다가, 집안에 있을 때조차 지진이 수시로 발생해 마구 흔들어대니 그 메마르고 삭막한 느낌이 무슨 묵시록 같은 느낌마저 준다.

결론은 평작. 작중에서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나 철학 같은 건 특별히 해석하거나 따로 전할 필요는 없고, 영화 자체의 재미와 느낌을 요약해 말하자면 을씨년스러운 배경에 벌건 대낮에 나오는 귀신과 미스테리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져 그 안에서 사건 담당 형사임과 동시에 용의자인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무섭지는 않은데 차갑고 메마른 분위기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귀신에 대한 몇몇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덧글

  • reaper 2013/10/24 21:37 # 답글

    유일히 본게 회로인데, 회로는 정말 세기말적인 운치 하나는 끝내주는 영화로 기억합니다. 도플갱어는 케이블로 봤었는데 특이했다는 것 외엔(...)
  • 잠뿌리 2013/11/04 19:02 # 답글

    reaper/ 뭔가 황량하고 메마른 배경의 세기말적 감성이 풍부한 게 이 감독의 특색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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