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가위는 쓰기 나름(犬とハサミは使いよう.2013) 2020년 애니메이션




2012년에 패미통 문고에서 발간한 사라이 슈운스케 작가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2012년에 GONZO에서 타카하시 유키오 감독이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전 12화로 종결된 작품.

내용은 카페에 강도가 들어 총기로 위협하는데도 그걸 인지하지 못한 채 글을 쓰던 나츠노 키리히메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강도에게 살해당한 하루미 카즈히토가 좋아하는 작가인 아키야마 시노부의 최종작을 읽지 못하면 눈을 감을 수 없다며 성불을 거부해 미니츄어 닥스훈트 개로 환생했다가, 실은 키리히메의 필명이 아키야마 시노부로 그녀와 재회해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개로 환생한 주인공과 현직 소설 작가인 여주인공의 부조리한 러브 코미디가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 주인공부터 시작해 주조연 캐릭터 전부 나사가 한 두 개씩 빠진 것으로 나오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인 캐릭터만 나와서 뭔가 굉장히 단편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 카즈토는 생전에 독서광에 활자중독자였다가 죽어서 개로 환생했는데도 여전히 독서에 집착하고, 히로인 키리히메는 소설 작가라면서 수틀리면 시도 때도 없이 가위질을 하며, 키리히메의 담당 편집자 스즈나는 진성 M이라 사고방식이 M쪽에 치우쳐져 있는데다가, 카즈토의 여동생인 마도카는 얀데레 브라콘. 같은 반 친구인 하미는 소심하고 자기비하가 심해서 밑도 끝도 없이 사과하며 자살 드립을 치고 금발의 아이돌 작가 마키시는 나와서 하는 일이라고는 원맨쇼 밖에 없다.

각 캐릭터가 설정에 맞춰 움직이고 리액션을 보일 뿐, 거기서 결코 벗어나는 일이 없다. 처음에 한 두 번 보면 재미있지만 계속 보면 질릴 정도다.

작중에 벌어진 사건에 의해 성장을 해도 결국 갈등만 해소된 거지 성격 자체가 변하거나 인격적으로 성숙된 것이 아니라서 계속 전과 같은 모습만 보여주니 좀 답답하다.

메인 스토리는 일단, 뭔가 미스테리한 사건이 벌어지면 그걸 조사해서 사건의 흑막을 밝혀내는 방식인데 작가 독자 드립치면서 진지 빨다가, 알고 보니 흑막이 개그하는 내용인데 이게 원 패턴으로 반복돼서 재미가 떨어진다.

작중에 나오는 작가론, 독자론 등 소설 드립은 너무 자의식 과잉인 느낌이 나서 공감이 전혀 안 가는데.. 그것도 일관성있게 주장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헛다리를 짚는다거나 혹은 개그로 이어저서 무게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에 이 작품의 장르적 테마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하다. 미스테리 추리물, 작가 능력자 배틀물, 러브 코미디 등등 여러 소재가 다 들어가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미스테리 추리물로 보기에는 사건 진행은 단순하고 내용에 진중함이 없으며 결말이 너무 허무하다.

작가 능력자 배틀물로선 제한된 시간 내에 단편을 빨리 쓰거나, 글을 써서 심사를 받는 룰의 집필전과 특정 작가의 집필기술류 오의 등등 그럴 듯한 설정이 나오는데 이게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별 비중 없이 잠깐 나오거나 혹은 나오려다가 말아서 맥 빠진다.

근데 정작 주요 등장인물들은 뭔가 특별한 개별 무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그게 가위, 빗자루 칼, 전기톱 등이라 소설과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이라는 게 함정이다.

본작의 능력자 배틀도 작가들간의 집필 배틀과 무기 사용자의 격투 배틀로 나뉘어져 있어서 배틀물의 주체성이 없다.

러브 코미디가 그나마 가장 메인 장르에 가까운데 문제는 주인공이 인간이 아니라 개다. 인간 주인공이 사고를 당해 죽은 뒤 동물로 환생하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종종 있었고 바우와우 코믹스판 중에도 그런 내용이 있긴 했는데 여기서는 그 개가 된 주인공을 가지고 러브 코미디를 쓰고 있다.

히로인 키리히메는 주인공 카즈히토에게 연심을 품고 있고 쿨데레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상대가 인간이 아닌 개라도 상관없다! 이런 식이라 개라도 괜찮으니 붕가붕가도 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이건 개방적인 걸 넘어서 정신줄 놓은 설정이라 코미디로선 웃기긴 한데 남녀의 연애물로선 살짝 공감이 안 간다.

그나마 좀 나은 점이 있다면 비록 개가 된 주인공에게 연심을 품고 있어 연애물로서 공감이 안 가도, 쿨한 얼굴로 독설을 날리는 것과 달리 주인공에게 연심을 품고 데레하는 키리히메가 나름대로 귀엽게 보인다는 것이다.

러브 코미디의 히로인으로서 적절한 데레를 보여준다. 오히려 그런 키리히메의 속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빈유 드립을 치며 자기가 알아서 매를 자초하는 둔감한 주인공 카즈토가 하는 짓거리를 보면 답답함을 넘어서 짜증이 느껴질 정도다.

생전에 독서광에 활자중독이라서 현실의 여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설정을 밑밥으로 깔아 놓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눈치 제로 고자로 나와서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에 실드를 칠 수는 없다.

거기다 애니메이션판의 스토리는 원작보다 더 떨어져서 작중에 라이벌 3강 구도를 가진 키리히메, 마키시, 모미지 등 3명의 대결을 허무 개그로 끝내 버린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분명 이 작품의 캐릭터는 하나하나 놓고 보면 나름 매력적인 부분이 있긴 한데.. 정작 그 캐릭터들이 작품에 나와서 말하고 행동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면 그게 너무 단순하고 재미가 없어진다.

이건 스토리성은 완전 내다버리고 캐릭터성에 집착한 결과물인 것 같다. 또 개로 환생한 주인공과 인간 여주인공의 부조리한 러브 코미디라는 메인 소재가 가진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소설이 주로 이런 경향이 많은데, 정말 그럴 듯한 발상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그걸 풀어나가기 어려울 때가 있다. 즉,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그걸 보고 ‘오, 이걸로 소설 쓰면 정말 재밌겠는데?’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가 프롤로그 쓰고 나서 더 이상 뒷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찍 싸버리고 끝나는 경우인데 이 작품도 태생적으로 그런 듯싶다. 그래서 장르적 테마의 일관성이 부족한 것이다.

결론은 평작. 캐릭터 자체만 놓고 보면 나름 매력적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설정이 산만하고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고 반복적이라 재미가 없는 작품이다.

원작 자체가 재미의 한계가 있는 작품이지만 애니판은 그보다 더 못 만들어서 과연 GONZO에서 만든 작품답다. 오로지 캐릭터성 하나만 보고 다른 모든 걸 버리고 만들었다가 망한 케이스 중 하나로 기록될 것 같다.



덧글

  • 바이아란 2013/10/23 16:42 # 답글

    개와 결혼이라니;; 만화라지만 러브코미디로선 너무 무리한 설정인것 같네요.
  • reaper 2013/10/23 19:15 # 답글

    캐릭터나 소재 놓고 보면 전형적인 일본의 것이고 괜찮게 만들면 또 수작될만 한데(...) 조금 아깝네요.
  • 잠뿌리 2013/11/04 18:59 # 답글

    바이아란/ 수간 드립도 나와서 너무 무리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reaper/ 시작 발상만 그럴 듯한 작품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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