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키의 저주(Curse of Chucky, 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3년에 돈 만치니 감독이 만든 사탄의 인형 시리즈 최신작.

내용은 선천적으로 하반신 마비에 걸려 휠체어를 타는 니카가 어머니 사라와 낡은 저택에서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발신자 불명으로 배송된 소포를 뜯어보니 80년대에 유행했던 굿가이 인형이 들어 있어서 그걸 꺼냈다가 그날 당일밤 사라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뒤, 니카의 친언니인 바비가 가족들을 데리고 무작정 찾아와 집을 팔아서 돈을 나눠달라고 땡강 부리고 조카인 앨리스가 굿가이 인형에 꽂힌 이후로 그날 밤을 경계로 참극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돈 만치니 감독은 전작이자 사탄의 인형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씨드 오브 처키를 만들었는데, 호러가 그저 거들뿐인 요소가 되고 코미디가 메인이 되는 바람에 관객들로 하여금 그 이름만 들어도 학을 떼게 했다.

하지만 사실 돈 만치니 감독인 사탄의 인형 1탄의 각본을 맡았고 그 뒤에도 쭉 각본에 참여해 사실상 사탄의 인형 시리즈 전체에 관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사탄의 인형 시리즈 전체를 공유하고 있고 설정도 나름대로 디테일하다.

일단 이 작품은 리메이크나 리부트판은 아니다. 작중의 배경은 전작 씨드 오브 처키로부터 4년 후이고, 시리즈 1탄으로부터 25년 뒤의 이야기라고 못 박고 있다. 25년 전에 처키가 저지른 참사도 작중에서 살인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처키의 인간 본체인 찰스 리 레이가 시리즈 1탄에서 경찰에 쫓기는 장면부터 나오는데 왜 쫓기게 되었는지 그 이유도 나온다.

본래 처키의 디자인은 3탄에서 갈가리 찢겨진 걸 4탄에서 꼬매고 기워서 누더기가 된 모습이 디폴트 디자인이 됐는데 이 작품에서는 초대 버전인 굿 가이 디폴트 모습을 하고 나오지만 그게 사실 페이크고, 누더기 모습의 정체를 드러내는 씬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다.

처키의 목소리 더빙 및 그의 인간 때 모습인 찰스 리 레이 배역을 맡은 배우는 여전히 브래드 듀리프다. 브래드 듀리프하면 눈물 연기가 일품인 연기파 배우라서 반지의 제왕 그리마와 엑소시스트 3의 제미니 킬러가 바로 떠오르는데 장장 25년 동안 한결 같은 목소리로 처키를 연기했다.

재미있는 건 작중 여주인공 니카 배역을 맡은 배우가 브래드 듀리프의 딸인 피오나 듀리프라는 사실이다. 즉, 작중에 아빠와 딸이 악당, 주인공이 되어 서로 극명하게 대치되며 투닥거리는 것이다.

전작에서 제니퍼 틸리의 육체와 영혼 교환을 성공해 인간이 된 티파니와 시리즈 1탄의 주인공이자 처키에게 있어 숙적이자 애증의 대상까지 된 앤디 바클리가 카메오 출현한다.

특히 앤디 바클리의 경우, 시리즈 1, 2탄에서 앤디 바클리 배역을 맡은 아역 배우 알렉스 빈센트가 그대로 출현했다. 그때로부터 25년이 지난 뒤 30대가 된 어른으로 등장하지만 시리즈 팬으로선 감개무량한 캐스팅이다.

영화 본편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이번 작은 정말 각 잡고 호러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인태 감독의 처키의 신부, 돈 만치니 감독의 씨드 오브 처키를 통해서 코미디로 변질된 이 작품을 시리즈 1탄 못지 않은 정통 호러로 되돌렸다.

그래서 스토리 자체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여 쭉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장르적으로 보면 리메이크 내지는 리부트란 말이 어울린다.

주인공 니카는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큰 상황에서, 이 시리즈의 전통적인 클리셰인 아무도 주인공의 말을 믿지 않아서 고립시키는 전개가 이어지니 나름대로 긴장감 넘치게 잘 만들었다.

니카는 처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지만 몸도 불편하고 주변에 조력자 하나 없는 고립무원의 신세인데 비해서, 처키는 고유 스킬인 인형인 척하기와 재빠른 움직임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등장인물들 앞에 나타나 참사를 벌이니 순수 호러물이었던 옛날 느낌이 난다.

바디 카운트는 꽤 높은 편이고, 잔인한 장면도 몇 개 나온다. 특히 니카의 매형인 이안의 최후가 가장 잔인해서 식겁했다.

전작 씨드 오브 처키로부터 9년 후에 나와서 영상 기술이 한층 발전되어 전작보다 더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성격도 시리즈 초기작으로 돌아가서 경박하지 않고 한층 잔혹하게 나온다.

기존작에 비해서 처키가 데미지를 입거나 고생하는 장면은 거의 안 나오는 관계로, 처키의 끈질긴 생명력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보면 좀 심심할 수도 있지만 대신 슬래셔물의 살인마로 잘 묘사되었다.

본편 결말은 시리즈 이전작과 완전 다른 노선을 걷고 있어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거기에 또 반전이 있어 엔딩 스텝롤이 다 올라간 다음에 나오는 쿠키 영상에서 결말을 완전 역전시키는 관계로 이 마지막 부분이 가장 재미있고 통쾌했다.

이블데드 2013도 그렇지만 쿠키 영상에 초기작의 주인공이 카메오 출현하는 건 정말 좋다.

결론은 추천작. 시리즈 최신작이지만 우인태 감독의 시리즈 4탄부터 코미디 영화로 변질되었던 걸 웃음기 쫙 빼고 정통 호러로 회귀시킨 작품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고 팬서비스도 확실히 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바로 VOD 서비스와 디지털 다운로드부터 시작해 그 뒤에 DVD, 블루 레이로 나왔다. 한국에서도 극장에 개봉하지 않고 한글 자막을 지원해 DVD/블루 레이가 정식 출시됐다.

덧붙여 이 작품의 국내 출시명은 처키의 저주다. 그런데 실제로 처키의 저주란 말은 이 작품의 타이틀로 쓰이기 이전부터 있었다.

1993년 영국에서 당시 10살 소년이었던 존 베나블스, 로버트 톰슨이 2살 아기였던 제임스 버거를 리버풀의 한 쇼핑센터로 납치해 인근 기차 승강장에 끌고가 무참히 살해했는데, 두 소년들은 사탄의 인형 광팬으로 살해 수법이 영화에서 처키가 사용한 방법과 매우 유사해서 해당 사건은 ‘처키의 저주’로 불리게 됐다.

법정에 선 두 소년은 종신형을 선고 받았지만 8년 후인 2001년에 가석방되고 법적으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새 이름, 새 주소를 갖고 살다가 올해 2월에 신상이 털려서 영국 검찰이 그들의 신상을 털고 사진을 올린 유포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입장 발표한 바 있다.



덧글

  • 타누키 2013/10/13 20:39 #

    이거 아직도 나오는군요. ㅎㄷ
  • 2013/10/14 12: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참지네 2013/10/15 10:48 #

    오호, 이거 참 맛깔나는 내용이군요.
    그리고 타누키 님 말처럼 아직도 시리즈가 유지되다니.......
    나도 나온 걸 몰랐다고!
  • 잠뿌리 2013/10/15 16:43 #

    타누키/ 전작으로부터 무려 9년만에 나온 최신작입니다 ㅎㅎ

    비공개/ 마지막 영상 정말 잘 만들었지요. 공부가 되는 씬이었습니다.

    참지네/ 미국 현지에서나 한국에서나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DL판이나 DVD/블루레이로만 출시되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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