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 마르코(Marco Macaco.2012) 2013년 개봉 영화




2012년에 얀 리벡 감독이 만든 덴마크산 3D 애니메이션.

내용은 원숭이들이 모여 사는 섬에서 해양 경찰 마르코가 순찰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던 중 어린 시절 소꿉 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룰루와 오랜만에 재회를 했는데, 같은 시기에 카를로가 대뜸 섬에 찾아와 애니팡팡 월드라는 호텔을 세웠는데 실은 그게 원숭이 섬을 지배하기 위해서 가지고 온 파괴 로봇이고 마르코가 그 사실을 밝혀냈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 낭만 해적단에 들어갔다가.. 섬의 위기를 듣고 다시 돌아와 룰루를 구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당시 런닝맨 고정 멤버로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이광수, 송지효가 남녀 주인공인 마르코, 룰루 성우를 맡았고 웃음과 교훈이 있다고 광고를 했다.

일단 스토리에 이야기하자면 신문 기사에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라고 하지만 실제로 본편은 전혀 그렇지 않다.

원숭이 섬의 유일한 경찰인 마르코가 진실을 밝혀내려 하지만 누명을 쓰도 도망쳤다가 해적단에 들어갔는데, 섬의 위기 소식을 듣고 해적들과 함께 돌아와 모두를 구한다는 스토리 자체가 너무 단순하다.

사건 발단이나 전개 과정은 뜬금없는 느낌을 주는데 필요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떡밥 회수를 안 했기 때문이다.

우선 악당 원숭이인 카를로가 마르코가 사는 원숭이 섬에 찾아 온 이유와 그의 고릴라 로봇 호텔 머리 꼭대기에 들어간 녹색 물질의 정체가 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원숭이 섬의 왕이 되어 섬 주민들을 로봇 눈깔 광선으로 세뇌시켜서 매일 파티를 열고 놀겠다는 목표는 있는데 보는 사람으로선 납득하기 좀 어려운 구석이 있다. 목표는 알겠는데 동기를 모르니 몰입하기 어렵다.

카를로는 미친 원숭이에요! 라고 작중에 마르코가 직접 외쳐도 왜 미쳤는지는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무리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그런 부분을 대충 넘어가면 허술하게 보인다.

대사가 재치가 있는 것도,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도, 캐릭터의 리액션이 좋은 것도 아니다. 개그씬은 주인공 마르코가 뛰고 날고 구르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의존하고 있다.

마르코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히어로풍의 해양 경찰 이야기로 나뭇가지를 톤파처럼 사용해 악당들을 물리치고 왕가슴 미녀 원숭이를 구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거 보고 뭔가 마르코도 그렇게 활약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낚시 중에 낚시였다.

작중 마르코의 전용 아이템으로 생뚱맞게 ‘스턴 건’이 나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용으로만 쓰일 뿐, 스토리 진행이나 상황 해결에 적극 쓰이지 않아서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딱 하나 괜찮은 장면이 있는데 극후반부에 나오는 반전이다.

초월적인 존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상황을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해결 방법을 살짝 비튼 반전이라서 의표를 찔렸다.

3D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보다는 핸드 페인팅 작업을 위주로 만들었고 배경 음악도 60년대 스타일이라 확실히 아날로그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아날로그 감성이 좋은 거지, 비주얼이 특별히 화려하거나 인상적인 건 아니다. 스토리 자체가 너무 단순해서 그런 게 나올 만한 구석이 없다. 뭔가의 대모험이라기보다는 그냥 외딴 섬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이란 느낌 밖에 안 든다. 모처럼 섬과 바다가 나오는데 그 배경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세계관이 매력적인 것도 아니라서 흥미가 너무 떨어진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등장인물의 춤과 노래가 나오긴 하는데 그게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적다. 춤, 노래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것도 인트로에 나오는 마르코의 테마와 낭만 해적단의 테마 단 두 개 밖에 없다.

전체 내용 중에 딱 두 장면만 나오고 나머지는 나오다 말거나 굉장히 축약한 버전만 나와서 캐릭터들의 춤사위가 볼거리라고 하는 건 낚시성 홍보 멘트다.

성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이광수는 이번 작이 첫 번째 더빙작인데 그런 것 치고는 의외로 괜찮았다. 런닝맨에 나올 때의 목소리와 애니메이션 보이스 더빙을 할 때의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평소 어투와 연기 말투가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이건 송지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송지효는 드라마 출현 경력도 많아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보다는 드라마 연기 같은 느낌을 줘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는데 그에 반해 이광수의 더빙은 캐릭터와 어울려서 괜찮았다.

보통, 한국 극장에서 개봉하는 애니메이션의 큰 문제점은 극중 캐릭터의 외모와 분위기만 같은 인기 연예인을 무작정 데려다 놓고 더빙을 시켜서 완성도를 크게 하락시키는데 그래도 이 작품은 무난하게 더빙된 편이다.

다만, 그래도 프로 성우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약간의 어색함(특히 작중에 나오는 노래 부분)이 있다.

오히려 성우보다 더 문제였던 건 번역인데 쓸데없이 런닝맨을 언급하는 게 좀 귀에 걸렸다.

이광수, 송지효가 개그맨은 아니라서 유행어가 딱히 없는 관계로 작중 캐릭터 대사로 대놓고 런닝맨을 언급하고 런닝맨에 나오는 용어를 메인 용어로 쓰고 있으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악당인 카를로는 능력자라고 하고, 마르코가 경찰 근무를 하는 것을 미션 수행이라고 하면서 집에 가서 런닝맨이나 봐! 런닝맨처럼 뭐뭐해! 이런 식으로 런닝맨 언급을 하니 너무 거기에 의존한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건 개그맨을 기용한 다른 애니메이션에서조차도 찾아볼 수 없는 안 좋은 경향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이 해양 경찰 마르코라고 해서, 실제 해양 경찰들 가족들이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주인공의 활약에 공감이 간다고 호평을 했는데.. 사실 그건 립서비스에 가깝고 실제로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본작의 주인공 마르코는 경찰로서 사명감을 갖고 나오는 모습은 인트로 장면에서만 나오고 그 뒤에 첫사랑 룰루를 만난 뒤에는 경찰과 관련이 없는 그냥 보통의 원숭이 남캐가 되기 때문에 해양경찰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한다.

애초에 경찰로 나왔다가 누명을 쓰고 해고를 당해 도망자 신세가 되고 그 뒤 해적단에 입단하면서 해적이 되니 경찰 설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근데 타이틀은 해양경찰 마르코라고!)

본작의 배경인 원숭이 섬에서는 이렇다 할 범죄 한 번 일어나지 않는데, 마르코가 속한 곳은 자경단, 경찰청 같은 게 아니라 대통령 직속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경찰이라기보다는 공안 같은 느낌이랄까.

그 대통령도 항상 뭔가의 위험에 시달려 철통같은 보안을 지키며 절벽 꼭대기의 건물에 살고 있어서 이미지만 놓고 보면 독재자인데 정작 절벽 아래 마을은 평온하니 이질감이 느껴진다.

언론에서는 이 작품의 교훈적인 부분이 많다고 하는데 그 예로 든 게 게임 중독의 위험성이라고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게임이 안 나온다.

그냥 호텔 안에서 파티를 열고 춤추며 논다! 이것만 나올 뿐이다.

작중 카를로가 모빌 트레이스 시스템으로 애니팡팡 건물 로봇과 일체가 되어 움직이면서 눈에서 광선을 발사해 섬주민을 세뇌시키는 것 가지고 게임 중독에 빠트리는 거라고 하는데 그 부분 연출을 보면 그건 게임을 한 게 아니라 뽕을 한 느낌이다. 눈에 광선을 쐬면 눈알이 툭 튀어나오고 동공이 점이 되어 이상한 환상을 보면서 헤벨레 하는 것이라 그렇다.

미국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뽕 맞고 환각에 빠진 것과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니까 뽕 맞았다는 표현을 못 써서 게임 중독이라고 바꾼 것 같다.

카를로의 건물 이름을 애니팡팡 월드라고 번역을 해놔서 다분히 애니팡을 의식한 제목이기 때문에, 본편에는 게임이 전혀 나오지 않지만 뜬금없이 게임 중독 드립을 치고 있으니 게임 제작자들이 보면 뒷목 잡고 쓰러질 것 같다.

아이러니한 건 게임 중독 드립을 치면서도 정작 게임 룰로 진행되는 런닝맨 출연자에게 남녀 주인공 더빙을 맡기고, 작중에 런닝맨과 런닝맨에서 나오는 용어인 미션 언급을 자주 한다는 사실이다.

급기야 엔딩 때 이광수, 송지효가 슝 나와서 어린이 여러분, 마지막 미션을 공개합니다. 이러면서 일일일선을 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런닝맨으로 우려먹는다.

결론은 평작. 스토리, 배경, 캐릭터 등 무엇 하나 좋은 게 없어 전체적으로 재미가 떨어지고 번역까지 막장이라서 완성도까지 낮았지만.. 영상 기술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진 것은 좋았고 인기 연예인 더빙치고는 더빙 퀄리티는 무난했던 평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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