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글래 살래(2002) 2019년 전격 Z급 영화




2002년에 김두영 감독이 만든 코미디 영화.

내용은 달동네를 배경으로 서로 맞은 편 자리에 가게를 낸 중국집과 피자집이 대립하는 상황에 이소룡 오타쿠인 중국집 배달부 소룡이 미용실에서 일하는 연변 처녀 옥란에게 연심을 품었는데, 스타 기획사를 세우고 배우 지망생을 꼬셔서 갈취하는 조폭 개기름에 의해 옥란이 큰 피해를 당하고 소룡 역시 두들겨 맞자 나중에는 참다못해 복면을 쓰고 정체를 감춘 채 조폭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중국집과 피자집이 서로 맞은편에 있어 대립하고 있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이소룡을 정신적 사부로 여기며 닮고 싶어하는 중국집 배달부 청년 소룡이 미용실에서 일하는 연변 처녀 옥란이 악질 조폭 개기름에게 당하는 걸 보고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쌈마이 영화로 특히 유명한데 특히 가장 엉망인 것은 스토리인데 그 완성도가 바닥을 기고 있다. 줄거리 축약도 힘들 정도로 스토리가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주인공 소룡의 시점으로 생각해 보면 중국집과 피자집이 서로 맞은편에 있어서 티격태격한다는 게 배경 설정이다.

중국집 사장은 김정일 패러디 캐릭터고, 피자집 사장은 김대중 패러디 캐릭터로 각각 배정열, 송양구가 배역을 맡았는데 외모 싱크로율은 꽤 높은 편이며 2002년 당시의 남북 관계 그 자체를 가게끼리의 경쟁으로 패러디하고 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반목하다가 배달 음식의 무료 서비스로 출혈 경쟁을 하던 중 주인공의 중재로 서로 화해하고 평화 협정을 맺는다.

피자집 사장의 햇볕 정책 언급이나, 중국집 주인이 배달부 몰래 피자를 시켜먹는 등등 깨알 같은 패러디가 나온다.

만약 그렇게 중국집 VS 피자집의 대결 구도와 화해에 집중했다면 그냥저냥 무난한 코미디 영화가 나왔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언뜻 보면 위에 언급한 가게끼리의 대결 구도가 메인 스토리인 것 같은데 실제 본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조폭 개기름이 배우 지망생인 여자들에게 접근해 연예인 시켜준다고 꼬셔서 한 집에 몰아 놓고 연기 지도를 빙자한 붕가붕가를 하고 손님 접대를 시키며 리얼 타임 나가요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의 비중이나 활약이 크게 떨어지고 오히려 악역에 가까운 개기름이 나쁜 남자란 포지션으로 진 주인공처럼 나온다.

전반부는 이 나쁜 남자의 나가요 시뮬레이션과 중국집, 피자집의 대결이 뒤섞여 있어서 장르가 코미디인 건 알겠는데 주제가 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영화인지 모르겠다고나 할까나?

그리고 본편 진행과 상관없는 생뚱맞은 이야기나 저질 개그가 난무한다. 뜬금없이 개꼴레미, 굶은 살모사가 모시는 형님인 개기름의 붕가붕가 무용담을 듣고 황학동 벼룩시장에 가서 변태 선생을 만나 돼지 발정제를 복용한다거나, 각얼음을 여자 거시기에 넣으려는 시도를 하는가 하면 작중 개기름이 나가요 애들 기합을 주면서 화장실 변기 뚫어뻥(압축기)를 가슴에 사용하고 중국집, 피자집 주방장들이 의기투합해 길 가던 여자 성추행하고 욕하는데 중국집 사장은 한술 더 떠서 젊은 아내를 알몸으로 원형 도마 위에 올려놓고 면발 빚어야 할 밀가루를 뿌려서 애무하는 것도 나오고 피자집에서는 씨멘을 재료료 한 작중 가칭 ‘슈퍼 딸딸이 피자’를 판매하는 등 진짜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막 나간다.

추정컨대 사적인 자리에서 음담패설하던 걸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겼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다. 거기다 아무런 개연성이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예를 들면 작중 소룡이 중국집에서 쫓겨난 이후 평화 협정의 공로로 피자집 사장 집에 신세를 지게 됐는데 그 다음 장면에 생뚱맞게 집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다가 사장 내외가 돌아오자 급히 방에 몰아넣었다가 볼일이 급해 유리컵에 소변을 보게 하는데 그 뒤에 또 장면이 바뀌고 다른 내용이 이어지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이런 게 한 두 번이 아니라 계속 이러니까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이미 초반에 히로인 옥란과 연애 플래그를 켜놨는데 금발 염색한 여자 친구는 또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너무 저질 개그라서 한국적인 정서에 맞지 않고 오히려 미국 영화의 화장실 유머에 가까워서 보통 사람들은 공감하기 힘들뿐더러, 이해가 안 되는 걸 넘어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서 개그 센스가 나쁘다. 차라리 미국에서 섹스 코미디로 나왔으면 보고 웃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잭 에스의 화장실 유머도 잘 통하니 말이다.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중국집 VS 피자집 이야기와 리얼 타임 나가요 시뮬레이션이 어떤 방식으로 합쳐졌냐면 달동네 재개발 프로젝트 때문에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인데 이 후반부 전개는 또 갑자기 너무 진지해진다.

난데없이 개기름이 속한 조직 보스가 소룡의 부모님의 원수로 나오고, 옥란이 위험에 처해도 도우러 갔다가 공구리 당해서 떡실신 당하던 소룡이 옥란의 2차 위협이 나오는 후반부에서는 갑자기 복면을 쓰고 이소룡 트레이닝복을 입고서 쌍절곤을 휘두르는 히어로가 되어 코미디에서 액션 영화로 장르 이탈시킨다. 처음부터 액션 코미디였던 게 아니라, 코미디였다가 액션 영화가 된다는 말이다.

옥란과의 연애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진전되는데 이게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왔다가 조폭한테 당해서 몸 다치고 돈 잃은 연변 처녀의 불행한 이야기란 식으로 서술을 하고 있어서 진지하고 애절한 BGM을 자꾸 깔고 간다.

일단 히어로로서의 소룡은 설정만큼은 나름 흥미롭다. 과거 유명한 주먹의 아들로 아버지가 이소룡팬이라 소룡이란 이름을 가졌는데 부모님을 여의고 학창 시절 때는 약골이라 맞고 다녔다가 이소룡을 동경하는 마음에 온갖 운동을 다해 몸짱이 된다. 그리고 이소룡을 정신적인 스승으로 삼고 이소룡 비디오를 보며 독학으로 무예를 익히며 중국어를 배운 뒤, 두건을 쓰고 이소룡과 같이 괴조음을 내며 악당들을 쓰러트리는 히어로다. 히어로일 때 일부러 중국어로 말하는데 초반에 던진 중국어 학습 떡밥도 회수했다. 다만, 중반과 후반에 소룡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연출이 나오는데 그 떡밥은 회수되지 않았다. 추측해 보면 영화 배우 이소룡의 혼백 같지만 그게 실제 설정이라면 너무 황당하다.

전반부에서는 이소룡 특유의 노란 트레이닝복에 노란 두건을 쓴 모습으로 나왔다가, 후반부에서는 머리에 용 한자가 적힌 흑두건을 쓰고 검은 도복을 입고 나와 복장의 일관성은 좀 떨어지는데 액션씬 자체는 나쁘지 않다. 모티브를 이소룡으로 잡은 만큼 그 컨셉에 충실하게 싸운다.

문제는 클라이막스 때 소룡이 라스트 배틀을 벌이기 전에 나온 달동네의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폭과 달동네 주민의 패싸움이 소룡과 전혀 무관한 느낌을 줘서 따로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고, 스토리 설정대로라면 작중 최종 보스인 소대가리와 소룡의 대결을 정무문의 마지막 장면인 날라차기를 패러디해서 단 한 문장으로 짤라 버렸다는 거다.

아버지의 원수이자 작중 최종 보스인 소대가리와의 마지막 혈투라도 제대로 찍었다면 그나마 액션 영화로 봐줄 만 했겠지만.. 그걸 잘라버리고 실제 코미디언 출신인 김용의 혼잣말 욕 개그로 마무리를 해서 코미디로 결말을 지으니 최악의 한수가 된 것 같다.

배우 캐스팅 진영은 나름대로 잘 알려진 사람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 소룡 역은 모델 겸 탤런트인 김승현, 히로인 옥란 역은 아들과 딸에 종말이로 나왔던 곽진영, 술집 성마담 역은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인 성현아다.

개기름 역은 특전사 출신으로 유명한 박남현, 조직 보스 소대가리 역은 야인시대의 시라소니 역으로 나왔던 조상구. 그 이외에 미용사 찰리최 역으로 매의 눈 홍석천, 소룡의 아버지 용호 역으로 독고영재, 피자집 주방 보조 깐죽이 역에 남창희가 나온다. 이중 독고 영재는 다른 배우와 다르게 타이틀 화면에서 의리 출현이라고 적혀 있다(으리!)

출연진 전원에게 있어 흑역사로 남을 만한 작품이라서 뭐라고 위로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 거기다 몇몇 배우는 배우 활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돌아와 이 작품을 복귀작으로 골랐는데 하필 그게 최악의 선택이 됐으니 애도를 표하고 싶다.

특히 본작에서 개기름 역을 맡은 박남현은 작중 김승현의 스턴트 대역을 맡았다는데 악역으로 출현하면서 동시에 주인공의 스턴트 대역까지 맡은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곽진영도 연변 사투리 연기 어색하다고 디스하기에는 작중에서 히로인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험하게 구르기 때문에 도저히 깔 수가 없다.

개기름한테 강제 붕가붕가 당하거나 구정물에 빠져 두들겨 맞는 씬 등을 보면 정말 이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하드하다.

그나마 출현진 중에 망가지지 않고 체면을 지킨 것은 독고영재와 조상구. 단 둘 뿐이다. 독고영재는 작중 용호로 나와서 소룡의 과거 회상편에만 잠깐 나왔고, 조상구는 붉은 살모사 역으로 과거 회상과 현재에 조직 에이스 칼잡이/조직 보스로 나오는데 등장과 퇴장이 다 진지한 내용이라 그렇다.

작중 조상구가 조직 에이스/보스로 나온 것은 당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시라소니 이미지라서 그것 때문에 그렇게 캐스팅된 것 같다.

결론은 미묘. 코미디와 액션, 둘 다 하고 싶은데 감독의 역량과 각본의 완성도가 따라가지 못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놓쳤다.

한국 영화 역사상 최악의 영화를 손에 꼽으면 단연 상위 랭킹에 등극할 만한 전설의 레전드한 졸작이다. 워낙 대단한 킹 오브 졸작이라서 오히려 졸작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한 번쯤 볼만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용이라든가, 아니면 영원히 고통 받을 자기학대용이랄까.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보기에는 폭력성과 선전성이 지나쳐 혐오스러운 저질 개그가 난무해 B급 영화로 보고 즐기기엔 유쾌하지 못하다.

그래도 이게 10년 후인 지금 시기에 나왔다면 모 사이트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을지도 모른다. 작중 김대중, 김정일 패러디 캐릭터들이 서로 다투다가 나중에 화해를 하고는 힘을 합쳐 조폭들과 싸우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감독 김두영은 1년 후인 2004년에 클레멘타인을 만들었다. 단 1년 만에 이만한 작품을 또 만들다니 어떤 의미로 볼 때 정말 대단하다.

클레멘타인은 웃음기 쫙 뺀 액션 영화로 이 작품을 생각해 보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생각을 버리고 액션이라는 토끼 한 마리만 잡으려 한 것 같고 그 유명한 스티븐 시걸까지 캐스팅했지만 결과는.. (본작의 박남현과 클레멘타인의 이동준도 그렇고 연예계에서 한 주먹하는 상남자 배우들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덧붙여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가 일부 장면을 삭제해 18세 관람가로 개봉했다. 제작사는 본작이 제한 상영가 판정을 받은 게 억울하다고 했는데 실제 영화 본편 내용을 보면 그 폭력성과 선정성은 제한 상영가를 받기 충분하다.

추가로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초반부에 소룡이 고기 심부름 갔다가 개기름을 만났는데, 그때 개기름이 자신이 지정해준 업체 말고 다른 가게에서 물건을 샀다며 정육점에 진열된 삼겹살 한 덩이를 떼어다가 소룡을 두드려 패는 씬이다. 지금까지 영화보면서 삼겹살로 사람 패는 건 처음 봤다.

그리고 라스트 배틀 때 갑툭튀한 조폭 쌍절곤 고수와 대결은 나름 웃겼다. 이 영화를 보면서 유일하게 웃었던 장면이다.



덧글

  • 애쉬 2013/09/27 22:44 # 답글

    이 영화를 글로 정리하신 것만 해도 대단하십니다;
  • 블랙 2013/09/28 10:01 # 답글

    괴작 '로켓트는 발사됐다'의 최야성 감독이 제작, 기획을 한 작품이기도 하죠. ('로켓트는 발사됐다'는 실험정신(?)이라도 있지 이건... 이 작품 이후로는 최야성의 필모그래피도 더 없더군요.)
  • 잠뿌리 2013/10/03 22:18 # 답글

    애쉬/ 이 작품은 사실 끝까지 다 보는 게 더 엄청난 것 같습니다 ㅎㅎ

    블랙/ 이 작품이 끝이란 게 그나마 다행이네요.
  • ㅇㅇ 2018/11/19 00:45 # 삭제 답글

    영화 내용이 워낙 횡설수설이라서 뭔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애니매이션 엉클 그랜파도 그런데 적어도 엉클 그랜파는 웃기기라도 하지 이건 웃기지조차 못한다.

    아마도 비슷한 시대에 중화권에서 유행한 '쇼킹 아시아'라는 영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모양인데 솔직히 흥행영화를 이렇게 찍으면 안 된다. 내용이 이래갖고서야 원...

    참고로 독고영재는 똥영화에 3편이나 출연하는 안습함을 자랑했다. 쇼킹 아시아에 어설픈 스토리를 가미한 주글래 살래, 팬티스타킹 신은 여자 조작원 말고는 볼 게 아예 없는 키드캅, 대한민국이 장애인을 징병한다고 자랑하는 영화 마지막 방위, 이렇게 3개다. 그 셋 중 두 개에서 높은 사람으로 나왔는데 키드캅에서는 도둑 두목, 마지막 방위에서는 방위의 지휘관인 대령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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