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Z: 신들의 전쟁(ドラゴンボール Z 神と神.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3년에 호소다 마사히로 감독이 만든 드래곤볼 시리즈의 최신 극장판. 전작으로부터 무려 17년 후에 나온 작품이고 원작자인 도리야마 아키라 선생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스토리, 캐릭터 감수를 맡았다. 원제는 ‘드래곤볼Z 신과 신 배틀 오브 갓’. 국내명은 드래곤볼Z 신들의 전쟁이다.

내용은 마인부우전 이후로 몇 년이 지난 뒤의 이야기로 우주 저편에서 우주 최강의 존재인 파괴신 비루스가 39년만에 잠에서 깨어나 꿈에서 초샤이어인 갓과 싸운 것을 떠올리고 계왕계로 가서 손오공을 제압하고, 현존하는 베지터 이하 현존하는 샤이어인들을 만나기 위해 부르마의 38번째 생일 파티장에 난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분위기는 드래곤볼 최후반의 마인부우편과 초반을 믹스하고 있어서 공교롭게도 처음과 끝을 떼어다 붙인 느낌을 주는데 그 때문에 드래곤볼 초반부의 냄새가 물신 풍긴다. (피라후 일당이 주목 받은 것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지의 적이 나타나 대량학살을 벌이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박터지게 싸우며 여기저기 쾅쾅 터지고 부서지고 무너지며 폭발하는 기존 극장판과 정 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다.

드래곤볼 Z부터 본 팬이라면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오히려 손오공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드래곤볼 초반부터 지금까지 쭉 봐 온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친숙하고 정감 있게 다가올 그런 분위기다.

본작은 부르마의 생일 파티장이 열리는 캡슐 코퍼레이션에서 시작된 것으로 세계의 운명을 건 싸움치고는 배경이 아담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의 스케일은 상당히 크고 본작에 나온 끝판 대장인 파괴신 비루스는 역대 드래곤볼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적 중에 최강의 힘을 자랑하는 실력자로서 문자 그대로 파괴신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루스는 사막 여우를 닮은 삐쩍 마른 묘두인신으로 본작이 개봉하기 전에 공개된 외형상의 이미지가 논란이 됐지만 개봉 이후에는 여론이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변덕스럽고 기분에 따라 파괴 행위를 하지만 그런 설정을 가진 것 치고는 그렇게 난폭하거나 잔인하지는 않다. 작중에서 공격적으로 변한 것은 어떤 계기가 있기 때문인데 그전까지는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인데도 불구하고 파티 분위기를 충분히 즐기면서 거기에 융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본래 목적이 초샤이어인 갓과 싸우는 것이지 지구 파괴가 목적이 아니라 Z전사들이 우르르 달려들 때 그들을 죽이지 않고 가볍게 제압했고, 이후 손오공과의 리벤지 매치에서도 그를 단련시켜주듯이 싸웠다.

특히 Z전사 중 최강인 손오반과 마인부우, 초샤이어인 3단계인 손오공을 단 몇 초만에 제압한 걸 보면 기존 극장판에 나온 적들이 전부 덤벼도 한순간에 발릴 것 같다.

기존의 극장판 시리즈에서 절대악으로 나온 적들과 확실히 다른 차이점을 보여주면서 그만의 고유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때문에 인상적인 캐릭터다.

본작의 배경이 부르마의 38번째 생일 파티다 보니 작중에 나온 주조연 캐릭터들이 총 출동하는데 그래서 비중이 분산되어 있다. 그런데 이게 또 좀 오묘한 구석이 있다.

피콜로, 18호, 크리링 미스터 사탄 등등 드래곤볼 시리즈의 전통적인 조연들은 단역화되었고 오반, 오천, 트랭크스 등 2~3세대 샤이어인들은 조역. 주연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는 손오공, 베지터가 2강이고 의외로 준조연급으로 비중이 급상승한 건 피라후 일당이다.

피라후 일당은 드래곤볼 초반에 손오공 일행과 대립하며 드래곤볼을 모아서 세계 정복을 꿈꾸던 악당들인데 본작에서는 신룡에게 소원을 빌어 셋 다 잔뜩 어려진 모습으로 등장해 부르마의 생일 파티장에 몰래 침입한 것으로 나온다. 그 과정에서 사건 사고를 벌이기도 하고, 설상가상으로 트랭크스는 마이에게 플래그를 꽂으니 예상 이외의 전개가 나와서 재미있었다. (본작에서 마이는 꼬마가 됐지만 실제 나이는 41살로 부르마보다 3살 연상이다)

손오공은 여전히 천연 전투 바보로 나오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비루스와 싸울 수 없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은 고지식한 면을 보인다. 손오공의 스타일과 성격을 생각하면 굉장히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동안 이런 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지, ‘아 이 녀석은 본래 이랬지’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원기옥이나 퓨전 같이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리는 방식으로 최종 전투에서 승리한 일이 많아져서 그동안 잊혀진 거지 손오공은 본래 스스로의 힘으로 싸워왔고 강적을 만나 고전하거나 패배하는 일도 많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나 수련을 통해 강해져 재기했다.

베지터는 끊임없이 손오공에게 열등감을 표출하는 기존의 작품과 달리 본작에서는 가족과 지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망가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캐릭터로 나온다. 또 부르마에 대한 애정으로 한 순간이나마 손오공을 능가하는 전투력을 보여주기도 했기에 기존의 극장판에서 나오지 않은 의외의 모습을 잔뜩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혹자는 ‘이건 내가 아는 베지터가 아니야!’라고 절규하지만, 사실 이건 베지터가 본래 이런데 그동안 이런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다.

실제로 베지터는 츤데레라서 그렇지 손오공과 다르게 가족 사랑이 극진한 한 가정의 가장이다. 친구가 다치거나 죽어서 분노가 폭발해 초샤이어인이 되는 손오공과 정반대로 부르마나 트랭크스가 다칠 때 초샤이어인이 되는 게 바로 베지터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싸움의 결과는 예상 이외의 것이라 역대 드래곤볼 시리즈 극장판과 차별화된 것이다. 후속작을 위한 떡밥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결말도 신선하게 다가와서 좋다.

결론은 추천작! 드래곤볼 시리즈의 최신작이라기보다는 처음과 끝을 믹스하여 온고지신으로 다시 만든 클래식한 작품이다. 옛날 분위기로 돌아가서 드래곤볼 라이트 팬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코어팬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 하다. 그야말로 드래곤볼을 보고 자란 세대를 위해 바쳐진 수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국내판에 삽입된 곡은 영어로 나와서 약간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영문 더빙이라고 해도 원작의 리듬에 잘 맞춰서 개사를 한 것이라서 원작 주제가의 느낌 그대로를 살렸다.

스텝롤이 흐를 때 좌측에 원작 코믹스 1권부터 완결권까지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드래곤볼 Z 애니메이션 주제가인 ‘CHA-LA HEAD-CHA-LA’가 울려 퍼지는데 드래곤볼 원작 팬의 영혼을 울리는 연출이었다.

덧붙여 이 작품의 초반부 회귀 느낌이 특히 강했던 게 피라후 일당의 비중이 상승한 것도 그렇지만, 라스트씬에서 오공에게 가장 먼저 달려들어 딴죽을 걸며 투샷을 받은 게 오룡이라는 점. 그리고 우주 최강의 존재인 손오공에게 싸대기를 날리는 부르마라는 게 이채로웠다.

드래곤볼의 이야기는 산중에서 어린 손오공과 부르마의 보이 미츠 걸을 통해 시작됐고 손오공, 부르마, 오룡이 본래 드래곤볼 최초의 주인공 파티였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가 오룡을 보면 저 돼지는 뭐야?라고 하겠지만.. 드래곤볼 코어팬들에게 있어서는 퍼스트 파티의 주역인 것이다.



덧글

  • 삼별초 2013/09/21 13:38 # 답글

    스텝롤을 보면서 느꼈지만 드래곤 볼은 어ㄹ른들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이연 2013/09/21 13:43 # 답글

    드래곤볼 1권부터 보면 제일 처음 대적하는 상대도 오룡이였죠 ㅋㅋ 어릴적 배꼽잡으며 봤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 애니메이션 엔딩을 보고 코끝이 찡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어찌보면 유년시절을 함께해온 만화였으니...
  • 잠본이 2013/09/21 13:53 # 답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아직도 저 밖에 강자들이 잔뜩 있다니 더이상 뭘 더 보여줄려고(...)
  • aascasdsasaxcasdfasf 2013/09/21 15:10 # 답글

    더빙판은 플로우가 안불렀나 보네요.
  • 풍신 2013/09/21 15:40 # 답글

    비교할 것도 없지만 드래곤볼 극장판 중에서 최고의 물건인 동시에, 애니판 에피소드 중에서도 굉장히 인상 깊은 작품이 아닌가합니다. 원작과 동떨어진 다른 극장판과 다르게, 본편 직계 후일담이란 컨셉으로 만든 것 같고, 정말 마지막 스텝롤에서 드래곤볼 전권 속독은 참 멋진 연출이었어요!
  • 블랙 2013/09/23 10:40 # 답글

    비루스는 같은 토리야마 아키라 디자인이라 그런지 게임 '토발 No. 1'의 최종보스 '우단'이 연상되더군요.
  • 잠뿌리 2013/09/23 14:03 # 답글

    삼별초/ 드래곤볼은 확실히 80년대를 살아온 현재의 30~40대의 것이 되었지요 ㅎㅎ

    한이연/ 오룡의 역할을 크리링이 이어 받았는데 본작에서는 크리링 대신 오룡이 더 대사가 많아서 드래곤볼 초반 느낌이 강했습니다.

    잠본이/ 생각해 보면 드래곤볼 전반부는 손오공이 항상 강자들을 만나 고전하고 패하기도 하지만 다시 수련을 통해 강해져 리벤지 매치를 하는데 이번 극장판도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 옛날 방식을 그대로 따라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점도 있지요.

    aascasdsasaxcasdfasf/ 플로우와 목소리는 같은 것 같은데 일어 가사를 영어 가사로 개사해 부른 것 같습니다.

    풍신/ 엔딩의 스텝롤 연출 정말 최고였지요. 동명의 만화 원작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선 정말 손에 꼽을 만한 연출이었습니다.

    블랙/ 그러고 보니 토발을 잊고 있었네요. 확실히 비루스는 우단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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