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The Conjuring.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3년에 쏘우, 인시디어스로 유명한 제임스 완 감독이 만든 하우스 호러 영화.

내용은 로저 페론 일가가 로드아일랜드 주 해리스빌에 있는 집을 구입해서 이사를 왔는데 새벽 3시가 될 때마다 집안에 깃든 유령에게 시달렸는데 실은 그 집이 1863년에 악령에 씌인 어머니가 가족을 몰살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라 결국 견디다 못해 심령 연구가이자 퇴마시인 에드 워렌, 로레인 워렌 부부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국내 개봉 예정 때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절대 혼자 보지 마세요’라는 그럴 듯한 문구로 광고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영화관에 가서 혼자 보고 나오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홍보 문구의 반대 상황이다. 무서운 장면은 몇 개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 그렇게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좋게 말하면 하우스 호러의 정석을 따라가고 있고, 나쁘게 말하면 흔해 빠진 하우스 호러물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새 집으로 이사<이사한 후 이상한 걸 느낌<가족들 신변에 위험에 처함<심령 연구가를 초대<집안을 조사<가족 중 하나가 악령에 씌임<신부를 불러서 엑소시즘을 함<무사히 제령에 성공or제령에 실패해 몰살.

이 진행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 작품으로부터 약 34여 년 전에 나온 아미티빌 시리즈와 대동소이한 것이다.

애초에 이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작중 주인공은 워렌 부부는 실존 인물로 70년대 미국에서 유명한 심령 연구가이자 퇴마사이며 실제로 아미티빌 사건을 접했다. 그들이 접한 유령 사건 중 가장 위험했다는 로저 페론 가족 이야기를 영화로 각색해서 만든 것이다.

그 때문에 이야기 자체를 놓고 보면 아미티빌과 비교할 때 거기서 거기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장면이 몇 개 나오고 스토리가 뻔하다고 해도 내용 자체는 꽤 볼만하다. 이건 전적으로 본작의 감독 제임스 완의 능력인 것 같다.

제임스 완은 쏘우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쏘우 말고 다른 호러 영화도 만들었다. 2007년에 나온 데드 사일런스와 2010년에 나온 인시디어스를 손에 꼽을 수 있다.

그래봐야 단 두 편 아니냐?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21세기에 나온 고스트 호러 영화 중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다.

제임스 완 감독 자체가 동양인(정확히는 말레이시아 출신)이라서 분명 배경과 인물은 다 서양인이지만 그 안에 담긴 공포의 정서는 동양적이다.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비주얼에 의존하기 보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소리를 통해서 공포를 선사하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그래서 유령의 공포를 잘 표현해 냈다.

몇몇 장면은 깜짝 놀랄 정도는 되는데 러닝 타임이 길어서 스토리가 좀 늘어진다 싶을 때 어김없이 나와 묵직한 한 방을 날려준다.

극 후반부는 아이 구출과 엑소시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작중 인물들이 뛰어 다니기 때문에 흥미진진하지만.. 의자 공중 부유씬이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집안 전체가 흔들리는 연출 등은 너무 픽션 느낌이 강해서 좀 맥이 빠졌다. 그걸 보고도 ‘이 작품이 실화였다니 소름 돋는다!’라고 하기는 좀 무리가 따르지 않나 싶다.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건 공포 영화의 흔하디흔한 광고 문구다. 토브 후퍼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부터 시작해 원조 하우스 호러물인 아미티빌도 그렇고 너도 나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어요.’라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잇다.

관객들이 이 실화 드립에 낚이는 이유도 납득은 가는데 그 이유가 뭔고 하니 극 후반부의 그런 심령 현상 러쉬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반 영화와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느낌을 주면서 나름 논픽션 같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워렌 부부가 70년대 당시 기준의 첨단 장비를 동원해 유령의 흔적을 쫓는 부분을 예로 들 수 있다. 자외선 라이트로 영혼의 발자국을 쫓고 오디오와 자동 촬영되는 사진기 등으로 유령의 소리, 실루엣을 찍으며 과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그게 실제로 북미 쪽의 고스트 헌터가 사용하는 방식과 같아서 리얼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북미 지역의 고스트 헌터들은 아예 유령 출몰 흉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전문적인 장비를 동원해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흉가나 폐가에 가서 귀신의 혼을 공수하여 자기 몸에 싣고 한풀이를 해서 승천시키는 한국의 무속인과는 정 반대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랬던 내용이 막판에 가서 본격 엑소시스트물이 되어 판타지로 장르가 변하니 조금 맥이 빠지는 구석이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1 오리지날판을 보다가 파라노말 액태비티1 스티븐 스필버그판의 결말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본편에 나온 떡밥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중에 나오는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다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그곳에 어떤 사건이 있었다, 누가 누구를 죽였다 이 정도 썰만 풀 뿐이다.

결론은 추천작. 무서운 장면은 나오는데 무섭지는 않은 영화다. 전작인 인시디어스가 더 무섭다. 다만, 데드 사일런스와 인시디어스를 만들면서 다진 내공으로 하우스 호러의 정석을 지키며 만들었기 때문에 비록 스토리가 뻔하고 진부해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이번 2013년에 개봉한 호러 영화 중에서는 그나마 볼만한 작품에 속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스탭들은 촬영 현장인 집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거나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촬영팀이 묶고 있던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기이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덧붙여 이 작품은 2천만 달러로 제작됐고 미국 개봉 당시 너무 무섭다는 이유로 R등급을 받았지만, 2억 5천만 달러를 벌어서 역대 R등급 공포물 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덧글

  • reaper 2013/09/17 21:26 # 답글

    아마, 동양의 정서도 있지만... 하우스호러라는 장르 자체가 서양의 호러적 정서를 가진 거라고 들은 바 있기때문에, 아마도 양 정서의 완급을 통해 조화로운 호러를 만들었기에 눈길을 끌지 않았나 해요.
  • 삼별초 2013/09/17 22:14 # 답글

    데드 사일런스와 데스티네이션1을 보면 제임스 완 감독은 이쪽으로 믿음이 가더군요
  • 잠뿌리 2013/09/17 23:28 # 답글

    reaper/ 확실히 그런 것도 있지요. 하우스 호러의 기본은 19세기나 그 이전에 지어진 낡고 오래된 집이고 유령이 나오는 집은 아미티빌 이전부터 서양의 단골 호러 소재입니다. 제임스 완 감독은 거기에 동양적인 호러를 잘 녹여낸 것 같습니다.

    삼별초/ 아. 데드 사일런스의 감독은 제임스 완인데 데스티네이션의 감독은 제임스 왕입니다 ^^;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릴 수 있지요.
  • LONG10 2013/09/18 01:41 # 답글

    헐리우드 식 하우스 호러는 동양인들이 그런 저택에 살 일이 별로 없는고로 그 감각을 느끼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전 파라노말 엑티비티도 인상적인 장면은 있지만 소문처럼 무섭진 않더군요)
    제임스 완이 말레이시아 인이란 건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인시디어스에 대한 평가도 그렇고 언젠가 좀 봐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P.S: 정작 출세작인 쏘우 1편의 반전은 놀라기보다 당황했지만요. ^^;
  • 잠뿌리 2013/09/18 10:28 # 답글

    LONG10/ 제임스 완 감독이 정확히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호주 국적이라고 하더군요 ㅎㅎ 출신이 이색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호러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아주 무섭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헐리우드식 하우스 호러는 저택 배경인 것도 있지만 일반 가정집 배경인 게 오히려 더 낫지요. 아미티빌은 순수한 공포물로선 그저 그렇고 오히려 토브 후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합작인 폴터가이스트 같은 작품이 나름 무섭습니다 ㅎㅎ 쏘우1은 무덤덤하게 보다가 결말의 반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 제이포나인DKHN 2013/09/19 02:01 # 답글

    쏘우 팬이라서 기대하고 갔다가 엑소시즘 소재는 전혀 취향이 아니라서 실망만 하고 왔는데 잠뿌리님 리뷰 굉장히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저도 홍보문구랑 정반대로 그냥 뻔한 호러영화로 느꼈고 후반이 판타지가 돼버려서 그냥 뻥지고 무섭지도 않고....
  • 잠뿌리 2013/09/19 21:54 # 답글

    제이포나인DKHN/ 이 작품은 후반부의 장르 이탈이 오히려 공포도를 약화시켰지요. 무서운 장면도 초중반에 두어번 정도 밖에 없고 엑소시스트로 변하는 후반부는 전혀 없었습니다.
  • 블랙 2013/09/23 10:45 # 답글

    아미타빌 사건의 진실은 유령따위 없었고 사기친거 였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 잠뿌리 2013/09/23 14:07 # 답글

    블랙/ 실제로 아미티빌 사건은 사기라는 게 들통이 났었지요. 작중에 벌어진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고, 드피오가의 살인 사건은 계획된 범죄라는 게 사건의 진상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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