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여왕 (The Snow Queen, 2012) 2013년 개봉 영화




2012년에 러시아 연방에서 블라드 바르베, 막심 스베시니코프 감독이 만든 3D 애니메이션. 한국에서는 2013년에 개봉했다.

내용은 눈의 여왕의 저주로 세상이 꽁꽁 얼어버렸는데 그녀를 물리칠 유일한 무기가 사물의 진실한 모습을 비추는 마법의 거울이라서 그것을 만든 장인 베가드가 눈의 여왕이 보낸 살수에 의해 아내와 함께 죽임을 당하고 어린 딸 겔다와 아들 카이만을 간신히 피신시켰는데.. 그로부터 수년 후 겔다와 카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은 채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눈의 여왕이 보낸 부하 트롤과 얽히면서 서로 남매란 사실을 알게 되지만 카이가 눈의 여왕에게 납치되면서 겔다가 애완 족제비 루타, 트롤과 함께 구하러 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 눈의 여왕에서는 카이, 겔다가 사이가 좋았지만 어느날 트롤이 만든 모든 것을 반대로 추하게 보이는 거울의 파편이 하늘에서 떨어져 카이의 눈과 심장에 박혀 성격을 변화시킨다. 그 후 어느 눈오는 날 카이가 혼자 나가서 놀다가 눈의 여왕에게 잡혀갔는데 겔다가 카이를 찾아 나선다.

본작에서는 카이와 겔다가 남매로 나오고 카이의 성격을 변화시킨 거울의 파편은 눈의 여왕으로부터 세계를 구할 키 아이템으로 변화해 대 눈의 여왕 결전병기로 나온다.

원작에서 겔다가 여행 도중 왕자와 공주의 도움으로 황금마차를 얻고 산적의 습격을 받았다가 산적 딸이 준비해준 순록을 타고 눈의 여왕 궁전에 도착하는데.. 본작에서는 그 과정에 다소 뜬금 없이 나온다.

카이는 납치된 상태고 겔다는 트롤, 애완 족제비와 함께 카이를 찾으러 눈의 여왕의 궁전을 향해 여행을 가는데.. 식물원을 거치고 허당 왕국에서 마차를 선물 받은 뒤 해적에게 습격당했다가 해적 두목 딸에게 사슴을 얻기도 한다.

본래 바다였던 곳이 눈의 여왕의 저주로 인해 눈덮인 설원이 되어 해적이 산적질을 한다는 설정은 그럴 듯 했는데 여기서 나오는 해적 두목 딸은 본작의 포스터만 보면 메인 주인공 파티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출현씬도 얼마 되지 않는 단역에 가까운 조연이다.

작중의 눈 덮인 세상의 배경은 북극처럼 묘사되며 오로라에 에스키모 샤먼도 나오고 트롤은 각성하면 북극곰으로 변신한다.

동화 판타지에서 북극 판타지를 넘나드는 게 좀 부자연스럽기도 한데, 겔다의 여정은 에스키모 샤먼 할머니와의 만남을 제외하면 눈의 여왕과 어울리는 게 없어서 좀 메인 스토리와 겉도는 느낌을 주고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쓸데 없는 장면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나 할까. 왜 그게 굳이 눈의 여왕이란 타이틀에 들어가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내용이 많다.

식물원 에피소드는 말할 것도 없고, 허당 왕국은 사실상 겔다가 한 일도 별로 없는데 허당 국왕이 북 치고 장구 치고 그러다가 어영부영 해결된 느낌인 데다가 해적은 ‘나 눈의 여왕 찾아감. 해치워서 세계 구함 ㅇㅋ?’ ‘ㅇㅇ 너님 내 순록 타고 가셈.’ 이런 식으로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되니 스토리가 너무 즉홍적이라 짜임새가 없다.

한 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보다 여러 편의 TV판을 합친 총집편을 보는 것만 같다.

비주얼은 미묘하다. 눈의 여왕이란 제목에 걸맞게 눈, 얼음의 표현은 아름답지만 그 이외에 나머지 부분은 별로 인상적인 게 없다.

캐릭터가 특별히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히로인 겔다는 개성이 전혀 없고, 트롤 역시 끝판 대장의 졸개였지만 실은 애도 착한 놈이었어 라는 태그트리를 타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다른 캐릭터는 작중 끝판 대장인 눈의 여왕부터 시작해 전부 다 출현씬이 너무 짧아서 뭐라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대사 한 마디 없는 애완 족제비 루타가 그나마 나아 보일 정도다. (애는 귀엽기라도 하니까)

캐릭터의 관계 설정도 좀 이상하다. 겔다와 카이는 남매인데 눈의 여왕이 보낸 살수로 인해 부모님을 잃고 서로 떨어져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리는데.. 카이는 겔다가 친누나인 것도 모르고 이성적인 호감을 느껴서 보일러실에서 겔다의 초상화를 몰래 그리기도 하고, 초반에 눈의 여왕 궁전으로 잡혀가기 직전에 겔다가 누나란 사실을 알았지만 작품 끝까지 누나라고 부르기보단 겔다라고 이름만 줄창 불러댄다.

기억을 잃고 남매란 사실을 몰라서 만났는데 이성적인 호감을 느꼈다는 설정만 놓고 보면 한국의 막장 드라마와 너무나 잘 어울리지만 이건 확대해석일 수도 있다.

카이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겔다는 카이를 찾아가는 여행 도중에 토니 쟈가 ‘내 코끼리 내놔’하는 것처럼 ‘나는 동생을 찾으러 가고 있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크게 떨어트린 일등 공신은 바로 더빙이다.

본작의 더빙 문제는 심각하다. 장광, 최수민 성우 같은 베테랑 성우가 참여하긴 했지만 이들은 거의 조연에 가깝고, 주연인 겔다, 트롤의 성우는 탤런트 박보영, 개그맨 이수근이기 때문이다.

박보영, 이수근 둘 다 성우 경험이 없다 보니까 작중에 나오는 더빙 퀼리티는 바닥을 기고 있다. 그나마 이수근은 나레이션에서 시작부터 본인의 유행어인 ‘안녕하소~!’를 날려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본편의 더빙 자체는 최악까지는 아니고 모자라긴 하지만 나름대로 감정을 실어서 연기를 하려고 노력은 했다. 결과가 따라가지 못한 것뿐이다.

반면 박보영은 정말 답이 안 나온다. 2011년에 리오에서 쥬엘 목소리를 더빙했을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성우 더빙작인데 두 작품 다 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더빙 연기력이 나쁘다.

많은 사람들이 이수근의 트롤 더빙을 까는데 분명 까일 만하다. 허나 그런 이수근보다 박보영의 더빙이 더 안 좋은 걸 간과하고 있다. (결론은 둘 다 성우 연기를 못했는데 그래도 이수근>박보영 수준이란 거다)

더 자이언트에서 녹순이 더빙을 한 김지민과 묘하게 목소리 톤이 비슷한데 김지민, 박보영 더블 캐스팅으로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면 사상 최흉의 더빙 애니메이션이 탄생할 것 같다.

비전문 성우를 주연으로 채택하고 전문 성우를 조연으로만 돌려서 전체 더빙 퀼리티가 바닥을 기게 만들었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대사 번역 자체가 유치찬란해서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든다.

눈의 여왕 같은 경우, 배우 차태현의 어머니 이전에 애니메이션 베테랑 성우로 유명한 최수민 성우가 배역을 맡았다. (최수민 성우의 대표작은 영심이의 영심이, 까치의 날개의 엄지, 꼬비꼬비의 깨동이, 달려라 하니의 나애리/나레이션 등이 있다)

악역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깜놀, 똥냄새, 무적파워 여왕, 루저, 찌질이, 얼음땡, 뻥친다 등의 비속어를 남발하고 있으니 정말 괴리감이 느껴진다. 이건 정말 성우의 목소리가 아깝다. 그 좋은 성우 목소리로 이런 대사를 치게 하다니 누가 번역했는지 몰라도 일선을 넘어섰다. 주요 관객이 애들이니까, 애들이 좋아하는 막말을 집어넣은 것 같은데.. 그것도 상황 봐가면서 넣어야지 눈의 여왕 같이 출현씬 자체는 얼마 안 되도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끝판 대장 입에서 그런 비속어가 나오는 건 정말 비상식적인 일이다.

딱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건 엔딩 스텝롤이 나올 때 종이 연극풍의 그림으로 각 캐릭터의 후일담이 나오는 것 정도다.

결론은 평작. 바닥을 기는 성우 연기 때문에 몰입도가 제로를 넘어선 마이너스 수치인 데다가, 작품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3D로 구현한 눈이 아름다운 편이고 러시아산 애니메이션이란 게 좀처럼 보기 드무니 그 나름대로의 메리트가 있다.

여담이지만 본작에 허당 왕국 국왕 역의 장광 성우와 눈의 여왕 역의 최수민 성우는, 영심이에서 각각 남매 지간으로 나왔다. 장광 성우는 당시 영심이의 재수생 오빠 역을 맡아서 더빙했었다.



덧글

  • 링고 2013/09/10 12:05 # 답글

    당시에는 더빙 때문에 별로 기대를 안하고 갔었는데 의외로 성우 맡으신 분들이 모두 더빙을 잘 해서 재미있게 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눈의 여왕에게 가는 길이 멀고 험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도중에 만나는 등장인물들은 이야기의 감초라고 볼 수 있겠더랍니다.
  • 시그마 2013/09/10 14:23 # 답글

    성우 장광씨는 이상하게도 최근에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더빙할때 중년,노년 역만 해서 그런지...
    중년,노년 전담 성우로 각인되어버렸죠.사실 영심이 같은 옛날 애니메이션 더빙들을 보면
    젋은 악역이나 청년,청소년 역도 섭렵하셨었죠.
  • Lucier 2013/09/10 15:14 # 답글

    대한극장에서 혼자(..진짜 상영관에 사람이 나 혼자) 봤던 기억이 있는데, 박보영 더빙은 참 너무했죠.

    더 자이언트도 봤지만 그래도 김지민 녹순이 CV가 박보영 겔다 CV보단 훨씬 나은 거 같은데요.
  • 겔미 2013/09/10 23:36 # 답글

    지나가다 더빙 관련하여 읽어보고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라 댓글 남깁니다. 저도 이 영화 더빙 너무 싫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박보영의 연기가 전혀 안되서 짜증나 있는 상태인데다 단어선택이 하나같이 다 저질스러워서 원.. 위엄있고 무서워보여야 할 여왕이 초중딩이나 쓸법한 단어들을 말하는 거 보고 진짜 기가 차서.. 영화 자체도 장면장면이 매우 뜬금없고 거기다 저질수준의 더빙. 러시아산 애니라 신선한 점 빼고 장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애니였네요.
  • 잠뿌리 2013/09/11 15:41 # 답글

    링고/ 눈의 여왕에게 가는 길이 원작 동화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긴 한데 다소 뜬금없는 부분이 많긴 했습니다. 해적은 바다가 얼어붙어 산적질을 한다는 설정이라 나름 이해는 갔는데.. 허당 왕국과 식물원은 눈 이미지와 전혀 매치가 안됐지요.

    시그마/ 장광 성우는 과거에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에서 청년 시절부터 나온 김두한 더빙을 맡았죠(배우는 박상민)

    Lucier/ 김지민과 박보영을 비교하면 그나마 김지민이 더 낫긴 합니다. 박보영 더빙보다 더 안 좋은 여자 더빙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지요.

    겔미/ 박보영은 정말 성우 연기가 안 되는 배우였습니다. 각본상의 번안 대사도 유치해서 최악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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