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 바디스(Warm Bodies.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1년에 나온 아이작 마리온 원작의 좀비 로맨스 소설을, 2013년에 조나단 레빈 감독이 좀비 영화로 만든 작품.

내용은 폐쇄된 공항에서 자신의 이름, 나이, 출신도 모른 채 좀비로서 살아가던 R이 평소 때와 같이 동료들과 함께 인간을 잡아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줄리라는 여자와 만났는데, 그녀의 남자 친구 페리를 잡아서 뇌를 먹고 추억, 기억 등을 흡수해서 그 영향으로 줄리를 구해준 뒤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좋게 보면 좀비 로맨틱 코미디고 안 좋게 보면 좀비 NTR물이다.

인간과 좀비의 로맨스는 기존의 좀비 영화중에서 리턴 오브 리빙 데드3(바탈리언 3)를 손에 꼽을 수 있는데 거기선 사실 죽어가는 여친을 좀비로 부활시켜 인간에서 좀비로 점점 망가져 가는 가운데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이 작품과는 정반대다.

이 작품은 남자 주인공 쪽이 좀비고 처음부터 좀비로 나와서 스스로 좀비란 걸 자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 히로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리턴 오브 리빙 데드 3가 인간에서 좀비로 변한다면 이 작품은 반대로 좀비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각각 좀비 진영, 인간 진영을 넘나들며 무슨 이코마냥 둘이 나란히 손잡고 도망치는 게 인상적이다.

본작의 테마가 러브 오브 파워다 보니 스토리의 개연성은 좀 떨어지는 편이라서 인간과 좀비의 사랑부터 시작해 좀비가 인간이 되는 과정도 그냥 무조건 ‘사랑의 힘’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과학적인 설명이나 그럴 듯한 설득 한 번 없이 오로지 다 사랑의 힘 하나로 밀어 붙인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사랑을 신봉하기 때문에 굉장히 동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때문에 종극에 이르러 사랑이란 감정에 의해 좀비도 치료가 가능하고 인간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결말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인간과 좀비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세상이 바뀐 결말로는 여고생 좀비물인 ‘스테이시’가 떠오른다.

스테이시에서는 배경이 여고생이 좀비가 되는 세상인데 바이러스나 전염병이 원인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에 변한 것으로, 인간과 사랑을 하면서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연인으로 맺어져 인간, 좀비 사이에 신 인류가 탄생한다는 결말이다.

인간과 좀비를 대결 구도로 다룬 게 아니라 사랑이란 테마로 다루고 있고 그것이 곧 치료제의 역할을 하는 점에 있어서 같은 노선을 걷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작의 고유한 설정으로는 일반 좀비는 ‘콥스’라고 부르고 뼈다귀 좀비는 ‘본스’라고 부르는데, 사랑이란 테마로 좀비가 치유되는 결말 때문에 콥스는 구원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본스는 파멸하고 만다.

본스는 무감정하고 오로지 식욕 하나로 움직이는 초자연적인 존재들로 이들 덕분에 그나마 좀 긴장감이 유지된다. (물론 본스가 나오는 장면이 전체의 일부분 밖에 안 되지만)

아마 본스라도 안 나왔다면 본작은 좀비 영화라고 하기도 좀 그런 작품이 됐을 것 같다. 그만큼 좀비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알만 해도 말이 좋아 좀비지 사지 멀쩡한 미남으로 좀비라서 말을 좀 어눌하게 하는 것 빼고는 문제가 없다. 몸 어디 한 군데가 떨어져 나간 것도, 살이 썩어서 부패하는 것도 아니고 식육에 미치지도 않았다.

좀비들의 인간 습격씬도 사실 초반에 한 두 번 나올 뿐이지 그 뒤에는 전혀 안 나온다. 좀비가 해야 할 사람 습격 같은 건 다 본스의 역할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의 스토리를 압축하면 ‘인간과 좀비의 사랑의 도피 행각’ 정도고 주제는 웨딩피치의 명대사를 인용해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이라서 정통 좀비물을 기대하고 보는 사람에게는 뒤통수를 후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든다.

아마도 솔로인 사람이 보면 ‘아 씨바 저 좀비도 여친있는데 나는..’이라고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고, 정통 좀비물 팬이라면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니 언어도단이다. 저 년놈들을 매우 쳐라!’라고 격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줄리의 연인 페리한테 동정이 갔다. 이 작품이 로맨틱 코미디다 보니 페리는 그냥 히로인의 전 연인으로 나올 뿐.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하지 않는다. 내용도 사실 따지고 보면 좀비한테 NTR 당한 건데 작중에서의 취급은 뇌 셔틀로 기억을 보급하는 것뿐이니 이거야 원.;

그래서 상대적으로 히로인 줄리도 좀 욕 나오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R이 NTR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마냥 깔 수 없는 게 작중 줄리가 멋대로 행동하면서 사고치는 걸 뒷수습하느라 고생해서 그렇다.

분명 이 작품의 결말은 좀비 영화가 맞이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해피엔딩이고 훈훈한 내용이라서 가슴 따듯해지지만.. 여친 잘못 만나 혼자 나락으로 떨어진 페리만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결론은 평작. 좀비물의 탈을 쓴 로맨틱 코미디다. 어떻게 보면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기존에 나온 호러 장르에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한 여성향 좀비물이라 할 수도 있겠다. (원작 소설 자체를 트와일라잇의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가 극찬했는데 역시 같은 계열 맞다)

여담이지만 브람 스토커가 트와일라잇을 보고, 조지 로메로가 웜바디스를 보면 어떤 감상을 할지 궁금하다.



덧글

  • LONG10 2013/09/06 23:41 # 답글

    극장판 세계전쟁 Z도 영 아니었는지라 저는 매우 쳐야겠군요.
    (누구 말마따나 자연재해가 좀비로 바뀐 것 뿐인 영화)

    그럼 이만......
  • 눈물의여뫙 2013/09/07 00:38 # 답글

    저거 작년에 컨셉 나온 것만 보고나서 'ㅅㅂ 이딴 게 좀비영화라니 망했다.'란 생각만 들었었는데. 그게 저 혼자만 하던 생각이 아니었으며, 저 혼자만 거부감이 든 것도 아니라서 참 다행입니다.

    근데 그와는 별개로 나름 흥행은 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좀 알고 싶어지네요.
  • 어벙 2013/09/07 01:26 # 답글

    전 참 고어하다고 생각했어요.'어떻게 인간이랑 다 썩어가는 시체랑 사랑을 나눌 수 있는거지?'라고요.
    트와일라잇은 그래도 살아있는 상태에다가 벨라의 삽질신공을 넘기면 간신히 볼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 영화는 매우 무서웠습니다.
    감독이 사실 우웨볼을 뛰어넘는 신인류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ㅋㅋㅋㅋ..
  • 블랙 2013/09/07 10:13 # 답글

    좀비도 잘생긴 녀석이 대우 받는다니 너무 절망적입니다.
  • reaper 2013/09/07 10:50 # 답글

    마지막 문장에 호기심이 강하게 올라오는 군요
  • nenga 2013/09/09 03:41 # 답글

    인간 보다는 좀비 캐릭터 쪽이 더 호감가더군요
    남주도 그렇고 남주 친구도 그렇고

    세계관이 특이한 로코(알고보면 훈남인 너드 성향의 남주가 나오는)로 보면 괜찮지만
    좀비 장르팬에게는 좀애매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 잠뿌리 2013/09/11 15:32 # 답글

    LONG10/ 이 작품은 소설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영화판보다는 소설판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눈물의 여뫙/ 아마도 여성향이 강해서 여성 관객들이 대거 유입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좀비 영화가 남성 관객의 전유물이란 걸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처럼 여성 관객 몰이를 한 것 같습니다.

    어벙/ 좀비와 사랑을 나누는 것도 그렇지만, 남자 친구의 뇌를 먹은 좀비에 필 꽂혀서 연애한다는 게 참 뭐라고 할 말이 없게 만듭니다 ㅎㅎ

    블랙/ 좀비도 이제는 외모로 차별하는 세상이 됐지요.

    reaper/ 각각 해당 장르계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데 뒷목 잡고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ㅎㅎ

    nenga/ 확실히 이 작품에서는 인간보다 좀비가 오히려 더 정감있게 나오지요. 좀비 장르팬에게는 사도적인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정도에서 한참 벗어나 있어서 좀비물 같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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