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란신 쿠완(怪・力・乱・神 クワン.2002) 2019년 일본 만화




2002년에 ‘미디어 팩토리’에서 간행된 만화 잡지 ‘코믹 플래퍼’에서 시미즈 아키가 그린 판타지 만화로 2008년에 단행본 전 7권으로 완결됐다.

내용은 중국 후한 시대 말기에 요괴를 잡아먹는 정체불명의 소년 쿠완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하다가 태평청령서를 찾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중국 전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삼국지 세계라는 걸 어필하고 있지만, 사실 본편 내용을 보면 삼국지는 그저 거들 뿐 그렇게 비중이 높은 건 아니다.

실제로 삼국지 출신의 등장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장환, 진번, 조등, 조조, 좌자, 우길, 장각, 장보, 장량 등이다. 이중에서 장환, 진번은 단역, 조조는 의외로 비중 없는 조연, 주조연급에 해당하는 건 도사인 좌자와 우길 뿐이다. 장각, 장보, 장량은 아예 오리지날 캐릭터로 재구성되서 삼국지의 등장인물이라고 하기도 애매할 정도다.

더구나 이 작품의 배경은 후한말에서 시작해 황건적의 난까지라서 삼국 정립은 커녕 동탁의 난 이전 시기라서 삼국지 세계를 새로운 시점으로 바라봤다는 말은 좀 어폐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후한말의 세상이 어지럽고 전쟁이 벌어진 혼란스러운 상황에 쿠완 일행은 보통 사람의 눈에 띠지 않고 은밀하게 벌어지는 세계 멸망의 위기를 막아낸 것이다.

그 때문에 삼국지 대체 역사물이라기보다는, 배경만 삼국지 후한 시대인 봉신연의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보다는 오히려 도교와 도술, 요괴 등 동양 판타지적인 설정와 배경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총 7권 중에 1권부터 3권까지가 전반부로 전한말 시대가 잠깐 나오다가 쿠완과 저아가 신선계인 금오도로 갔다 현세에 다시 오니 17년의 세월이 흘러 황건의 난 시대되는 게 4권부터의 이야기로 작품 자체가 그리 길지 않은 편인데 시대 배경이 3번이나 바뀌어서 캐릭터 밀도가 떨어진다.

뭔가 어떤 캐릭터의 스토리에 집중하다가도 배경이 바뀌어 메인 스토리에서 이탈했다가 한참 뒤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자주 생겨서 그렇다.

제일 의외라고 할 만한 캐릭터는 지혜인데 만화 첫 시작 부분에 쿠완과 우연히 만나 둘이 함께 여행을 하는 관계로 본래 포지션을 보면 준주인공, 하다 못해 이야기의 처음과 끝까지 다 나올 화자가 되어야 했지만 중간에 금오도편에서 파티를 이탈하더니 한참 뒤에 다시 돌아왔을 때 대반전의 주인공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 놀랐다.

작중에 모든 등장인물이 한 자리에 모이고 쿠완의 비밀과 정체가 드러나는 게 6권의 말미의 일인데.. 그 뒤 완결권인 7권에서 단 한 권으로 이 이야기를 끝내려고 해서 무슨 소드 마스터 야마토 마냥 급전개로 진행된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재강의 정체를 비롯해 이 세계의 창조와 멸망에 대한 이야기가 구구절절히 나오긴 하는데.. 삼국지와 전혀 상관이 없는 거라서 이럴 거면 왜 굳이 삼국지의 후한말을 배경으로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아마도 후한말을 배경으로 한 건 한나라 시대부터 명성을 떨친 유명한 도사들인 좌자, 우길 때문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원작 삼국지에서는 단역에 가까운 비중으로 나왔던 두 인물이 이 작품에서는 비중 높은 조연으로 나오고 오히려 조조가 그 반대되는 역할로 나오니 기존에 알고 있는 삼국지를 잊어야 한다.

급전개라서 너무 후딱 지나가서 그렇지 엔딩 자체는 짠해서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결론은 평작. 삼국지 세계로 낚시질 한 것 치고는, 정박 본편은 삼국지와 전혀 관련이 없는 봉신 판타지물이다. 탄탄한 그림 실력과 허술한 스토리가 반비례해서 아쉬운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편에 실린 삼국지 관련 단편 두 개는 황충, 종회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황충편인 ‘바위처럼’은 노장의 바위 간지 속에 숨겨진 눈물에 대해 나오면서 젊은 조운이 화자가 되어 지켜보다가 백미가 성성한 노장이 되었을 때 황충과 같은 말을 하면서 깊은 여운을 안겨주는데 종회편인 ‘눈꺼풀 악사’는 좀 미묘하다.

종회의 애정결핍과 마더 콤플렉스의 불우한 과거와 삐뚤어지게 성장한 현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이어진 비참한 최후 속에 그 사이코 종회도 실은 사연 있는 캐릭터였다는 식으로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어서 그렇다.

덧붙여 시미즈 아키는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의 만화가로 수염을 매우 좋아한다고 알려진 수염광이다. 게임 원화 쪽으로는 컴파일의 디스크스테이션에 수록되었던 ‘애프터 데빌 포스 ~미치광이 왕의 후계자~에 참여했다.

이 작품 괴력난신 쿠완은 시미즈 아키의 첫 번째 장편 만화이며 그 이전에 그린 만화는 1권짜리 단편 만화인 ‘만화 삼국지’다.

추가로 시미즈 아키의 작품 중 국내에서 잘 알려진 만화는 코나미에서 만든 동명의 게임을 만화로 그린 ‘환상수호전3 ~운명의 계승자~다. 이 작품은 게임 원작의 코미컬라이징 작품 중 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다. 게임은 망작이지만 만화는 수작이라서 나름대로 컬쳐 쇼크를 안겨준다.

마지막으로 지금 현재 나온 시미즈 아키의 만화로는 소설가 교고쿠 나츠히코 원작을 코미컬라이징한 게 많다. 광골의 꿈, 망량의 상자, 우부메의 여름, 백기도연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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