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숲속의 전설(Epic.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3년에 크리스 웻지 감독이 만든 판타지 애니메이션.

내용은 아버지가 숲속에 소인이 살고 있다며 연구에 몰두하다가 가족에 신경을 쓰지 못해서 엄마와 함께 떨어져 살던 엠케이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곁으로 돌아갔다 독립해 살겠다고 말하려던 때.. 진짜 숲속의 소인들을 만나 몸이 작아져 숲의 운명이 걸린 사건에 휘말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숲속에는 진짜 소인이 사는데 숲속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리프맨과 숲을 파괴하는 보건으로 나뉘어져 각 진영의 대표가 타라 여왕, 맨드레이크인데 백년에 한 번 있는 여왕 후계자 지목을 앞두고 그와 관련된 의식을 행하던 도중, 보건의 대습격이 벌어져 타라 여왕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고, 그 몸이 소멸되기 전에 엠케이를 만나 그녀에게 꽃봉오리 배달 임무를 맡기면서 벌어지는 모험이 주된 내용이다.

일단 이 작품은 줄거리만 놓고 보면 리프맨과 보건의 전쟁으로 작중에 소인들의 대규모 전투씬이 나오긴 하지만 횟수로 따지면 딱 두 번이다. 그래서 숲을 둘러싼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는 말은 좀 어폐가 있다.

판타지 전쟁물이 아니고 모험물이기 때문에, 모험에 나서는 인물은 주인공 파티로 인원수는 딱 5명밖에 안 된다.

비행 실력은 좋지만 반항기가 넘치는 젊은 전사 노드, 리프맨을 이끄는 대장인 로닌, 꽃봉오리를 지키는 달팽이 콤비 멉, 그럽. 그리고 본래 인간이었다가 모종의 사고로 소인이 된 여주인공 엠케이까지 총 5명이다.

전체 스토리의 약 80%를 이 5명이서 진행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스케일은 좀 작게 느껴진다. 리프맨 VS 보건 전쟁 설정만 보면 무슨 두 종족간의 장대한 전쟁이 연상되어 아바타마저 떠오를 정도지만 실제로 보면 그건 낚시에 지나지 않고 진짜 스케일은 ‘애들이 줄었어요+반지 원정대’다.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반지를 가지고 운명의 산에 가라는 거나, 본작에서 꽃봉우리를 가지고 님갈루를 찾아가라나 퀘스트 셔틀짓은 똑같다.

하지만 프로도는 절대반지의 유혹을 견뎌내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을 품으면서 주인공으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다졌지만 그에 비해서 엠케이는 존재감이 좀 희미하다.

엠케이도 일단은 여주인공인데 비중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극후반부에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히로인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그런 건 일부분에 그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애매한 건, 타라 여왕으로부터 꽃봉오리를 전해 받고 그걸 특정한 장소로 옮겨야 하는 퀘스트를 받긴 한데.. 문제는 그 장소로 옮긴 다음에 할 일이 마땅히 없다는 거다.

그 장소에 도착한 다음 할 일은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싶으면 꽃이 필 때 곁을 지켜라. 이 정도에 불과해서 그렇다.

물론 엠케이의 아이디어나 활약으로 숲속 세계가 구원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존재감 하나만 놓고 보자면 노골적으로 말해서 굳이 애가 여기에 있을 필요가 느껴지지 않는다.

몸이 소인 사이즈로 줄어들었다는 것 의외에 다른 어떤 능력도, 특이사항도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복장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복 하나만 입고 나와서 판타지적인 느낌과 거리가 멀어서 그렇기도 하다.

노드도 명색이 남주인공인데 짜증나는 잉여남 포지션을 맡고 있다. 매사에 진지하지 않고 반항기만 많은 청년으로 상사의 말을 죽어도 안 듣고 긴장감이 전혀 없어 사고를 치는 놈으로 작중에서 정신을 차리고 개념인이 되는 과정이 차근차근 나오는 게 아니라 막판에 급전개로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진정한 리프맨으로 거듭나서 이건 무슨 뜨거운 물 붓고 3분 만에 익혀먹는 컵라면 같은 영웅상이라 별로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남녀 주인공 다 잉여 찌질이라 답이 안 나오는데 차라리 감초 역할을 맡은 달팽이 콤비가 훨씬 낫다. 달팽이, 민달팽이로 본작의 개그를 담당하고 있는데 눈알 개그가 특히 독보적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그 역할이나 활약의 정도를 따지면 진 주인공은 리프맨의 리더인 로닌이다. 이름부터 시작해 복장, 무기, 성격 등 전형적인 사무라이라서 어쩐지 자포니즘 돋지만 주인공 파티의 중심이자 기둥, 상식인 포지션을 맡고 있어서 잉여 캐릭터들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남주인공, 여주인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그리 좋은 구도는 아니다. 주조연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작에서 로닌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데 비해서 노드는 남주인공이 되가지고 너무 잉여짓을 하며 극후반부에 갑자기 깨달음을 얻는데 그 뒤로 비중이 급락해 단역급으로 떨어지고, 엠케이는 주위에서 완전히 겉돌아 아바타 속에서 홀로 아빠 찾아가서 나 몸이 줄었어요 줄창 외치며 ‘애들이 줄었어요’를 찍고 앉았으니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숲의 생명과 죽음이 대립하는 거창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쪽을 파고들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빠져 나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인간 여주인공 엠케이가 사건에 개입하기 전까지만 딱 볼만할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문제는 그게 초반부로 전체의 일부분으로 약 10%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90%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결론은 평작. 숲을 배경으로 한 소인들의 나라, 전투 등 비주얼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그건 그저 전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소규모 파티의 모험이 주된 내용이라서 줄거리와 배경에 비해 실제 스케일은 너무 작게 느껴지고 또 여주인공의 비중과 활약이 좀 애매해서 아쉬운 작품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비주얼만으로는 그저 빛좋은 개살구일 뿐, 스토리의 재미와 캐릭터의 매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결국 아무 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시켜주는 듯하다.

무엇보다 리프맨을 전면으로 내세운 것치고는, 대규모 전투씬이 너무 조금 나오고 리프맨 자체도 스토리의 핵심 요소라기보다는 그냥 배경 설정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서 실망스럽다.

차라리 나중에 인간을 넣지 말고 리프맨만 나오는 스핀 오프 작품을 만드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 엠케이 역을 맡은 건 카라의 한승연. 남주인공 노드 역을 맡은 건 2AM의 정진운인데 두 사람 다 이 작품이 처음 더빙하는 것이라 전문 성우에 비교할 수가 없으니.. 더빙 퀄리티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

덧붙여 리프맨도 본작에 참여한 한국 애니메이터들 말로는 무슨 신라시대 화랑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데 로닌의 아머 셋팅이나 발도술 자세를 보면 화랑이 아니라 사무라이다. 거기다 로닌이란 이름 자체가 주군을 잃은 사무라이를 뜻하는 단어니..(이름부터가 스포일러네)

근데 에픽 화랑 모티브가 기사로도 뜨고 공중파 뉴스에도 언급됐으니 쪽팔린다. 설령 진짜 영감을 받았다고 해도 그 리프맨의 리더가 사무라이니 이건 뭐.;'



덧글

  • nenga 2013/08/14 10:23 # 답글

    4dx 효과는 괜찮더군요
  • 먹통XKim 2013/08/14 23:56 # 답글

    신라 갑옷을 모델로 한 것은 좋았으나 정말 사무라이 컨셉도 나왔으니 ㅡ ㅡ

    아이스 에이지의 크리스 엣지 평작.

    흥행은 그냥 그랬더군요.제작비 1억 달러로 미국에선 1억 7백만 달러 버는데 그쳤으니
  • 놀이왕 2013/08/16 13:47 # 답글

    팜플렛과 스틸컷의 리프맨 볼때 신라 판갑옷을 떠올린건 저 뿐이었나요.....(참고로 아직 영화도 안 본 상태..)
  • 잠뿌리 2013/08/20 19:52 # 답글

    nenga/ 초반부의 리프맨 VS 보간의 대규머 전쟁씬만 4dx로 보면 멋지겠네요.

    먹통XKim/ 역시 흥행은 못했네요. 아이스 에이지, 리오보다 더 별로였습니다.

    놀이왕/ 그게 낚시입니다. 작중에 리프맨은 거의 안 나와요 ㅋㅋ 주인공 일행조차 복장이 바뀌어서 리프맨 갑옷 입고 나오는 씬도 생각보다 적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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