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3년에 김병우 감독이 만든 스릴러. 베를린에서 각각 주조연으로 나왔던 하정우, 이경영이 출현한다.

내용은 불미스러운 일로 마감 뉴스에서 하차하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전 국민 앵커 ‘윤영화’가 생방송 진행중 이상한 청취자로부터 한강 다리를 폭파시키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아 장난전화로 알고 끊는 순간, 진짜 마포 대교가 폭발하자 마감 뉴스 복귀를 조건으로 보도국장과 은밀한 거래를 시도하고서 테러범과의 전화 통화를 독점 생중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1억이라는 거액의 보상금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추가로 설치한 폭탄을 터트리겠다고 협박하는 테러범과 거기에 휘말려 자신의 목숨은 물론이고 사회적 지위, 명성, 사랑하는 연인까지 전부 다 위협을 받게 된 앵커의 수화기 너머 대립이 주된 내용이다.

1991년작 테리 길리암 감독,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피셔킹은 뉴욕 메이저 방송국의 잘나가는 라디오 DJ인 주인공이 청취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무심코 한 말 때문에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고 폐인처럼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서, 처음 이 작품의 시작 부분을 보고 문득 그게 떠올랐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내용은 전혀 달랐다.

주인공 윤영화 캐릭터 자체가 속물근성이 있는데 정말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세우기 때문에 몰입감이 매우 높다. 단지 테러범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스튜디오 안에서 생방송 중계를 하는 것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넘쳐흐르는 것은 작중에 나오는 테러범이 실제로 힘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과감하게 행사하기 때문이다.

마포 대교를 진짜로 폭파시키는가하면 스튜디오 안에서 폭살을 시키기도 하고, 심지어 주인공에게까지 폭살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 다른 말은 전혀 안 듣고 오직 대통령 불러와서 직접 사과시키라는 말만 반복하며 고집하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주인공은 정신이 불안정한데 폭탄까지 자유롭게 다루는 테러범과 대화를 하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고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다.

보통, 현실 비판 메시지가 담긴 영화는 알 듯 말 듯 미묘하게, 혹은 에둘러서 표현하는데 반해 이 작품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완전 돌직구. 그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고 곧이곧대로 말하고 격렬히 비난한다.

언론, 경찰, 정부, 테러범 전부 다 나쁜 놈이고 그걸 다 까기 바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모두까기 인형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있는 게 보통인데 이 작품에서는 ‘나쁜 놈, 더 나쁜 놈, 제일 나쁜 놈’이 있다.

나쁜 놈 천지이기 때문에,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극대화시켜 놓았다.

언론은 시청률에 목매달고 경찰은 범인 검거에만 몰두하고 정부는 사과하는 흉내조차 내지 않은 채 방관하는 와중에 테러범은 무조건 사과만 요구하며 애꿎은 시민들을 휘말리게 하니, 배경은 현실이지만 분위기나 내용상으로 보면 완전 묵시록적 세계가 따로 없다.

문제는 이 묵시록적 세계가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라서 설득력이 있어서 굉장히 씁쓸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언론, 경찰, 정부 이전에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이 주요 대립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건 영화 밖 관객이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주인공 윤영화 역의 하정우는 90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극을 혼자서 이끌어나갈 정도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본작의 속물근성 쩌는 뉴스 앵커 윤영화는 하정우가 베를린에서 보여준 과묵한 북한 요원은 표종성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라서 연기력의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

베를린에서 표종성의 상관인 리학수 역으로 출현한 이경영은, 본작에서는 보도국장 차대은 역으로 나왔다. 베를린의 리학수는 금방 퇴장하는 인물이라 별 다른 인상이 남지 않은 반면 본작의 차대은은 비중이 높고 출현씬이 많다. 특히 언론의 나쁜 점을 극대화시킨 캐릭터라서 제일 나쁜 놈 3인방 중 하나다.

이 작품의 결말은 그야말로 현시창의 궁극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한국 영화중에 가장 우울하고 어두운 엔딩이 아닐까 싶다.

배드 엔딩 본좌하면 스티븐 킹 원작,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2007년작 ‘미스트’가 떠오르는데 미스트는 한 개인에게 있어 최악 최흉의 결말이라면, 이 작품은 한 개인을 넘어서 월드적으로 최악 최흉의 결말이라서 진짜 영화를 보고 나가는 길에 뒷맛이 씁쓸하다.

이 작품은 정치색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옳다 그르다를 논하지 않고 그에 대한 답도 주지 않는다. 언론, 경찰, 정부는 물론이고 테러범과 주인공 앵커까지 전부 다 나쁜 놈이고 속물이라고 까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이긴 해도 어느 한쪽을 편애하거나 그쪽 입장만 대변한 건 또 아니다.

다만, 누가 대상이 되었든 간에 전혀 미화를 하지 않고 그 대상이 감추고 싶고 덮어버리고 싶은 것을 들춰내고 드러내니 괜히 찔리거나 뜨끔한 사람이 많은 것뿐이다.

결론은 추천작. 몰입도가 높고 긴장감이 넘쳐흐르면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극대화시키고 그것을 여과 없이 들춰내면서 현시창 결말로 마무리하여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움까지 갖추어 재미와 완성도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수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개봉 전 특별 예고편이 EA의 콘솔 게임 배틀필3의 홍보 동영상과 같다고 표절 논란이 제기됐었는데, 본래 김병우 감독이 게임 음악과 게임 컨셉을 가져와 만들면서 음악사용 부분의 저작권을 해결하던 도중 영상이 공개되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라고 한다

덧붙여 하정우하면 먹방을 빼놓을 수 없는 배우로 매 출연작마다 먹는 씬이 화제가 됐는데, 이번 작에서는 드물게도 그런 게 없다. 작중 하정우가 먹는 건 미니 펫트병에 든 차를 마시는 것 밖에 없다.



덧글

  • 카이 2013/08/05 15:41 # 답글

    먹방이 없지 않습니다.
    초반에 화장실에서 국장이랑 통화하는 장면에서
    담배 몇번 빠는데 정말 맛있게 빠시더라구요.
  • Vapid 2013/08/05 18:20 # 답글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이런 영화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1시간 반동안 재밌게 봤습니다.
    긴장감을 이렇게 잘 짜내기도 힘든데 몰입을 방해하는 군더더기 요소 없이 쉴새없이 달리더라고요.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데 산만함 없이 하나로 잘 정리한 깔끔한 영화였습니다.
    감정에만 호소하는 여느 영화같지 않게 이렇게 제대로 몰아쳐주는 건 정말 간만이에요.
  • FlakGear 2013/08/05 20:09 # 답글

    배드엔딩이지만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불안불안하다가 확 무너져 내리는 거니 암울해도 화끈한(?)엔딩이니;
  • 잠뿌리 2013/08/11 15:34 # 답글

    카이/ 그러고 보니 그 장면도 있었지요. 저는 담배를 피지 않아서 담배도 먹방일거란 생각을 못했습니다 ^^;

    Vapid/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몰아붙인 건 좋았습니다. 관람 내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지요.

    FlakGear/ 엔딩 마지막 장면은 나름대로 통쾌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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