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전(餓狼伝.1998) 2019년 일본 만화




1985년에 유메마쿠라 바쿠의 원작 소설을 1998년에 그래플러 바키로 유명한 이타가키 케이스케가 만화로 그린 작품. 일본 현지에서는 25권까지 발간했지만 한국에서는 12권까지만 정식 발매했다.

내용은 가라데를 메인으로 해서 다양한 격투기를 두루 섭렵한 떠돌이 격투가 탄바 분시치가 타류 격투가를 박살내오다가 FAW 프로 레슬링 도장 문하생인 카지와라 토시오에게 첫 패배를 당한 뒤 3년 동안 수련을 한 끝에 카지와라와의 리벤지 매치에서 승리하는데 그로 인해 일본 격투계에 파장을 불러 일으켜 실전 가라데와 프로 레슬링의 대립을 촉발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 소설은 1985년에 나와서 현대의 종합 격투기붐이 일어나기 전에 있던 이종 격투기를 주제로 해서 다양한 무술을 사용하는 격투가들이 대결을 벌이는 게 주된 내용이었는데, 만화판인 이 작품은 그래플러 바키의 작가 이타가키 케이스케가 코미컬라이징을 맡은 만큼 리얼함보다는 과장된 격투 판타지에 가깝고, 작중 가라데와 프로 레슬링이 최강 유파의 자웅을 겨루며 킥복싱, 유도, 골법 같은 다른 무술은 그저 곁다리에 지나지 않게 나온다.

가라데는 폭풍 같은 화력의 타격을 선보이고, 프로 레슬링은 강철 같은 몸으로 상대의 공격을 맞으며 버티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잡기 기술로 끝장내는 것으로 주로 묘사된다.

작중에 최강자는 프로 레슬링 진영의 그레이트 타츠미, 가라데 진영의 마츠오 쇼잔이다. 각각 실존 인물인 안토니오 이노끼와 최배달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레이트 타츠미는 그래도 간간히 대결하는 장면이 나온 반면 쇼잔은 대결하는 장면은 거의 안 나오고 대신 차력씬이 많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차력신은 작중 인물들이 말도 안 되는 파워를 뽐내는 장면들인데, 예를 들어 맥주를 마시는데 알루미늄캔이 입의 흡입력 하나만으로 비틀어 찌그러진다거나, 검지 하나로 정종 병의 목을 따버리는가 하면 문고리를 맨손으로 잡아 뜯는 것 등을 말한다.

그래플러 바키에서 가라데는 최강의 무술까지는 아니더라도 2인자 콩라인으로 분류해도 될 만큼 나름대로 큰 비중을 갖고 있는데 비해서 프로 레슬링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바 있었다.

작중 프로 레슬링의 최강자인 이가리 칸지와 마운트 도바는 바키와의 대결 때도 처절하게 발리고 그 이후 급격히 쩌리짱이 되었으며, 그 둘 이외에 다른 프로 레슬러 캐릭터들은 제대로 된 기술 한 번 선보이지 못한 채 나오자마자 처참하게 발리거나 혹은 배경 캐릭터가 됐다.

다양한 격투기를 익힌 바키도 프로 레슬링 기술을 대놓고 사용한 건 이가리 칸지와 마운트 도바랑 싸울 때 밖에 없을 정도다.

그런데 아랑전에서는 그와 정반대가 돼서 프로 레슬링을 가라데와 함께 최강의 격투기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프로 레슬링 진영의 그레이트 타츠미도 세계 최강의 프로 레슬러로서 가라데 최강자 마츠오 쇼잔과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며 양대 끝판 대장의 카리스마를 뽐낸다.

아쉬운 점은 주인공의 급격한 공기화다. 1권부터 11권까지는 분명 탄바 분시치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북진관 가라데 도장 소속의 츠츠미 죠헤이와 대결을 하면서 정말 치열한 격투를 보여주더니 그 뒤에는 완전하게 병풍이 된다.

12권부터 23권까지의 내용은 북진관 토너먼트로 거기서는 그냥 다른 캐릭터들의 대결을 지켜보며 몇 마디 대사만 날리는 관전 캐릭터로 변모했다. 그런데 모든 단행본 표지에 혼자 대문짝만하게 나오니 일본에서 그라비아 모델이라고 까인다는 말도 이해가 간다.

그래플러 바키로 비유하자면 아랑전의 세계에서는 한마 유지로가 두 명인데 바키는 유지로랑 싸울 생각도 안 하고 토너먼트 시합을 구경만 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이타가키 케이스케가 그래플러 바키를 한창 연재하던 도중에 코미컬라이징한 작품이다 보니 작중 캐릭터의 디자인이 바키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탄바 분시치의 추종자인 쿠보 료지는 어린 시절의 바키, 타케미야류 유술의 후지마키 주죠는 머리 길었던 시절은 한마 유지로, 머리를 짧게 자른 현재는 레츠 카이오, FAW의 사장인 그레이트 타츠미와 북진관 가라데 히메카와 츠토무는 시노기 쿠레하. 마츠오 쇼잔은 설정, 성격만 놓고 보면 바키의 오로치 돗포와 같은데 생긴 건 비스켓 올리버의 동양인 버전이다.

결론은 미묘. 그래플러 바키의 판타지스러운 격투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리얼함이 떨어져 별로라는 사람에게는 권하기 좀 어려운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래 코믹스판은 타니구치 지로가 1989년에서 1990년까지 1권짜리 단행본으로 먼저 그렸고, 그 뒤에 이타가키 케이스케가 그렸다. 10년 넘게 연재되고 있지만 연재 잡지의 폐간, 휴간 등으로 휴재가 잦은 작품이 됐다. 번외편으로 주인공 탄바 분시치의 어린 시절을 다룬 아랑전 BOY가 전 2권 완결로 출간됐다.

원작 소설은 13권까지 발매했다가 잠시 휴재를 하고 그 뒤에 ‘신 아랑전’이란 제목으로 연결권이 쭉 나왔다.

2013년에는 원작자 유메마쿠라 바쿠가 글을 맡고 ‘공수도 바사라 긴지’로 알려진 노베 마사미가 작화를 맡아 ‘진 아랑전’이라고 해서 메이지 37년인 1904년을 무대로 해서 벌이는 격투 만화가 됐다. (뜬금없이 현실 무대가 1세기 이전의 과거를 무대로 바꾸다니, 어쩐지 수라의 문 시리즈와 같은 느낌이다)

덧붙여 실사 영화로 나왔고 PS2용 대전 게임으로도 제작됐다. PS2용 게임은 2005년에 이타가키 케이스케 코믹스판을 베이스로 하여 ESP가 개발을 했고 ‘아랑전 Breakblow’라는 제목이 붙어 한국에도 정식 한글화되어 발매했다. 이 게임판에서는 그래플러 바키의 한마 유지로가 게스트 캐릭터로 참전한다.

이후 2007년에 후속작인 ‘아랑전 Breakblow Fist or Twist'가 발매되었는데 여기서는 코믹스판에는 나오지 않던 원작 소설판의 캐릭터와 그레이트 타츠미의 스승인 리키오잔(역왕산)이 추가됐다.

추가로 본작에서 최강의 기술 중 하나가 타케미야류 유술의 호왕인데 상대가 주먹을 뻗으면 그 팔을 잡고 플라잉 암바로 꺾으면서 왼발로 상대의 목을 끼고서 오른발의 무릎으로 턱을 올려차 타격과 관절기가 동시에 들어가는 카운터 기술이다. 작중에서는 탄바 분시치와 나가타 히로시가 제대로 사용했는데 그래플러 바키에서도 바키가 사용하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누가 바키 아니랄까봐 거기서는 그냥 보통 기술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는 이타가키 케이스케 만화판 오리지날 캐릭터로 최호만이라고 해서 최홍만을 패러디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북진관 토너먼트 때 마츠오 쇼잔의 도발에 걸려 무대에 올라갔다가 얻어맞고 얼굴이 뭉게져 처참한 몰골로 실려 갔다.

거기다 원작 소설에서는 쇼잔과의 치열한 격투 후 수년 뒤 암으로 사망한 리키오잔(역왕산)이 이타가키 케이스케 만화판에서는 자신이 직접 스카웃한 직계 제자인 그레이트 타츠미를 상습 폭행과 과도한 훈련을 시키며 막 대하다가 원한을 사 술집 화장실에서 타츠미에게 기습당해 파이어 에그가 짓이겨져 고자가 되고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가 칼로 할복자살한다.

그래플러 바키 1부의 토너먼트 때 한국 해병대 출신 태권도 격투가 이맹호의 1라운드 초살씬도 그렇고 아무래도 작가인 이타가키 케이스케는 한국이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작중에 그렇게 최강이라 부르짖는 가라데와 일본 프로 레슬링은 둘 다 현실에서 대표 인물이 최배달, 역도산으로 두 사람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에 귀화를 했다고는 해도, 그 태생은 한국 출생의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하다.



덧글

  • 블랙 2013/07/29 11:36 # 답글

    게임 '아랑전설'의 제목이 '아랑전'에서 따온거라고 합니다. (초기 기획때의 제목은 '리얼바우트')
  • 잠뿌리 2013/08/05 01:05 # 답글

    블랙/ 이 작품에서 아랑은 싸움에 굶주린 남자들을 뜻하는데 아랑전설도 그렇지요. 생각해 보면 아랑전의 뒤에 설 하나 더 붙여 영문명이나 원어 제목이 가로우덴'세츠', 아랑전설.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아랑전의 영향이 확실히 커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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