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한(1972)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72년에 박윤교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꼬마 신랑의 한, 낭자 한, 옥녀의 한과 같은 한(恨) 시리즈의 한 작품이다.

내용은 원한을 품고 죽은 며느리가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는 공통된 소재로 만들어진 두 편의 옴니버스 영화다.

첫 번째 이야기는 정실 사이에서 자식을 보지 못하고 책에만 파묻혀 살던 문수가 첩 연연을 들어 새장가를 가던 도중 산에서 화적떼에게 습격을 당해 마누라를 팔고 혼자서 도망쳤다가 화적 두목에게 욕보이기 전에 혀를 깨물고 죽은 연연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 복수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부유한 선비인 김판서가 정실 사이에 자식을 보지 못하던 중 공녀를 첩으로 삼아 아이를 갖게 했는데, 시기심이 많은 정실 이씨 부인이 아랫것들을 시켜 공녀를 헛간에 가두어 놓았다가 자신이 임신한 것처럼 꾸민 후 10개월 후 공녀가 낳은 아이를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그녀를 독살한 뒤 시체를 우물에 던져 버렸는데.. 공녀의 귀신이 나타나면서 집안에 갖은 괴변이 벌어지고 급기야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윤미라, 사미자, 백일섭 등 지금 현재 한국 드라마계의 원로 배우들이 출현해서 캐스팅은 화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감독이 4년 전 백골령의 마검을 만든 박윤교 감독이다 보니 B급 호러 영화다.

일단 전작에 비해 떡치기의 비중이 줄어든 건 높이살 만하다. 씨받이+며느리 귀신이 공통된 소재다 보니 떡치기가 안 나오려야 안나올 수 없지만 그래도 내용 감상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자주 나오지는 않는다. 떡치기로 귀신도 성불시키는 백골령의 마검 때를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것이다. (아니면 이제야 사도를 벗어나 정도로 돌아온 걸지도)

백골령의 마검에 나온 내용을 다시 만들어 넣은 장면이 나오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 문수가 한 밤 중에 산속을 헤매다가 발견한 집에 하룻밤 묵어가려 했을 때의 대사나 행동. 그리고 그 집에서 안주인 어머니가 오니바바(귀신 할멈)의 형상을 하고서 돌에다가 칼을 가는 장면이다. (여기서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백골령의 마검에서 집의 안주인 여와의 어머니가 돌에 갈던 건 ‘청룡도’인 반면 여기서는 ‘식칼’이다)

아니 애초에 이 첫 번째 이야기는 전반부에서 하는 이야기랑 후반부에서 하는 이야기의 온도차가 너무 커서 그냥 백골령의 마검을 가져다 모자란 분량을 각색해 채워 넣은 듯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산에서 화적떼 만나 마누라 팔고 도망친 남편이 하루 묵은 집에서 갑자기 미망인이 엉겨붙어 사람 간 빼오라고 시켜 뒷산에 갔다가 팔렸다 죽은 마누라 귀신이 갑툭튀해서 복수하는 내용이 나올 수가 없다.

뭐랄까, 조악하게 비유하자면 된장찌개 먹고 있는데 갑자기 주방장이 다가와서 찌개에 김치를 마구 투입해 된장 김치째기로 만든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호러+무협+에로 등 여러 장르를 뒤섞어 당최 정체를 알 수 없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은 그래도 호러에 집중했다.

연출이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고 며느리 귀신도 그냥 긴 머리 풀어헤치고 하얀 소복 차림으로 불쑥불쑥 나타나거나, 요사스러운 웃음소리로 웃는 거 이외에는 별다른 액션을 선보이지 않기 때문에 별로 무섭지는 않다.

옴니버스 스토리로 2편으로 나누었다고는 해도 각 이야기가 좀 두서가 없어서 내용 연결이 전혀 매끄럽지 않다.

하지만 타이틀인 ‘며느리의 한’은 나름 잘 지켰다. 각 이야기에서 며느리인 여주인공이 죽는 사연이 워낙 기구하고 어느 정도 몰입은 된다.

한 가지 더 괜찮은 점은 전설 따라 삼천리 스타일의 변사가 내레이션을 맡은 것이다. 변사가 내레이션으로 추임새를 넣는 게 듣는 재미가 있다.

본래 변사는 한국에서는 1910년 전후의 극장가에 본격적으로 등장해 무성영화 시대에 활약했다가 음성, 음악이 들어가는 발성영화 시대에 들어가면서 독립 이후 스크린에서 사라졌는데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컬러에 발성영화인데도 변사를 기용했다.

현대 작품이라면 좀 낯설겠지만 시대극이다 보니 상당히 어울렸다.

결론은 평작. 호러 하나에 집중하기는 했지만 스토리에 두서가 없어서 어딘가 좀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지금 현재 한국 드라마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원로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한 번쯤 볼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 공녀 역을 맡은 배우는 윤미라다. 윤미라가 한국 드라마에서 중견 탤런트가 된 이후부터 한 가정의 어머니 역으로 자주 나와서 국민 어머니 배우 중 한 명이란 걸 생각하면 데뷔 초에 한을 품은 며느리 귀신 역으로 등장한 게 참 묘하다.



덧글

  • 2013/07/28 20:3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잠뿌리 2013/08/05 01:03 # 답글

    비공개/ 의외로 흑역사가 많은 배우였네요. 지금 드라마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 참 상상도 못할 과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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