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2(2013) 2013년 개봉 영화




2013년에 민동규, 김성호, 김휘, 정범식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보험 회사의 지하 비밀 창고에서 박부장과 신입사원 세영이 보험 자료를 조사하던 중, 세영이 접촉한 물건에 깃든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의 소유자라서 박부장이 보험 사기로 의심되는 자료를 넘겨주어 3가지 사건에 대해 듣는 이야기다.

작년에 개봉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3개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444, 그 안의 3가지 이야기는 각각 절벽, 사고, 탈출이란 제목이 붙은 단편들이다.

전작이 해님 달님, 콩쥐 팥쥐 등의 전래동화를 베이스로 하여 현대판 공포물로 각색하고 비행 슬래셔, 좀비물 등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면, 이번 작품은 3가지 이야기 다 귀신 이야기고 폐쇄되거나 고립되어 있는 상황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인 절벽은 동욱과 성균 두 친구가 산꼭대기에서 사진을 찍다가 추락해 암붕(절벽에 선반처럼 튀어나온 바위) 위에 떨어져 간신히 살아남지만 거기서 조난을 당해 시작되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조난물 같지만 사실 동욱이 암붕 위에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된다. 거기서 있다가 구조 당한 두에도 이야기가 쭉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파른 절벽 위의 아슬아슬한 스릴이나 긴장감 같은 건 의외로 좀 떨어진다.


암붕 위에 같이 조난당했던 친구 성균이 떨어져 죽은 뒤 성균의 아버지, 성균의 귀신 환영에 시달리다가 성균의 동생과 만나는데.. 내용이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는 구석이 있다.

작중에 벌어진 사건은 분명 동욱이 고의로 그런 게 아닌데, 막판에 가서 동욱에게 살인 동기가 있었다며 고의로 그런 것처럼 매도당한다.

동욱이 물론 주인공치고는 착한 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능범은 아니다. 실제로 존나 나쁜 놈이고 그 모든 걸 계획했다는 반전이 나왔다면 납득이라고 갔을 텐데, 그런 게 일절 없으니 좀 감정 몰입하기 힘들었다.

영화 줄거리에도 초코바 하나 때문에 친구를 죽인 것처럼 쓰여 있어 초코보 살인 사건처럼 보이는 반면 실제로 영화상에서는 그게 아니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다.

차라리 절벽이란 공간을 잘 활용해서 고소 공포증에 포커스를 맞췄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 절벽 밑에서 기어 올라오는 귀신보다는, 절벽 위 그 자체에서 찾아오는 고소 공포증이 더 무서운 법이다.

두 번째 이야기인 사고는 지은, 미라, 선주 세 친구가 임용고시에 떨어져 즉홍 여행을 떠났다가 운전 중 술마시고 놀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외딴 숲속에서 눈을 뜨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내용은 현대 도시괴담인 산장 밖에서 부르는 소리를 각색했다. 이게 원래 제목이 따로 없고 이야기만 변형된 버전이 많이 나도는데 대략 기본 스토리가 이렇다. 여행을 간 주인공이 산장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거나 혹은 조난을 당해서 고립되어 있는데 밖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자꾸 들려 나가려고 했더니.. 친구들이 붙잡아 말리지만 기어이 뿌리치고 나갔는데, 눈을 뜨고 보니 병실 침대 위로 함께 여행갔던 친구들은 전부 죽었고 주인공 홀로 살아남았드라. 라는 것이다.

본작에서는 스토리 초반부터 그런 암시를 자주 주기 때문에 나중에 드러나는 반전이 전혀 놀랍지가 않다.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각색한 만큼 내용이 뻔하다. 이걸 새로 어레인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재는 호러블하지만 내용 전개가 무섭다가 말았다.

저승사자 같은 존재나 주마등같은 설정은 그럴 듯하지만 숲, 집의 한정된 배경에 지은의 행동 패턴이 적극적이지 못하고 이런 저런 설정과 비밀이 있다. 이런 걸 단순하게 나열하고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느끼기만 하다가 끝나기 때문에 좀 재미가 떨어진다.

이런 소재라면 친구 귀신들이 좀 활약해야 되는데 정작 본작에선 쩌리 취급을 해서 비중이 한참 낮으니.. 그게 수동적인 주인공과의 안 좋은 연쇄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인 탈출은 학창 시절 똥싸개로 왕따를 당했던 주인공 고병신(작중 이름이 고병신이다.;)이 장성하여 여고 교생이 되었는데 수업 첫날부터 대형 사고를 쳐서 자살을 기도하는데, 그때 자신이 맡은 반의 흑마술 오타쿠 괴짜 소녀 사탄희로부터 다른 세계 가는 법을 배워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그걸 시도했다가 진짜 다른 세계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굉장히 애매하다. 일단 등장인물 이름부터가 나 코미디요.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이 탈출편은 코믹 색체가 매우 강하다. 일부 설정과 연출을 제외하고 주인공과 히로인 캐릭터만 놓고 보면 100% 코미디 확정이다.

특히 주인공이 작중에서 벌이는 노출, 화장실 개그와 잉여 찌질이 연기는 화장실 유머가 난무하는 외국 코미디 영화 뺨치는 민망함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개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쌍욕이 절로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게 애매한 게 본작의 장르가 100% 코미디가 아니기 때문이다. 캐릭터는 분명 코믹한데 주인공이 작중에 처한 상황은 순도 100% 호러물이다.

일단 호러물로서의 설정은 인터넷 괴담으로 한 때 유행했던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을 각색했다.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은 엘리베이터, 화장실편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 10층 이상의 엘리베이터에서 아무도 타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타서 1층, 4층, 2층, 6층, 2층, 10층, 5층을 도착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차례대로 누르고 마지막 5층에 도착하면 어떤 여자가 타는데 절대 눈이 마주치거나 대화를 하면 안 되며, 이때 1층을 누르고 다음에 10층을 눌러서 도착하면 자신을 제외한 아무도 없는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후자인 화장실편은 자기 집 화장실에서 집에 혼자 있을 때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린 뒤, 세면대나 세숫대야에 물을 최대 세기로 미지근하게 틀어놓은 다음.. 변기 뚜껑을 열고 물을 한 번 내렸다가 화장실 불이 두어번 깜빡일 때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다.

본래 엘리베이터편은 돌아오는 방법이 따로 있고, 화장실편은 돌아오는 방법이 없는데 이 작품은 그 두 가지를 믹스했다.

다른 세계로 갈 때는 엘리베이터편의 방법을 쓰고, 거기서 탈출을 시도할 때는 화장실편의 방법을 썼다. 물론 원작 괴담과 똑같지는 않고 방법을 약간 바꿨다.

오컬트스러운 방법을 써서 다른 세계에 갔다는 것도 오싹한데, 그 다른 세계 주민이 시커먼 얼굴에 종이 가면을 쓴 괴물 가족들이라서 졸지에 괴물 가족들 틈에 껴 있다가 탈출을 시도한다는 상황 설정이 호러블하다.

상황 설정 하나만 놓고 보면 사실 앞의 두 이야기보다 더 무섭다. 그런데 주인공이 워낙 코미디물 바보 주인공스럽고 무서운 장면에서 되도 않는 개그를 하니 보는 사람 벙찌게 만든다.

주인공의 1차 탈출 시도가 실패로 끝난 다음, 화장실에서 2차 탈출 시도를 하면서 한창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데 결말이 허무 개그로 끝나서 재밌구나, 껄껄껄 웃기보다는 아오 이런 C..가 절로 나온다.

호러, 코미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가 어느 쪽도 잡지 못한 느낌이랄까. 둘 중에 하나만 집중했다면 충분히 좋은 단편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세계의 괴물 가족도 그렇지만 엘리베이터 여자가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오싹하게 나온다. 본작의 하이라이트 씬이다. 신미미부쿠로 극장판에 나왔고, 짤방으로도 유명했던 농구공 귀신에 버금간다.

그리고 사실 진지한 상황에서 개그를 치거나 잉여 캐릭터 때문에 짜증을 불러일으키긴 해도, 이야기 자체는 앞의 두 작품보다도 더 낫다.

왜냐하면 적어도 탈출편의 주인공은 잉여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며 문자 그대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앞의 두 작품에 나온 주인공은 둘 다 수동적이고, 사건이 일어나면 그저 보고 무서워하고 비명 지르기 바쁜데 그에 비하면 탈출편은 주인공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결론은 평작. 이번 작도 역시나 J호러와 다른 K호러만의 느낌을 주었지만 타이틀처럼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전작은 그래도 소재라도 다양했는데 이번 작은 소재도 귀신 이야기로 한정되어 있어서 좀 아쉽다.

다만, 이 작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또 호불호가 갈릴 듯 싶은 ‘탈출’편 만큼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전작에서도 감독을 맡았던 정범식 감독이 만들었는데 나중에 따로 B급 감성 넘치는 호러 코미디 영화를 만들거나, 한국판 환상특급이나 어메이징 스토리 같은 걸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정범식 감독이 전작에서 만든 작품은 ‘해와 달’편이라서 이번 작의 탈출편하고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점도 있다. 그런데 본래 이 감독의 특기 분야는 코미디가 아니다.

마음먹고 무서운 연출을 하면 진짜 무서운 장면이 나오긴 한다. 정범식 감독의 감독 데뷔작은 2007년에 나온 기담인데 거기서 나오는 엄마 귀신이 그런 케이스다.

여담이지만 44편의 히로인 세영은 출현씬, 대사는 몇 개 없지만 복장은 인상적이다. 피어싱에 고스로리 복장을 하고서 허벅다리 밑으로 주문 글귀 같은 걸 쓴 중2병 흑마술녀 돋지만 실은 사이코메트리 초능력자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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