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지존[摩登如来神掌](Kung Fu Vs Acrobatic.1990) 홍콩 영화




1990년에 황태래 감독이 만든 현대판 코믹 무협 영화. 원제는 ‘마등여래신장’. 한국판 제목은 ‘무림지존’이다. 유덕화, 진백상, 왕조현, 원화가 주연을 맡아서 캐스팅이 꽤 화려한 편이다.

내용은 홍콩 구룡시에 사는 회사원인 아치와 아페이는 도박빚에 시달려 빚쟁이한테 얻어맞거나 출근 만원 버스에 버림 받는 등등 잉여한 생활을 하던 중 회사의 발모제 CF를 찍기 위해 중국 본토로 출장 갔다가, 빚을 갚기 위해 가짜 골동품을 사다 팔려다 중국 공안에게 걸려 도망치다 지하 던젼에 떨어졌는데... 그곳이 실은 700년 전에 활약하던 무림대협 용검비의 무덤으로 거기 있던 만년 묵은 거북을 넣은 선단을 나눠먹고 여래신장 비급을 얻은 뒤에, 700년 전 천년 묵은 고려 산삼을 먹고 잠들어 있던 원나라 공주 운로와 그녀의 시녀 슈문을 깨웠는데, 그녀들과 함께 봉인되어 잠들어 있던 악의 무림 고수 티엔까지 깨어나 그를 피해 달아난 이후 여래신장 비겁을 배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1964년작 만불조종과 1982년작 여래신장을 베이스로 해서 새롭게 만든 영화다. (본작을 만든 황태래 감독은 1982년작 여래신장의 감독이기도 하다)

오프닝부터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만불조종의 한 장면이 나오고, 작중에 나오는 판타지스러운 무협 연출과 특유의 경쾌한 경극 음악이 배경에 흐른다. 게다가 본작에서 주인공 아페이가 익히는 무공은 여래신장인데 1급부터 9급까지 있으며, 여기서 9급의 경지가 바로 ‘만불조종’으로 작중 최강의 절기로 나온다.

거기다 본작에서 아페이의 친구 아치의 아버지로 출현하는 배우가 바로 조달화인데, 이 배우는 만불조종에서 용검비 역을 맡았고, 여래신장에서는 만불 동굴에서 궁극의 무공 여래신장을 만든 무림 고수 여래 천종으로 나온다.

작중에서는 무공은 전혀 못하고 허세와 구라는 일품인 할아버지로 나오는데 외모가 용검비와 닮았다고 해서 티엔이 그를 용검비로 착각해서 벌어지는 자잘한 에피소드가 웃음을 자아낸다.

기연을 얻어 무공을 배워 고수가 되는 설정은 전형적인 구 무협이지만, 현대가 배경이고 현대인이 무공을 배워서 그걸 사용해 일상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게 90년대 초반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나름대로 파격적이다.

만검조종, 여래신장을 베이스로 한 만큼 작중에 나오는 무공은 요란한 손동작과 함께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광선 효과가 난무하는 무공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보면 분명 유치하게 보이겠지만 무협 영화를 많이 본 사람에게는 감회가 새로울 수도 있다.

60~70년대 무협 영화가 맨손으로 치고 차는 권각술 위주였고 80~90년대 무협 영화가 창, 검 등 병장기가 부딪치는 무기술 위주였기에 60년대부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번쩍이고 빛나는 기탄과 장법이 난무하는 전투 스타일을 고수했는데 그걸 이어 받았기 때문이다.

작중에 나오는 여래신장도 부처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한 무공이라서 그 자체로 참신한 느낌을 준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위성 안테나로 올라가 만불조종을 시전할 때 가만 보면 위성 안테나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게 연꽃 위에 앉은 부처를 연상시킨다.

스토리 전반부는 아페이, 아치 등 현대인이 무공을 배우고 일상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간간히 원나라 공주 운로와 문슈의 현대 적응기가 나온다. 후반부는 티엔이 주인공 일행의 소재를 파악하고 나서 날뛰기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개그는 더 많이 나오지만 티엔 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관계로 정작 아페이가 병풍이 되기 때문에 비중이 역전됐다.

그래도 티엔이 난폭하고 단순하지만 사악한 악당이라기 보다는, TV에 푹 빠져 있고 햄버거, 과자, 콜라 등을 즐기는 등 애 같은 구석이 있어서 카리스마는 넘치지만 머리는 조금 모자란 악당으로 나와서 어쩐지 미워할 수 없다.

작중의 비중, 활약상을 보면 이건 뭐, 악당이 아니라 숨겨진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주인공 아페이 역은 유덕화, 히로인 운로 공주 역은 왕조현으로 정말 선남선녀가 한 자리에 모였지만.. 스토리 전개상 두 사람이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짬이 안 나는데 어느새 극후반부에 가면 갑자기 ‘끝판 대장 물리치면 너님과 결혼할게요’라고 결혼 선언까지 나오니 정말 뜬금없어서 적응이 안 된다.

오히려 공주의 시녀 슈문과 아페이의 친구 아치의 러브 라인이 개그 쪽으로 깨알 같은 웃음을 주기 때문에 더 낫다.

문제는 슈문의 활약이 전반부에 한정되어 있고 후반부에는 병풍이 된다는 거다. 사실 왕조현도 혼자 따로 나오는 법이 없고 무슨 춘향이와 향단이처럼 슈문과 함께 나와서 출현씬이 몇 개 안 된다.

한 가지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작중 홍콩 초능력자 단체 소속의 인 사부가 묘지에서 귀신의 실체라며 소환하는 꼬마 거북이다. 완전한 거북이는 아니고 닌자 거북이 같은 인간형 거북이인데 이게 진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라 이 부분은 실사, 애니메이션의 합성이다.

만불조종이라고 외치며 손바닥 모양의 장풍을 발사하고 티엔 발차기라면서 거대한 발의 족풍을 날리는 것 등은 다 이해가 가는데 난데 없이 쌍 망치 든 거북이 귀신이 튀어 나오는 건 뭔가 이해의 범주에서 벗어났다.

결론은 추천작. 지금 보면 스토리가 다소 유치할 수도 있지만 옛날에 나온 무협 영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이라 현대 배경의 무협+코미디가 결합되어 있어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관련된 시리즈 전체가 주성치의 쿵푸 허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여래신장이라는 무술, 그리고 화운사신과 티엔 등의 캐릭터들이 쿵푸 허슬에서 어레인지되서 나온다.

쿵푸 허슬에 나오는 악당 화운사신(세계판 이름은 야수)은 여래신장에 나온 고한혼의 별명이다. 여래신장에서 화운사신 고한혼 배역을 배우는 양소룡으로 쿵푸 허슬에도 똑같은 별명으로 나와서 여래신장에 패배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나온 티엔 역의 원화는 쿵푸 허슬 운둔고수이자 돼지촌의 주인으로 나온다.

만불조종, 여래신장에 이어지는 특유의 경극 음악도 쿵푸 허슬의 무공 대결씬에서 그대로 나온다. 어떻게 보면 쿵푸 허슬인 이 시리즈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덧붙여 이 작품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이 보기에 약간 걸끄러운 장면이 두어 개 정도 나온다. 우선 작중에 주인공 일행이 중국 본토로 출장갈 때의 이동 경로가 세계 지도로 나오는데.. 공교롭게도 그 경로에 한반도가 포함되어 있는데 지도상의 표시로는 완전 중국내 영토처럼 나온다. 비행기를 타고 한 번에 간 게 아니라 버스, 기차, 당나귀를 타고 몇날 몇일을 이동해서 그런 거라고는 해도.. 한반도를 경유한다는 묘사가 나오는 게 좀 그렇다.

추가로 개그씬이라고는 하지만 스파게티와 피자 등 이태리 음식이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하는 것도 썩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작중 히로인 운로가 원나라 공주로 증조할아버지가 징기스칸이며, 스승은 마르코 폴로인데 자기네 중국에서 그런 음식을 처음 만들어서 마르코 폴로가 그걸 가지고가 본국에 전파시킨 음식이라고 나온다. (실제 현실에서는 중국에서 그런 주장을 했지만 폼페이 유적지나 고대 로마 유적에서 스파게티 관련 조리 도구가 발굴되면서 헛소리로 드러났다)



덧글

  • 포스21 2013/07/25 19:07 # 답글

    뭔가 황당한 무협 코미디 같군요. 나중에라도 볼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 먹통XKim 2013/07/27 10:27 # 답글

    문제는 지금도 중국에선 저런 개소리를 한다는 거죠. 심지어 이탈리아에 중국집 열면서 스파게티도 우리 중국에서 시작됐다해~이따 위 광고하다가 이탈리아 극우들에게 가게 박살나던 중국인도 있었죠
  • Yusaku 2013/07/31 23:10 # 답글

    이거 예전에 TV에서 더빙해줬던 걸 본 기억이 나네요

    참 재밌게 봤는데.
  • 잠뿌리 2013/08/05 01:02 # 답글

    포스21/ 설정은 황당하지만 나름 코미디로서 괜찮습니다^^

    먹통XKim/ 그런 중화제일 사상은 좀 중국인 자체도 경계해야 될 일 같습니다.

    Yusaku/ 더빙판도 좋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58761
5243
9468533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