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이언트(YAK : The Giant King.2012) 2013년 개봉 영화




2012년에 태국에서 프라파스 콜사라논 감독이 만든 3D 애니메이션. 한국에서는 2013년 2월에 개봉했다.

내용은 하누만과 토사칸이 전쟁을 벌여 라마의 화살이 땅에 떨어진 뒤 주위의 모든 걸 휩쓸어 버린 후 그로부터 백만 일이 지난 다음, 고철 업자에게 수집된 하누만과 토사카가 쇠사슬로 엮어 있는데 서로 기억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 서로 적인 줄도 모르고 함께 다니며 벌어지는 일이다.

본래는 태국 애니메이션으로 기본 지원 언어가 태국어였지만, 한국 개봉판은 북미판을 가지고 와서 작중에 나오는 보컬송이 전부 영어로 되어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태국판의 보컬곡을 들으면 태국어인데 이게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낯설게 들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아니면 한국의 영어 사대주의일지도 모른다)

태국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개봉한 건 정말 드문 일인데, 그만큼 작품의 세계관과 설정도 독특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토사칸과 하누만은 각각 고대 인도 신화인 라마야나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토사칸은 락샤사(나찰)의 왕이고 하누만은 라마 왕자의 충실한 심복이다. 정확히는, 이 작품의 신화적 배경이 라마야나의 태국 건국 설화 버전으로 인도판에서 나온 악마왕 라바나가 태국판에서는 토사칸이라 불리는 것이다.

본작의 주인공은 토사칸과 하누만이고 라마 왕자는 ‘람’이라고 해서 인공위성으로 나온다.

작중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는 다 로봇인데 태양 같은 일부 자연물도 로봇으로 나온다. 인간이나 동물 같은 생명체는 하나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로봇만 나와서 흥미롭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 한 방울 나오지 않고 음식을 먹는 씬은 하나도 없다. 다만 로봇이란 특성 때문에 기름을 마시거나, 몸에 기름을 치는 건 많이 나온다.

하누만 같은 경우는 날카로운 촉이 달린 강철 사슬을 꼬리처럼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특색은 없지만, 토사칸 같은 경우는 몸에 여덟 개의 팔이 있고 괴력을 소지해서 생각 이상으로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인다.

스파이더맨 2에 나오는 닥터 옥토퍼스 느낌이 나긴 해도 큰 덩치에 팔 여섯 개를 사용해 싸우니 악당 각성 때의 포스는 상당하다.

신화와 로봇을 믹스한 세계관은 독특한 반면 스토리는 좀 진부한 편이다. 애초에 서로 적이었다가 둘 다 기억을 잃고 깨어나 우여곡절 끝에 친구가 되었는데, 기억을 다시 되찾은 뒤 서로 싸우게 됐다! 이 스토리를 가진 아동용 작품에서 이어지는 전개는 우정 만세가 될 것이라고 누구나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게다가 무슨 노래방 간주 점프한 것 마냥 내용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장면도 몇 개 나온다.

예를 들면 작중 무무(하누만)과 빅그린(토사칸)이 녹순이와 친구가 되는 씬이다. 이 녀석들은 분명 만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셋이 같이 있는 씬이 나오더니 빅그린이 녹순이한테 같이 놀자 친구가 되어줄게 이러면서 셋이 친구가 된다. 그 뒤에 녹순이랑 꼬마 로봇들이 뜬금없이 담력 훈련하러 가는 장면도 갑자기 나와서 이상했다.

그런 디테일함에 좀 문제가 있긴 해도 감상에 크게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무무와 빅그린의 우정 이야기에 철저히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에 비교적 스토리 몰입도 잘 됐다.

진부한 내용이라고 해도 기억 잃은 숙적이 친구가 되는 전개라 거기서 찾아오는 고민과 갈등 등이 있고 그걸 잘 묘사했다.

사실 이 작품은 스토리의 디테일함이 좀 떨어질 뿐이지 거기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문제라고 할 만한 부분은 성우 기용에 있다.

이 작품은 당시 개그 콘서트 소속의 인기 개그맨들인 김준현, 정범균, 김지민을 주연으로 기용했다. 각각 빅그린, 무무, 녹순이 역을 맡았다.

일단 빅그린 목소리를 더빙한 김준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언뜻 보면 한글 더빙 애니메이션이 으레 그렇듯, 등장인물 생긴 것과 비슷한 연예인을 데려오는 경향이 있어 그에 따른 것 같은데 의외로 목소리도 잘 어울렸다.

좀 모자라고 순박한 빅그린 역과 난폭하고 무서운 토사칸의 연기를 번갈아가면서 했는데 뜬금없이 자신의 유행어인 ‘고뢔?’를 애드립친 것과 고음처리가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듣기 괜찮았다.

고음처리 부분은 작중에 딱 한 번, 태양 열차를 막을 때 나오는 씬에서 나온 거다. 잔뜩 힘을 주고 감정이 복받쳐 오를 때의 목소리 연기인데.. 이게 김준현이 개그 콘서트에서 항상 하던 그 목청이 터져라 외치다 나중에 숨넘어갈 것처럼 버거워하는 스타일 그대로라서 이 부분만큼은 좀 듣기 괴로웠다.

의외인 건 정식 대사보다 의성어 쪽의 대사가 생각보다 더 잘 나왔다는 점이다. 기합 소리나 으르렁거리는 소리 같이 대사 없이 소리만 나는 것이라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지만 이 부분이 아주 자연스럽게 들렸다.

정범균 같은 경우는 진지하거나 비장한 장면에서 대사를 할 때의 목소리가 좀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일상씬에서의 목소리는 비교적 괜찮았다. 처음 들었을 때 정범균인지 몰랐을 정도였고 본작의 연예인 더빙 3인방 중에 유일하게 자신의 유행어를 애드립치지 않고 캐릭터가 가진 본래의 대사를 충실하게 더빙했다.

김지민은 3명 중 유일한 구멍으로 더빙 퀄리티가 정말 바닥을 긴다. 국어책 읽는 더빙 톤이 뭔지 잘 알려주었다. 김준현, 정범균은 전문 성우 수준까지는 안 되지만 그래도 등장인물의 감정 변화에 따라 목소리 톤이 달라지게 더빙한 반면 김지민은 그런 거 없다.

어떤 상황이든 목소리가 한결 같고 거기다 특히 우는 장면에서의 그 어색함은 참을 수 없을 정도다.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딱 그 수준으로 더빙을 발로 한 것만 같다. 게다가 엔딩 때 난데없이 뿌잉뿌잉-이러는데 왜 그 애드립 안 나오나 했다.

그래도 김준현과 정범균이 기본은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커버는 됐다.

결론은 평작. 신화와 로봇을 믹스한 세계관은 독특하지만 스토리가 진부한 작품이라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태국에서 만든 3D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자체가 정말 보기 드물기 때문에, ‘태국에서도 이런 작품을 만드는구나.’하는 공부 차원에서 한 번쯤 볼만 하다.



덧글

  • 먹통XKim 2013/07/27 10:23 # 답글

    한국 극장 영화전산망에도 미국, 태국 애니로 나와있으니 할 말 다했죠 ㅡ ㅡ..동남아 애니는 유치해서 감추려하던 것..예전 비디오로 동남아 영화를 홍콩이나 서구영화로 속여먹던 거랑 차이가 없네요

    결국 전국관객 15만으로 망했습니다.
  • 잠뿌리 2013/08/05 00:47 # 답글

    먹통XKim/ 태국 애니메이션이 이만큼 성장했고 또 국내에 정식 개봉했다는 건 대단한 일인데 미국 애니로 포장한 게 참 아쉬운 점입니다. 성공이라도 했다면 모를까 망했으니.; 그래도 어쩌면 미국 애니메이션으로 포장해서 15만명이라도 본 게 아닐까 싶네요.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그보다 더 안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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