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령의 마검(1969)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69년에 박윤교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조강지처를 집에 남겨 두고 과거 공부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선 나그네가 백골령을 넘어가다 주막에 들려 주막 할멈으로부터 술 한 잔을 얻어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났다 폭우를 만나 산속 외딴 집에서 하루 묵어가는데, 거기서 주막 할멈을 다시 만나 그녀의 주선으로 그 집의 미망인 여와에게 새 장가를 갔다가, 실은 여와가 인간이 아니라 백골의 모습을 한 망령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집에 감금되기에 이르자... 지나가던 스님에게 낭군의 위험을 예지 받고 부처님에게 백일기도를 드리고 나서 도사에게 지도와 마검을 입수한 아내가 남편을 구하러 백골령에 찾아가 망령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한국산 B급 호러 영화로 스토리의 완성도가 상당히 낮다. 정확히 말하자면, 설정이 치밀하지 않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다가 뜬금없는 전개가 속출한다.

우선 전반부 약 38분 동안은 스토리가 굉장히 지루한데 그 이유가 백골령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조강지처를 잊고 여와에게 장가간 나그네의 이야기가 에로 영화처럼 진행되기 때문이다.

멀쩡히 결혼한 사람이 새 장가 들어서 새 마누라와 동침하는 게 그대로 나오는데,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새 마누라 여와의 시종인 향아가 그걸 훔쳐보고 질투하고 벌건 대낮에 앞섬을 풀어헤친 반라의 몸으로 나무 밑 그늘에 누워 잠을 자던 나그네에게 접근해 스킨쉽을 하는 등등 완전 무슨 에로 게임 같은 느낌마저 준다. (여행가던 주인공이 외딴 산속의 고급 맨션에 들어가 미망인과 떡을 치고, 그 현장을 훔쳐 보고 발정한 하녀와 섬씽이 생기고 집 밖에서 우연히 만난 미스테리 여인과 떡을 치니.. 이게 진짜 에로게임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망령한테 홀려서 그랬다고 실드를 치기에는 아무런 고민도 갈등도 없이 덥석 새 장가를 드는 건 물론이고 과거 공부한다며 서책을 보기는커녕 떡이나 치기 바쁘니 정말 잉여한 주인공이다.

작중 여와와 향아의 정체는 백골령으로 본래 모습은 검고 장발 머리를 기른 해골 유령이며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다.

이때 나오는 해골 분장이 유치해서 차라리 해골령으로 변신하지 않은, 인간 귀신 모습을 하고 나와 요사스럽게 웃을 때가 더 호러블하다.

러닝 타임 약 40분 만에 해골령의 모습을 보여줘서 이제 좀 호러물을 기대할 찰나.. 피리 소리를 듣고 집 밖에 나간 나그네가 강물에 빠져 죽을 뻔한 수련을 만나고 단 몇 초만에 눈이 맞아 붕가붕가를 한 뒤에 수련이 사건의 흑막인 여와 일당의 정체를 다 말해주는 전개가 이어지는데 진짜 여기서 쓰러질 뻔 했다.

붕가붕가, 점잖게 말하자면 남녀의 교합이 망령을 저승으로 보내주는 성불의 방법이라고 나오는 것도 황당하지만, 수련의 존재는 처음부터 언급되거나 암시된 것도 아니고 갑자기 툭 튀어나왔으며 나온 지 몇 십초 만에 H씬에 돌입하니 이건 진짜 누키게(벗기기) 에로 게임에서조차 안 나오는 막장 전개다. (그러고 보니 신상옥 감독의 1973년작 반혼녀에서도 붕가붕가하면 귀신이 성불할 수 있다는 설정이 나왔지..)

그렇게 러닝 타임이 1시간이 훌쩍 넘어가면 그 1시간 동안 지나가는 스님한테 남편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경고 받는 조강지처 마누라가 등장한다.

근데 여기서 또 설정 구멍이 생긴 게 지나가던 스님이 남편을 구하고 싶으면 100일 동안 부처님에게 치성을 드리라고 했는데.. 마누라가 100일 치성을 마치니 갑자기 뜬금없이 산신령 같이 생긴 도사가 폭포수 위에 구름을 타고 나타나 갸륵하다면서 남편이 갇혀 있는 백골령 지도와 망령들을 물리칠 수 있는 마검을 준다.

그 뒤 마누라는 남장을 하고서 마검 한 자루를 등에 지고 남편을 찾아 백골령으로 떠난다. 남장을 하니 말투까지 하오체로 변하고, 극후반부에 백골령들과 한판 승부를 벌일 때는 장르가 무협으로 탈바꿈한다.

여와와 향아는 장검, 주막 할멈은 청룡도를 들고 나와 마누라와 3:1의 칼싸움을 벌인다. 거기다 싸움에서 수세에 밀리자 도사에게 기도를 한 순간 마검이 업그레이드되어 화염을 뿜어내 망령들을 퇴치하니 정말 어떤 의미로는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였다.

스토리를 떠나서 봐도 촬영 자체도 어딘가 좀 미완성 같은 느낌을 준다. 백골령 분장이 유치한 건 둘째치고 촬영 자체가 컬러와 흑백을 오가는데 이게 어떤 규칙이나 패턴에 따라서 뒤바뀌는 게 아니라 좀 뜬금없이 바뀐다.

컬러로 잘 나오다가 갑자기 흑백 화면으로 변하고, 또 흑백 화면이 쭉 나오다가 별안간 컬러 화면이 나오는 것으로 뭔가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이렇게 찍은 건 아닌 듯 싶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작중 백골령 여와 배역을 맡은 도금봉의 열연이다. 이런 작품에 출현한 게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특히 그 요사스러운 귀신 웃음 소리는 도금봉의 전매특허로 목없는 미녀와 살인마에서 귀신역으로 나왔을 때의 포스 그대로다.

결론은 평작. 도금봉의 포스를 제외하면 건질 게 마땅히 없는 작품이다. 스토리는 엉성하고 설정에는 구멍이 슝슝 뚫려 있고 에로로 시작해 호러로 진행됐다가 무협물로 마무리 짓는 장르 3단 변신이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엉성하고 유치한 점에 있어 웃으며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도 스토리 전반부의 지루한 에로물을 견뎌낸 다음의 일이다.



덧글

  • 눈물의여뫙 2013/07/20 22:01 # 답글

    전체적인 시놉시스 컨셉은 재미난 것 같은데... 망령을 저승으로 보내주는 게 망령이랑 하는 거라고 이미 방법이 다 나왔는데 왜 또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지(마검으로 공격해 턴 언데드 시켜주기) 그걸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잡혀가서 여자가 힘을 얻어 구하러 가는 것 자체는 좋은데 말이죠.
  • 애쉬 2013/07/20 22:31 # 답글

    뭔지 장황한데. . .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ㅎㅎㅎ

    영화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렇게 재미니게 읽은 리뷰는 근자에 없었던 듯 하네요 ㅎㅎㅎ
  • 잠뿌리 2013/07/24 20:41 # 답글

    눈물의여뫙/ 그게 설정 충돌이 생긴 것 같습니다. 분명 작중 착한 귀신은 붕가붕가 한 번으로 성불했는데 이상하게 악한 귀신인 여와는 30일 동안 붕가붕가를 해야 한다는 설정 때문에 성불을 못했지요.

    애쉬/ 한국 영화 중에 손에 꼽히는 괴작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262841
4518
9452419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