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부인(1960)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60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판타지 영화.

내용은 친척집에 신세를 지고 살던 젊은 약사 허선이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 우연히 미모의 여인 백랑을 만나는데 뱃삯과 우산을 빌려준 것을 계기로 삼아 다시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부부의 연을 맺는데.. 실은 백랑의 정체가 천년 묵은 뱀이라서 허선이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중국 송나라 시대에 작자 미상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기담 ‘백사전’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본래 원작 기담은 항주 서호의 뇌봉탑에 관련된 백사전설로 중국 명나라 시대 때 경극의 희곡으로 만들어 졌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대대로 백사전이 인기 소재로 영화, 드라마로 나온 게 수십 개가 넘어간다. 거기다 계사년 춘절날 열리는 퍼레이드에서 백사부인 코스츔을 한 사람도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천년 묵은 뱀이 인간으로 변신해 인간과 사랑에 빠져 백년가약을 맺고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소재만 놓고 보면 요괴물이라 호러 영화로 분류해야겠지만.. 실제로 전개되는 내용을 보면 거의 멜로물이 주축이 된 판타지 영화에 가깝다.

작중에 나오는 요괴는 단 두 마리로 천년 묵은 뱀인 백랑, 그리고 그녀의 시종으로 본래 정체가 청사인 청아다. 스토리 전개상 본모습을 드러낸 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그렇고 거의 대부분은 인간 모습으로만 나온다.

백사의 정체를 처음부터 숨긴 것도 아니고 스토리 진행 도중에 그냥 다 밝혀지는데 백랑의 남편이자 주인공인 허선만 모르고 있다가 막판에 가서 알게 된다.

근데 허선은 단순한 건지, 아니면 좀 모자란 건지 스토리 전개상 무려 3번씩이나 백랑의 정체가 밝혀질 뻔한 사건이 생겼는데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의심을 하다가도 증거가 안 나오면 그냥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체가 드러나느냐, 마냐에 따른 긴장감은 좀 부족하다.

허선의 고뇌나 갈등, 의심 같은 건 거의 없고 오로지 백랑의 고민과 갈등만 부각된 관계로 재미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다고나 할까.

중국 기담을 바탕으로 해서 배경이 중국이며, 작중에 나오는 복색도 다 중국풍이다. 허선이 자신의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 부채춤을 추며 그의 마음을 빼앗는 씬에 나오는 춤도 중국 경극 느낌 난다.

그리고 설정상 백사는 보통 요괴가 아니라 선계에 소속되어 있고, 그래서 함부로 속세에 내려가 인간으로 변신해 인간을 사랑한 것에 대해 경고를 받고 갈등을 빚는 게 후반부의 주요 내용이 됐다.

여기서부터 본래 원전이 되는 기담의 내용과 조금 달라진다.

본래 원작에서는 허선이 백랑의 정체를 알아차린 뒤 금산사의 법해 선사를 찾아가 몸을 기탁했다가 서호 단교정에서 백랑과 다시 만나 아이를 갖고 그를 데리고 가기 위해 수족군을 이끌고 금산사로 쳐들어갔지만 법해 선사에게 패배하여 뇌봉탑 밑에서 제압당한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아예 백랑의 소속을 선계로 설정하면서 법해 선사가 백랑과 허선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 포지션으로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사악하게 나오는 건 아니다. 작중에 법해 선사의 상관 포지션으로 관음보살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관음보살이 나오는 시점에서 해피엔딩을 예약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근데 아이러니한 건 원작 기담에서 백랑의 정체를 안 허선이 법해 선사에게 몸을 의탁하는데.. 본작에서는 오히려 백랑이 마을에 도는 괴질을 고치기 위해 생명초가 필요하다며 선계의 법해 선사를 찾아가 비는 내용이 나온다는 점이다.

결론은 평작. 중국 기담을 원작으로 삼아서 만들어진 한국 영화라는 게 특색은 있는데 내용 자체가 크게 재미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원작의 결말을 따라가지 않고 불교 세계관을 도입하여 새로운 엔딩으로 마무리한 것은 좋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1969년에 신상옥 감독이 ‘사녀’란 제목의 리부트판을 만들었다.

덧붙여 1993년에 왕조현과 장만옥이 주연을 맡고 서극 감독이 만든 청사, 2011년에 이연걸이 주연을 맡고 정소동 감독이 만든 백사대전이 백사전을 베이스로 한 영화들이다.

단, 1988년에 켄 러셀 감독이 만든 영화 백사전설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작품이다. 그 작품의 원제는 레어 오브 더 화이트 웜인데 한국에서는 백사전설로 번안되었을 뿐이다. (거기서는 거대한 하얀 뱀을 숭배하는 데모니스트들이 나온다)



덧글

  • 잠본이 2013/07/19 22:37 # 답글

    토에이 극장용 애니로 나온 백사전도 있는 걸 보면 진짜 백사전설의 인기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 잠뿌리 2013/07/24 20:42 # 답글

    잠본이/ 중국 기담 중에 메이저하기로 손에 꼽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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