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혼녀 (返魂女.1973)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73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60~70년대 홍콩 스타로 스잔나로 유명한 리칭이 주연을 맡았다. 리칭 이외에 나머지 배우는 한국인이다.

내용은 송씨 집안의 딸인 연화가 병에 걸려 죽기 전까지 부모님이 정한 베필인 한도령을 그리워했지만 끝내 살아서는 만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한도령은 아버지가 송씨 집안에 빌린 돈 천냥을 가지고 빚을 갚으려고 내려 오던 길에 산적을 만나 돈을 몽땅 뺏기는 바람에 송씨 집안을 볼 면목이 없다며 끝까지 찾아가지 않아서.. 연화의 유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귀신이 되어 연화의 혼령을 보필하여 귀신의 몸으로 한도령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중 등장인물 이름이 한정룡(한도령), 송연화, 장쇠 등 한국적인 네이밍으로 지어졌지만 복장이나 배경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귀신이 나와서 호러 영화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본편 내용을 보면 인간과 귀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멜로물에 가깝다.

인간과 귀신의 사랑하면 천녀유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 이 작품의 메인 소재는 그것보다는 중국 명나라 시대의 괴담인 ‘모란등롱’에 가깝다.

원작 괴담은 한 밤중에 젊은 청년이 길을 가다가 모란등록을 들고 있는 시녀와 절세 미녀를 우연히 만났는데, 미녀에게 첫눈에 반해 연인 관계가 되어 밤마다 그녀의 거처에 찾아가 붕가붕가를 하고 날이 밝으면 돌아갔는데.. 실은 그녀의 정체는 귀신이고 청년은 붕가붕가를 할 때마다 정기를 흡수당해 하루가 멀다하고 야위어 가다가 옆집 노인과 도사의 도움을 받지만 끝내 귀신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도 그와 같다. 다만, 시녀 역에 유모가 대신 나오고 처음부터 특정한 사람(한도령)을 타겟으로 삼았다는 게 다르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오싹한 배드 엔딩으로 끝난 반면 영화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부분이 신상옥 감독이 만든 기존의 호러 영화와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천년호, 이조괴담 같은 지난 작품을 보면 엔딩은 항상 슬프거나 비극적인데 이 작품은 정 반대로 해피엔딩이다.

물론 죽은 사람이 완전 되살아나는, 그런 엔딩은 아니지만 최종적으로 귀신이 뜻하는 바를 이루고 그로 인해 산 사람까지 행복해지는 결말이라서 신상옥 감독표 호러 영화 중에서는 꽤 특이한 축에 속한다.

무엇보다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모란등롱 괴담의 결말을 뒤튼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 그런 전개가 나오면 백 이면 백 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데 여기서는 1퍼센트의 기적이 발동된 것 같다.

귀신의 한을 풀고 성불시키는 조건이 붕가붕가라니 과연 떡치기는 위대하다. 그래서 영웅을 뜻하는 히어로의 스펠링이 H와 ERO를 결합시켜 HERO라고 부르는 걸까.

어쩐지 웨딩피치 짤방을 인용하자면 ‘붕가붕가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라는 말이 떠오른다.

다만, 작중에 나오는 인간과 귀신의 사랑이란 게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구석이 있어서 기적 같은 확률의 해피 엔딩이 나왔지만 깊이는 좀 떨어진다.

애초에 한도령은 히로인 연화의 정혼자이긴 하나 얼굴도 보지 못한 지 십 수 년이 지나서 연화 사후 한도령을 찾을 때 가짜 한도령이 개떼 같이 몰려들었을 정도다.

얼굴도 안 본 사이인데 연모하는 마음이 생사를 초월해 귀신으로 나타났다는 설정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작중 주인공 한도령은 자꾸 천냥빚 타령만 해서 보는 사람 답답하게 만드는 잉여 주인공인데, 그런 한도령을 잘 보필하다가 막판에 가서 금품에 눈이 어두워 변심할 뻔 해던 장쇠가 오히려 더 눈에 띄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과거 머슴살이를 할 때 모시던 주인의 아들을 극진히 모시다가도, 돈 앞에서 또 마음이 약해지니 천냥빚 드립치면서 귀신에 홀려 떡이나 치고 굿이나 보는 한도령에 비해서 이쪽이 훨씬 인간적이다.

물론 붕가붕가 한 번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 장쇠 부부는 심혈을 기울여 도령을 지키기 위해 그 귀접을 막았던 거라서 결말만 놓고 보면 의도는 착한 악역이 됐다.

일단은 귀신 나오는 호러 영화다보니 나름 무서운 장면이라고 집어넣은 게 있는데, 한국 호러 영화의 전매특허인 술이 피로 변하는 것과 귀신의 인간 폼, 요괴 폼으로 나뉘어져 있는 게 나온다.

유모가 귀신의 본색을 드러내 사람을 놀래키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분장이 너무 어설프고 유치해서 무섭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작중 인물들은 그거 보고 떡실신하고 도망치고 그런다.

결론은 평작. 호러 영화로서는 전혀 무섭지 않고 좀 심심하며 이야기 자체는 평범하고 새로울 것이 없는데 소재의 원전이 되는 고전 괴담의 결말을 뒤틀어 붕가붕가 한 번에 모든 게 해결되는 것 마무리 만큼은 확실히 색다른 느낌을 준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배경이 중국이지 만든 곳, 배우들은 한국인이라서 중간에 참 아이러니한 장면이 하나 나온다. 장쇠 부부가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데.. 중국 모산술 도사가 나와서 왼손에 부적 꿴 복숭아 나무검, 오른손에 종을 들고 흔들면서 도술을 부리는가 싶더니 입으로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귀신아 물러가라~ 이러면서 한국 무당이 굿하는 대사를 날린다.

덧붙여 작중에 제대로 된 이름조차 나오지 않은, 지나가다던 도사(한국 풍으로는 지나가던 선비 내지는 스님)가 연화의 관에 못질 하는 장면이 극후반부에 나오는데.. 그때 젊은 제자들 내버려두고 백발이 성성한 도사 할아버지가 망치질하는 것도 좀 생뚱맞는데, 그 망치가 현대의 오함마(슬래지 해머)란 걸 보니 황당했다. (갈건 쓰고 노란 법복 입은 채로 오함마질하는 영환도사라니..)



덧글

  • 2013/07/17 06: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잠뿌리 2013/07/17 21:53 # 답글

    비공개/ 확실히 그런 평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작품이긴 합니다. 신상옥 감독이 만든 다른 호러 영화들인 이조괴담, 천년호의 재미나 깊이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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