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여한(三國女恨.1982)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82년에 김인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호러 영화.

내용은 한국, 중국, 일본의 여자 귀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화는 한국편으로 양반 가문의 꼬마 신랑에게 시집을 간 옥녀가 나이 차이가 많아도 금슬 좋게 잘 살지만 어느날 신랑과 함께 여행을 가던 중 예전부터 자신을 탐내던 최왕렬의 사주를 받은 사냥꾼들에게 신랑은 살해당하고 옥녀 본인은 납치되어 능욕 당한 뒤 의식을 잃고 왕렬에게 넘겨지는데.. 의식을 차린 후 왕렬에게 사건의 진상을 듣고는 그에게 범해지던 중 혀를 깨물고 자살해 그 시체가 인적 없는 동굴 속 물에 빠진 뒤, 원귀가 되어 나타나 원수를 몰살하는 이야기다.

2화는 중국편으로 아름답지만 가난한 리춘이 대부호 왕대인의 하녀로 들어왔다가 그에게 겁탈 당한 다음날 목을 메어 자살해 그 시체가 버려지는데, 그 뒤 리춘이 원귀가 되어 나타나 원수인 왕대인을 참살하는 이야기다.

3화는 일본편으로 남편 구로다와 그 정부 은월, 그들의 하수인인 유키코와 남자 하인들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자신도 독약을 먹어 얼굴이 뭉그러지고 머리카락이 빠져 처참한 모습으로 죽임을 당한 뒤 원기가 되어 나타나 원수들을 다 죽이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옴니버스 스토리로 각 이야기의 배경이 한국, 중국, 일본 등으로 국적이 다르지만.. 내용은 크게 다른 게 없다. 억울한 한을 품고 죽은 여자가 귀신이 되어 나타나 복수를 한다는 컨셉은 다 똑같다.

그리고 일단 정통 호러라고 보기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는데 호러보다는 오히려 에로에 치중을 하기 때문이다.

총 3화 중에 어느 화 하나 에로가 빠지는 게 없다. 그 에로라는 게 정상적인 에로가 아니고 레이프, BDSM, 불륜 등으로 모두 하나 같이 비정상적인 에로이기 때문에 눈에 걸린다. 호러 영화인 줄 알고 봤다가 에로 영화인 걸 알게 되니 뒤통수 맞은 심정이 든다.

귀신이 나오는 호러 연출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지나치게 살색이 많이 나오고 에로에 신경을 써서 정말 보는 내내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중국, 일본편은 현지에서 로케를 한 게 아니라 그냥 세트만 중국풍, 일본풍으로 바꾼 것뿐이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한국적인 색체가 보인다.

중국편에서 왕대인이 찾아간 도사는 한국의 무당과 똑같이 장군신을 모시며 점을 치는 점쟁이로 나오고, 일본편의 초반부에 약재를 다리는 장면은 한국에서 보약 끓이는 것과 동일하다.

일본편부터 뭔가 긴박한 상황에 돌입하면 뜬금없이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에 나왔던 BGM이 흘러 나와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물론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도 긴장감 있는 상황에 나오는 음악이 맞긴 한데 그걸 호러 영화에 다 가져다 쓰니 알고 들으면 정말 웃음 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다.

에로씬은 정말 쓸데없이 길고, 또 많이 나오며 심혈을 기울여 찍는 반면 그 이외의 씬은 호러, 일상 전부 다 어딘가 좀 이상하다. 뭔가 어색하거나 황당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한국편에서는 귀신 꿈을 꾼 왕렬이 불안해 하다가 갑자기 칼 한 자루 들고 동굴로 가서 황금도끼 찍어 내리기를 하다가 물속에서 옥녀의 시체를 건져 올려 돌무덤을 만든 뒤 돌아가다 당하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고, 중국편에서는 이야기의 앞뒤 순서가 뒤바뀌어서 내용 이해가 잘 안 된다. (정확히는 발단과 전개의 순서가 바뀌었다)

일본편은 세 편 중에 가장 황당하다.

사실 일본편 스토리는 요츠야 괴담을 베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작은 요츠야 괴담과 동일하다. 남편의 음모로 아버지를 잃고 본인도 독살 당해 흉측한 모습으로 죽었다가 원귀가 되어 나타난 게 동일하며, 원귀 때의 모습도 똑같다.

그 뒤의 이야기는 다르긴 한데 문제는 뭔가 상식에서 벗어난 듯한 장면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유키코의 원귀가 목욕을 하던 구로다 앞에 욕조에서부터 전방낙법으로 툭 튀어나와 놀래키는 것부터 시작해 뜬금없이 빨간 복면을 한 쿠노이치처럼 나타나 일본도를 휘둘러 구로다의 남자 부하 두 명의 목을 치는가 하면, 구로다가 휘두르는 검을 일일이 회전낙법, 재주넘기 등의 회피 액션을 취하며 피해 다니는 것 등을 보면 이게 호러물인지 무협물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요츠야 괴담을 아는 일본인이 보면 이게 뭐냐고 배꼽 잡고 웃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렇게 무협물처럼 싸운 것 치고는, 늪에 빠진 걸 숄더 프레스로 눌러 죽이는 결말은 좀 김샌다. 그 장면을 끝으로 完 글자가 뜨면서 바로 끝나는데 진짜 좀 70~80년대 고전 무협 영화 풍이다.

각 씬을 하나의 장면으로 딱딱 끊어서 보면 괜찮은 게 몇 개 있기는 하다. 한국편에서는 막판에 물속에서 툭 튀어나와 왕렬을 잡아끌고 들어가는 옥녀, 중국편에서는 막판에 관에 끌려 들어간 뒤 관 밖으로 피가 철철 넘쳐 흐르자 그걸 밑에 가서 받아먹는 리춘, 일본편에서는 목을 베 죽인 남자들의 머리를 양쪽 옆구리에 끼고 나타나 저벅저벅 다가오는 유키코의 모습이다.

근데 하나로 이어서 보면 앞서 말한 듯 황당한 전개가 나오는 관계로 정말 구리다.

세 가지 이야기 다 구려서 뭐가 제일 나은 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중 베스트를 꼽자면 한국편이다. 한국편은 레이프가 유난히 많이 나와서 에로씬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중국편의 BDSM보다는 나았고, 옥녀가 원귀가 되어 나타난 귀신 출현씬이 제일 말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편은 귀신보다 에로 찍는데 너무 힘을 많이 썼고 일본편은 귀신물이 아니라 엽기 무협물이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나마 나은 점을 손에 꼽자면 한중일 삼국의 여자 귀신들 분장이 다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 귀신 옥녀는 흡혈귀 같은 두 개의 송곳니를 가진 걸 빼면 긴 머리에 하얀 소복을 입은 전형적인 처녀 귀신의 모습을 하고 잇고, 중국 귀신 리춘은 목에 밧줄을 동여 메고 혓바닥을 길게 내민 모습을 하고 있다. 일본 귀신 유키코는 2가지 폼이 있는데 A폼은 뭉그러진 얼굴에 머리가 뽑힌 반 대머리의 흉측한 모습이고 B폼은 새빨간 눈, 새빨간 입술을 가진 처녀 귀신에 유카타를 입었다.

결론은 평작. 한중일 삼국의 여자 귀신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복수 컨셉이 다 똑같은데다가 호러보다 에로에 치중해서 완성도와 재미, 둘 다 떨어지는 작품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에로 색체가 강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한중일 귀신 모두 국적을 떠나 붕가붕가 코드로 하나 되는 나이를 떠나 위 아더 월드를 부르짖을 셈이었을까.

차라리 한중일 삼국 출신의 감독 3명이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를 맡아서 만들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추가로 붕가붕가로 하나 되기 이외에 작중에 나오는 삼국 여자 귀신의 공통점은 양손을 펼쳐 든 귀신 포즈다. 포스터에도 나와 있지만 셋 다 똑같은 손동작을 취한다. (이게 무슨 유도 잡기나 프로 레슬링 그래플 자세도 아니고..)



덧글

  • 2013/07/17 06: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잠뿌리 2013/07/17 21:52 # 답글

    비공개/ 삭제가 많은 게 이해가 갑니다. 무삭제판을 보면 이게 호러물인지 에로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살색이 난무해서 공중파에서 완전판을 방영하기는 좀 무리한 감이 있지요.
  • 먹통XKim 2013/07/18 00:28 # 답글

    오래전에 공중파로 보던 거 기억에 남네요..비디오는 무지무지 드물죠
  • 역사관심 2013/07/22 10:36 # 답글

    80년대는 모든 장르를 에로물로 바꾸는 외적인 힘이 존재했으니까요;;
  • 잠뿌리 2013/07/24 20:45 # 답글

    먹통XKim/ 어쩌다 보니 비디오보다 공중파, 케이블로 더 방영을 많이 해준 작품이었지요.

    역사관심/ 80년대 영화에선 에로 요소가 빠질래야 빠질 수 없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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