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스 별장의 공포(Atrocious.2010) 페이크 다큐멘터리




2010년에 스페인, 멕시코 합작으로 페르난도 바레다 루나 감독이 만든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원제는 어트로셔스. 한국명은 ‘시체스 별장의 공포’다.

내용은 2010년 4월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37시간 동안의 기록이 담긴 카메라를 발견하면서 그 안에 녹화된 비디오를 재생하면서 시체스 별장에 새로 이사 온 한 가족의 참상을 보는 이야기다.

스토리의 전반부는 지루한 일상을 계속 찍다가 집에서 키우는 개가 사라져 개 찾으러 다니는 내용, 중반부는 어린 동생이 개 찾으러 나간 듯 사라지자 어머니가 동생 찾으러 뛰어나가서 그 뒤를 쫓아가는 내용, 후반부는 집에 돌아와 보니 잔뜩 어질러져 있고 누군가 위협하듯 쫓아와서 방에 숨어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작의 장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블레어 윗치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82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에 비해서 진행 속도가 굉장히 느리고 아무리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쓸데없는 부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어서 정말 지루하다.

그런데 어떻게든 속도감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택한 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해가 안 되는 내용과 행동을 속출시키는 것으로, 논픽션이 아닌 픽션을 보는 듯한 작위적인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예를 들면 작중에 애들이 카메라 촬영을 하는 게 도시괴담을 조사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 카메라 촬영이 괴담 조사하지 않을 때도 계속 진행된다. 괴담 촬영과 관계가 없는 일상, 그리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난데없이 카메라 들고 뛰어가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된다.

보는 내내 도대체 왜 그렇게 카메라로 찍어대냐?란 의문이 절로 생겼다. 블레어 윗치처럼 뭘 조사하러 온 것도, 더 터널처럼 기자인 것도, 파라노말 액티비티처럼 집에서 지내는 일상을 찍는 것도 아닌데 왜 모든 걸 카메라로 찍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반전은 정말 경악스러웠다. 정말 뜬금없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반전이 나오기 전까지 아무런 단서, 힌트도 주지 않고 최소한의 복선조차 깔아놓지 않은 채 ‘실은 애가 범인임’ 이런 식으로 터트린다. 그런데 그 인물이 스토리상의 비중은 거의 배경인물 1에 지나지 않고 출현 씬도 거의 없고 작중에 하는 대사도 한 페이지 내외라서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신분열증 설정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고!)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도 누가 알아내는 게 아니다. 그냥 누군가 켜 놓은 TV에 나오는 화면에 나오는 내용으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니 여기서 작위적인 설정의 절정에 이른다. (그 참극의 현장에서 도대체 누가 누가 틀었을까?)

블레어 윗치로 시작했다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로 마무리를 짓는데, 사이코의 비중이 그저 배경 인물 1에 지나지 않는데 막판에 가서 참극의 원흉으로 설정하니 정말 어이가 없다.

게다가 반전이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도 지루할 수밖에 없는 게,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것 밖에 안 나와서 그렇다. 블레어 윗치처럼 외딴 산속의 숲에서 길을 잃은 것도 아니고 자기네 집 뒤에 있는 숲에서 숨이 차 헉헉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만 계속 나오니 긴장감은 떨어지고 재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숲에서 뛰어다니는 것만을 공포 포인트로 잡기는 역부족이다. 그러면 무슨 1인칭 시점의 던전 RPG게임인 아이 오브 더 비홀더(주시자의 눈)이나 위저드리, 마이트 앤 매직 같은 롤플레잉 게임에서 숲속을 돌아다니는 것도 무슨 호러물이란 말인가?

집으로 돌아간 뒤의 내용도 그냥 방안에 콕 처박혀서 엉엉 흑흑 울고 불다가 그 뒤에 잠깐 나왔다가 끝나서, 상상의 여지를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쉴드를 쳐주기도 힘들다.

카메라 들고 뛰어다니면서 촬영하기, 잠근 문을 의자로 막아놓고 숨어서 촬영하기. 이 두 가지로 전체 스토리의 액션을 요약할 수 있을 정도다.

뭔가 나와도 그걸 보여주지 않고 도망치기, 숨기만 이어서 나오니 아무리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블레어 윗치는 마녀 조사하러 간 젊은이들이 숲속에서 하룻밤 묵다가 진짜 마녀와 조우한 걸지도 모르게 만들어 거기서 찾아오는 패닉을 통해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공포를 선사하는데 비해서 이 작품에서는 그런 공포의 핵심이 없다. 같은 페이큐 다큐멘터리 작품을 열거하면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귀신들린 집. 라스트 엑소시즘은 악령들린 사람 등등 핵심 요소가 다 있다.

사실 이 작품에서 그런 요소가 될 만한 건 도시괴담 속 소녀 유령인데.. 정작 본작에서는 그걸 너무 소훌히 다루었다.

본래 작중에 주인공 일행이 촬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도시괴담은 시체스 별장 뒤쪽 숲에 나오는 빨간옷 입은 소녀 유령의 이야기로, 숲에서 길을 잃으면 소녀의 유령이 나타나 밖으로 나가는 길을 가르쳐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실제로 작중에서는 그런 내용이 그저 이야기로 언급될 뿐. 실제로 그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거나 그와 관련된 소재는 전혀 쓰지 않고 있다.

딱 한 가지, 인상적인 게 있다면 결말이 나오기 직전에 사건 현장을 조사한 경찰과 뉴스 보도가 나온 다음, 비디오 되감기를 통해 그 이전의 내용으로 돌아가 결말의 반전이 이어서 나오는 것 정도다.

결론은 비추천. 상당히 지루하고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걸 모르고 본다고 해도 작위적인 설정이 난무해서 정말 재미가 없다.

스페인, 멕시코 등 남미 쪽에서 영화제로 유명한 시체스에서 촬영했다는 게 특이하다는 걸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작품이다. (시체스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바르셀로나 주의 도시로 작중에 나온 시체스 별장은 그냥 시체스에 있는 외딴 별장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796932
5439
9489136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