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힐: 레버레이션 3D(Silent Hill: Revelation 3D.2012) 게임 원작 영화




2012년에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3국 합작으로 마이클 J. 버세트 감독이 만든 사일런트 힐 실사 영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내용은 무언가에 쫓기듯 수시로 이름을 바꾸고 이사와 전학을 밥 먹듯이 다니던 헤더 메이슨이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사일런트 힐로 납치당한 아버지를 구하러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순서를 보면 사일런트 힐 2를 영화로 만들었어야 했지만, 실제로 이 작품은 사일런트 힐 3를 각색하여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3의 내용보다는 오히려 1의 내용을 연상시킨다. 가족을 찾으러 사일런트 힐에 찾아간 주인공, 학교<마을<교회<정신병원<놀이공원<지하 신전 순서로 바뀌는 배경 등이 특히 그렇다. (교회 앞에서 원작 게임 1탄의 등장인물인 달리아 갈레스피가 나오는 장면도 말이다)

원작 사일런트 힐 3에서는 해리 메이슨은 악당 클로디아 울프가 보낸 머시너리에게 살해당하지만, 이 영화판에서는 오히려 인질로 납치당해 헤더를 유인하는 미끼와 산 제물 역할을 맡고 있다.

클로디아, 레너드, 더글라스, 빈센트 등 3의 등장 인물도 다 나오지만 맡은 역할이나 비중은 좀 많이 달라졌다.

빈센트는 신부가 아니라 클로디아의 아들이자 헤더의 같은 반 친구로 나와서 남자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원작에서는 중립적인 캐릭터였지만 영화판에서는 선역이다.

헤더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기 몸을 던져서라도 도와주는데 이 과정에서 연애의 연자도 찾아볼 수 없어서 사실 왜 그러는 건지 이해는 안 간다. 계단을 타고 차근차근 오르는 게 아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처음부터 최상층 버튼을 눌러서 한 번에 올라가는 것처럼 정말 뜬금없다.

사실 빈센트는 거의 잉여 캐릭터고, 작중 헤더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혼자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스토리를 진행한다.

문제는 원작과 외모 싱크로율이 떨어질 뿐만이 아니라 성격도 좀 다르다. 원작에서는 입이 거칠어서 명대사도 날리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자기주장이 강한 드센 성질의 아가씨였지만 영화판에서는 좀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나온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병크를 저질러 고생을 사서 한다. 뭔가 따로 정보를 입수한 것도 아닌데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지식으로 레너드, 알레사, 클로디아 등 악역들을 탈탈 털어서 하는 행동이 너무 작위적이다.

보는 내내 도대체 언제 어디서 그걸 다 알아낸 거야?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용 이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설명도, 복선도 안 깔아놓아서 정말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사실 스토리 자체도 좀 허접하다. 작중 헤더가 사일런트 힐 안의 음습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기괴한 크리쳐들을 만나 잠시 위기에 처했다가 도망치는 원패턴이 계속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크리쳐들은 특수 분장 자체는 꽤 공을 들인 것 같지만 나와서 하는 게 그냥 등장한 직후에나 한번 깜짝깜짝 놀래킬 뿐이다.

헤더가 이들에 맞서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도, 측면 기습하는 것도 아니고 ‘어, 크리쳐 왔능교?’ 이런 느낌으로 한 번 마주치기만 하고 금방 도망치기 때문에 ‘자, 다음 크리쳐’ 이렇게 단순하게 진행된다.

크리쳐의 존재나 등장이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나열할 것뿐이다.

작중에서 유일하게 비중이 높은 크리쳐는 일명 삼각두라 불리는 피라미드 씽인데.. 애가 갑자기 극후반부에 가서 ‘실은 이 녀석도 착했습니다’라는 갑작스런 선역 전환을 이루더니 악당 보스녀인 클로디아의 크리쳐 폼에 맞서 검격을 나누며 소울 칼리버를 찍는다.

애초에 삼각두가 사일런트 힐2에서 주인공의 어두운 마음을 구현한 크리쳐라는 걸 생각하면, 다른 작품에 나오는 게 그저 팬서비스 차원으로 넣은 것에 불과한데 라스트씬의 대결은 그걸 넘어서 보는 사람의 의식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는데 충분했다.

혹시 여기서 웃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하고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였다.

크리쳐 등장의 단순 나열로 인해 스토리 진행이 단순하고 지루해져서 영화적 재미를 주지 못한다. 그저 3D 입체 안경 쓰고 관람하는 놀이동산의 호러 하우스에 지나지 않는다.

근데 그게 또 볼만하거나 무서운 건 아니다. 크리쳐는 잔뜩 보여주고 싶은데 러닝 타임이 그리 길지 않은 관계로 아주 잠깐잠깐 나와서 그렇다.

그 때문에 크리쳐가 나와서 신체 절단의 괴기 액션을 펼쳐도 단 몇 분만 지나면 퇴장하니 크리쳐물로서의 만족도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삼각두와 함께 사일런트 힐의 대표 크리쳐라 할 수 있는 버블 너스가 작중에서 떼거지로 나오면 뭐 하나. 인원수에 비해 출현씬의 분량은 턱없이 적은데 말이다.

결론은 비추천. 더 이상의 사일런트 힐 영화판은 없다는 듯이 이 시리즈의 명줄을 끊어버린 졸작. 게임과는 또 다르게 영화판만의 영역을 개척해서 시리즈가 계속 나온 레지던트 이블(바이오 하자드)와 비교된다.

사일런트 힐 게임 팬이라면 뒷목 잡고 쓰러질 테고, 전작 영화를 보고 후속작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덧글

  • 어벙 2013/07/02 17:10 # 답글

    쿠퍼마미 vs 삼각두의 대결은 엄청 뿜었고 알레사의 디지털효과를 붙인 변신과 헤더랑 악성 피부 떠넘기기 배틀을 보면 제이슨vs프레디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1편은 정말 감독이 세심한 주의를 더해 만들어졌고 2편은 무언갈 보여주려다 어드벤쳐도 놓치고 해피엔딩을 무리하게 보여주려다 이도저도 아닌 밍숭맹숭한 맛이 되어버렸죠.어떤 의미로서는 대다난 작품입니다.
  • 이녀니 2013/07/02 22:17 # 답글

    보면서 진짜 어이없었어요... 뒷목잡고 쓰러질뻔...
    클로디아가 갑자기 괴물로 변해서 삼각두랑 맞짱 까는 거 보고 웃겨서...
    그래도 인상 깊은 장면은 몇개 있었어요. 크리쳐들이...
    전개도 뭔가 되게 작위적이게 진행되고 몇분짜리 롤러코스터처럼 슝슝 지나가고...
    뇌를 비우고 보는게 아니라 보고나면 뇌가 비워지는 그런...
  • FlakGear 2013/07/02 22:55 # 답글

    2편을 영화화했어야 하는데(...)
  • 어벙 2013/07/03 12:08 #

    게임 사일런트 힐2는 영화화해서는 안될듯...;
    전 시리즈를 통틀어 서정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으며 인물의 심리묘사(특히 고통받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둔 여자)가 잘 드러나 있는데 러닝타임 제한이 있는 영화로 만들면 거의 아침에 라면 끓여먹다가 지각할까봐 설익은 채로 먹고 뛰어가다가 우욱!하고 토하는 퀄리티가 나올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 감독이 맡으면 말이죠.
  • 먹통XKim 2013/07/02 23:30 # 답글

    전작이 위대하게 보이더 ㄴ괴작
  • 잠뿌리 2013/07/17 21:35 # 답글

    어벙/ 극후반의 괴물 대결은 진짜 넣어서는 안 되는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이녀니/ 대략 머릿속이 백지화되는 내용이었지요.

    FlakGear/ 2편은 언제 영화로 만들지 모르겠네요. 적어도 이 레벌레이션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먹통XKim/ 이 작품을 보고 1편의 평을 박하게 한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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