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렉스(Rawhead Rex.1986) 클라이브 바커 원작 영화




1986년에 미국, 영국, 아일랜드 삼국 합작으로 조지 파브로우 감독이 만든 크리쳐 호러 영화. 클라이브 바커 원작 소설인 피의 책 시리즈에 속해 있던 동명의 단편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영화의 각본은 클라이브 바커가 맡았다.

내용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현지 농부들이 무덤 터에 있던 돌기둥을 제거하다가 그 밑에 갇혀 있던 로헤드 렉스의 봉인을 풀어버리는 바람에 참사가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중 로헤드 렉스는 설정상 9피트의 신장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괴력을 소유한 요괴다. 기독교가 생겨나기도 전에 태고의 지구를 지배하던 고대신으로 사람 고기를 좋아하며 현대의 총화기나 교회의 성물조차 통하지 않아 거의 무적에 가깝다.

설정은 으리으리하지만 실제로 영화는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로헤드 렉스의 디자인은 조잡하기 짝이 없다. 인형탈의 티가 나도 너무 나는데 생긴 건 전신에 털이 없고 머리털만 난 고릴라처럼 생겨서 피묻은 이빨을 드러내며 러닝 타임 내내 포효한다. 눈은 인형 눈인 게 너무 노골적인데 이걸로 사람한테 최면술을 걸어 조종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뱀파이어 고릴라 같은 이미지다.

본래는 키도 9피트가 아니라 무려 280cm으로 나오고 생김새도 사실 고릴라가 아니라 해골 같이 생겨서 일본에서는 아예 ‘해골왕’이란 제목으로 번안됐고 한국에서도 ‘해골 요괴 렉스’라고 나온다.

코믹스판에서는 넓적하고 둥근 얼굴에 작은 눈, 코에 비상식적으로 큰 입이 달린 외모에 머리털이 달리고 몸은 깡 말라서 해골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원작 소설처럼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기는 하는데 표현이 제한되어 있어 고어의 강도는 원작보다 낮은 편이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렉스의 시점에서 보는 것과 세계를 지배할 야망 같은 게 묘사된 반면 영화에서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울부짖고 포효하는 짐승처럼 나와서 생각이란 것 자체를 안 하는 관계로 밀도가 떨어진다.

여자, 노인, 어린 아이 가리지 않고 다 죽이는 건 원작과 같긴 한데 그 중 어린 아이 쪽은 죽는 게 암시만 되는 수준으로만 나와서 헐리웃의 금기를 착실히 지키고 있다.

렉스 부활이나 봉인 때의 연출에 유난히 번개 효과를 많이 집어넣었는데 이게 특촬물 파란 전기 빠지직 하는 수준이라서 정말 유치하다.

렉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봉인석 입수 방법도 사실 작위의 극치를 달린다. 렉스가 그려진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영화 시작 때부터 어딘가를 빨간 빛으로 비추는데 그게 실은 제단을 가리키는 것이고, 그 안에 봉인석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근데 그보다 더 작위적인 건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봉인석은 여자 밖에 못 쓴다는 설정이 뜬금없이 튀어나오는데, 그거 때문에 갑자기 주인공 마누라가 툭 튀어나와서 렉스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다가, 몇 분 뒤에 뜬금없이 봉인석을 들고서는 성모 마리아를 스탠드화시켜 푸른 광선을 뿜어 렉스를 봉인하기 때문이다.

엔딩 장면에서 이야기 다 끝났는데 아무 이유 없이 렉스가 땅속에서 툭 튀어나오며 포효하는 장면은 정말 B급 괴수물에 충실한 마무리였다.

결론은 비추천. 설정은 고대신이지만 현실은 특촬물 괴수물인 졸작이다. 클라이브 바커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 중에서 특히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은 한국에서 2000년도에 씨앤씨 미디어에서 ‘요괴 렉스’란 제목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요괴 렉스 하나만 실려 있는 건 아니다. 피의 책 자체가 단편을 모아 놓은 작품집이라서 요괴 렉스 이외에 여러 단편이 실려 있다. 본래 피의 책은 3부작 구성으로 3권까지 나올 예정이었지만 1, 2권만 나온 상태에서 출판사가 망해서 3권은 나오지 않았다.

덧붙여 클라이브 바커는 본작의 감독 조지 파브로우랑 친해서 자신이 원작, 각본을 직접 맡아 언더월드, 요괴 렉스에 참여했지만 두 작품 다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 결과물을 보고 너무 실망한 나머지, 자신이 직접 감독이 되어 자기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영화로 만든 게 바로 ‘헬레이져’라고 한다.

추가로 피의 책에 수록된 단편 중 영화화된 작품이 꽤 많다. 피의 책 1권에 수록된 피의 책은 영화 피의 책(북 오브 블러드), 한 밤중의 열차는 영화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 피의 책 2권에 수록된 드레드는 영화 드레드. 피의 책 5권에 수록된 더 포비덴은 영화 캔디맨. 피의 책 6권에 수록된 더 라스트 일루션은 영화 로드 오브 일루션으로 나왔다.



덧글

  • 먹통XKim 2013/06/20 23:39 # 답글

    이거 비디오가 무진장 희귀해서 2000년 초반에 무려 8만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 잠뿌리 2013/07/17 21:28 # 답글

    먹통XKim/ 영화 자체는 졸작이지만 클라이브 바커의 이름을 생각하면 레어작이 된 것도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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