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Dracula.1931)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1931년에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토드 브라우닝 감독이 만든 흡혈귀 영화. 벨라 루고시가 드라큘라 배역을 맡았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4대 클래식 호러 중 하나다. (나머지는 프랑켄슈타인, 미이라, 울프맨[늑대인간])

내용은 동유럽의 카르파티아 산중에 사는 드라큘라 백작이 런던에 있는 카펙스 수도원을 사들여 그 계약을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 렌필드가 찾아갔다가 흡혈을 당해 백작의 노예가 되어 그를 런던으로 인도하는데,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되어 선원은 거의 다 죽고 렌필드 혼자 산 채로 발견되어 시워드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가 그걸 계고로 드라큘라 백작이 시워드 박사와 친해져 그의 딸인 미나를 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대상으로 볼 때 9년 전인 1922년에 나온 노스페라투가 세계 최초의 흡혈귀 영화지만, 드라큐라를 영화로 한 최초의 작품은 이 작품이다

노스페라투는 후터가 오를록 백작을 찾아가는 과정이 초반부의 20분 넘게 나온 반면 여기서는 그 장면을 압축하고 영화 시작 후 5분 뒤에 바로 드라큘라 백작이 등장한다. (거기다 드라큘라의 신부들이 깨어나는 장면도 나온다)

본래 원작 소설에서도 그냥 마부였던 이름 없는 단역조차 드라큘라가 마부로 변장해 말을 모는 일까지 한다.

소설과 시작 부분이 조금 다른데 정확히는, 본래 조나단 하커가 맡아야 할 일을 렌필드에게 시켰다. 원작 소설에서 드라큘라와 계약을 하러 온 건 조나단 하커였다.

렌필드는 원작 소설에서 드라큘라의 전파를 받아 미쳐서 그의 추종자가 된 인물인데 노스페라투에서는 후터의 상관인 부동산 중개업자 크노크가 그 역할을 대신했었다.

본작에서는 렌필드가 드라큘라에게 흡혈을 당해 그의 흡혈 노예가 되어 같이 베스타호를 탑승해 런던까지 인도한다. 그 이후에도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가 드라큘라와 조우하거나, 시워드 교수 일행에게 미나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경고하러 오거나 드라큘라의 강림을 알리는 듯 단역에서 조연으로 비중이 급상승했다.

본작의 드라큘라는 중절모, 깃 세운 망토에 양복을 입고 지팡이를 든 신사 이미지로 특히 시선을 통한 최면술로 상대를 조종해 흡혈을 한다.

본작에서 드라큘라 배역을 벨라 루고시의 연기는 일품이다. 신사적이고 예의 바른 얼굴 안에 음흉하고 교활하며 음습한 본성이 숨어 있는, 겉과 속이 다른 드라큘라를 잘 연기했다.

눈을 부릅뜨고 인간에게 최면술을 거는 흡혈귀로서의 본성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습격하다가도, 시워드 박사 일행 앞에서는 신사적으로 접근해 가증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특유의 헝가리 억양으로 말을 한다.

본작에서 벨라 루고시가 구축한 초대 드라큘라의 이미지는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후대의 드라큘라 배우들이 헝가리 억양으로 대사를 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이것은 또 초대 이전의 오를록을 연기한 맥스 슈렐이나 50년대 이후의 2대 드라큘라가 된 크리스토퍼 리의 이미지하고는 또 다르다.

맥스 슈렐의 오를록은 야만적이고 공격이며, 크리스토퍼 리의 드라큘라는 냉정하고 잔혹하다.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는 교활하고 음흉하기 때문에 초대 이전, 1대, 2대에 걸쳐 드라큘라의 이미지가 전부 조금씩 다르다.

반 헬싱 교수에 의해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의 장면은 본작의 명장면이다. 정색을 하며 거울을 깨트리고선 베란다를 향해 걸어가다 살짝 돌아서서 ‘한 번의 인생도 끝까지 살아보지 않은 인간치고는,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오, 반 헬싱.’라면서 싱긋 웃으며 말하는 장면이다.

후반부에 드라큘라 백작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났을 때 반 헬싱 교수 앞에 나타나 그와 마주하며 대화하는 장면 역시 손에 꼽을 만 하다. 작중 드라큘라의 최면술에 의지력 하나로 저항하고 울프스 베인(바곳 약초)와 십자가로 그의 접근을 차단해 물러나게 만들며 호적수에 어울리는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하지만 클라이막스부터 엔딩까지의 전개는 아무리 옛날 영화라고 하지만 너무 싱겁다.

드라큘라 백작이 미나를 데리고 카펙스 수도원에 갔는데, 렌필드가 백작에게 돌아갈 거란 사실을 미리 간파한 헬싱 교수 일행이 그의 뒤를 쫓아갔다가 수도원 지하에 보관되어 있던 관을 발견해 드라큘라의 심장에 말뚝 박고 끝난다.

이 과정에서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그냥 관을 향해 말뚝질하는 것만 나오고 멀리서 단발마의 비명만 울리는 것으로 연출을 해서 그렇다.

원작 소설에서는 드라큘라한테 물린 미나에게 역 최면술을 걸어 드라큘라의 동향을 파악, 배를 타고 루마니아로 돌아가 드라큘라 성을 향해 마차를 몰고 가는 걸 헬싱 교수 일행이 치열하게 추격해 결국 해가 지기 전에 잡아 죽이는 전개가 나온다. 그래서 그 원작을 생각하면 영화의 결말이 싱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 원작의 추격전 전개는 1992년에 프란시스 포드 코풀라 감독이 만든 드라큘라 리메이크판에 잘 나온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배경 음악이 도입부를 제외하면 아예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예산으로 제작되어서 그렇다. 노스페라투는 음성 더빙 기술이 없던 시절에 제작되어서 모든 대사를 자막 처리했지만 그래도 배경 음악은 잘 넣어서 분위기있게 만들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배경 음악 없이 배우의 연기와 목소리에 크게 의존해서 저예산을 연극 각본의 각색으로 커버한 듯한 느낌을 준다. (작중에 나오는 대사나 리액션도 연극적이다)

결론은 추천작. 솔직하고 단순하게 말하자면 앞부분은 재미있지만 뒷부분은 싱거워서 재미가 떨어진다. 다만, 분명한 것은 후대에 전해지는 드라큘라의 이미지를 구축한 시조격인 작품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며 노스페라투처럼 연구 차원에서 보면 좋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드라큘라 배역을 맡았던 벨라 루고시는 헝가리 태생의 영화 배우로 루마니아가 고향인데 연극 드라큘라 때부터 드라큘라 배역을 맡았고 영화에서도 같은 배역을 맡아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말년에 들어서 모르핀 중독과 이혼 등의 가정 문제로 불우한 삶을 살다가 에드 우드와 만나 B급 영화를 찍다가 1956년에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고 드라큘라 촬영 때 입은 검은 망토를 입혀서 관에 넣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덧붙여 벨라 루고시는 유니버셜 스튜디어의 4대 클래식 호러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에서 크리쳐 배역 제의를 받지만, 본인이 그것을 거절해 보리스 칼로프가 연기하여 대박을 터트리는 바람에 생전에 그와 비교하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프랑켄슈타인 흥행 이후 유니버셜 스튜디어에서 쭉 시리즈로 만들었는데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프랑켄슈타인의 아들에서 벨라 루고시가 이고르 역으로 나왔고 그 이후에도 쭉 찬조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왕년의 유명 호러 영화 배우는 다 그랬다. 크리스토퍼 리는 드라큘라뿐만이 아니라 미이라,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쳐 배역도 맡아서 출현한 적이 있고, 보리스 칼로프 역시 마찬가지다. 보리스 칼로프는 초대 미이라 영화에서 이모텝 역으로 나왔고 블랙 사바스에서 흡혈귀 고르카 역을 맡았다)



덧글

  • 블랙 2013/06/09 07:29 # 답글

    1. 사실 이 영화는 소설 원작이라기 보다는 연극으로 상영했던걸 그대로 옮겨왔던거죠. (연극에서도 벨라 루고시가 드라큘라 역) 흡혈귀의 상징이 된 연미복이나 검은 망토등도 원래는 연극 상영때 편의와 연출을 위해 창조했던거고.

    2. 원작 소설에서 마부는 사실 드라큘라 본인의 변장이라는 암시가 있죠. (하인이 없어서...)

    뭐 대놓고 동일인물이라고 나온건 아니지만...

    3. 요즘으로 치자면 더빙판의 개념으로 다른 배우들로 찍은 스페인어 버전도 있는데 그건 전개가 좀 다릅니다. 영어 버전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 줍니다.
  • 잠뿌리 2013/06/09 10:49 # 답글

    블랙/ 스페인어 버전이 다른 배우들이 나온다니, 영어판과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겠네요.
  • 블랙 2013/06/12 08:18 # 답글

  • 잠뿌리 2013/07/17 21:31 # 답글

    블랙/ 스페인어 버전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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