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뫼비우스(サイレントメビウス.1988) 2019년 일본 만화




1988년에 아사미야 키아가 카도카와의 월간 코믹콘프에서 연재를 시작해 후지마 서방의 월간 코믹 드래곤으로 연재처를 옮기면서 장장 12년에 걸쳐 연재를 하여 1998년에 전 16권으로 완결한 SF 만화. 한국에서는 1998년에 12권 완결로 출간됐다.

내용은 1999년에 벌어진 어떤 사건으로 인해 폐허가 되었던 도시가 다시 재건되어 고도의 네트워크 사회가 된 2028년의 메가로폴리스 도쿄에서 여성들로 이루어진 대요마 특수경찰 AMP가 결성되어 사계에서 넘어 온 요마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AMP는 어택드 미스티픽션 폴리스의 약칭으로 요마 잡는 특수 경찰인데 요마와 인간의 혼혈인 랠리 샤이안 서장이 주축으로 대마도사 기겔프 리큐르의 딸로 혹성령의 힘을 빌리며 검황 크로스폴리너를 사용하는 마검사 가쯔미 리큐르, 몸의 70%를 아머 코트로 뒤덮은 사이보그 키디 페닐, 인공위성에 데이터 뱅크를 두고 전뇌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특알파급 비죠넬 레비아 매버릭, 초능력자 사이코 유키, 사성수와 기린의 힘을 사용하는 무녀 야미구모 나미, 풍수사 람첸, 밀교 주술자 이소자키 마나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런너의 산성비 내리는 어둠의 딮다크한 미래 도시를 베이스로 하여 마법, 요마 등 오컬트 요소를 더해 당시로선 참신한 세계관을 자랑했다.

1권에 나온 키디 패널 스토리의 메인 스토리인 복제인간 살인마 와이어 이야기는 스토리 플롯을 블레이드 런너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와서 표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똑같다. 산성비 내리는 미래 도시에 비행 능력이 있는 경찰 차량 명칭이 스피너고 호신용 권총 디자인도 같으며 키디가 쫓난 인조인간 와이어의 외형과 빗속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씬 등등 오마쥬의 범주를 넘어섰다.

하지만 작중 키디 패널에 와이어에게 한쪽 팔과 다리를 절단당해 자기 몸을 아머 코트로 개조해 사이보그가 되어서 그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싸운다는 오리지날 설정이 들어가 있어 좋게 보면 각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외의 부분은 오리지날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이버 펑크의 정반대편 끝에 있는 오컬트를 끌어와 절묘하게 조합했다.

거기에 더해 자기 몸에 데이터 뱅크를 가지고 다니면서 전뇌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비죠넬의 전뇌술사 같은 설정은 과학 기술과 마술을 더해 미래 시대의 신 개념 마법으로 포장한 것이라서 지금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설정이다. (작중에 레비아 매버릭이 실제로 그게 미래 시대의 또 다른 마법이라는 뉘앙스로 설명을 하는 대사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아쉬운 게 있다면 오컬트 쪽이 생각보다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가쯔미야 주인공 포지션이라 혹성령 마법 자체는 강하게 나오고 크로스폴리나를 비롯한 마검 시리즈도 작중 최강급 무기로 나오는데.. 문제는 그 이외의 마법으로 스토리상 결계 주술이나 방어 주술은 거의 100% 깨진다.

도대체 왜 걸었을지 모를 정도다. 항상 요마가 갑툭튀해서 ‘큭큭큭 너님들 결계술 따위 소용없음’ 이렇게 나와서 그렇다.

SF적인 설정은 굉장히 디테일한 반면 오컬트 설정이 좀 취약해서 비율로 따지면 약 7:3이다. 시대 자체가 미래 시대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아틀라스의 진 여신전생과 비교할 수 있는데 여신전생 쪽은 오히려 이 비율이 반대로 적용된다.

오컬트 설정이 취약한 만큼 깊이도 떨어진다. 사실상 MP소모해서 마법 쓰는 RPG게임의 마법사 캐릭터 이상이 되지 못했다. 종교와 신화, 전설 등의 기반이 없는 오컬트가 다다른 곳이 그것 같다.

요마 같은 경우도 그 디자인이나 성격을 보면 요괴나 귀신, 악령, 악마 같은 오컬트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외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나 일본식 RPG게임의 몬스터에 가깝다.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나 마이크로캐빈의 샤크 시리즈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후자 쪽이 좀 더 비슷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게 아사미야 키야는 만화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원화와 게임 일러스트, 디자인 쪽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는데 실제로 샤크 가젤의 탑, 샤크 1,2의 이미지 일러스트, 캐릭터 디자인 등을 맡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배경 설정이 디테일하고 스케일이 큰 반면 스토리가 단조로운 흠이 있다. 요마와 인간이 대등한 수준이 아니라 요마가 좀 더 강한 측에 속하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결계술은 100% 깨지기 때문에 그렇다.

요마 출현 < 인간: 아니 어떻게 들어왔지? < 요마: 큭큭큭 너님들 결계는 소용없다 < ㅆㅂ 싸우자 요마! < 어 넌 가쯔미 리큐르. 우린 너님하고 안 싸움 < 난 그래도 너랑 싸운다 < 투닥투닥 < 요마: 오늘은 이쯤 하지. or 랠리 샤이안 등장 < 요마: 앗, 너는 랠리 샤이안! < 랠 리가 야려보며 초능력 무쌍 < 요마: 큭, 이번엔 물러나지. 대략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

배경 작화의 퀼리티는 당시 기준에서 절정에 이르렀다고 할 만큼 훌륭하다. 진하고 굵직한 스크린톤 테크닉은 작가 아사미야 키아가 디자이너 출신 만화가란 사실이 절실히 느껴질 정도라 가히 달인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투씬은 너무 싱거운 게 아쉽다. 사실 이 전투씬 연출이라는 게 작중 인물들의 능력 100%를 발휘해 싸우는 전투가 드물어서 그런 것도 있다.

아무래도 요마가 인간보다 훨씬 강하다는 설정인 관계로 하급 요마는 문제가 아니지만 중급 이상 요마만 나오면 실시간으로 발리기 바빠서 전투씬이 제대로 들어갈 공간이 없다.

전투보다는 요마로 인한 대형 참사가 벌어지는 재난물 분위기가 긴장감을 준다. 심심하면 도시가 파괴되고 건물이 붕괴되며 일반 시민들이 몰살당해서 그 규모만 보면 재난물 맞다. 액션물보다 오히려 재난물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 시대의 묵시록적인 느낌도 강해서 볼만하다.

권수가 지날수록 배경이나 디자인의 퀼리티는 나날이 발전해 가는데 비해서 등장인물 얼굴 작화는 어쩐지 퇴보한 느낌을 준다. 작품 초반부, 그러니까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연재된 분량에서의 등장인물 얼굴은 각기 개성도 있고 남녀의 얼굴 스타일이 분명히 구분되었는데.. 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눈망울과 이상할 정도로 콧날이 높아서 부담스러워 졌다. 개인적으로 이 후대의 얼굴형이 호감이 가지 않아서 아사미야 키야가 그린 기동전함 나데시코 코믹스판인 유격전함 나데시코를 봤을 때 컬쳐 쇼크를 느꼈다. (애니메이선을 먼저 보고 코믹스를 봐야 충격을 경험할 수 있다)

결론은 추천작. 단조로운 스토리가 좀 아쉽지만 세계의 명운을 건 거대한 스케일과 디테일한 배경 묘사, 간지나는 디자인, 달인의 경지에 이른 스크린톤 테크닉에서 오는 압도적인 작화 퀼리티와 서로 상극을 이루는 SF와 오컬트를 결합시켜 그 나름의 풍미와 깊이가 있는 설정이 가미된 명작이다. 가히 아사미야 키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각 캐릭터의 사이드 스토리를 담은 외전 사일런트 뫼비우스 테일도 나왔는데 한국에서는 2004년에 전 2권 완결로 출간됐다. 가쯔미 일행 이전 세대가 활약했던 시리즈 제로 넘버링에 해당하는 뫼비우스 클라인도 1권짜리로 나왔다. 2005년에는 가쯔미 일행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사일런트 뫼비우스 네오스가 연재될 예정이었는데 아사미야 키야의 건강 악화로 인한 입원과 잡지의 발간 중지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덧붙여 1991년에서 1992년까지 두 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공개됐고, 1998년에는 TV 애니메이션이 전 26화 완결로 방송됐다.

추가로 이 작품은 소설, 게임, 라디오 등으로도 활발하게 나왔는데 최초로 게임화된 것이 PC9801용으로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베이스로 하여 가이낙스에서 만든 버전인데 후에 PS1용으로도 이식됐다. (역시 이 작품은 재난물이 어울린다)



덧글

  • 아돌군 2013/05/24 12:10 # 답글

    사일런트 뫼비우스 0권도 국내에 나왔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뫼비우스 클라인이었나..
  • 잠뿌리 2013/05/24 12:22 # 답글

    아돌군/ 헉; 정정해야겠네요. 단행본을 사일런트 뫼비우스 본편하고 테일이 나온 것 밖에 못봐서 0권은 안 나온 줄 알았습니다.
  • 애쉬 2013/05/24 15:12 # 답글

    이건 정말 클라식한 느낌으로 감상

    아아 당대엔 최고의 작품이였겠구나 싶은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 nenga 2013/05/24 16:44 # 답글

    저도 얼굴작화는 초기버전이 더 호감이 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남자 주인공 캐릭터 하나만 추가하면
    완전히 다른 장르가 될 소지가 충분하군요
  • JOSH 2013/05/24 17:00 # 답글

    1권을 참 재밌게 봤는데..


    이건 뭐 기승병병 .... .T-T
  • 얌이 2013/05/25 02:07 # 답글

    당시에 비죠네일 설정이 정말 신기했었어요.
    유키 에피소드들이 소녀틱한게 많아서 좋아했었습니다^^
  • 함부르거 2013/05/25 08:16 # 답글

    얼굴 작화가 시로 마사무네랑 너무 비슷해서 일부러 바꿨다는 썰도 있죠. 암튼 전기의 얼굴 작화가 훨씬 낫다는 데에는 적극 동의합니다.
  • 풍신 2013/05/25 10:27 # 답글

    초반 캐릭터 작화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말이죠. 후반가면 지금의 키야 아사미야 선생 특유의 여성 작화로 전부 굳어져버려서...(덤으로 좀 귀여웠던 프로포션의 몸매가 전부 모델급 떡대로...) 흑화 카즈미부터는 스토리도 좀...(키야 아사미야 선생은 중간은 가지만 스토리가 이상하게 날아가는 경향이...)

    뫼비우스 클라인에선 무려 컴파일러가 등장하기도...그런데 본편에서 그려놓은 과거 이야기를 보면, 뫼비우스 클라인의 스토리와 살짝 이미지가 다르더군요. (하긴 본편의 과거 이야기의 과거이니...)
  • 블랙 2013/05/25 15:11 # 답글

    극장판은 원래 3부작 예정이었고 2편 마지막에 후속편이 나온다는 문구도 있었는데 '사일런트 뫼비우스 2, '아르스란 전기 2', '바람의 대륙' 동시 개봉 극장판들이 망한 여파로 3편은 영영 볼수 없게 되었죠.
  • 쥬나 2013/05/27 16:12 # 답글

    키아 아사미야의 문제는 캐릭들이 이마가 없다는거죠....
    진짜 후반부 작화는 충격이었습니다.
    TV에니메이션의 경우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시작했다가 중반부부터 항의가 빚발쳤는지
    코믹스 디자인으로 회귀 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분작품은 컴파일러가 더 당기더군요...
  • 잠뿌리 2013/05/29 17:59 # 답글

    애쉬/ 지금봐도 감탄할만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지요.

    nenga/ 주인공이 남자였다면 하렘물이 됐겠네요.

    JOSH/ 전형적인 용두사미가 된 것 같습니다. 시작은 장대한데 끝은 허무했지요.

    얌이/ 유키 에피소드가 짠한 게 많았지요. 연구시설에서 함께 자라난 동기들의 비극을 그린 에피소드나 시간이동으로 과거에 갔다가 현대로 돌아와 토오루와 수십 년만에 재회한 미궁 에피소드 등 사일런트 뫼비우스 본작 내에서 손에 꼽을 만한 스토리가 많지요.

    함부르거/ 후반부 얼굴 작화는 전반부에 비해 너무 정이 안 갑니다.

    풍신/ 여자 캐릭터 몸매가 다 벌크업되서 쉬헐크처럼 변하니 개성이 더 없어진 것 같습니다. 흑화 카즈미부터는 확실히 스토리가 늘어지기 시작했지요. 신이 작가한테 절정의 스크린톤 사용과 디자인력을 주었지만 스토리는 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블랙/ 아르스란 전기, 바람의 대륙;; 소설로는 흥행했던 게 극장판으로 넘어가서 줄줄이 망했나보네요.

    쥬나/ 남자 할 것 없이 하관이 길고 눈이 너무 커서 이마가 없는 문제가 있지요. 어렸을 때 사일런트 뫼비우스를 초반권을 보고 푹 빠져서 아사미야 키아의 다른 작품도 모았는데 유격전함 나데시코 사고 충격을 받아서 컴파일러는 미처 사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 blitz고양이 2013/06/05 14:42 # 답글

    아 이거 일서로 사모으다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끝났군요. 결말이 어떻게 났을지...
  • 잠뿌리 2013/06/09 10:46 # 답글

    blitz고양이/ 결말은 별거 없었습니다. 세계 멸망의 위기 앞에 AMP와 요마들이 힘을 합쳐 악의 원흉을 제거하고 평화조약 비슷한 걸 구두계약으로 맺고 파괴된 도시는 다시 재건, 랄프와 키디의 결혼식으로 엔딩을 맺고 가쯔미의 딸이 에필로그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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