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百鬼夜行抄.1995) 2019년 일본 만화




1995년에 이마 이치코가 격월간지 네무키에서 연재를 시작해 지금 현재 21권까지 단행본이 발매된 오컬트 만화. 원제는 백귀야행초. 국내명은 백귀야행이다. 본래 이마 이치코가 동인지로 그린 ‘정진 끝내는 손님’이라는 단편 만화를 장편으로 그린 작품이다.

내용은 괴기 환상소설가로 유명한 할아버지 이이지마 가규로부터 호법신 아오아라시를 물려받은 청년 이이지마 리츠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귀신이나 유령, 요마 등이 얽힌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백귀야행은 온갖 요괴가 밤을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요괴 무리가 한 밤 중에 마을을 배회하거나 행진한다는 전설을 말한다.

하지만 사실 요괴가 주를 이루기보다는 귀신, 주술이 더 부각되고 있다. 주인공 리츠를 비롯해 즈카사, 아키라 등의 레귤레 멤버들은 영감이 좋기는 해도 퇴마 능력까지 타고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둡고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확히는 일본풍의 사후 정서가 묻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어서 자신이 죽은 걸 자각하지 못한 채 성불하지 못한 혼령이나 원한 혹은 저주로 인해 참사가 벌어지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리츠에게 강력한 호법신 아오아라시가 붙어 있긴 한데 그 포지션이 음양사가 부리는 식신이라기보다는,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가까워서 예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요괴물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요괴가 나오긴 해도 퇴마 액션하고는 거리가 먼, 미스테리 심령물이라고나 할까? 그런 장르의 만화라면 츠노다 지로 원작의 공포신문이나 등 뒤의 혼령(원제: 등 뒤의 사쿠타로) 같은 게 생각나는데 그게 소년 대상의 심령 만화라면 이 작품은 순정 장르의 심령 만화라서 또 테이스트가 다르다.

인간과 요괴는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면 안 된다는 확실한 선을 그어 놓고 인간, 요괴 사이의 룰이나 약속, 계약 같은 것도 작중 중요한 설정으로 나와서 본작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집안 구석에 요괴 혹은 귀신이 있다거나, 피로감을 느끼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잡귀 같은 걸 몸에 달고 다니는가 하면 집에서 흉사가 연이어 발생하는데 그게 실은 다른 누군가의 저주. 또는 몇 대 조상 때부터 이어져 내려 온 주살이라는 것 등등 일상과 오컬트를 믹스해 실제로 있을지도 모를 법한 리얼함을 줘서 오싹함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요괴나 귀신의 모든 걸 다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 묻어 놓고 비밀스럽게 묘사하거나, 권선징악, 퇴마 혹은 제령으로 간단히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 것 등이 리얼함을 더해주는 것 같다.

매 에피소드가 한 화로 완결되는 옴니버스 스토리인데 원작자 이마 이치코가 단편을 많이 그린 작가이다 보니 이야기의 완결성이 좋다.

작중 시간은 리얼 타임으로 흘러가 처음에 16살이었던 주인공 리츠가 나중에 가면 대학생이 된다. 또 26년 동안 행방불명됐다가 모 에피소드를 통해 현세로 돌아 온 리츠의 삼촌 카이도 처음에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나중에 사회인으로 복귀해 간간히 일을 하면서 준 레귤러 멤버로 편입된다.

단행본이 무려 21권이나 나왔지만 그런 것 치고 등장인물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레귤러 멤버는 리츠, 아키라, 즈카사, 카이 등 4명 정도. 본래 정체가 요괴인 아오아라시와 문조 요괴인 오지로, 오구로는 조연에 불과하다.

레귤러 멤버도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편성이 쭉 유지되는 게 아니다. 단행본 초반에는 즈카사가 메인 히로인격으로 활동하지만 중 후반부로 넘어가면 어느새 비중이 크게 축소되고 아키라의 비중이 커진다.

리츠의 비중도 권이 거듭될수록 줄어들고 오히려 리츠의 조부인 이이지마 가규가 과거편을 통해서 준 주인공이 된다. 현실편이 과거편보다 밀도가 떨어질 정도다.

주인공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주요 등장인물의 비중 축소로 인해 이야기가 자연히 늘어지고 하나의 패턴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초중반까지는 재미있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패턴이 하나로 고정화되서 점점 식상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 작품의 원 패턴은 해당 에피소드의 주역 캐릭터가 나와서 일상생활을 하다가 뭔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고, 그때 리츠 일행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데 알고 보니 주역 캐릭터가 산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었다. 혹은 귀신과 얽혀서 큰일을 당할 뻔 했다더라. 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결론은 추천작. 리얼 노선을 지향하는 오컬트물로 비주얼보다 분위기로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특유의 풍미가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2005년 일본 미디어 문화청 만화 부분에서 심사위원추천작, 2006년 만화부분 우수작에 선정됐다.

추가로 드라마 CD, 전 9화 분량의 실사 드라마, 모바일 드라마가 나왔다.

덧붙여 이 작품은 현지에서도 아직 완결이 되지 않았는데 문고판에 애장판까지 출간됐고 일러스트집도 4권이나 나왔다.



덧글

  • 남채화 2013/05/07 08:52 # 답글

    작가님이 허술해서 캐릭터의 여러 이름이 마구 나오는 점도 은근 매력이죠...
    (이런게 다 매력이라니)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리고, 은근히 신비하고 호러스러운 분위기가 원패턴의 식상함을 덮어주는게 아닐까요.
    아무튼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오지로랑, 리쓰어머님...
  • 잠뿌리 2013/05/09 15:44 # 답글

    남채화/ 저는 카이가 좋았습니다. 작중에 유일하게 퇴마 지식과 능력을 갖춘 캐릭터라 신선하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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