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적자(The Guillotines.2012) 홍콩 영화




2012년에 유위강 감독이 만든 무협 영화. 원제는 혈적자. 영제는 ‘더 길로틴즈’이다.

내용은 청나라 건륭 황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반청복명을 외치는 한족의 반란 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만들어진 암살 조직 ‘혈적자’가 한족의 우두머리인 천랑을 없애기 위해 파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중에서 혈적자는 암살 집단의 이름으로 나오지만, 본래 그 명칭은 극중에 나오는 무기 이름이다. 영문 명칭이 ‘플라잉 길로틴’이라고 부르는 무기로 무림 10대 병기로 사슬로 묶은 칼날 달린 원반이나 홈이 파인 등을 날려서 표적의 목에 씌여 목을 댕겅 잘라 버리는 살상 병기다.

본작에서는 그 디자인이나 구동 원리가 새롭게 만들어 졌다. 한쪽 팔에 장착한 갑주의 일부가 곡도 타입의 사슬 검 칼날 위로 내려와 빙글빙글 돌며 원반 형태가 되었을 때 팽이 치듯 날린다.

그 상태에서 부메랑처럼 날아가 표적을 동강내거나, 표적의 목에 걸린 순간 고리가 되어 목을 옭아매고, 고리 안의 기계가 자동으로 움직여 톱날이 튀어나와 목을 콱 움켜잡아 베는 구조다. 이때 연출이 완전 최첨단 기계 병기처럼 나온다.

근데 그런 것 치고 이 무기가 돋보이는 건 오프닝 때가 전부고 그 이후로는 중반부에 잠깐 나왔다가 나오는 족족 죄다 캔슬 당한 뒤로 끝까지 전혀 안 나온다.

사실 본작에서 눈에 띄는 무기는 그런 암살 병기가 아니라 청나라 황군의 총화기다. 보병은 물론이고 기병까지 갑옷, 투구 일체의 면갑 세트로 무장한 채 조총을 들고 싸우고, 포병이 일제 사격해 마을을 파괴하는 장면은 완전 폭격기로 공습하는 것만 같은 느낌마저 준다.

조총은 둘째치고 대포를 무슨 현대의 다련장 로켓포 쏘는 것처럼 하얀 연기가 꼬리를 물면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연출을 하는데 플라잉 길로틴도 그렇지만 무기 연출을 고증을 지키지 않고 너무 과장해서 오히려 좀 거부감이 든다. 이게 만화라면 또 모를까 청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반청 세력도 다이너마이트나 화전 같은 걸 사용하는데 총화기가 난무하는 시대라 그런지 활을 안 쓴다. 망치, 철손톱, 비도 같은 무기는 아주 짤막하게 나올 뿐이다.

액션 같은 경우는 오프닝을 빼면 나머지는 전혀 볼 게 없다. 애초에 액션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고, 혈적자와 반청 세력이 청나라 황군에게 일방적으로 발리고 끝나기 때문에 정말 무협 영화로선 밑도 끝도 없는 딥다크함을 자랑한다.

혈적자 멤버나 반청 세력의 멤버를 다 합치면 등장인물이 꽤 많지만 죄다 죽어나가기 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이나 매력을 드러내지 못했다.

혈적자 멤버들은 거의 대부분 비참하고 허무한 최후를 맞이하고 그나마 끝까지 살아남는 인물들도 액션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한다.

혈적자가 만주인만으로 멤버 구성을 하는데 다른 마음을 품지 못하게 글을 가르치지 않았고, 어려서부터 건륭 황제의 시중을 들게 하면서 한편으로 반청 세력을 암살해 온 비밀 조직이란 그럴 듯한 설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완전 시궁창이다.

건륭 황제가 청나라의 근대화를 위해 과거의 암살 집단인 혈적자가 없애기 시작하는 게 중반부의 내용인데 현상금 걸린 이후 한족들에게 난도질당해 죽거나, 황군의 일제 사격을 당해 죽는가 하면 산 채로 붙잡혔다가 거열형에 처해 팔다리 목에 밧줄이 감겨 소가 끌어 당겨 사지가 찢기는 등등 온갖 험한 꼴은 다 당한다.

갑옷이나 무기 디자인은 간지나지만 그게 다 낚시인 것이다. 애초에 혈적자가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갑옷, 무기 다 반납한 상태라서 완전 무장을 하고 나오는 건 초반부 뿐이다.

혈적자 멤버 중 주인공인 냉과 홍일점이자 히로인이었던 목삼의 비극적인 로맨스도 너무 뜬금없이 나와서 정말 감정 몰입이 안 됐다.

초반부터 커플이 될 기세를 보인 것도 아니고, 목삼은 초반부에 천랑이 이끄는 한족들에게 잡혀 인질이 됐기에 냉과 떨어져 있다가 극후반부에 가서야 다시 재회를 하게 되는데 갑자기 커플 행세를 하고 마지막에 눈물로 이별을 하니 어이가 없다.

한족 세력의 우두머리 천랑은 외형 디자인이 완전 예수 판박이다. 검은 머리지만 서양인 같은 치렁치렁한 머리에 수염, 하얀 로브 차림을 하고 있다.

무술도 잘하지만 리더쉽이 있고 의술도 할 줄 알며 미래 예시 능력까지 갖춘 혁명가라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희망이 되어 주는 설정까지 예수를 어레인지했다.

결국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로 인해 냉이 건륭 황제에게 목숨을 걸고 천랑의 의지를 고해서 건륭 황제가 제정신 차리고 60년 제위 기간 동안 한족과 만주족을 화합하는데 힘써서 만한인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나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중화사상의 밑거름으로 예수를 캐릭터화시켜 쓴 게 너무 정치적 의도가 강해 보여서 감동을 받기보다는 손발이 오그라든다. 기독교 단체가 보면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모를 정도다.

결론은 비추천. 말이 좋아 무협 영화지 실제로는 ‘무’도, ‘협’도 없다. 메인 아이템은 완전 낚시에 액션은 기대에 못 미치고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와 내용이 이어지다가 중화사상 돋는 결말로 마무리되어 입맛이 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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