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군영전 화봉요원(2001) 홍콩 만화




2001년에 홍콩의 만화가 ‘진모’가 그린 삼국지 만화. 영어 부제목은 ‘더 래배지 오브 타임’. 한국에서는 원제 삼국군영전 화봉요원 그대로 번안되어 출간됐다.

내용은 하내의 사마씨 가문이 동탁과 대립하여 가문의 대표 위치에 있는 사마의가 자신의 지략과 암살자 집단 잔병을 이용해 동탁과 대립하면서 난세에 뛰어 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삼국지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삼국지 정사와 연의를 뒤섞고 작가만의 오리지날 스토리를 집어넣어 3단 믹스를 거쳐 완전 새로운 삼국지로 재해석했다.

기본적으로 본작의 주인공은 삼국지의 군주들은 유비, 조조, 손권. 그 누구도 아니고 최후의 삼국을 통일한 사마염의 할아버지인 사마의와 유비의 충복으로 오호대장의 일원인 조운이 투 탑 주연으로 나온다. 그 이외에 준 주역으로 나오는 것이 원소의 숨겨진 자식인 원방이지만 사실상 조운과 사마의의 운명적인 대립이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작중에 조운은 완전 오리지날 캐릭터로 사실 조운이란 것도 가명이고 본명은 ‘요원화’라고 해서 암살자 집단인 ‘잔병’의 두령이다.

하지만 사실 사마의나 요원화에게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그때그때 나오는 장수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게 또 오묘한 게 기존의 삼국지 미디어 매체물과 완전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는 거다. 보통, 기존의 삼국지물하면 유비, 조조, 손견. 이렇게 3명의 영웅 중 하나가 주역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들보다 오히려 기존에 악역 포지션이었거나 듣보잡인 존재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동탁, 여포 같은 케이스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기존의 삼국지와 다르게 본작의 동탁은 뚱뚱하지 않고 중년 간지 좔좔 흐르는 콧수염 기른 아저씨로 나오며 주지육림과는 거리가 먼 서량의 개혁 군주로 나와서 한 왕조를 바로 고치기 위해 중신들을 숙청하면서 한편으로 천자인 유협을 황제로 키워내는 안티 히어로로 나온다.

동탁의 부하들인 화웅, 이각, 곽사, 이유, 우보, 동월, 가후들도 충신들로 묘사되고 있다. 이중에서 특히 이유, 우보, 동월은 주군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바치는 충신 중에 충신으로 묘사되어 동탁의 사위, 군사, 충복 포지션 때문에 간신처럼 묘사되어 온 기존의 삼국지와 완전 다르게 나온다.

원소 같은 경우도 아예 준 주역 캐릭터가 원소의 숨겨진 아들인 원방이라서 그 어느 삼국지 때보다 더 포커스를 받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여포까지 파격적인 재해석이 이루어졌는데 작중 여포는 전신이라 불리며 싸움만 잘하는 게 아니라, 마중적토 인중여포라는 말에 걸맞게 지용을 겸비해 당대에서 손에 꼽힐 만한 능력자로 나온다. 싸움만 잘하지 머리는 나쁘고 여색을 밝히는 기존의 여포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머리도 잘 돌아갈 뿐만이 아니라 책략도 잘 쓰고 심지어 자신을 닮은 카케무사까지 여럿 준비하는 등 진짜 작중에 수경팔기 군사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진작 천하를 통일했을 법하다.

본작에서는 삼국지를 대표하는 책사들을 수경팔기란 이름으로 수경선생 사마휘의 여덟 제자로 한데 묶어서 등장시켰다.

오리지날 캐릭터인 원방과 함께 순욱, 가후, 곽가, 주유, 방통, 제갈량, 제 8의 군사. 이렇게 여덟 명이 나오는데 사실상 그들이 본작의 진정한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사마의, 요원화, 수경팔기에 의해서 작중의 세계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안량, 문추, 고순 등등 기존 삼국지에서 그저 무력만 좀 셀 뿐,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장수들이 본작에서는 지용겸비의 명장으로 나온다. 진짜 좀 이름 있는 장수들은 죄다 힘만 센 게 아니라 지력도 높은 걸로 나와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 중에 가장 의외라고 할 만한 장수는 유비 삼형제의 셋째 장비인데 항상 거칠고 과격한 산적 이지미로 나온 기존의 삼국지와 달리 본작의 장비는 의도적으로 망나니짓을 하며 머리가 뛰어나 계책도 잘 쓰는 호리호리한 미청년으로 나온다.

그보다 더 대격변을 이룬 인물이라면 초선 정도인데.. 훗날 조운이 되는 요원화와 같이 본래는 ‘소맹’이란 오리지날 캐릭터였다가 초선과 진의록의 처 등 여러 개의 신분과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무엇보다 이 캐릭터는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오토노코’이기 때문에 ‘연희무쌍’에 나온 초선만큼이나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인물 묘사만큼이나 내용 묘사도 신선하게 다가오는데 기존의 삼국지가 삼국 장수들의 영웅적 활약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작품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탁, 여포, 원소 등 역사의 무법자와 패자에 포커스를 맞추는 만큼 영웅적 활약보다는 몰락의 비중이 크다. 음과 양으로 치자면 극단적인 음을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하자면 삼국 장수들의 영웅담이 아니라 전쟁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관계로 기존 삼국지물에서 빛을 보지 못한 악역, 듣보잡 장수들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파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삼국지 만화 중에 창천항로 같은 작품이 삼국 영웅들을 간지나게 묘사했다면 이 작품은 그와 정반대로 그들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여 음양의 대비를 이룬다.

작중에서 벌어지는 전투씬 같은 경우도 그렇다. 창천항로는 삼국 장수의 초인적인 활약이 돋보이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액션에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않아서 약간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전쟁 같은 대규모 전투씬 같은 경우도 전투 그 자체를 디테일하게 다루기보다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결과를 등장인물의 전후 대사나 나레이션을 통해서만 서술하기 때문에 박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등장인물의 외모가 개성이 좀 떨어지는 아쉬운 점도 있는데 주요 인물들은 모두 하나 같이 미형이라서 그렇다. 수경팔기 같은 경우도 사실상 군사계의 F8 같은 느낌이라서 꽃미남 투성이라서 뭔가 사지를 넘나든 역전의 군사보다는 아이돌 그룹이 생각난다.

결론은 추천작! 삼국지는 삼국지인데 기존의 삼국지와 완전 다르고 파격적인 재해석이 볼 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삼양 출판사에서 정식 출간을 했는데 10권까지 밖에 안 나왔다. 홍콩 현지에서는 지금 현재 47권까지 나왔다.



덧글

  • teese 2013/03/13 00:07 # 답글

    사실 군대를 이끄는 장군이 혼자 싸움만 잘하고 머리가 나쁘다면 그건 또 말이 않되는거죠.
    다른 의미로 타당한 벨런스
  • 시몬 2013/03/13 01:03 # 삭제 답글

    너무 원작파괴를 심하게 해서 전 오히려 거부감이 생기던데요. 삼국지 아니라 생각하고 보면 상당히 괜찮지만.
  • ㄱㄱ 2013/03/13 08:42 # 삭제 답글

    이건 번역이... 번역이... 맙소사, 저게 뭐야... 으아아아....
  • 기사 2013/03/15 13:45 # 답글

    이것도 왠지 베르세르크 비슷한 상황이 날것 같습니다. 전개 속도가 영......
  • 잠뿌리 2013/03/17 23:04 # 답글

    teese/ 문관, 장군들의 지력이 전체적으로 상향했지요.

    시몬/ 원작과 비교하면 확실히 너무 파격적인 해석이 나오기는 합니다.

    ㄱㄱ/ 번역 퀄리티가 상당히 낮지요.

    기사/ 전개 속도가 느리긴 느린 것 같습니다. 삼국지 결말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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