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Iron Fists, 2011) 액션 영화




2011년에 RZA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제작으로 만든 무협 영화. 러셀 크로우, 릭 윤, 루시 리우, 바이런 만 등이 주연으로 나오고, 전 WWE 헤비급 챔피언인 데이브 바티스타 조연, 진국신, 진관태, 유가휘 등 왕년의 홍콩 스타들이 단역으로 출현한다.

내용은 총림촌의 사자 무리를 이끄는 금사자가 황궁의 총독으로부터 황금을 수송하는 임무를 맡게 됐는데 은사자와 동사자가 황금에 눈이 어두워 금사자를 암살하고 그걸 빼돌렸는데, 금사자의 아들 엑스 블레이드와 황제가 파견한 특사 잭 나이프, 그리고 대장장이가 그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RZA는 미국 힙합계 그룹인 우탕 클랜을 이끄는 유명 뮤지션으로 다양한 영화에 단역 출현을 했는데 사실 그보다 영화 음악 쪽의 필모 그래피가 화려하다.

고스트 독, 킬빌 시리즈, 블레이드 3, 아프로 사무라이를 비롯한 여러 영화의 음악을 만들었다. 본작은 RZA가 감독, 각본, 연출에 주인공 대장장이 배역까지 다 맡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의 인연이 깊고 또 킬빌의 오리엔탈풍 음악을 그가 만들어서 그런지 타란티노 만큼이나 B급 무협 영화 덕후다. 본작은 70~80년대 무협 영화에 외국 스타일을 믹스해 만든 퓨전 오리엔탈 무비다.

무협 영화의 문파 대신 살짝 바바리안 느낌 나는 황도 12궁 클랜을 집어넣고, 황제의 특사가 영국의 총잡이 암살자에 개틀링 건을 사용하는 황군이 나온다.

타이틀 철권을 가진 사나이가 뜻하는 것은 작중 주인공인 대장장이가 양손이 잘린 후 강철팔을 달아서 싸우는 것을 의미한다.

배경이나 설정을 서구식으로 풀어나가긴 했지만, 작중의 분위기나 세계관은 무협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70~80년대 무협 영화를 본 세대라면 친숙한 느낌인데 반대로 요즘 세대라면 굉장히 낯설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작중에 벌어진 싸움은 70~80년대 무협 영화의 권각술을 스타일리쉬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했다. 그래서 액션 자체는 꽤 괜찮다.

연출도 상당히 인상적인데 동양 무술의 서구적 표현이 놀라웠다. 사실 작중 대장장이의 강철 주먹보다는 오히려 라이벌 악당 포지션은 브래스 바디가 더 눈에 띄었다.

브래스 바디는 데이브 바티스타가 배역을 맡았는데 공격을 받을 때 순간적으로 몸을 황동으로 만드는 무술 고수로 무협 소설의 금강불괴와 같은 스타일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무협 영화나 소설에 관한 지식이 없이 본다면 ‘이게 무슨 엑스맨 같은 초능력 배틀이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본다면 금강불괴를 초인물스럽게 표현한 것이라고 감탄할 수도 있다.

70~80년대 무협 영화로 치면 소림 18동인의 동인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러셀 크로우가 배역을 맡은 잭나이프가 사용하는 무기도 기억에 남는다. 영국 출신 카우보이처럼 나오더니 무기는 리볼버 권총에 총신 대신 잭나이프 칼날이 달려 있어 방아쇠를 당기면 칼날이 자동으로 움직이는데 진짜 이거야말로 건 블레이드란 생각이 절로 든다.

황금을 둘러 싼 암투 속에 배신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작중 클랜이 뭔가 계략을 꾸미면, 그와 연관된 다른 클랜은 한 수 앞을 내다보고 뒤통수치는 전개라서 과연 이 수라장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주연들의 비중이 좀 애매하다는 거다. 본작의 주인공은 분명 대장장이지만 스토리상으로는 사실 주인공이 그가 아니라 엑스 블레이드가 됐어야 했다.

본작의 줄거리를 보면 금사자가 은사자, 동사자의 배신으로 암살당하고 그가 지키려 했던 금을 두 사자가 빼돌리려고 하는 상황이라.. 당연히 아버지를 잃은 엑스 블레이드가 복수를 하러 달려가는 거라 그가 주인공이 됐어야 했는데 뜬금없이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만든 대장장이가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냥 대장장이가 아니라 미국의 흑인 노예 출신에 밀항선이 좌초되어 흘러간 곳이 중국인데 소림사 승려들에게 구조 받아 소림사 제자가 되었다는 등의 배경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대장장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본래 주인공인 엑스 블레이드가 순식간에 쩌리짱이 되어버렸다.

원 탑 주인공도, 투 탑 주인공도 아닌 주인공 비중과 포지션의 애매함이 스토리의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아서 아쉽다.

본래대로라면 대장장이가 엑스 블레이드의 무기를 만들어 그를 파워업시켜줘야 하는데, 정작 자신이 스스로 파워업해서 주인공으로 대오각성하니 이건 파격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좀 황당하다.

머리를 싹 비우고 킬링 타임용 영화로 보면 별 문제는 없고 내용 이해가 어렵지는 않지만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 든다.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다른 몇몇 캐릭터들도 선역처럼 나왔다가 악역처럼 죽거나, 반대로 악역처럼 나와서 선역처럼 죽는 경우가 종종 나와서 뭔가 중심을 잡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쉽게 말하자면 캐릭터의 일관성이 없다고나 할까.

결론은 추천작! 대놓고 만든 동서양 퓨전의 B급 무협 영화인데다가 스토리가 약간 허술한 부분이 있지만, 발상과 액션 씬의 연출은 오락 영화로서 충실한 재미를 준다. 쿠엔틴 타란티노 스타일의 B급 액션 영화 감성과 70~80년대 무협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제작을 맡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잘못 알려진 정보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본작에서 맡은 건 프리젠터로, 이 작품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프레젠트’를 넣는 걸 합의한 것뿐이다. 실제로 제작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덧붙여 본작에 바티스타가 권법 자세를 취하는 게 인상적이다. 바티스타의 전직이 WWE 프로 레슬러라는 걸 알고 본다면 정말 의외의 장면이다.



덧글

  • 잠본이 2012/12/25 11:50 # 답글

    아무래도 서구인들에겐 금강불괴보다는 엑스맨의 콜로서스 생각이 더 먼저 들 것 같지만...
    예고편만 봐도 진짜 무협덕후가 만들었구나 하는 느낌이 풀풀 들더군요.
  • 원심무형류 2012/12/25 12:43 # 답글

    바티스타 몰랐을때 아르니스 수련 영상 보고 덩치 큰 서양 남자가 참 날렵하네 하고 봤는데... 나중에 알고 나서 그 영상 다시 봤을땐 깜짝 놀랐죠.. http://youtu.be/YWrWHaWkQcY
  • 지나가는 저격수 2012/12/27 11:50 # 답글

    바티스타는 목소리도 좋았죠.

    확실히 인상이 강하게 남는 캐릭이었습니다.
  • afaf 2012/12/27 13:25 # 삭제 답글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이제 쌈마이는 더이상 B급 위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저예산이어야 하는건가 싶어요.
  • nenga 2012/12/27 19:22 # 답글

    소림사 주방장이 아니라 대장장이인가요

    어떻게 보면 무협영화의 전통 중 하나인
    별로 안 중요한듯해 보이던 인물이 알고보니 고수, 각성하니 무적 이란 패턴을
    구현할려고 한 것....일리가
  • 잠뿌리 2012/12/27 19:59 # 답글

    잠본이/ 생각해 보면 바티스타가 엑스맨에 콜로서스로 나와도 어울리겠네요 ㅎㅎ

    원심무형류/ 바티스타가 근육양에 비해 힘이 딸리긴 해도 민첩하네요.

    지나가는 저격수/ 바티스타는 액션 배우로서 강한 인상을 잘 주는 것 같습니다.

    afaf/ 이제는 이런 작품이 안 먹힌다는 게 아쉽네요.

    nenga/ 사실 그것도 무협 영화의 전통 패턴이지만 본작은 거기서 너무 앞서 나가 그 인물이 아예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생겼지요. 그래서 기존의 주인공이 완전 NPC화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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