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센시아(Absentia, 2011) 요괴/요정 영화




2011년에 마이크 팔라나간 감독이 만든 미스테리 호러 영화. 타이틀 엡센시아의 뜻은 ‘부재’로 실종 사건에서 쓰이는 용어이기도 하다.

내용은 주인공 캘리가 임산부인 친 언니 트리샤를 도우러 5년 만에 찾아왔는데 형부인 대니얼이 7년 동안 실종돼서 실종사로 사망 선고가 내려져 새 집으로 이사를 가 새 출발을 하려다가.. 대니얼이 초췌한 몰골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줄거리만 우울한 분위기의 드라마로 초반 분위기도 딱 그랬다. 그런데 중반부부터 후반부까지는 본격 미스테리 호러물로 진행된다.

이 작품의 주요 소재는 전래 동화를 각색한 것이다. 원작으로 쓴 동화는 극중에 제목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배고픈 아기 염소 세 마리’라는 제목으로 번안된 노르웨이의 전래 동화다. (영문판 이름 그대로 해석하면 원제가 본래 세 마리의 아기 염소와 트롤이다)

원작 동화의 내용은 세 마리 아기 염소가 다리를 건너다 다리에 사는 트롤을 마주쳐 잡아먹히려고 하자, 스스로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자신을 낮추고 다음에 올 둘째, 첫째 염소를 잡아먹으라는 식으로 떠넘기는데, 이때 맨 마지막에 다리를 건넌 첫째 염소가 뒷다리로 트롤을 걷어차 강물에 빠트리고 형제 셋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본작은 그걸 각색해서 켈리와 트리샤의 집 근처에 있는 터널이 지하 세계로 통하는 입구란 암시를 한다. 본래 지하 동굴이 있던 자리에 고속도라가 들어서고 육교가 세워졌다가 현재는 터널이 파진 곳인데 거기서 수십 년간 연쇄 실종 사건이 벌어졌다는 설정이다.

다리 밑에 살면서 사람을 잡아가는(혹은 잡아먹는) 것은 동화 속 트롤과 같지만 작중 직접 모습을 보이기보다 말로 묘사되는 모습으로는 곤충형으로 좀벌레에 가깝게 나온다.

메인 소재만 놓고 보면 벌레의 외형을 가진 괴물 같은 존재에게 사람들이 잡혀가는 게 주된 공포 같지만 사실 그보다 관계자들의 리액션이 호러 포인트다.

어둠. 혹은 괴물에게 한 번 잡혀갔다가 풀려나 공포에 떠는 대니얼의 반응, 그리고 대니얼이 발견되기 전까지 그의 환영에 시달리는 트리샤 등이 공포감을 준다

하지만 사실 그건 이론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굉장히 애매하다. 포스터만 보면 여주인공이 의문의 존재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나와서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정작 본편에서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최후의 주인공이 사라지기는 하지만 그 전까지 괴물 같은 존재의 표적은 주인공이 아니다. 대니얼이나 월터 같이 한 번 실종됐다가 다시 나타난 사람들이 주요 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의 비중이 굉장히 적다.

대니얼에게 7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터널에서 실종된 사람들과 관련된 ‘교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벽 속 어딘가 혹은 바닥 밑에 뭔가 있다! 등등 떡밥은 쉴 세 없이 던지는데 전혀 회수를 하지 않는다.

본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남편이 실종된 7년 동안 온갖 마음고생을 다하다가 새 출발을 하려는데 그게 잘 안 되는 트리샤와 언니를 돕기 위해 왔다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 켈리의 일상 이야기다.

실종 사건의 피해자에게 남겨진 가족이 살아가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이건 기존의 호러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분인데 그걸 잘 파고들어 현실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그리고 있다.

트리샤는 자꾸 대니엘의 무서운 환영에 시달려 불교 신자가 되어 향을 피우고 징을 울리며 명상에 돌입하고, 조깅을 즐기는 켈리는 집근처 터널에서 이상한 남자와 조유한다. 자매에게 벌어진 비일상적인 일인 그게 전부다.

초중반까지 대니얼의 환영이 나와서 트리샤의 부정을 지적하며 화를 내거나, 명상을 하는 그녀 옆에 홀연이 나타나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긴 하는데 그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게다가 중반부에 갑자기 산 채로 돌아오니 그 이전까지 나온 환영 설정이 깡그리 무시되기 때문에 니 맛도 내 맛도 아니게 됐다.

터널 안에 숨겨진 지하 세계란 것도 극후반부에 갑자기 대오각성한 켈리가 추리한 것만 나올 뿐이지, 실제로 그곳을 탐사한다거나 혹은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을 밝혀낸다든가 하는 그런 전개는 전혀 안 나온다.

그냥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뭔가의 힘에 이끌려 터널로 끌려가 사라진다. 그게 끝이다. 아무 것도 밝혀지는 게 없고 해결되는 것도, 끝나는 것도 없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테리만 남긴다.

결론은 평작. 포스터만 그럴 듯 하지 속내용은 별로 무섭지 않은 미스테리 호러물이다. 부재중(실종 신고)라는 컨셉을 너무 성실하게 따르고 있어 일상을 다룬 드라마로서의 완성도가 있을지 몰라도 픽션의 재미는 소홀히 한 작품 같다. 좀 더 픽션답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텀블벅과 같이 자금 지원을 받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웹사이트 킥스타트에서 시작되어 7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2011년 3월 3일에 파고 영화제에서 상영한 이후로 미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열린 여러 영화제의 개막작이 됐고 또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덧글

  • 시몬 2012/12/19 01:16 # 삭제 답글

    리뷰쓰신 것만 보면 상 여러개받을 정돈 아닌거 같은데.
  • 잠뿌리 2012/12/22 19:59 # 답글

    시몬/ 저도 좀 의아하지만 사실 다큐멘터리풍이란 걸 떠나서 촬영 기법이나 연출은 저예산인 것 치고는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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