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2012) 2012년 개봉 영화




2012년에 정범식, 임대웅, 홍지영, 곡사 형제(김곡, 김선)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한 여고생이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붙잡혀 왔는데 그 남자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야 잠이 오는 특이체질이라서, 여고생이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해와 달, 공포 비행기, 콩쥐 팥쥐, 앰뷸런스 등 총 4개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성은 아라비안나이트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990년작 공포의 3일밤이 떠오른다. 공포의 3일밤의 원제는 테일즈 프롬 더 다크사이드로 동명의 TV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만든 것이며, 소년 티미가 어린 아이를 잡아다가 살찌워 요리해 먹는 사이코 패스 뱃티에게 붙잡혀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알고 있는 3가지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인 해와 달은 전래동화 햇님 달님을 현대판으로 어레인지하면서 일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집에 있던 어린 남매가 택배 배달원으로 위장한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해꼬지를 당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집안에서 의문의 방문객에게 쫓기는 스릴러가 됐다가 갑자기 귀신이 추가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애매한 결말 이후에 난데없이 현실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는 나레이션과 함께 해고 노동자들이 전경에게 과잉 진압 당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어린 남매가 참변을 당한 원인이 나오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실 이 첫 번째 이야기의 전반부인 어린 남매의 위기 상황은 해와 달이란 타이틀에 걸맞는 이야기로 밀폐된 장소인 아파트 집안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 나름대로 긴장감이 있지만 해고 노동자 문제랑 이어지면서 이상해 졌다.

환상보다 현실이 더 끔찍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 연결이 부자연스러울뿐더러, 비극적이긴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고 솔직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해님 달님 전래 동화의 본래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더욱 애매모호하다.

본래 원작 동화에서는 어린 남매가 집에 남겨져 있는데 남매의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가 집에 찾아와 엄마 행세를 하며 남매를 노리는데, 이 작품에서는 집에 남겨진 어린 남매라는 설정 하나만 따온 것 같다.

환상 파트나 현실 파트 양쪽 다 확실하게 끝나지 않은 애매한 결말 때문에 큰일을 보고 뒤를 닦지 않고 나온 듯한 찝찝한 느낌이 남는 이야기다.

두 번째 이야기인 공포 비행기는 경찰에 붙잡힌 연쇄 살인마가 비행기로 후송되던 중, 고도 3만 피트 상공에 도달했을 때 살인마가 스스로 구속을 풀고서 사람들을 해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도 상공의 비행기 안에 살인마와 남겨진다는 설정은 그리 신선한 것은 아니다. 살인마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그것에 준하는 테러리스트와의 비행기 속 사투를 그린 영화는 기존에도 많이 나왔다. 그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건 1993년작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패신저 57’이다.

살인마가 구속되기 전에 자신이 죽인 스튜어디스의 환영을 보는데 그게 그냥 단순한 환영일 뿐, 스토리 진행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그럴 바에는 도대체 왜 그런 설정을 넣었는지 모르겠고, 살인마고 주인공이고 간에 하는 행동이 좀 납득이 안 가는 게 많아서 이야기 자체가 좀 허술하다. 죽어 가는 형사가 총 가지고 가라는데 굳이 그 형사 말고 한참 앞에서 죽어 있는 형사한테 다가가 총을 찾으러 간다거나, 아무리 살인마가 눈 돌아가도 그렇지 고도 수만 피트 상공인데 조종사까지 죄다 죽이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비행기가 큰 것도 아니고, 생존자 중 사지 멀쩡한 건 주인공 하나뿐이라 살인마와 단둘이 남겨져 있다는 상황이 소재만 보면 그럴 듯하지만 그걸 풀어내는 걸 보면 무서운 것도, 긴장감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이 뭔 짓을 하던 간에 살인마가 그보다 한발 앞서 나가 조롱하는 전개가 반복되니 식상하다. 주인공과 살인마의 관계가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 같은 관계인데 엔딩 역시 그렇게 끝나서 재미가 가장 떨어진다.

세 번째 이야기인 콩쥐 팥쥐는 류콩쥐가 부자에게 시집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복 자매인 류팥쥐가 콩쥐처럼 성형수술을 하고 콩쥐의 결혼식 전날 수를 써서 방에 가둬 놓고 자신이 대신 시집을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제목과 인물을 보면 전래동화 콩쥐 팥쥐를 각색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본작에서는 콩쥐도 그리 선한 인물로 나오지는 않는다. 사실 이 작품은 콩쥐 팥쥐의 동화보다는 야사에 나오는 결말. 팥쥐 모녀가 벌을 받아 인육 젓갈이 되는 것만 따왔다.

이복 자매의 싸움보다는 결혼을 했는데 남편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다! 라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사실 분위기만 보면 콩쥐 팥쥐보다는 외국 동화 ‘푸른 수염’이 생각난다.

나이는 60이 넘지만 20대의 외모를 가진 회장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이 인육 젓갈을 먹는 것이고 신부를 도륙해 그 재료로 삼는 것이다. 스토리 초중반에 이미 다 나오는 것이라 반전이라고 할 것도 없다.

이 세 번째 이야기 역시 두 번째 이야기만큼이나 구성이 허술하다. 실제 나이가 60대인데 30대의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 이건 동안이 아니라 아무리 봐도 이상한 건데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고, 팥쥐가 콩쥐 대신 결혼식에 나갔는데 의문이나 이의 제기 한 번 나오지 않은 거나, 집안에 갇혀 있던 콩쥐가 회장의 비서에게 구출됐는데 그 과정의 이야기가 생략된 것 등등 전체적으로 여기저기 구멍투성이다.

그래도 4가지 이야기 중 가장 잔혹하고 끝맺음이 확실하기 때문에 애매한 결말이 나버린 앞의 두 이야기보다 마무리는 좀 나은 편이다.

네 번째 이야기는 엠뷸런스는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시대에 한 대의 엠뷸런스가 병원을 향해 가던 중 한 모녀를 싣게 되는데 그때 부상당한 딸이 좀비로 담당 의사로부터 의심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자기 딸은 좀비가 아니라고 부정하며 도와달라 매달리는 어머니와 좀비인 것을 확신하면서 내다 버리려는 의사의 갈등, 폭주, 반전이 나온다.

장르가 좀비물이라서 한국 공포 영화 쪽으론 드문 장르긴 하나, 내용 자체는 식상하고 반전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본래 가족이나 친구가 좀비에 물렸는데 그런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나중에 가서 모두 파멸하는 것은 좀비물의 흔한 설정이다. 현대 좀비 영화의 초석을 다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밤에서부터 나왔다.

하지만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라고 해도, 이야기 구성 자체는 본편에 수록된 4가지 이야기 중 가장 탄탄하다. 좁디좁은 구급차 안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도 잘 살렸다.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메인 이야기는 가장 실망스럽다. 무엇하나 해결된 것도, 진행된 것도 없이 허무하게 끝나기 때문이다. 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었다는 게 반전 아닌 반전이 됐다. 아라비안나이트로 비유하면 목숨 걸고 천일 동안 이야기했더니 ‘아, 애기 다 들었다. 이제 이뇬의 목을 쳐라!’이런 전개라고나 할까.

모처럼,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야 잠이 온다 그러니 날 재워줘’라는 그럴 듯한 설정이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

결론은 평작. J호러의 늪에 빠지지 않은 것은 좋지만 무섭지도 재밌지도 않은 이야기다. 소재는 괜찮지만 각 이야기의 구성이 너무 허술하고 단순히 자극적인 화면과 소재로만 승부를 걸어서 안이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눈에 띤 배우는 콩쥐 팥쥐와 공포 비행기에서 각각 사이코를 연기한 배수빈과 진태현인데 이 두 배우는 김순옥 작가의 아내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SBS 드라마 ‘천사의 유혹’에서 안재성과 남주승 역으로 출현했던 게 기억난다. 드라마에서는 서로 대비되는 선역과 악역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둘 다 사이코 악당 역을 맡았다.



덧글

  • 블랙 2012/11/01 10:29 # 답글

    고도 상공의 비행기 안에 살인마와 남겨진다는 설정은 영화 '터뷸런스' 시리즈와 똑같네요.
  • 데프콘1 2012/11/01 21:57 # 답글

    영화가 하늘로 흘러갔음
  • 잠뿌리 2012/11/04 01:33 # 답글

    블랙/ 그런 설정이 꽤 흔하지요.

    데프콘1/ 공중에 붕 뜬 듯한 영화였습니다.
  • 로마넨코 2012/11/04 16:54 # 삭제 답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결말이 이도저도 아니게 끝내놓고 보는이의 상상에 맡기는 식의 결말인데 이 영화 결말이 딱 그러해서 보고나서 실망이 컸습니다.
  • 잠뿌리 2012/11/05 13:03 # 답글

    로마넨코/ 저도 그런 결말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열린 결말이라고 미화하기도 좀 그렇지요.
  • spawn 2012/11/15 19:08 # 삭제 답글

    혹시나가 역시나군요.
  • 잠뿌리 2012/11/20 00:16 # 답글

    spawn/ 기대를 안하고 보는 게 낫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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